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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회귀자를 따먹음-114화 (114/681)

〈 114화 〉

#33. 결과.

아이실리아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중, 분화구에서 자이언트 라바 웜이 파닥거리는 게 보였다.

“누가 보스 잡고 있네.”

점처럼 보이는 플레이어들.

그리고 지렁이 젤리 정도의 자이언트 라바 웜.

라바 웜이 움직일 때마다 주변이 불바다가 되었다.

“가보자. 아이실리아, 저기로 내려가! 상점 줄게!”

─ 상점은 김진우가….

“김진우 상점이 내 거고, 내 상점이 김진우 거야. 그러니까 빨리!”

아이실리아는 말을 아끼고 분화구 쪽으로 하강했다.

점점 커지면서, 정확하게 보였는데.

정확히 플레이어 열 명이서 레이드하고 있었다.

유다희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숟가락 얹으러 가볼래?”

최근 느끼는 거지만, 유다희는 강해진 힘으로 무언가를 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나쁠 건 없지.’

보스 몬스터를 맛볼 수 있는 기회.

회귀자 입장에서 찍어 먹어보는 게 당연하다.

그러다 클리어 하면 달달한 보상을 받아가는 것이고.

아니면 회귀해서 테스트 결과 확인하러 가면 된다.

우리가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분화구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패닉에 휩싸였다.

드래곤 한 마리가 내려오고 있으니, 누구라도 놀라지 않을까.

“드, 드래곤…!”

당황한 플레이어들은 무시하고, 우리는 잽싸게 아이실리아의 등에서 내려왔다.

라바 웜을 레이드 하고 있는 이들은 나름 능숙하게 쏘다니고 있었다.

역할 분담까지 확실하게 하면서 말이다.

‘길드인가.’

아카데미에서 길드 오퍼를 받은 플레이어들은 적당한 지원을 받으며 탑을 오른다.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편하게 진행하는 것이다.

이들도, 2층의 플레이어라기엔 좋은 장비들을 걸쳤다.

유다희에게 말했다.

“숟가락 못 얹을 것 같은데.”

“왜?”

“길드야. 갑옷에 마크, 로브에 마크, 전부 다 같은 문양이 찍혀 있잖아.”

회귀만 믿고 움직이는 상황이라, 유다희는 보통의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전혀 모른다.

소설에서도 4층에 도착해서야 길드에 가입한다.

“길드…. 다른 길드가 잡고 있으니까,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거네?”

“도움을 구하는 게 아니라면, 괜히 시비 걸릴 수 있겠지.”

내 말에, 유다희가 잠깐 생각한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회귀할 생각이었거든? 그냥 쟤들 죽이고 라바 웜도 한 번 건드려보자.”

저기서 레이드 중인 길드를 뒤통수치고, 회귀로 런-때리자는 약아빠진 결단.

“굳.”

나는 엄지를 척 세워주었다.

원래 회귀자라는 게 다른 플레이어 등골 빨아서 크는 새끼들의 통칭이다.

국룰이라 할 수 있지.

유다희가 히죽 웃었다.

결정을 했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생명력’을 흡수합니다.]

“이 새끼들부터 죽여야 해!”

유다희가 돌진하고, 내가 생명력을 뽑았다.

그 즉시, 플레이어들이 우리를 향해 무기를 겨누었다.

쇄액-!

마력을 두른 화살이 날아왔다.

아이실리아가 내 앞에 방패를 만들어주었다.

“라바 웜 때문에, 여기선 힘쓰기가 힘들어.”

아이실리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얼음의 창을 쏘아 보냈다.

평소보다 물러 보이는 얼음들이 플레이어들을 향해 날아갔다.

드래곤이라도, ‘시스템’의 영향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한낱 용암 지렁이가 화이트 드래곤의 힘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이 새끼들, 방해하지 마라!”

거구의 트롤 하나가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해머를 휘둘렀다.

유다희는 기겁을 하며 몸을 비틀었다.

“느려.”

유다희의 검이 트롤을 베었다.

하지만, 트롤에겐 괴물 같은 회복력이 있다.

평범한 공격은 몸으로 받아내고 버텼다.

콰앙-!

자이언트 라바 웜이 불꽃을 토해냈다.

이무기의 브레스보다 훨씬 거대한 화염이 트롤 뒤에 서있던 상대들을 집어삼켰다.

“꺄아아악!”

“캐롯!”

트롤은 유다희를 견제하며 자신의 뒤를 살폈다.

놈의 입에서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 나왔다.

“캐롯?”

1층에 있을 토끼 수인이 떠오르는 이름이었다.

‘에이, 설마.’

수많은 차원에서 소환된다.

그만큼 동명이인이 많다.

캐롯이라 불렸지만, 토끼 수인이 아닐 수도 있다.

화염 속에서, 둘을 업은 채 깡충 뛰어나오는 한 플레이어.

“캐롯! 무사했구나!”

“이쪽을 봐야지, 트롤.”

“이 쓰레기 새끼들. 캐롯이, 캐롯이 죽을 뻔 했다!”

트롤의 근육들이 꿈틀거린다.

덩치가 커지기 시작했다.

침을 질질 흘리며, 트롤은 해머를 휘둘렀다.

아까보다 더 빠르고 강한 공격이었다.

“캐로오오옷! 빨리 여기서 도망쳐라!”

“고르고쉬! 흥분하면 안 돼! 보스 몬스터 앞이란 말이야! 위험하다고!”

“어쩔 수 없다!”

트롤은 작정하고 유다희에게 달려들었다.

한 방도 맞추지 못했지만, 저 자체로도 위협적이었다.

“아이실리아, 너 알아서 유다희 돕고 라바 웜 견제해.”

“넌?”

“나? 저기, 토끼 수인 얼굴 보러 가게.”

“위험하잖아. 같이 가.”

“됐어.”

아이실리아를 밀어내고, 나는 주변 플레이어들의 생명력을 흡수하며 캐롯 쪽으로 뛰었다.

[‘생명력’을 흡수합니다.]

‘라바 웜 생명력도 흡수가 되네?’

크오오오-!

“교대! 교대해줘, 고르고쉬!”

지랄발광 하는 자이언트 라바 웜.

그 아래에서 시선을 끌며 화염을 버텨내고 있는 트롤 한 마리.

이 파티에는 트롤이 두 마리나 있었다.

트롤 놈에게 라바 웜을 맡겨두고, 그림자정령을 소환했다.

“너, 1층 토끼 수인으로 변신해.”

“당근.”

“흉내 낼 필요는 없어.”

꼬물꼬물, 당근만 애타게 찾던 토끼 수인으로 변신 완료.

[‘플루토의 손길’이 발동됩니다.]

“캐롯! 캐롯!”

도망치려는 캐롯과 친구들을 검은색 손으로 붙잡아 당겼다.

우당탕탕 넘어지는 녀석들.

후위에서 견제하던 이들이었다.

다크엘프, 드루이드, 켄타우로스, 각양각색이구만.

나는 캐롯을 향해 외쳤다.

“캐롯, 너 아빠 있냐?!”

말이 잘못 나왔다.

하지만, 눈은 입보다 빠르다.

캐롯이라 불린 토끼 수인은 그림자정령을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아빠…?”

멍한 얼굴로 중얼거리는데, 귀신이라도 보는 듯했다.

옆에 있는 동료들이 오히려 시끄러웠다.

“아빠라니? 캐롯, 저 남자가 네 아버지야…? 근데 왜 PK를….”

“일단 도망쳐야 돼. 인간 하나쯤은 이길 수 있을 거야. 놈을 인질로 삼아서 가로가쉬를 구하면….”

“그, 그래. 좋은 생각이다. 빨리 움직여!”

멍청하게 주저앉아있던 캐롯은 가로가쉬라는 이름에 정신을 차렸다.

눈 깜빡할 사이에 5대2의 구도가 만들어졌다.

‘가능한가?’

라바 웜에 붙어있는 네 명이 이쪽으로 올 것 같진 않다.

아이실리아가 라바 웜을 견제해주고 있지만, 2층 플레이어 넷으론 버티는 게 전부일 것이니.

가로가쉬는 유다희에게 한참이나 밀렸다.

하지만, 가로가쉬가 매달리다시피 하고 있었다.

유다희가 가로가쉬에게 묶여 있는 상황.

내가 이 다섯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조졌네.’

뇌절.

머리가 띵하게 아파온다.

“아빠 만나고 싶지 않아?”

“안속아! 우리 아빠가, 너희 같은 쓰레기 인간들이랑 함께 다닐 리 없어!”

“물론, 여기 있는 놈은 네 아빠가 아니긴 한데….”

─ 흐흐, 내가 네 아빠일 리가 있냐?

그림자정령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위장에도, 나름의 체력을 소모해서 그렇다.

“아, 몰라. 덤벼. 씨바알!”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지면 지는 거고, 회귀해서 안 싸우면 되니까.

키에에에에엑-!

자이언트 라바 웜이 지랄발광을 해댔다.

놈은 여전히 좋은 생명력 공급원.

[‘플루토의 손길’이 발동됩니다.]

[‘환각’이 발동됩니다.]

[‘감각조작’이 발동됩니다.]

넘치는 생명력으로, 여러 흑마술들을 사용했다.

“으, 몸이 이상해. 어지러워.”

“너희 얼굴이 왜 그래? 눈이 왜 네 개냐고!”

“꺄아아아악!”

차마 캐롯을 죽이진 못하겠다.

어차피 살아난다고 태평하게 다녀놓고.

이제 와서 이러는 게 누군가의 눈에는 우스울 수 있지만, 토끼 수인의 얼굴이 떠올라서 어쩔 수 없다.

“못해먹겠네.”

병신이라 욕해도 좋다.

캐롯을 안 죽였나?

그러면 다음 회차 때 다른 놈 하나를 더 죽이는 걸로 하자.

[‘최면’이 발동됩니다.]

흑마술은 철저하게 상대를 망가뜨리기 위한 마술이다.

물리적인 위력이 약해도 정신을 파괴하는 것에 특화된 힘.

보스 몬스터에게서 무한정 공급되는 생명력을 바탕으로, 캐롯 무리를 최면 상태에 빠뜨려 재워버렸다.

“쯥….”

이제 남은 답은 하나다.

나는 자이언트 라바 웜을 향해 뛰었다.

트롤과 오우거가 나를 보며 소리쳤다.

“캐롯! 라만다! 로웬! 인간 놈! 내 전우들을 어떻게 한 것인가!”

“저기 재워뒀지.”

나는 캐롯 무리를 가리켰다.

오우거가 화르륵, 불에 타올랐다.

“크아아아아악! 화염저항 포션이 다 떨어졌다아악!”

물론, 나도.

“끼에에에에에엑! 존나 뜨거워어어어어어! 아이실리아아아아아아!”

화염저항 포션을 깜빡했다.

자이언트 라바 웜을 상대하려면, 상점에서 파는 존나 비싼 화염저항 포션을 잔뜩 사들고 와야 하는데.

그 때, 아이실리아의 마법이 내 몸을 휘감았다.

냉기가 화염을 꺼뜨리고, 식혀주었다.

“쉐엣…. 뒈지는 줄 알았다….”

“크아아아아악! 나, 나도 부탁한다아아아!”

오우거가 고통을 호소했다.

불에 타는 고통은 전투에 미친 오우거라 해도 참기 힘든 것이었다.

아이실리아가 나를 바라봤다.

‘쟤도?’

그렇게 물어보는 듯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즉시 오우거에게 냉기마법이 적용됐다.

“시원하다. 불도 붙지 않아. 이거라면, 하루 종일 놈과 싸울 수 있다!”

아까 전에 느꼈던 고통을 잊어버린 듯 오우거는 신명나게 도끼를 휘둘렀다.

자이언트 라바 웜은 덩치 큰 용암 지렁이.

화염저항 포션만 있다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상대다.

지금은 화염저항 포션 대신 아이실리아의 마법으로 때우고 있는 상태.

아이실리아의 마법을 공격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으, 더워….”

“상점 5점 줄게. 무기에 아이스 인챈트!”

“5, 5점씩이나?!”

아이실리아는 땀을 닦다 말고, 내 검에 냉기 속성을 입혀주었다.

[‘생명력’을 흡수합니다.]

“기여도 파밍 들어간다, 아가리 벌려라!”

아이실리아가 자이언트 라바 웜 레이드를 적극적으로 돕기 시작했다.

덕분에, 클리어에 대한 희망이 보였다.

트롤과 유다희가 합류하면 금방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어느새 다가온 유다희.

“뭐야? 뭔데? 왜 갑자기 보스치고 있는 거야?”

“저쪽에, 토끼 수인 딸내미 있어.”

자연스럽게, 유다희의 검에도 냉기속성이 부여됐다.

아이실리아가 싱글벙글 웃으며 인챈트를 걸고 있었다.

땀이 줄줄 흐른다.

내 몸으로 육수라도 내는 기분.

“그래서 못 죽였거든? 그거 할당량 채우려면, 보스는 잡고 가야될 거 같아서.”

“하이고…. 어차피 회귀하면 살아난다고, 막 죽이고 다녔잖아. 기준이 없어, 기준이.”

“너도 트롤 못 잡았잖아. 빨리 기여도 파밍이나 해.”

유다희는 피식 웃으며 뒤를 가리켰다.

“잡았어.”

“와….”

쿠구구구-!

라바 웜이 크게 몸을 구른다.

분화구 일대가 화염으로 뒤덮였다.

“얼음폭풍에 상점 1저어어어어엄!”

회귀할 거다.

회귀하면, 어차피 사라질 상점.

펑펑 뿌려주었다.

아이실리아는 분화구 위로 대규모 마법을 터트렸다.

화염을 향해 쏟아지는 눈꽃의 향연.

쿠에에에에엑-!

얼음에 찔리고 열기가 식는다.

이단 히트에, 자이언트 라바 웜이 거칠게 비명을 질러댔다.

벌써 10분 내내 생명력을 빨아들이고 있어.

놈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마무리! 마무리!”

아이실리아의 마법을 믿고, 자이언트 라바 웜 위로 도약했다.

[‘플루토의 손길’이 발동됩니다.]

“고무고무 총난타!”

이십에 달하는 검은색 주먹이 자이언트 라바 웜을 힘차게 두드렸다.

시뻘건 분화구 위에, 기어코 자이언트 라바 웜의 시체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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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보스몬스터 토벌정산 중…….]

[70,000코인 획득!]

[‘근력Lv.30’ ▶ ‘근력Lv.32’]

[‘민첩Lv.27’ ▶ ‘민첩Lv.28’]

[‘흑마술Lv.25’ ▶ ‘흑마술Lv.27’]

[2층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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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라바 웜이 쓰러지고, 우리 사이에는 어색한 정적이 감돌았다.

“가로가쉬는…?”

상황파악을 하던 트롤과 오우거, 오크 등은 트롤 한 마리의 전사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 범인이 우리란 것도 금방 깨달았다.

“이, 이 개 같은 놈드으으을!”

아까까진 전우였는데, 이젠 적이 되었다.

원래 적이었지만.

유다희가 태평하게 물었다.

“잡았으니, 이제 돌아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유다희는 픽 쓰러졌다.

[‘사망회귀’가 발동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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