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화 〉
#29. 뿔은 이렇게 써야.
툭-.
왕고한의 머리가 떨어졌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사람 머리라는 게 의외로 무거운 것 같다.
왕고한이 죽어버렸다.
2층에서 나름 잘 나간다고 하는 놈도, 엘레나의 검 앞에선 평등했다.
잘 쳐줘야 3성일 플레이어가 8성 플레이어에 비빌 수 있을 리가 없다.
“여보, 빨리…. 빨리 자지잇…!”
“왜 이러는 거야, 세리?”
왕고한의 색공에 농락당하던 여자가 남편에게 매달렸다.
억지로 바지춤을 풀고 바지를 벗기려 들었다.
남자는 당황하며 여자를 밀어내려 했으나, 욕망에 잡아먹힌 여자를 이길 리가 없었다.
남자를 강제로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탄 여자.
“세리…!”
“여보, 여보…!”
억지로 발기시켜, 보지로 잡아먹었다.
허리를 흔들며 찌걱찌걱, 야릇한 소리가 들려왔다.
“좋은 밤 되길…. 엘레나, 가자.”
부부끼리 오붓한 시간을 즐기도록 두고, 우리는 상점 방향으로 움직였다.
2층은 섬 구조로 되어 있다.
비유를 하자면, 제주도 같은 느낌.
중심으로 향할수록 고도가 높아진다.
아주 천천히.
보스 몬스터는 섬 최정상 분화구에 똬리를 틀고 있는 자이언트 라바 웜.
엄청난 열기를 뿜기 때문에, 웬만한 수준으론 엄두조차 못내는 몬스터다.
하지만 괜찮다.
아이실리아가 있으니, 화이트 드래곤과 협력해서 자이언드 라바 웜을 레이드하면 된다.
2층 보스는 1층 보스와 다르게 기여도에 따라 ‘화염내성’을 습득할 수 있게 해주니까.
‘시스템’ 보정으로 이루어지는 내성 스킬은 무조건 얻어놔야 하는 스킬 중 하나다.
스슥, 스슥-.
움직이는 도중, 흙을 밀어내고 무언가가 솟구쳤다.
2층에서 주로 등장하는 단골 몬스터, 그린 웜이었다.
연두색 몸체를 지닌 거대 지렁이.
그 정도로 표현해줄 수 있다.
성인인간 정도의 크기인 녀석은 주둥이에 뾰족한 톱날 같은 이빨을 가지고 있는데, 일정 범위 안에 들어온 플레이어를 통째로 갈아먹는 습성을 지녔다.
저 아가리에 빨려 들어가는 순간, 끔찍한 고통을 느끼며 회귀하게 되리라.
차라리 토병한테 머리 찍혀 죽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하지만, 접근 자체를 안 하면 되지.”
[‘플루토의 손길’이 발동됩니다.]
원거리 딜러의 소중함을 느껴볼 수 있는 층.
현재 저장 중인 생명력이 차고 넘친다.
레벨이 높아지면서, 생명력 소비효율이 늘어서 그렇다.
검은색 손 세 개 정도는 하루 종일도 소환할 수 있다.
나는 플루토의 손길로 그린 윔을 억지로 붙잡아두고 외쳤다.
“공격! 엘리샤, 공겨어억!”
“운디네, 날카로운 창을!”
푹, 푹푹푹-!
생성된 물의 창이 그린 웜을 향해 쏘아졌고, 그린 웜은 찐득한 초록색 피를 흘리며 늘어졌다.
내 흑마술로 그린 웜의 진입을 막고, 엘리샤가 물의 정령을 소환하여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이게 현 조합에서 가장 안정적인 포메이션.
“우리 호흡 꽤 좋은 것 같지 않냐?”
“…입 닥쳐, 쓰레기.”
엘리샤는 눈을 치켜뜨며 내게 험한 말을 해댔다.
여전히 출렁거릴 정도로 커다란 가슴이지만, 셔츠는 엘프 전통 복장보다 노출도가 현저히 낮았다.
꼴리지만 꼴리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린 웜 몇 마리 잡아주고, 나무 몬스터 워킹트리도 몇 그루 썰어주고.
그렇게 상점에 도착했다.
2층의 상점은 하나만 있기 때문에 1층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넓다.
축구장 전체를 상점으로 만든 듯이.
안전지역이 아니라서 상점 안에서도 PK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했다.
“오….”
왕고한과 아이실리아의 전쟁이 유야무야된 지금, 상점 안은 기회를 노리는 하이에나들로 득실거렸다.
“빨리! 누가 오기 전에….”
“전쟁 끝난 거 아니야? 왕고한이 돌아오면 어쩌려고?”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해!”
몇몇 플레이어들이 입구에서부터 필요한 물품을 싹 쓸어 담고 있다.
‘시스템’을 통해 결제하기 때문에, 막무가내로 가져갈 순 없지만.
가지고 있는 코인만큼 구매해서 인벤토리에 넣고 있었다.
“아, 아악! 드래곤! 드래곤이다!”
우리를 발견한 님프 하나가 소리쳤다.
정확히는, 아이실리아를 가리키며 빼애액 비명을 질렀다.
“드래곤?! 드래곤이라고?”
“도망쳐! 왕고한이 졌다!”
“근데 어디로? 저 놈들이 출구 앞에 있는데?”
넓은 상점에서,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고함소리가 빗발쳤다.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하며 오합지졸마냥 출구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 넓은 상점에 출구는 하나뿐.
우르르 모여든 플레이어들이 우리 앞에서 멈춰 섰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대치한 상태.
“재밌네. 어떻게 할까?”
상점은 시스템에 의해 보호받는다.
부수거나 하는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하나 뿐인 출구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으, 으으으! 숨어! 상점 안으로 들어가!”
우리 앞에 모였던 플레이어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숨어 있다가 몰래 나가겠단 마인드.
솔직히 이 새끼들, 나가든 말든 나와는 관계가 없다.
그냥 얌전히 내보내주기 싫어서 이러는 것뿐이다.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기분.
적당히 놀렸다 싶을 때쯤 밖으로 나와, 왕고한의 집을 찾아냈다.
“딱 봐도 으리으리한 집이 왕고한 집이겠지.”
엘레나가 왕고한을 죽였다.
그 뜻은, 왕고한의 안전지역이 중립으로 넘어갔다는 의미다.
PK가 아닌 다른 기타 요소로 죽을 경우, 가지고 있던 안전지역은 공석이 된다.
엘레나는 2층 플레이어가 아니라서 PK로 취급되지 않았다.
[‘안전지역#215’ 획득!]
“오케이.”
집으로 들어가니 안전지역 소유권이 내게 넘어왔다.
먼저 넘본 플레이어는 없는 듯했다.
오두막집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근대 유럽에서나 볼 법한 구조의 집.
내부도 상점에서 구해온 가구들로 가득 차있었다.
이 정도라면, 2층에서 5년 정도 지낼 자신이 있다.
집 내부를 두리번거리며 살펴보는 엘레나, 엘리샤.
아이실리아는 경계하듯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으흐흐, 아이실리아 준비됐냐?”
“…지금이라도 나를 풀어주면 내게 보인 무례를, 전부 용서해줄게.”
“네가 생각해도 말 안 되는 소린 거 알지? 이거 봐, 너 따먹을 생각에 잔뜩 발기했다고.”
“우욱…. 이, 버러지가! 감히, 감히! 하등한 인간 주제에!”
내가 바지를 내리자, 내 아랫도리를 본 아이실리아가 헛구역질을 해댔다.
진심에서 우러러 나오는 헛구역질에,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올라왔다.
“자자…. 즐겨 봅시다.”
나는 소파로 걸어가 다리를 벌리고 거만하게 앉았다.
이 드래곤 앞에선 왜인지 이렇게 있고 싶었다.
자지가 껄떡거리며 빳빳하게 섰다.
“아이실리아.”
“놔! 놓으라고옷…!”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한 듯, 엘레나는 아이실리아를 잡아끌고 내 앞에 꿇어앉혔다.
아이실리아가 가까이 오자, 스산한 한기가 훅 풍겨왔다.
과연, 화이트 드래곤이라는 걸까.
불알이 금방 쪼그라들었다.
아이실리아는 거의 애원하듯 엘레나에게 빌었다.
잃어버린 처녀는 돌아오지 않으니, 어떻게든 벗어나려 몸부림쳤다.
“으, 읏! 엘프! 부탁이야, 한 번만 놔줘…!”
“불가능한 거 알지 않습니까. 차라리 순응하고 즐기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엘레나는 착잡하게 중얼거렸다.
“그래, 그냥 포기해.”
“닥쳐! 얼어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내 뿔에서 손 떼!”
드래곤은 뿔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누구는 명예를, 누구는 무력을, 누구는 사랑을.
아이실리아는 뿔에 어떤 의미를 담고 살아왔을까.
‘관심 없고.’
레이싱 게임이라도 하듯 아이실리아의 뿔을 잡았다.
착 감기는 그립감이 예술적이었다.
“이, 이이 버러지가…!”
뿔을 잡자마자, 아이실리아를 중심으로 냉기가 몰아쳤다.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왜…. 왜 안 되는 거야…!”
아이실리아의 기세가 순식간에 식었다.
“내가 명령했어. 그만두라고.”
“어떻게…! 난 널 죽이고 싶어. 죽여 버리고 싶단 말이야. 네 명령에 따를 이유가….”
“죽이고 싶겠지. 하지만 네 머릿속에선 나를 어떤 방식으로 죽일지 뒤죽박죽인 것 같은데?”
바로 죽이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최대한 잔인하게 ‘천천히’ 죽이고 싶다는 마음.
무의식 속에 떠도는 후자의 마음이, 아이실리아의 마법을 강제로 끊었다.
내가 죽어버리면 안 되니까.
“끄읏…! 잡아당기지 마! 놈! 냄새나는 생식기, 치우라고!”
나는 아이실리아의 뿔을 잡아당기며 내 가랑이 사이로 끌고 왔다.
잔뜩 발기한 자지에, 아이실리아가 점점 가까워진다.
‘위험해.’
아이실리아의 입 안에 삽입했다간 브라더가 물어뜯길 수도 있다.
오랄섹스는 상대방의 입에 내 약점을 맡겨야 하는 아주 위험한 섹스인 것이다.
명령을 추가해야 된다.
물어뜯지 못하도록.
“반쪽짜리 복종서약으로도 충분히 널 조종할 수 있어. 조금이나마 수긍하게 만들면, 넌 내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거든.”
오랄섹스가 하고 싶다.
그러면, 물기 어렵게 해야지.
“예를 들어, 명령 하나를 내릴게. 넌 내 손가락을 씹으면 안 돼.”
“그런 되도 않은 명령 따위…. 으웁, 픟, 퉤!”
나는 아이실리아의 턱을 받쳐 들고 그녀의 입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혹시나 해서, 물어 뜯겨도 회복시킬 수 있는 손가락으로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아이실리아는 거칠게 고개를 비틀며 내 손가락을 피했다.
하지만, 엘레나가 아이실리아의 고개를 붙잡았고, 나는 그녀의 입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응흡…! 프읏! 퉤, 퉤!”
“어때, 안 되지?”
“마음만 먹으면 찢을 수 있어! 한 번 더 하면, 물어 뜯어버린다!”
아이실리아의 입속은 따스했다.
전신이 차가운 여자가, 입 안은 따뜻했다.
분한 듯 각오를 다지는 아이실리아를 향해, 나는 피식 웃어주었다.
내 손가락에 한참을 농락당하면서도, 아이실리아는 물어뜯지 못하고 피하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못한다는 게 맞았다.
“절대 못해. 왜? 네 입 안이 더러워지거든. 추잡한 인간의 피로. 그건 싫을 걸?”
“크읏…!”
진심은 내 손가락을, 내 자지를, 뜯어버리고 싶겠지.
하지만 입 안이 더러워질 수 있다는 먼지 같은 생각이, 내 명령에 동조하며 아이실리아가 함부로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자지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손가락보다 더 더러운 느낌을 풍기는 게 성기니까.
“아이실리아, 절대 물어뜯으면 안 돼. 왜? 네 입이 더러워지니까. 이건 명령이야. 네 입이 안 더러워졌으면 좋겠거든.”
“이, 버러지 새끼! 더러워져도 상관없어! 네 놈의 더러운 생식기를, 어떻게든 잘근잘근 씹어주마! 내 입에 넣는 순간, 한 입에 물어뜯을 거야!”
“예예, 알아서 해주세요.”
[‘색공’이 발동됩니다.]
분홍빛 기운이 내 자지 끝에 몰렸다.
“색공을 쓰다니…. 인간 주제에, 그런 허접한 기술로 나를 어쩌려는….”
“왕고한이 여자상대로 어떻게 하는지 네 눈으로 봤잖아. 뭐, 1레벨이라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이실리아의 뿔을 두 손으로 잡았다.
내 자지가 아이실리아의 입에 닿도록 서서히, 아주 서서히, 뿔을 잡아 당겨 끌어주었다.
“싫어! 어머님! 어머님! 저를 구해주세요. 어머니이임! 빌어먹을, 빌어먹을! 냄새나, 싫어어어어! 으읍…!”
“흐으…. 차가워.”
아이실리아의 입술에, 자지가 맞닿았다.
입 안과 달리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래도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입 벌리라곤 안 할게. 그건 안 들을 게 보이니까.”
“븝…!”
나는 아이실리아의 뿔을 잡고 입술에 자지를 문질렀다.
마치, 채색이라도 하듯.
아이실리아에게 쿠퍼액을 칠했다.
아이실리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 버텼다.
절대 열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러면….”
“프흐, 절대! 절대 입 열지 않겠어!”
“알아서 하세요.”
“으윽…. 더러운 생식기, 치우라고…! 우욱…! 냄새…!”
입술이 아니라 아이실리아의 얼굴 전체에 자지를 문댔다.
차가운 얼음 위에 자지를 문지르는 것 같아, 뜨겁게 달아오른 자지가 식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아이실라아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내 자지가 닿은 부분만 묘하게 체온이 올랐다.
‘내가 적응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아이실리아의 얼굴에 내 체취를 남겼다.
새하얀 얼굴, 빛나는 보라색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오르며 나를 노려보았다.
“뿌리쳐도 되는데, 왜 이렇게 얌전해?”
“엘프가 붙잡고 있잖아! 우읍!”
엘레나가 아이실리아를 붙잡고 있다.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도록.
이 때다 싶어, 입에 박으려 했는데.
아이실리아가 잽싸게 입을 다물었다.
“까비.”
아이실리아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실리아의 보랏빛 눈동자는 마치 나를 비웃는 것만 같았다.
“그래, 진심으로 갈게. 엘레나, 이 년 입 벌려.”
“에, 엘프! 내 말을 좀 들어, 으급…!”
브헤에, 아이실리아가 입을 벌렸다.
억지로 힘을 써서 연 탓에, 아이실리아 눈가에 물기가 그렁그렁 맺혔다.
“제바! 제바 그마해!”
“우리 아이실리아, 주인님 자지 깨물면 안 된다?”
“시허어어!”
“싫긴, 뭐가 싫어.”
피하려는 아이실리아의 입 안으로, 뿔까지 당겨 힘차게 자지를 쑤셔 넣었다.
겉과 달리 뜨뜻한 입 구멍이 귀두를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아직 멀었다?”
“으으…!”
엘레나가 아이실리아의 턱에서 손을 떼자, 아이실리아는 자지를 머금지도 뱉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로 바들바들 떨었다.
계속 저러고 있을 순 없으리라.
나는 그런 아이실리아의 뿔을 잡고 천천히 자지를 들이밀었다.
자지가 조금씩 아이실리아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으급…!”
최대한 깊게 넣어도 자지가 남았다.
목 부분에서 가로막혀, 강제로 하려 해도 역부족이었다.
지금은 여기까지가 최선.
“후으으…. 지린다….”
아이실리아는, 콜록거리며 내 자지를 입에 머금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또르륵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