〈 13화 〉
#04. 가면.
똑똑똑-.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노크와 동시에 문이 열렸다.
유다희가 제 방인 듯 자연스레 들어왔다.
“…도대체 뭔데 숙취해소제도 있는 거야?”
소주가 있듯이 숙취해소제도 있다.
온갖 세계관이 잡탕으로 섞여서 그렇다.
“쯧쯧…. 내가 분명 그만 마시라고 했는데. 무시하고 마시더니 꼴좋네.”
유다희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탁자 위에 숙취해소제를 내려놓았다.
“…얼마야?”
“됐어.”
꿍얼거리면서, 유다희가 의자에 앉는다.
늘씬한 다리가 훤히 보였다.
“바지 샀구나?”
“청바지는 움직이는데 불편해서.”
평범한 반바지도 그녀가 입으면 명품이 된다.
유다희는 그런 여자였다.
“그럼 오늘은 못가는 거야?”
내가 숙취해소제 하나를 원-샷 때리자, 그제야 유다희가 본론을 꺼냈다.
하루하루 사냥을 통해 코인을 수급.
생계유지와 동시에 장비 구매, 스킬과 능력치 성장.
마지막은 필드보스 토벌.
그게 0층.
튜토리얼 통과조건이다.
1층부터는 이미 입장한 플레이어들을 만날 수 있게 되는데, 여러 집단이 자리 잡고 있는 상태라 일장일단이 있다.
“…몸 상태가 조금 그래. 괜히 미안하네….”
“아니야. 힘들면 쉬어야지. 어제 고생 많이 했으니까.”
트롤이랑 격하게 몸을 부딪쳤다.
그것만으로도 오늘 하루 쉴 자격이 충분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참 다행.
“푹 쉬어. 내일은 꼭 갈 수 있게.”
“…알았어.”
유다희는 느릿하게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갔다.
새로운 파티 멤버를 구하거나, 어제 만난 포렝과 함께 사냥을 갈 것이다.
창문 너머로 살펴보니, 포렝과 함께 움직이기로 한 모양.
─ 인간 성기사는 왜 안 오는 건가?
─ 몸이 아파요. 그러니까 적당히 먹였어야죠.
─ 어제 얼마나 마셨다고 그러나. 그 정도는 붉은 수염 부족의 포렝에겐 아무 것도 아닌….
─ 근데 왜 추하게 그러셨어요.
빼액 소리 지르는 포렝을 끝으로, 더 이상 대화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저 멀리 멀어지고 있었다.
‘자유다.’
우리 회귀자의 시선에서 벗어났다.
어제 그 지랄을 해대며 마신 보람이 느껴진다.
“흐그그그극!”
잔뜩 굳어있던 몸을 기지개로 풀어준다.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아예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사냥도 못가는 게 아니라 안가는 거다.
‘가면을 샀으면 써야지.’
인벤토리에 백색가면이 고이 잠들어있다.
오늘, 그 가면을 써볼 생각이다.
일단 침대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나선다.
홀에는 아침 식사를 위해 앉아있는 플레이어들로 가득했다.
“식사 나왔습니다.”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 여관 밖으로 나간다.
멀리서부터 유다희의 향기가 느껴진다.
플레이어들을 구분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녀의 냄새는 가려낼 수 있다.
왜 가능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옷가게에 들러서 중세 느낌의 평상복을 갖추어 입었다.
안 어울리지만, 신분을 감추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포박용 끈도 샀다.
저번에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
‘가볼까…?’
나는 그대로 길거리를 걸어 북쪽 게이트로 향했다.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오고가고 있었다.
안전지역 밖에서 벌어지는 PK도 초반에나 극심하지, 3일만 지나도 확 사그라진다.
PK 좋아하는 놈들이 다 뒈지기 때문이다.
‘진짜 센 놈들은 힘을 숨기고 있으니까.’
현 시점 0층에서 가장 강한 플레이어는 딱 두 명 있다.
이번 기수 최강자라고 봐도 좋다.
파천검성 백선우.
No.1 히어로 강하나.
백선우는 섹스파트너, 강하나는 베스트프렌드가 되어 유다희와 함께 탑을 올라간다.
이 둘은 현재 유유자적하며 지내고 있을 것이다.
‘다 왔네.’
북쪽 게이트에 도착했다.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게이트 앞 풍경이다.
북쪽 게이트를 지나 숲속으로 들어간다.
방패가 파괴된 상태라 심히 걱정되긴 한데, ‘단단한 피부’와 ‘신성력’을 믿기로 했다.
크르르륽-!
소름 끼칠 정도로 역겨운, 가래 끓는 듯한 짐승 소리.
데드맨이 꺾인 다리를 질질 끌며 내게 다가왔다.
퍼석-!
검으로 후려치자, 데드맨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한 마리로 시작한 데드맨 웨이브가 두 마리, 열 마리로 금방 늘어났다.
‘몸 풀기 운동으로 좋네.’
느려터진 데드맨은 고정된 표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숨겨야 할 게 없으니까 몸이 홀가분해진 느낌.
‘근력Lv.3’의 힘을 제대로 확인해볼 시간이다.
크르르르륽-.
데드맨 대가리를 한 방.
강화 데드맨도 한 방.
여기서 더 강화되면 어렵겠지만, 게이트 근처 수준에선 가뿐하다.
---
[전투 정산 중…….]
[600코인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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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잡은 결과가 고작 600코인.
0.3가르가쉬 수준이었다.
죽음에 대한 대가가 없어서 그런 건진 몰라도, 차라리 가르가쉬 같은 놈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아주 약간 생겼다.
크게 한 탕 해먹고 쉬는 게 낫다는 마인드였다.
유다희에게로 가는 길에 계속해서 데드맨을 잡았다.
벌이가 제법 쏠쏠했다.
‘거의 다 온 거 같은데….’
유다희의 향기가 점점 짙어진다.
냄새가 여럿 뒤섞인 것을 보니, 인원을 늘려서 움직이고 있는 듯했다.
인벤토리에서 가면을 꺼냈다.
오랜만에 만져보는 가면의 겉면이, 그 어떤 때보다 차갑게 느껴졌다.
그에 비해 아랫도리는 기대감에 부풀어 뜨끈해지고.
‘후우, 괜히 또 긴장되네.’
혹시라도 들키진 않겠지만.
나름 잘 대해준 유다희가 떠올라서 없던 죄책감이 마구 샘솟는 기분이다.
근데 그래서 더 꼴리는 건데 어떡해.
나는 백색가면을 썼다.
얼굴 위로 착 감기는 느낌, 오랜만이다.
가면을 착용한 뒤로는, 많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습격을 들키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게다가 지금은 포렝도 함께 있다.
‘아 시발. 포렝을 떼어내야 하는구나.’
뇌가 아닌 좆으로 생각하는 바람에, 하려는 일이 전부 허사가 되고 말았다.
사냥하러 온 파티를 어떻게 떼어낸단 말인가.
클리어 확률 제로, 그냥 불가능한 미션이다.
돌아가야 하나?
여기까지 왔는데, 정말 방법이 없을까?
일단 유다희가 시야에 보일 때까지 걸었다.
걷고 또 걷고.
유다희를 발견했다.
“…….”
유다희는 피를 뚝뚝 흘리면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옆구리 쪽을 크게 베인 탓에, 방치하면 얼마 안가 죽을 것만 같았다.
포렝은 어디로 간 거지?
유다희의 상태를 보아하니, 드워프는 죽었다고 보는 게 맞다.
털썩-.
유다희가 쓰러졌다.
아직 섹스 못했다.
오늘은 꼭, 다희의 자궁 안에 싸고 싶다.
다희야.
내가 간다.
적당히 목소리 톤을 잡아준 후, 다희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다희는 넋이라도 나간 듯 초점 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신성력을 일으켜 다희의 옆구리에 불어넣었다.
조잡한 실력이지만, 가지고 있는 신성력 전부를 탈탈 털어서 쓰면, 어느 정도 임시방편은 되겠지.
“아윽….”
다희는 예상치 못한 고통을 느끼곤 짧게 신음을 흘렸다.
이내 편안한 표정을 지었는데, ‘통각무효의 가호’가 발동된 듯했다.
피가 멎었다.
새로 돋아난 살이 상처를 덮었다.
신성력을 전부 써버렸다.
바닥이 보였다.
“반갑습니다.”
컨셉은 명확해야 한다.
가면을 썼을 때는 무조건 존댓말로 간다.
“도와줘서 감사합……!”
겨우 정신을 차린 다희가 나를 보더니 화들짝 놀란다.
동그랗게 뜬 눈, 갑자기 어색하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이미 겪어서 알고 있는 것이다.
“…합니다…. 더, 덕분에 살았어요.”
애써 당황하지 않은 척.
잘하면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연기하는 게 눈에 보였다.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는 다희에게 다가갔다.
“아….”
뒤로 물러나던 다희의 등이 나무에 닿았다.
나무에 가로막혀 더 이상 도망가질 못했다.
“혼자가 될 때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희 씨, 제가 얼마나 참고 있었는지 아십니까?”
나는 다희에게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
다희가 파르르 떨며 나를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다희의 근력으론 레벨3을 이겨낼 수 없다.
가면을 쓴 나는 절대 봐주거나 하지 않는다.
“하지, 마아…! 하지 말라고, 이 개새끼야…!”
강제로 반바지를 벗겼다.
거의 찢었다고 보는 편이 낫다.
새하얀 프릴 속옷이 나를 반긴다.
아직은 순수한 다희가 느껴져서 오히려 좋았다.
“그만…. 제발 그만해요….”
반항할 힘도 없을 것이다.
상처를 회복했다고 해도, 소모한 체력이 돌아오는 건 아니니까.
그렇다고 봐줄 내가 아니다.
“아름답습니다. 다희 씨.”
잡티 하나 없는 뽀얀 속살, 튼실한 허벅지와 얇은 종아리의 언밸런스한 건강미가 내 심금을 울렸다.
나는 다희의 속옷을 내렸다.
“한번만…. 한번만 봐줘요….”
다희는 몸을 비틀면서 팬티를 지켰다.
반쯤 드러난 핑크빛 보지, 잘 정돈된 털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다희의 팬티를 찢어버리고, 나는 바지를 벗었다.
잔뜩 발기한 자지가 덜렁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싫어…. 싫다고…!”
다희는, 고개를 돌리며 다리를 오므렸다.
“치워! 그, 더러운 좆 치우라고!”
점점 분노를 쌓아가던 다희가 주먹을 휘둘렀다.
내 얼굴을 노리고 들어오는 공격을, 나는 가뿐하게 막아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끈을 꺼내 다희의 양손을 묶었다.
버둥거리며 반항하는 다희를 제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개새끼야! 죽여 버린다. 너, 내가 어떻게든 찾아서 죽여 버릴 거야. 알아들어? 듣고 있냐고! 이 씨발새끼야!”
“죽여주십시오. 찾을 수 있다면 말입니다.”
“개새끼! 씨발새끼! 좆같은 새끼!”
나는 다희의 허벅지를 잡고 가랑이를 벌렸다.
민망하게 벌어진 사타구니 사이에서, 우윳빛 순결한 보지가 촉촉하게 젖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