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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회귀자를 따먹음-73화 (73/681)

〈 73화 〉

#22. 수련.

플루토의 노예.

플루토에 의해 복종서약을 맺게 된 사람을 의미한다.

복종서약에 따라 주인이 하는 명령을 강제적으로 수행해야 하고 주인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

“저주는 풀고 죽어! 보, 복종서약 풀어줘!”

내가 죽어가는 중이라고 생각한 걸까.

엘레나는 내 멱을 잡고 흔들면서 소리쳤다.

벌거벗은 유다희가 멍한 눈빛으로 이쪽을 내려다본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어? 멀쩡하네?”

무언가 이상한 것을 깨달은 엘레나.

내 멱살을 놓고 가면녀를 흘겨본다.

“다희 님…?”

소름끼치는 전개.

엘레나는 가면녀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봤다.

모를 수가 없긴 한데, 이렇게 단번에 말해버릴 줄은 몰랐다.

“어, 엇…?!”

자신을 알아볼 줄 몰랐다는 듯 유다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물러났다.

그리고 자결의 가호.

픽 하고 쓰러지는 유다희를 끝으로, 이번 회차가 막을 내렸다.

[‘사망회귀’가 발동됩니다.]

엘레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장비를 건네주었다.

이전 회차를 기억하지 못하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유다희는 아니다.

회귀자인 유다희는 이전 회차를 전부 기억하고 있다.

유다희가 나를 바라본다.

눈동자가 불안한 듯 마구 떨리고 있었다.

“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다희 님!”

장비를 챙기던 유다희가 발작 비슷하게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점점 멀어지는 유다희를 보며, 엘리샤 엘레나는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적막이 감돈다.

‘찾으러 가?’

찾으려면 찾을 수 있다.

2성 플레이어쯤이야, 엘레나를 이용하면 식은 죽 먹기다.

하지만 굳이 찾아야 할까?

어떤 부분에서 충격을 먹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잠깐 시간을 줘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나와 대면할 수 있을 만큼.

‘그나저나, 진짜 안 걸릴 거라 생각했나본데.’

유다희의 뻔뻔함이 하늘을 찌른다.

생각 이상으로 바보 같았다.

유다희도 나를 볼 때 이런 감정을 느꼈을까.

갑자기 쪽팔리네.

나는 엘프들보다 앞장섰다.

유다희가 없으니 내가 안내할 생각이었다.

“…일단 가볼까요?”

“흑마술사는 저에게 말 걸지 말아주세요. 역겨운 냄새가 나니까요. 다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맞춰준 것뿐, 가까워졌다고 착각하지 마세요.”

내 말에, 엘리샤가 까칠하게 반응했다.

흑마술을 얻은 이후로, 엘리샤는 항상 이런 태도.

유다희가 없어서 그런가, 노골적으로 톡 쏘았다.

가린 면적보다 드러낸 면적이 많은 젖가슴 가리개에, 조금만 들춰내면 보지까지 다 보일 천 쪼가리 하나 둘러메고 다니면서.

흑마술에 대해 존나 적대적이었다.

자기랑 친한 기사단장님이 노예인 것도 모르고 말이야.

“엘로인? 엘바런? 저희끼리 다희 찾으러 가요.”

엘프들은 나를 재끼면서 걸어간다.

엘레나는 엘리샤 뒤를 따르면서 나를 흘겨보았다.

묘한 미련이 남아 있는 눈빛.

순간, 재밌는 게 떠올랐다.

걸리면 존나 큰일 나겠지만, 알게 뭐람.

안 걸리면 장땡.

하렘을 원하는 내가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지.

마력에 능수능란한 엘레나가 있으니까 유다희에게 걸릴 확률은 제로.

“엘레나.”

엘리샤의 뒤를 따르던 엘레나가 흠칫 놀란다.

명령을 담아서 불렀기 때문이다.

“엘레나 단장? 왜 그래요? 저 자는 무시해도 되니까요. 그냥 저희끼리 가요.”

“엘레나. 움직이지 마.”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몸은 내 명령을 따른다.

엘레나가 움직이지 않고 있자, 엘리샤가 엘레나를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엘레나 단장?”

“이 근처에 몸을 숨길 수 있는 장소가 있나?”

엘레나는 엘리샤의 부름을 힘겹게 외면하고 나를 향해 말했다.

“이, 있어….”

“그쪽으로 안내해. 아, 공주님 기절시켜서 데려가는 거 잊지 말고.”

“아, 안 돼…. 그건 제발….”

“공주님이 제 발로 따라오겠다고 하면, 엘레나 손으로 기절시키는 건 참아줄게.”

엘레나의 눈빛이 거세게 흔들린다.

자기 손으로 기절시키는 건 차마 못하겠나보다.

“공주님….”

엘레나가 애원하듯 엘리샤를 바라본다.

엘레나의 눈을 마주한 엘리샤는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봤다.

“역시 흑마술사. 엘레나 단장에게 무슨 짓을 한 거죠?”

“아무 짓도 안 했는데요? 이제 할 거지만.”

“쓰레기자식.”

엘리샤는 가던 길을 멈추었다.

엘레나를 따라가겠다고, 몸으로 말했다.

“안내해라. 엘레나. 아, 그쪽 친구들도 따라오려면 따라오고.”

“이 놈…!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구나!”

엘로인이 검을 뽑아 나에게 달려들었다.

마나로 이루어진 검기가 활활 타올랐다.

나는 아무런 방어자세도 취하지 않았다.

엘레나가 있으니까.

“에, 엘레나 님! 도대체 왜 저 놈을 보호하시는 겁니까!”

엘레나는 엘로인의 검을 막았다.

찬란하게 빛나는 검을 쥐고서 말이다.

“오…. 그게 엘레나의 무기야? 지리네. 한 번 만져 봐도 되냐?”

“미안하다, 엘로인.”

엘레나가 검을 튕겨냈다.

엘로인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저 멀리 날아갔다.

“커흑!”

“엘로인!”

나무에 부딪친 엘로인이 격하게 피를 토했다.

엘리샤가 호다닥 다가가 엘로인을 일으켜 세웠다.

“엘레나 단장…. 왜 그러는 거예요….”

“죄송합니다, 엘리샤 공주님. 저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엘레나는 서글픈 눈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엘레나가 건네준 검의 정보를 살폈다.

---

[영광스런 광휘의 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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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좆밥이라 그런가.

무기 정보가 떠오르지 않았다.

알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 이름 뿐.

엘레나는 터덜터덜 힘없이 다가왔다.

내 손목을 붙잡고 이를 갈며 나를 노려본다.

“엘리샤 공주님께, 이상한 짓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아니. 저 공주님은 안 건드려.”

오늘 건드리는 건 엘레나다.

굳이 엘리샤를 범하거나 할 생각은 없다.

근데 엘리샤를 데리고 가는 이유는 딱 하나.

엘리샤 보는 앞에서 엘레나를 따먹기 위해서다.

엘레나는 우리를 외진 곳으로 안내했다.

엘로인과 엘바런도 어쩔 수 없이 나를 따라왔다.

숲속에선 그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엘레나가 마나를 퍼뜨려서 플레이어들을 멀리하며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오지 않을 법한 위치에 동굴 하나가 있다.

음침한 분위기가 떡치기 좋은 느낌이다.

나는 엘레나에게 명령했다.

“갑옷 벗어.”

“지금 뭐라고 했어요?”

내 명령에, 엘리샤가 발악하며 소리쳤다.

나는 다시 한 번 말해주었다.

“갑옷 벗으라고 했는데요.”

“엘레나 단장! 저런 놈 말 듣지 말아요. 왜 듣는 거예요? 그냥 단칼에 베어버리면…!”

엘리샤는 말을 하다 말고 멈추었다.

자신의 말이 어딘가 모순적이란 것을 깨달은 듯했다.

벨 수 있었다면 이미 베고도 남았다.

베지 않고 명령을 따른다는 것은, 벨 수 없다는 말과 일치한다.

“엘레나 단장…? 왜, 왜 그래요…?”

“후우…. 엘리샤 공주님. 제 말 똑똑히 들으십시오.”

엘레나는 그리 중얼거리며, 갑옷을 벗기 시작했다.

절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갑옷이 하나둘 해제됐다.

실제 갑옷은 저리 쉽게 못 벗는다던데.

여윽시 판타지.

엘레나는 벗은 갑옷을 인벤토리에 넣으며 말했다.

“이 흑마술사가 공주님은 건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흑마술사의 말을 믿는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잘 알고 알지만 지금은 그를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엘레나 단장…? 벗지 말아요. 왜 벗는 거예요…!”

엘레나의 갑옷 아래에는 검은색 타이즈가 있었다.

상하의 나눠진 짧은 타이즈, 하의 허리춤에는 분홍색 스위치가 끼워진 상태.

얼핏 보면 스포츠브라에 드로즈 팬티를 입은 듯한 모습이었다.

엘레나는 새빨개진 귀를 파닥거리며 말을 이었다.

“벗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해요. 저는 늦었습니다. 이미 그에게 순결을 빼앗기고 범해졌습니다. 하지만 공주님은 아닙니다. 공주님은 사랑하는 이와 인연을 맺어 순결을 선물해줄 수 있습니다.”

“아, 그러지 마요. 엘레나 단장! 전 누군가의 희생으로 살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런 삶은 ‘투쟁의 탑’으로 소환되고 버렸어요!”

“더럽혀진 제 몸을 이용해서 공주님을 구할 수만 있다면….”

엘레나는 스스로 타이즈 하의를 내렸다.

탐스런 엉덩이와 튼실한 허벅지가 드러났다.

보지에서 이어진 투명한 실이 타이즈를 따라 늘어나다 끊어졌다.

애널에 삽입된 바이브레이터는 스위치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애널에서 빠져나왔다.

‘뭐징?’

나는 분명 갑옷을 벗으라고 했는데.

이 년은 왜 자기 멋대로 다 벗고 난리지?

왜 스스로 나체를 드러내는 걸까.

“엘레나…!”

이 상황을 참을 수 없는 건지, 엘리샤가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엘리샤 뒤로 물의 정령이 여럿 소환됐다.

“죽어!”

아까 전에 엘레나에게 보호받는 걸 봤으면서, 엘리샤는 충동적으로 행동했다.

그만큼 분노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유다희 때와는 전혀 다른 진실한 분노.

서로 속고 속이는 것이 아닌 순수한 분노.

물의 정령이 쏘아낸 물줄기가 나를 향해 쏘아졌다.

“으흣…. 공주님, 안 됩니다. 그를 자극하면….”

엘레나는 손쉽게 그 공격을 막아냈다.

물의 정령이 쏜 공격에, 엘레나는 물에 흠뻑 적셔졌다.

보지에서 흐르는 저 물이 애액인지 물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절대로 흑마술사를 자극하면 안 됩니다. 그가 하는 말에 따라야 해요. 그래야 엘리샤 님의 순결을 지킬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지켜낸 순결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건데요! 전 더 이상 보호받으며 살고 싶지 않습니다! 엘레나도 흑마술사에 맞서 싸우는 거예요!”

복종서약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엘리샤는 전혀 모르고 있다.

“엘로인! 엘바런! 흑마술사를 공격해요!”

엘리샤가 외치자, 엘로인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진지하게 이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나는 직접 무기를 들고 엘로인을 상대해주기로 했다.

그 때.

“커억!”

엘레나가 엘로인을 걷어 차버렸다.

엘레나에게 차인 엘로인이 다시 한 번 저 멀리 날아갔다.

이번엔 동굴 밖까지, 거의 홈런이었다.

‘?’

분명 내가 상대하려고 했는데, 존나 뭔가 이상하다.

왜 얘가 멋대로 나서서 날려버리는 거야?

엘레나는 엘리샤를 설득하려는 듯 차분하게 말했다.

“공주님. 흑마술사에게 반항하면 안 됩니다. 제 몸이, 어쩔 수 없이 놈을 보호하고 있어요. 잘못하면 엘리샤 님이 다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커흡!”

엘레나가 순식간에 움직여 엘바런을 날려버렸다.

동굴 밖으로 흙바닥을 데구르르 굴러가는 엘바런.

기절한 건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동굴 안에는 나, 엘레나, 엘리샤.

세 명만 남게 됐다.

“엘레나. 왜 자꾸 명령도 안 했는데 혼자서 움직이는 거야?”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네가 나에게, 엘로인과 엘바런을 날려버리라고 명령했잖아!”

“한 적 없어.”

아쉽다.

쟤들 있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지.

“뭐, 관객은 공주님 하나로도 충분하니까.”

“그, 그렇지…. 구경꾼은 공주님 한 분으로도 충분하다앗….”

내 앞에 선 엘레나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 *

데자뷔라는 말이 있다.

기시감이라고도 말을 하는데.

어떤 현상을 이미 겪어본 적 있는 듯이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어….’

엘레나는 장비를 나눠주면서 그런 감각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받아가는 김진우 때문에 기시감이 더 심해졌다.

‘이상해.’

김진우를 보면서 불쾌해야 정상이다.

불과 이틀 사이에 자신을 강제로 범하고 괴롭히던 남자니까.

근데.

‘이상하다고.’

김진우를 보고 있으면, 자위조차 못하고 성욕을 참던 그 시절 때로 돌아간 것처럼 아래가 근질거렸다.

애널에 삽입된 바이브레이터라도 틀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마구 샘솟았다.

“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유다희가 도망을 가고, 김진우가 본색을 드러냈다.

그 순간, 엘레나는 묘한 쾌감을 떠올렸다.

자신의 여린 보지를 강제로 꿰뚫고 거칠게 왕복하던 자지에서 느끼는 이물감.

이틀도 채 안 지났는데 몇날며칠은 지난 것 같이 멀게 느껴지는 자지의 열기.

“공주님….”

진심 반 연기 반, 엘레나는 김진우의 연극에 동참해버렸다.

그가 진심이라면, 어차피 엘리샤를 지켜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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