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
#15. 정령술.
고대정령이라 함은 무엇인가.
흔히 4대 속성의 정령과는 전혀 다른 태초의 정령이다.
당장 가진 힘은 나약하지만, 정령술사와의 호흡이 잘 맞을수록 보다 더 위력적인 힘을 발휘한다.
‘그, 누구였더라.’
최고층에 한 놈 있을 거다.
고대정령과 계약해서 그 힘으로 공략에 임하고 있는 놈이.
그다지 좋은 놈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끝자락에서 만나는 사이라서 유다희 무쌍에 희생당한 놈이기도 하고.
제법 귀한 물건이다.
이 년은 대체 왜 이걸 유다희에게 냅다 주는 걸까.
“이건….”
“고대정령의 흔적이래. 아는 사람한테 받은 건데, 0층에서 있었던 일 보답하고 싶어서.”
“보답?”
“응. 다희가 나 구해줬잖아. 선물.”
유다희는 얼떨떨하게 돌을 받았다.
오색빛깔로 반짝거리는 ‘고대정령의 흔적’이 시선을 잡아당겼다.
“아는 사람한테 받은 걸 나한테 준다고?”
“응.”
“왜?”
“말했잖아. 나 구해준 보답이라고.”
엘리샤는 유다희의 얼굴을 슥 살피곤 불안한 듯 물었다.
“마음에 안 들어…?”
“준 사람은 네가 쓸 줄 알고 준 거 아니야? 그 사람 성의도 있을 텐데 내가 받는 게 조금 부담되네.”
“괜찮아. 엘레나는 이런 거 훨씬 더 많을 테니까.”
“…엘레나?”
유다희는 익숙한 듯 낯선 이름에 의문을 느끼는 듯했다.
엘레나 트리가드.
아카데미를 책임지는 1인자.
그나저나, 엘리샤와 엘레나가 아는 사이일 줄이야.
엘리샤가 엘레나의 거처까지 찾아왔을 때, 대강 느낌이 오기는 했지만.
저런 아이템까지 넘겨줄 정도로 긴밀한 사이일 줄은 몰랐다.
“응. 엘레나. 오늘 갑옷 입고 있던 엘프. 원래 세상에서 알고 지낸 친구야.”
“아.”
유다희도 대강 이해한 느낌이었다.
원래 세계 사람을 아예 못 만나는 건 아니었다.
둘이서 만나기 전까지, 먼저 소환된 사람이 계속 살아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을 뿐.
유다희가 거절하려는 기색을 보이자, 엘리샤는 고대정령의 흔적을 밀어내며 말했다.
“다희는 내 목숨을 구해줬어. 끔찍한 꼴을 당할 뻔 했는데 다희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지. 계속 보답하고 싶었지만 내가 가진 게 없어서 못했던 거야. 이제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후유!”
제발 받아달라며 애원하는 엘리샤.
명졀 용돈도 한 번까지만 거절하는 게 국룰이니, 유다희는 못 이기는 척 엘리샤의 선물을 받았다.
“…고마워.”
“아니야. 다희라면 시험에 통과하고 엄청난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엘리샤는 양손의 주먹을 불끈 쥐며 유다희를 응원했다.
“이제 가봐야겠어. 엘로인, 엘바런, 둘 다 바보처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내일 봐.”
엘리샤가 점점 멀어졌다.
나도 손 흔들었는데, 엘리샤는 내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시발년.
“흠….”
유다희는 계속해서 돌을 살펴봤다.
정보가 떠오르고 있을 텐데, 고민 중인 것 같았다.
“너 가져.”
“예?”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고대정령의 흔적’을 나한테 넘기는 것이었다.
“나보단 진우, 네가 더 잘 사용할 것 같아.”
“방금 선물 받은 건데 이렇게 준다고? 난 거절 안 하는데.”
“거절하지 말고 받아.”
얘는 왜 나한테 주는 걸까.
가설이라면 존나 세워볼 수 있지만, 그것들은 이 행동에 해답이 되어주지 않는다.
“…난 그냥 우리가 오래도록 함께 살아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
유다희는 붉어진 얼굴을 애써 가리며 중얼거렸다.
이 시점에서, 자신은 충분히 강하다고 판단을 내린 듯했다.
아니다 싶으면 다음 회차를 노리면 되니까.
“내가 너보다 약하단 소리네?”
“약하지. 김진우, 너 겁나 약하잖아.”
“겁나…?”
“흠흠!”
내 의문에, 당차게 고갤 끄덕이는 유다희.
누가 보면 압도적인 차이라도 있는 줄 알겠다.
나는 내 힘의 5할을 숨기고 있는데 말이다.
진짜 가면 쓰고 참교육 한 번 해줄 때가 온 것일까.
우리는 점심을 해결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아카데미도 둘러보고, 플레이어들도 구경하면서, 나름 재밌었다.
“기, 김진우 플레이어!”
인간 기숙사 앞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우리를 발견한 최성윤이 다급하게 외쳤다.
플레이어들의 관심이 우리에게 쏠렸다.
인파 속에서 평상복을 입은 엘레나가 걸어오고 있었다.
“저 사람이 엘리샤가 말했던 엘레나, 라는 사람이지?”
“어.”
“흠. 어디 아픈가? 약간 걷는 게 이상한데.”
유다희는 탐정이라도 된 듯 엘레나를 훑어봤다.
확실히, 엘레나는 미약하게나마 다리를 떨고 있었다.
집중적으로 보지 않으면 누구도 눈치 못 챌 만한 떨림.
“김진우 플레이어? 잠깐 시간 있어요?”
“예, 뭐….”
엘레나는 유다희를 흘겨봤다.
둘이서 할 얘기가 있다는 듯 유다희에게 눈치를 준 것이다.
유다희는 멋쩍게 웃으며 내게 속삭였다.
이따가 밤에 보자고.
“최성윤 씨?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 다 해산시켜주세요. 김진우 플레이어 찾았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뒤처리는 최성윤에게 맡기고, 엘레나는 나를 데리고 외진 곳으로 향했다.
주변에 보이는 사람들이 적어질수록 엘레나의 떨림은 더욱 격해졌다.
내가 집어넣어둔 바이브레이터가 잘 작동하고 있는 듯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가로등이 켜질락 말락 하는 시간대.
인적이 드문 외진 곳은, 나름 분위기가 있으면서도 으스스하다.
엘레나는 나를 거칠게 벽으로 밀어붙였다.
뭣 때문인지 활활 불타오르는 눈빛이, 내 자지에 피를 불어넣었다.
“김진우.”
“주인님이라 불러야지.”
“크읏…. 이 빌어먹을 놈이….”
엘레나는 이를 갈며 나를 노려봤다.
“어허? 명령 쓴다? 플레이어 앞에서 야노쇼라도 하고 싶어?”
“야노쇼…?”
“야외노출자위쇼.”
“이, 이, 쓰레기가!”
발그레 달아오른 얼굴로, 엘레나가 버럭 소릴 지른다.
그러다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혹시라도 사람이 지나가지 않나 살폈다.
“왜 기숙사까지 찾아온 거야. 용건만 말해.”
“그래, 용건만 말하겠다.”
엘레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진지하게 말했다.
“반가운 손님을 만나느라 자, 자궁에 받은 정액을 태워버렸다.”
“반가운 손님? 엘리샤?”
“…네 놈이 엘리샤 님을 어떻게 아는 거지?”
“오옵….”
정말 살벌한 표정으로, 엘레나가 나를 노려본다.
‘복종서약’이 없었다면 이 말 한 마디만으로 죽어버렸을 것 같다.
존나 숨 막히는 기세였다.
“같이 올라온 동료인데.”
“동료? 네가? 플루토의 개, 흑마술사인 네 놈과 엘리샤 공주님이 동료?”
“응.”
엘레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빤히 쳐다봤다.
눈빛으로 다시 묻는 것 같아서 나는 최대한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서, 설마 엘리샤 공주님에게 손 댄 것은 아니겠지? 만약 그랬다면…!”
“그랬다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기필코 네 놈 만큼은 내가 죽여 버리겠다!”
“안 건드렸습니다. 화 내지마세요.”
발작버튼이라도 누른 듯 엘레나가 빼액 소리를 질렀다.
자신의 처녀를 내줄 때보다 더 민감한 반응이었다.
나는 씨익 웃으며 흘리듯 중얼거렸다.
“계속 이러면 건드릴 수도 있는데…. 네가 하는 거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뭐…?”
“바지나 내려. 자궁 근질근질 거려서 온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다.”
“그럼 왜 온 건데.”
엘레나가 우물쭈물 말을 망설인다.
스스로도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서서히 얼굴이 붉어졌다.
인간과는 다른, 뾰족한 귀가 파닥거린다.
이런 서술이 있기는 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색다르다.
“그냥, ‘복종서약’을 해제하기 위해….”
“고럼고럼, 나도 알지. 애 이름은 생각해놨어?”
“생각해놨을 리가 없잖아!”
“하긴, 임신부터 하고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만지지 맛…!”
나는 엘레나의 상의 아래로 손을 집어넣었다.
말랑한 젖가슴을 가지고 놀았다.
엘레나는 몸을 비틀며 내 손을 빼내려 했다.
밀쳐내려는 마음이 있기는 한 걸까.
투정이라도 부리는 줄 알았다.
내 손은 여전히 엘레나를 만지고 있었다.
“안 만지면 어떻게 싸라고? 네가 직접 움직일래? 난 그것도 좋은데.”
“으…. 이, 빌어먹을 놈! 으읏…!”
엘레나의 움직임이 많이 줄어들었다.
내 손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했다.
바지춤을 들어 팬티 아래로 매끈한 둔덕이 느껴졌다.
이미 습한 보지가 후끈하게 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인적이 드문 공간이라 해도, 플레이어들이 돌아다닐 수도 있는 아카데미 안인데.
짜릿하니 흥분된다.
“말은 까칠하게 하면서, 은근슬쩍 다 받아주시네. 역시 우리 단장님, 이런 거 은근 좋아하는 거 같단 말이야?”
“누가 네 놈 단장이냐! 나, 나는 알브헤임을 수호하는 성스러운 검! 중앙 제1기사단장…!”
“지금은 플루토의 노예죠? 아니지. 아니야. 플루토 센세가 노예들 전부 나 줬으니까, 우리 단장님은 내 노예잖아. 바지 내려.”
“크읏…. 또 명령을 쓰다닛…!”
엘레나는 느릿하게 스스로 바지를 내렸다.
애널에서 분홍색 선이 삐져나와 있다.
스위치 부분은 사타구니 옆에 고정해둔 상태.
존나 야릇하다.
바이브레이터 때문일까, 엘레나의 탐스런 둔부는 애액을 질척하게 흘려대고 있었다.
애무가 더 이상 필요 없었다.
짜악-!
“아윽!”
나는 엘레나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이번에도 정상위 따위의 자세는 불가능하다.
엘레나는 말로 하지 않아도 알아서 벽을 짚고 엉덩이를 내밀었다.
나는 바지를 내리며 약올리듯 말했다.
“명령 안 해도 잘 하네. 우리 단장님, 노예로서 재능이 있었잖아?”
“조용히 해. 입 다물어!”
“오늘은 칭찬 스티커 없어서 그런데, 그 대신 빨리 싸주는 걸로?”
“…알아서 해라! 흐응….”
찔걱-.
조금 걸리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부드럽게 삽입됐다.
엘레나의 보지는 내 자지를 뿌리까지 모조리 품었다.
뜨뜻한 속살 때문에 금방 지려버릴 것 같았다.
퍼억-. 퍼억-.
“아! 앙! 하읏…!”
“스읍, 조금 불편한데….”
허리를 움직이며 나 나름대로 괜찮은 높이를 찾으려 애썼다.
먹이를 노리는 맹금류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무게중심을 어떻게 둬야 삽입하기 편할까.
자세 찾다가, 사정하고 말았다.
뷰륵-. 뷰륵-.
“아으으으…!”
엘레나가 절정에 이르면서 보지가 꽉 쪼여왔다.
그와 동시에 엘레나의 귀가 파닥거렸다.
짜악-!
엘레나의 둔부를 세게 후려쳤다.
이 정도는 쳐줘야 맞았다는 감각이 느껴지리라.
알다시피, 엘레나는 존나 강한 괴물이다.
현재 시점의 유다희가 천 번 정도 회귀하면 이길 수 있을까?
내가 없다면, 정말 천 번 정도 회귀하면 가능할 것 같다.
“단장님, 왜 이렇게 민감해.”
“아. 아앙….”
“말도 못할 정도여?”
허리를 빼자, 분홍빛 보지가 정액을 토해냈다.
후두둑 떨어지는 정액은 엘레나의 바지에 묻거나 흙바닥을 뒹굴었다.
정신을 차리고 뒤늦게 정액을 주워 담는 엘레나.
“아니. 이미 다 쏟았잖아.”
“이, 이건 어쩔 수 없다고….”
바이브레이터는 여전히 진동 중이었다.
엘레나의 엉덩이도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제발, 제발 이 기구 좀 빼줘…. 계속 달아올라서, 뭔가 집중할 수가 없어….”
“아.”
보지 둔덕에 봉인 스티커 비슷한 것을 붙이면서, 엘레나가 중얼거렸다.
확실히, 계속 켜두고 있으면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계속 발기하고 있는, 그런 불편한 느낌이겠지.
다른 사람 앞에서 쪽 주기 위해서 삽입해둔 거니까.
사람이 있을 때만 기구를 켜도록 하자.
“오케이. 조금 완화해줄게. 내일 시험장에서만 켜.”
“…….”
“뭐야. 싫어? 그럼 강도도 높여서 강으로 하루 종일….”
“아니야. 너, 너무 감동해서 그런 것이다….”
불만 가득하던 그 눈빛, 살벌하게 째려보던 그 표정, 내 마음속에 남아 상처가 되었다.
“눈빛이 전혀 아니었는데?”
“그런 거 아니다…. 진짜 감동해서….”
“그럼 감사합니다, 주인님.”
“뭐…?”
“감사합니다, 주인님.”
바지를 올리는 것도 잊었다.
엘레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주먹을 꽉 쥐었다.
닭똥 같은 눈물이 똑 떨어졌다.
“가, 가, 감, 사합니다…. 주…. 인님….”
“그래. 우리 단장님, 노예에 대해 소질이 있네. 나는 주인님이라 부르는 거 조금 힘들던데.”
순간 가면녀가 떠올라서, 나는 진심으로 엘레나를 칭찬했다.
머리까지 쓰다듬어주었다.
바로 바이브레이터 전원까지 꺼주는 건 센스.
“흐윽….”
“이게 진짜 감동이지.”
어째선지, 엘레나가 눈물을 흘렸다.
나는 주섬주섬 바지를 올려 입고 인벤토리에서 손수건 하나를 꺼내서 건넸다.
엘레나는 내 손수건을 받아서 흙바닥에 패대기치고 옷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인간 기숙사에서 일 터질 거야. 바로 와서 처리해줘.”
“흑….”
바지 올릴 생각도 않고 질질 짜는 엘레나.
나는 그런 엘레나를 버려두고 인간 기숙사로 향했다.
그리고.
콰앙-!
애애애애애애앵-!
시간상 약간 이른 시간인데,
“와, 벌써?”
인간기숙사가 지랄염병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