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화 〉
#37. 대가.
모락모락, 후끈한 열기가 몰려왔다.
축축하게 젖어가는 가슴팍을 보며, 한 가지 생각밖에 안 들었다.
‘임신했나? 임신한 건가?’
하지만 그 생각은 얼마안가 사라졌다.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가능해?’
복종서약으로 배란 자체를 막아뒀다.
엘레나는 임신할 수 없다.
찌르르-.
모유, 한 캐릭터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히카리…!’
남성위로전문가.
모유수유플레이의 무녀.
그 년이라면 임신하지 않고도 모유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 방법을, 엘레나에게 알려주었다면.
엘레나 또한 모유를 만드는 게 가능해진다.
‘근데 그걸 왜…?’
아마 엘레나가 올라가서 배우고 왔을 가능성이 크다.
왜?
이유를 모르겠다.
소설 내에서 히카리는 상처받은 남성들을 위로해준다고만 했다.
그래서 소다희는 히카리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S끼가 다분한 소다희에게, 제법 진심인 히카리의 마망플레이는 정반대의 취향이었다.
물론, 나는 환영한다.
내 수비범위는 누구보다 넓다고 자신하기에.
“아. 아….”
어깨를 주무르면서 천천히 손을 아래로 뻗었다.
엘레나는 옅게 신음을 흘렸다.
날 선 눈으로 나를 흘겼지만, 내 손을 쳐내거나 하진 않았다.
부드럽게 내 손길을 받아들였다.
엘레나의 젖가슴을 주물렀다.
“아으…. 뭔가, 더 민감해졌어.”
블라우스는 더욱 진하게 물들었다.
달달한 냄새가 짙어졌다.
“엘프 모유라…. 호강하게 생겼네….”
“누, 누가 먹여준대?”
“엘리샤…. 는 모유가 안 나오겠구나.”
“이 쓰레기가, 이젠 그냥 막 말하는구나? 으응…. 이제 그만….”
엘레나가 내 손을 밀어냈다.
밀어내고 다시 잡아당겼다.
“안에, 안에 가서 해…. 다 설명해줄 테니까….”
* * *
‘뭐야?’
유다희는 창문을 통해 김진우의 수련을 유심히 지켜봤다.
공허의 돌을 가지고 놀다가, 엘레나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다시 가지고 놀다가, 엘레나의 가슴을 주물러주고.
‘갑자기 가슴은 왜 주무르는데?’
서로 달라붙어서 무어라 속닥거리더니, 엘레나가 김진우를 집으로 이끌었다.
수련하다말고 떡치러 가는 그림이었다.
유다희는 멍하게 시간을 보냈다.
의욕이 없어서 수련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제 겨우 이틀째인데, 욕구가 감당 안 될 정도로 커져가고 있었다.
차라리 몰랐다면, 이렇게까지 안절부절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투쟁의 탑’에 소환되기 전, 소환되고 난 후, 성욕 때문에 미치거나 한 적은 없었으니까.
최근 두 달 동안 이렇게 돼버렸다.
김진우와 매일 뒹구는 바람에 그의 자지에 길들여졌다.
하루라도 건너뛰면 자궁이 김진우의 자지를 간절히 바랐다.
김진우에게는, 사람을 미치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짜증나아아아!’
김진우와 엘레나는 둘이서 무얼 하고 있을까.
섹스하고 있겠지.
방해하는 사람도 없으니, 질펀하게 찌걱찌걱 박고 있으리라.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하늘이 거뭇거뭇해졌다.
똑똑똑-.
─ 다희 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폐인처럼 누워있는 유다희 앞에, 엘레나가 사뿐사뿐 걸어왔다.
“엘레나 씨….”
“다희 님, 여기 두고 가겠습니다.”
엘레나는 유다희의 상태를 확인한 후 물러났다.
옆에 있으면 안 되겠다, 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영상은 조금 그래….’
생각하기에 따라 평소보다 더 찐득했다.
엘레나 자신이 그런 짓을 했다는 것에 놀랐을 정도로.
엘레나는 얼굴을 붉히며 방에서 빠져나갔다.
엘레나가 나가고.
유다희는 자연스럽게 크리스탈에 손을 올렸다.
보는 순간 후회할 것을 알지만, 볼 수밖에 없었다.
“뭐야…?”
영상이 시작되고, 유다희는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블라우스를 벗은 엘레나의 젖꼭지에서 새하얀 액체가 흐르고 있었으니까.
“모, 모유…?”
엘프의 모유는 점성이 없는 새하얀 액체였다.
엘레나는 모유를 흘리며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김진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잔뜩 발기한 자지를 덜렁거리며 엘레나에게 기대듯 누웠다.
─ 목 괜찮아? 안 불편하지?
─ 편해. 나쁘지 않아.
엘레나는 김진우의 머리를 받쳐 자신의 가슴 앞에 갖다 댔다.
그리고 남은 손으로 김진우의 자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 쮸읍-. 쮸읍-.
찌극. 찌극-.
─ 아응…. 이거 느낌 이상하다….
김진우는 엘레나의 손길을 느끼며 모유를 빨아먹었다.
쯉쯉, 유두를 빠는 김진우의 모습을 엘레나가 부끄럽게 바라보았다.
“…….”
엘레나는 김진우를 아기처럼 다루고 있었다.
젖을 물리면서 자지를 만져주었다.
그 모습에서, 야릇하고도 낯선 괴리감이 느껴졌다.
─ 엘프 모유는 어때, 맛있어?
─ 쮸읍-. 츄릇-.
엘레나는 웃으면서 물어봤고, 김진우는 답도 않고 젖꼭지를 빨았다.
다급하게 빠는 모습은 비언어적 대답으로 충분했다.
찌걱-. 찌걱-.
엘레나의 손이 점차 빨라졌다.
모유에 열중하던 김진우가 젖꼭지에서 입술을 떼고 중얼거렸다.
─ 쌀 거 같아.
─ 이제 집중해야 해. 체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네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거야.
─ 알았어.
찌걱-. 찌걱-. 찌걱-.
─ 그렇다고 너무 세게 주무르진 말고…. 아응….
김진우는 엘레나의 젖가슴을 물고 빨았다.
흘러넘치는 모유를 마시며 사정했다.
푸슛-. 푸슛-.
순간, 김진우의 몸 안에 있던 마나가 소용돌이쳤다.
아래로 익숙한 마나가 빠져나가고, 위로 낯선 마나가 들어왔다.
엘레나의 마력은 김진우가 내버린 마력보다 진하고 강하며 유연했다.
‘이거….’
뷰륵-. 뷰르르릇-.
김진우의 눈이 팽팽 돌아갔다.
띠링-! 띠링-!
올라가는 수치에 눈을 떼지 못했다.
─ 아으응…. 그렇게 급하게 먹을 필요 없어, 많으니까 살살 좀 빨아아…!
엘레나는 김진우의 머리를 끌어안고 칭얼거렸다.
그만큼 김진우가 격하게 빨고 있었다.
“김진우….”
유다희는 섹스가 하고 싶어졌다.
그게 안 된다면, 아기처럼 매달리는 김진우를 보며 자위라도 하고 싶다.
‘이걸 보고 참으라는 건, 너무한 거 아니야?’
유다희는 김진우가 자신의 이런 취향을 모른다고 알고 있다.
사실은 다 알고 있지만, 김진우는 유다희에게 네토라세를 아는 척 하지 않았다.
─ 엘프 모유…. 뭐라고 해야 하지? 따뜻하게 데운 우유 느낌이야. 설탕 엄청 뿌려서 달달한….
김진우는 엘레나의 젖가슴에서 입을 뗐다.
김진우 입술 주변에 새하얗게 묻은 모유.
─ 어린 애도 아니고 뭘 이렇게 묻히고 먹어? 인간은 나이를 먹어도 덩치만 크는 건가?
엘레나는 자연스럽게 김진우의 입술을 닦아주었다.
─ 덩치만 크진 않지. 자지도 커지거든.
─ 꺄악!
얌전히 입술을 내어주던 김진우는 잽싸게 엘레나를 안아서 들었다.
연약한 비명을 내지르는 엘레나.
─ 갑자기 왜 이러냐? 드래곤 위에서 떨어져도 티 하나 안 나면서.
─ 나, 나라고 우아아앙! 그러고 다니는 건 아니거든?
김진우가 퉁명스럽게 말을 하자, 엘레나는 발까지 버둥거리며 자신의 여린 면을 어필했다.
“우, 우욱….”
김진우는 눈치 채지 못했지만, 유다희의 눈에는 보였다.
애교 아닌 애교를 어색해 하는 엘레나가….
─ 됐고, 오늘 제대로 수련해보자. 어디에 싸든, 싸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그치?
김진우는 엘레나를 안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부터, 영상이 없었다.
상상에 맡기겠다는 듯.
‘이게 다야?’
엘레나가 크리스탈을 하나만 두고 갔다.
‘아니지. 이건 아니잖아. 거래 조건은 분명 스킨십 영상을 남겨주는 건데, 깐프 년은 왜 이따위로….’
영상은 다시 한 번 재생되고 있었다.
엘레나는 김진우에게 모유를 먹이고, 김진우는 젖을 받아먹으며 대딸을 즐겼다.
그리고 사정했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우, 웃어? 이 깐프 년이…!’
방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 분명히 웃었다.
입 꼬리가 기분 좋게 올라간 웃음.
자신을 찍고 있는 크리스탈을 보며, 엘레나는 웃고 있었다.
유다희는 참지 못하고 엘레나에게 찾아갔다.
쾅쾅쾅-.
“엘레나 씨. 잠깐만 저 좀 봐요.”
금방 반응이 나왔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엘레나가 문을 열어주었다.
“다희 님 표정을 보아하니, 나쁘지 않았나 봅니다.”
“예?”
“상상을 자극하는 마무리, 나름 괜찮지 않습니까? 안방으로 들어가서 무슨 짓을 했을지…. 가슴이 긴장되고 떨리면서 찢어질 것 같은….”
유다희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간파의 가호로 확인한 결과, 엘레나는 진정으로 자신을 위해주고 있었다.
유다희가 최고로 느낄 수 있게 최선의 네토라레를 보여주려 노력했다.
말을 잇지 못하는 유다희를 보며, 엘레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만, 할까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거래를 끝내고, 평범하게 지낼까?
그렇게 묻고 있는 것이다.
‘뭐, 원래대로 돌아가면? 바뀌는 게 있어?’
없다.
유다희는 이미 네토 성향을 각성해버렸다.
일편단심 순애보를 보여줘도, 김진우를 의심하며 망상에 빠지리라.
“다희 님…?”
“엘레나 씨, 진우랑 내기하고 있죠?”
“예, 뭐…. 저번이 처음이었지만, 가끔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엘레나는 김진우를 상대로 승리한 전적이 있다.
멍청한 김진우가 그녀와의 승부를 받아들였기 때문.
‘만만한 조건이 들어오면, 분명 또 내기를 할 거야.’
그렇다면, 꿈과 희망을 엘레나에게 걸어보는 건 어떨까.
“부탁이 있어요, 엘레나 씨.”
“뭐든 말씀해보십시오.”
“나중에 혹시라도 진우랑 내기를 하게 돼서 이겨버리면….”
몇 번이고 망설이다가, 유다희는 자존심을 굽혔다.
“저 좀 풀어주세요. 제발,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자위하고 싶다.
섹스하고 싶다.
‘나도 김진우랑….’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
다들 재밌게 새로운 섹스를 즐기는데, 자신만 못 즐기는 게 화가 났다.
유다희의 눈이 살벌하게 빛났다.
인벤토리에선, 아직도 개목걸이와 정조대가 온기를 품고 있었다.
* * *
수련은 계속 됐다.
엘레나의 마력을 흡수하는 수련이라, 효율 자체가 장난 아니었다.
고작 일주일 지났을 뿐인데, 벌써 14레벨이나 올랐으니.
내가 천재라도 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응애, 나 애기 진우.”
“아, 그것 좀 하지 마. 변태쓰레기야.”
하루라도 처먹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기 시작했다.
수련 중에 챙겨먹는 간식 같은 느낌.
내가 엘레나에게 조교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엘레나의 젖가슴을 물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수련이야. 수련이라고.’
꺼림칙한 기분을 애써 지웠다.
이것처럼 효율 좋은 수련은 없으니까, 안 할 순 없다.
내가 다시 기대어 눕자, 엘레나는 능숙하게 내 머리를 받치고 젖가슴을 물려줬다.
원래 아기들은 젖을 빨 때 아플 만큼 세게 빨아재낀다고 하는데.
엘레나 같은 경우, 인위적으로 생산되는 모유라서 세게 물지 않아도 쭈욱쭈욱 잘 나왔다.
쮸쮸바 빠는 느낌으로다가 쯔왑쯔왑.
사정하고, 마력을 흡수한다.
[‘마력Lv.44’ ▶ ‘마력Lv.45’]
“목표치 달성!”
마력 45레벨.
당장 자이언트 라바 웜에게 달려가도 부족하지 않은 수치.
하지만, 근력과 민첩이 한참 모자라다.
마력 성장을 멈추고, 근력과 민첩을 키울 시간이다.
“가끔 먹고 싶어지면 와서 먹어도 좋아.”
“뭐요?”
“나도 젖 물리는 게 너무 익숙해져버려서, 안 먹어주면 허전할 것 같거든.”
엘레나의 젖가슴 주위로 마력이 순환했다.
인위적인 모유생산을 멈춘 것이다.
줄줄 흐르던 모유가 어느 순간 뚝 멎었다.
나는 한 줄기 맺혀 있는 모유를 삭 훔쳐 먹고 일어났다.
“다희는 아직도 포기 안 했대?”
“응. 나보고 꼭 이겨달라고, 어젯밤에도 부탁하고 갔어.”
“그 유다희가, 자위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처절한 유다희의 모습에, 내 가슴이 미워졌다.
당장 마나의 맹세를 풀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일주일은 적다.
적어도 이주일은 버텨야하지 않겠어?
‘훈련소도 4주인데 말이야.’
그래도 아예 해결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제대로 전해준 거 맞아?”
“자위가 자기위로의 준말이라는 거?”
“어.”
자위는 자기위로의 준말이다.
그 말은 즉, 남이 위로해주면 상관이 없다는 의미다.
‘섹스는 안 되지만.’
실금하는 유다희를 떠올리니, 절로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