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화 〉
#33. 결과.
반가운 얼굴들이지만, 이제 곧 미안해질 것 같아.
‘미안하다…!’
우리는 퍼스트 시티에 도착해 일반적인 진행을 한 후, 엘레나의 기억 상태를 점검했다.
“…달라진 게 없는데?”
정확히는, 이전 회차에서 있었던 일이 추가되지 않았다.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멀뚱멀뚱 서있는 엘레나를 돌려보내고.
우리는 움집으로 들어갔다.
비밀얘기 느낌으로다가.
유다희가 말했다.
“이거, 무조건 네가 연관이 돼있어야 하네. 2층으로 올라가서 아이실리아 확인해봐야 될 것 같은데?”
“뭐가 이리, 해야 될 게 많은 건지….”
한숨만 절로 나왔다.
1층과 2층을 오가며 반복하는 것도 지겹고.
3층으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지는 요즘이다.
침대에 벌러덩 몸을 던져 눕는 유다희.
다리를 휙휙 흔들며 묻는다.
“그래서 언제 먹일 생각?”
“다른 거랑 같이, 몰래 먹여야지. 그러려면….”
내가 건네면 안 마실 테니, 유다희가 먹이는 게 자연스럽다.
“네가 해야 될 것 같은데. 내가 아무리 줘봐야, 엘리샤는 땅바닥에 버릴 것 같고….”
“흐음, 그래?”
유다희의 생각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럼 오랜만에, 엘프들이랑 한 잔 할까?”
똑-!
술잔을 기울이는 듯한, 제스처를 선보이는 유다희.
음주 생각에 행복해보였다.
알코올이라….
엘프들에게 알코올을 먹였을 때가 떠올랐다.
처음 맛보는 좆같은 맛에, 다들 인상을 찌푸리며 찡찡거렸지.
“나쁘지 않네.”
회귀하는 바람에 없었던 일이 되었지만.
다시 한 번 반응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술에 정액 섞으면, 와…. 절대 모르겠네.”
“그치?”
유다희는 일말의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 듯했다.
나는 벌써 이렇게 미안한데 말이야.
‘엘로인, 엘바런. 미안하다…!’
만약, 회귀자라는 새끼들이 나한테 자기 정액을 먹인다?
나였으면 바로 회귀자 살인 프로젝트 들어간다.
해가 저물기 전까지, 적당히 시간을 보냈다.
같은 베개를 베고 시답잖은 잡담이나 나누면서, 아직은 머나먼 미래를 떠올렸다.
“탑 밖으로 나가면, 진우 넌 뭐하면서 살고 싶어?”
유다희는 왼손 약지에 낀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 거세게 빛나고 있었다.
“일단은 집부터 가야지. 전역 했으니까.”
벌써 반 년 전 이야기다.
이 소설이 완결난 지도 반년.
마지막 화를, 폰 받자마자 봤었다.
후임들의 도열 그리고 가장 힘찼던 경례.
위병소를 나설 때 느꼈던 그 감정은 죽기 직전까지 못 잊을 것 같다.
나와 함께 전역하는 알동기를 마중 온 여자친구….
“아, 깨질 줄 알았는데.”
“뭐가?”
나 군대에 있을 때로 시작해서, 온갖 상담을 해줬던 일, 마지막 위병소에서 그 놈 여자친구와 인사하며 부러워했던 일까지.
지루하다면 지루했을 얘기를 끝내니, 유다희가 나를 빤히 바라봤다.
“이제 부러워 할 필요 없겠네.”
“…많이 뻔뻔해진 것 같은데.”
“크큭, 부끄러워하기는.”
유다희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내 하반신 쪽으로 갔다.
“됐고, 자지나 꺼내. 애들 먹일 정액 짜야 돼.”
“…짠다고 하니까 좀 민망하다. 내가 젖소도 아니고.”
“그럼 뭐라고 말해?”
나는 따로 대답하지 않고 바지를 내렸다.
“그냥 네가 벗겨서 할 수 있지 않나? 왜 맨날 나보고 벗으래?”
“네가 직접 벗는 게 보기 좋아. 주섬주섬 내리는 그 모습이, 너무 흥분되거든.”
유다희는 인벤토리에서 콘돔을 꺼냈다.
“그건 왜?”
“이거 끼워놓고 싸면 끝이잖아. 훨씬 수월하겠지?”
“올…. 유다희 개똑똑해.”
내 자지에 콘돔을 씌운 후, 유다희가 내 자지를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입으로 빨고 손으로 훑으면서, 정액을 짜내기 위해.
“고무…. 퉤퉷. 역시, 고무는 나랑 안 맞아.”
입으로 빨아주는 건, 얼마 안가 그만뒀다.
유다희의 손으로만 이루어지는 딸딸이.
챱챱챱챱-.
“쌀 것 같아….”
“싸. 콘돔 있으니까 괜찮아. 아, 그래도 이게 더 낫겠다.”
유다희 엉덩이를 부여잡고 사정했다.
뷰륵-. 뷰릇-.
그 순간, 유다희가 귀두를 물었다.
마치, 입에다 싸는 것처럼.
스윽-. 스윽-.
사정이 끝난 뒤에도, 요도 안에 남은 정액을 짜내듯 자지를 세게 훑어주었다.
“좋은 사정이었다.”
“이 정도로 되려나? 1인당 1사정, 그러진 없겠지?”
“에이, 설마요. 괜히 불안한 말 하지마세요.”
만약 그렇다면, 개고생도 이런 개고생이 없다.
유다희는 콘돔 하나를 더 뜯었다.
“아냐. 혹시 몰라.”
“아이고, 귀두야….”
“차라리 지금 세 번 싸는 게 편해. 너도 그렇지?”
나는 아무 말 않고 유다희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렸다.
새롭게 끼워진 콘돔.
그 자리에서 두 번이나 더 사정했다.
정액이 채워진 콘돔 세 개.
유다희가 자랑스레 들어보이니, 뭔가 야릇한 느낌이 확 풍겼다.
“이건 나중에, 술자리에서 엘프들 소주잔에 타둘게. 엘레나한테 부탁해두면 더 수월할 거야.”
인벤토리로 사라지는 콘돔들.
밖이 적당히 어두컴컴해질 타이밍에, 엘프들에게 찾아갔다.
엘프들은 상점에서 먹을 것을 고르고 있었다.
유다희는 엘프들에게 다가가 오늘밤 알코올 대잔치를 벌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당연히 찬성인 엘리샤, 그리고 나머지 졸개들.
답은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이 시간대 퍼스트 시티는 사냥에서 돌아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동료를 잃어 슬퍼하고 의외로 대박을 건져 기뻐하는, 평범한 플레이어의 반응들.
같은 코인으로도 사용법이 각자 다르다.
누구는 아껴서 장비를 맞추고, 누구는 하루 욕망을 푸는데 쓴다.
우리는 대형 움집 주점으로 향했다.
거주용 움집에 여섯이나 들어가는 건 뇌절, 좁아서 술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그나마 넓은 공간은 이 주점 뿐.
외관은 병신이어도, 내부는 그럴싸해서 나쁘지 않다.
“우리 차원 인간들이 어떤 술을 마시는지 보여줄게.”
유다희는 초록색 병을 깔아뒀다.
투명하게 빛나는, 속이 쓰릴 뿐인 알코올.
“가보자.”
병을 홱홱 돌리고 깔끔하게 딴다.
유다희는 능숙한 솜씨로 잔들을 채웠다.
“와아, 멋있어.”
엘리샤가 병신처럼 박수를 쳐댔다.
아마, 진짜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에 비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소주를 바라보는 엘로인, 엘바런.
“냄새가 이상합니다….”
아릿한 알코올 향에 눈살을 찌푸렸다.
“마셔보면 또 달라. 향은 이래도, 달단 말이야.”
유다희가 잔을 들었다.
엘프들도 따라서 들었다.
짠-.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다.
“캬흐으…!”
유다희는 소주를 단숨에 삼키고 기분 좋은 듯 해맑게 웃었다.
술 하나로 저렇게 행복해하니, 너는 진정 주당이 맞구나.
술자리는 계속되고 유다희나 엘레나를 제외하면 적당히 취한 상태.
엘리샤, 엘로인, 엘바런은 코리아 알코올의 매운 맛에 훅 가버렸다.
제정신이 아니란 소리다.
마시고 있는 게 소주인지 정액인지도 모르겠지.
“엘레나 씨, 잠깐만 나가서 얘기 좀 할래요?”
“아, 알겠습니다. 다희 님.”
유다희가 엘레나를 끌고 나갔다.
회귀 관련해서, 정액을 먹이기 위해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적당히 시선을 끌어주고 소주에 정액을 타주면 끝.
“아하하, 엘리샤 공주님. 정령이 왜 그렇게 작은 겁니까. 정령이라 하면, 아주 크고 더 커야 되는데.”
“나도 몰라! 하지만, 작은 정령이 백이라면 어떨까!”
“백이라니, 엘리샤 공주님 대단하십니다!”
테이블 위에 손톱크기만한 물의 정령들이 통통 튀어 다니면서 군무를 춘다.
손가락으로 꼭두각시 인형을 다루듯, 엘리샤는 물의 정령들을 조종하고 있다.
광대에게 박수를 보내듯 엘로인 엘바런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지들이 모시는 공주님이라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각자 반병도 안 마셨으면서 벌써 끝을 보이다니.
엘프들은 알코올도 못 마시는구나.
멍하니 머저리들을 구경하다 보니, 유다희와 엘레나가 슬그머니 자리에 앉았다.
어째선지 엘레나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기대감, 이라고 해야 할까.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몽실몽실 피어올랐다.
“자자, 마시자! 마시고 죽자아!”
유다희가 텐션을 올렸다.
엘프들은 병아리처럼 잔을 갖다 댔다.
“감사합니다, 다희 님!”
엘로인이 격한 감사를 표현하며 두 손으로 공손히 소주를 받았다.
유다희에게 배운 음주예절을 몸소 실천, 과장된 제스처를 취했다.
“저도 한 잔 감사합니다!”
이에 질 수 없다는 듯 엘바런도 잔을 내민다.
엘리샤가 꺄르륵 웃어재낀다.
지랄염병을 떠는 엘프들.
그 사이, 엘레나가 작업에 들어가고 있었다.
인벤토리에서 뚜껑이 따져 있는 소주병 하나를 꺼내 자연스럽게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어찌나 빠른지, 집중하지 않았다면 엘레나의 행동을 전혀 예상치 못했을 정도.
‘시바….’
소주병 안에 희멀건 무언가가 떠다닌다.
누가 봐도 심상치 않은 비주얼.
한 잔, 두 잔, 그리고 유다희가 정액이 담긴 소주병을 쥐었다.
엘리샤, 엘로인, 엘바런의 소주잔에 정액이 포함된 알코올이 따라졌다.
“마셔! 마시자아!”
엘리샤가 잔을 높게 들었다.
미친년.
“엘리샤, 잘 마시는데? 대단해!”
유다희는 히죽 웃으면서 그에 맞춰주었다.
놀리는 뉘앙스가 풀풀 풍겼지만, 알게 뭐람.
엘레나는 죄책감 비슷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지 공주님이 내 정액을 먹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
“짜안!”
꼴깍-. 꼴깍-.
엘프들이 술을 비웠다.
미션 클리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끝났다.
회귀해서 결과를 확인하면 된다.
나는 유다희를 빤히 쳐다봤다.
회귀 안 하냐, 라는 생각을 담아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러나 유다희는 내 시선을 외면했다.
술에 잔뜩 취한 듯 깔깔 웃으며 엘프들과 놀았다.
‘뭐지….’
오늘 회귀할 생각이 없는 건가?
지금 유다희는 평범하게 술자리를 즐기는 대학생처럼 보였다.
의외네.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다.
기절하듯 뻗은 세 엘프를 엘레나가 움집에 눕혀두고 왔다.
나 유다희 엘레나.
유다희는 곧 죽기 일보직전인데 비해, 엘레나는 비교적 멀쩡해보였다.
“이제 슬슬 돌아가자. 다희 님도 취, 취한 것 같으니까….”
“으응…. 시러어….”
떼쓰는 애새끼.
딱 그 꼴이다.
술자리의 하이라이트.
이 장면을 마주하는 순간, 나는 승리자가 된다.
나는 유다희에게 다가가 일으켜 세웠다.
“안 하던 앙탈부리면 호온, 난다. 분명히 업어 친다고 말했으니까.”
“더 마실 거야…!”
유다희가 크게 몸을 비틀었다.
쿠당탕-!
나는 유다희의 힘을 제어하지 못하고, 바닥에 뒹굴었다.
내 상태도 말이 아니라서, 유다희를 챙겨줄 힘이 없었다.
뒈질 것 같단 말이야.
항상 유다희가 항상 챙겨줬었다.
내가 챙겨줄 기회 따위 있을 리가 없다.
“우욱….”
구토감이 훅 올라왔다.
잽싸게 토할 장소를 찾아보지만 마땅한 곳이 없다.
“시바….”
가까스로 삼켰다.
너무 좆같아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다희 님 눕혀두고 올게.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엘레나는 유다희를 둘러메고 주점 밖으로 나갔다.
나는 얌전히 앉아서, 엘레나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내가 왜?’
나도 혼자서 걸어갈 수 있다.
오늘만큼은, 유다희를 이긴 남자인 것이다.
나는 벌떡 일어나 계산을 때려 박았다.
용돈 겸 가지고 있는 코인을 다 털어내야 했다.
어차피 회귀할 거니까!
“안녕히 가십쇼.”
직원의 인사를 들으며, 주점 밖으로 나왔다.
사방에 널린 움집을 보고 있노라면, 숨이 턱 막혀오는 기분이다.
원래는 빛나는 간판 아래에 서있어야 하지 않나?
왜 타닥타닥 타오르는 횃불 밖에 안 보이는 겨?
비틀비틀 흔들리는 걸음을 이끌고 최고급 움집으로 향했다.
간혹 시야가 암전되면서 기억이 끊기는 구간이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움집 안 침대 위에 누워있다.
“쉐에엣…. 역시 내 술버릇, 집 하나는 잘 찾아온다고오!”
움집 안은 유다희의 냄새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하지만 이불, 낯선 이불.
처음 보는 베개.
“여기 뭐야…. 어딘데.”
잘못 찾아온 것 같다.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하니.
“엘레나?”
금발 귀쟁이가 나를 가로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