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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회귀자를 따먹음-279화 (244/681)

〈 279화 〉

#76. 5성.

티타니아에게 잔뜩 사정한 이후, 아래가 많이 찝찝해졌다.

자지는 애액과 침으로 범벅이었고 몸은 땀으로 젖어있다.

물을 톤 단위로 준비해왔으나, 시설이 열악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쯥….”

이제 슬슬 샤워시설을 만들어야지.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바깥에서 꺄르륵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막 티타니아를 내보낸 참인데, 티타니아가 해맑게 웃고 있었다.

─ 와, 여기서 씻으면 되겠네!

내 신경을 잡아끄는 문장이 훅 튀어나왔다.

씻으면 돼? 어디서?

나보다 먼저 간이샤워시설이라도 만든 모양.

유다희가 아이실리아를 데려간 이유를 대강이나마 알 것 같았다.

슬쩍 바깥으로 나왔다.

여자들이 쓰는 천막 옆에 작게나마 부스가 세워져 있었다.

“오….”

유다희는 아이실리아를 통해 물을 공급하는 샤워부스를 만들었다.

화이트 드래곤의 권능이 빙 속성 마법들이지만 수 속성도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다.

그 점을 응용한 것이다.

나는 여자들에게로 다가갔다.

아이실리아를 고생시키지 않아도 되는 더 편한 방법이 있으니, 그것을 공유할 생각이다.

대신 만들어진 뼈대를 함께 쓰는 걸로.

‘빨리 씻고 쉬어야지.’

얼마 안 남은 휴식시간을 샤워부스로 낭비할 순 없다.

“왜 왔어?”

“크흠흠.”

유다희가 나를 발견하곤 물었다.

이상하게 경계심이 느껴졌다.

어쩐 일이야.

오면 안 될 곳이라도 온 기분이었다.

“그렇게 말고, 더 편한 방법이 있는데.”

“…어떻게?”

유다희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훑어봤다.

노골적인 적대감.

자신들이 만든 샤워부스를 지키려는 것이다.

‘왜 이래?’

당황한 것을 애써 가리고, 인벤토리에서 물탱크와 양수기를 꺼냈다.

얼핏 겉핥기식으로 들은 거라 제대로 된 명칭은 기억나지 않으나, 연결하고 작동하는 것쯤은 할 수 있었다.

내 군복무 경험을 살려 간이샤워부스를 약간 보강했다.

“…오, 고마워.”

스위치를 올리는 것으로 호스를 따라 물이 이동, 물을 뿜어낸다.

해바라기 샤워기처럼 물이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니 보다 편하게 몸을 씻을 수 있다.

유다희도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은근슬쩍 유다희에게 말했다.

“여기에 샤워부스 만들어뒀으니까, 우리 ‘같이’ 쓰면 되겠다. 그치?”

“…같이?”

유다희가 꺼림칙한 표정으로 나를 흘겨본다.

불만 가득한 얼굴, 내가 왜? 라는 감정이 넘실거린다.

“텐트는 따로 쳤는데, 샤워부스는 같이 써?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유다희는 실소를 흘리며 나를 비꼬았다.

결국 말하고 싶은 건 그거다.

왜 천막 따로 쳤어?

‘시발….’

할 말이 없다.

개인공간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두 개를 펼친 건데.

“남녀칠세부동석….”

“…지랄…. 어머, 말실수.”

“…….”

실수였다는 듯 입술을 가리는 유다희.

절대 실수가 아니었다.

고의로 지랄이라는 말을 내지른 것이다.

‘입이 험해….’

나도 만만치 않지만, 원래 안 그랬던 유다희가 저러니 확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 같이 쓰자, 써. 텐트는 같이 쓰기 싫어서 따로 쳤지만, 샤워부스는 함께 쓰자고. 응? 좋네, 좋아. 아주 좋아.”

“…….”

“쓰려고 왔지? 먼저 써.”

유다희는 기관총처럼 쏘아대고 제 천막으로 가버렸다.

아이실리아는 유다희를 따라갈 생각도 못한 채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일단 씻을래.”

“주인님, 같이 씻을까요?”

“저리 꺼져, 좀.”

“힝.”

티타니아와 아아실리아를 보내고, 샤워부스에 들어갔다.

물줄기가 센 편은 아니지만, 흐른다는 점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옷을 벗어 옆에 걸어두었다.

인벤토리에 여벌옷을 챙겨왔기 때문에, 입었던 것은 버리든가 할 생각이다.

부스럭-. 부스럭-.

누가 부스 옆에서 부스럭거렸다.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차마 묻기도 뭣하다.

어련히 알아서 가지 않을까.

스륵-.

“…….”

다 씻고 나가는 중, 걸어둔 옷을 확인했다.

속옷이 사라져 있었다.

셋 중에 누구인가.

도대체 누가, 굳이 내 팬티를….

찾지 말자.

괜히 시간 버릴 수도 있으니까, 빨리 가서 잠이나 자자.

시련 중에 미리 자두지 않으면 언제 잘 수 있을지 모른다.

티타니아 찬스가 언제까지 통할지도 모르고.

나는 몸을 간단히 닦고 샤워부스에서 나왔다.

여자 천막 입구에서 펄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감시라도 당하는 기분이다.

천막으로 돌아왔다.

천막 안이 어딘가 낯설게 느껴졌다.

‘저 향초는 뭐야?’

은은한 불꽃을 피어낸 향초가 묘한 향기를 풍기며 타고 있었다.

모락모락 피어난 향기는 천막 안을 가득 채웠다.

어딘가 모르게 몸이 나른해지는 느낌.

“읏챠….”

티타니아랑 떡치느라 난장판이 된 침대를 인벤토리에 넣고, 새 침대를 꺼냈다.

싱글 베드는 차고 넘칠 정도로 가지고 있다.

겸사겸사 잠옷도 꺼내 입었다.

[05:02:15]

다섯 시간 여유가 있다.

푹 자고 일어나서 웨이브를 마주하는 걸로.

나는 침대에 몸을 맡겼다.

푹신푹신한 잠자리, 슬그머니 잠기는 눈꺼풀.

“…….”

스륵-.

삐걱-. 삐걱-.

잠결에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 효과가 약한 거 같은데…?

“………뭔 소리야….”

누가 바지를 벗기고 팬티를 내린다.

몸이 너무 나른해서, 일어날 기운이 없다.

─ 자장, 자장, 우리아가….

“………?”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리는 손길.

부드러운 목소리에, 내 정신은 더욱 깊은 수마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일어나, 김진우!”

“아으…!”

누군가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뜨니,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유다희가 보였다.

시간을 확인했다.

[12:50]

약 10분밖에 안 남은 상황이었다.

다섯 시간이 눈 깜빡할 사이에 사라졌다.

그래도 몸은 가볍지 않을까.

기대감을 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너무 무겁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가 않다.

“이야…. 몸이….”

그에 비해 앞에 있는 유다희는 아주 잘 잤나보다.

뽀송뽀송하니, 꿀 같은 휴식을 즐긴 듯했다.

유다희가 피식 웃으며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야, 속옷은 좀 입고 자라. 왜 벌거벗고 있는 거야?”

“…….”

찬바람이 내 연약한 피부를 스쳐지나갔다.

불알이 마구 쪼그라졌다.

“분명히 입고 잤는데….”

묘하게 아랫도리가 찝찝하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바지를 찾아 입었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어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빨리 나가자. 시간 얼마 없어.”

유다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계속 히죽 웃으면서 밖으로 나갔다.

천막 밖에는 티타니아와 아이실리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의 휴식이 제법 도움이 된 듯 다들 표정이 나쁘지 않았다.

10분의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네 번째 몬스터 웨이브가 몰려옵니다!]

성벽에 서서 통로 너머를 지켜봤다.

두두두두-.

이전 웨이브보다 훨씬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린스킨이지만 고블린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

우월한 번식력과 강력한 근력으로 여기사들에게 공포로 새겨진 존재!

쿠어어어어!

오크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쟤네도 가능하냐?”

오크하면 수컷, 당연히 티타니아에게 물어봤다.

“네, 될 것 같아요. 주인님.”

고추가 달려있다면, 서큐버스 퀸의 힘을 이겨낼 수 없다.

근본적인 문제였다.

티타니아가 힘을 발휘하고, 오크들이 광분하기 시작했다.

서로에게 도끼를 겨누고 휘둘렀다.

고간을 가리고 있는, 넝마에 가까운 천들이 흉하게 들썩거렸다.

좆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 보기 안 좋았다.

쿠어어어어-!

핏방울이 마구 튀었다.

새까만 통로는 오크들의 시체로 채워졌다.

웨이브가 끝나면 가루로 변해 사라진다.

“이번에도 무난하네.”

수컷으로 구성된 종족은 절대 티타니아를 이길 수 없다.

얼마나 강하든 고자가 아닌 이상, 서큐버스의 매혹을 견디는 건 불가능하다.

[10:00]

[다섯 번째 몬스터 웨이브가 곧 몰려옵니다!]

오크들이 가루로 변해 사라졌다.

그리고 이어서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딱 10분.

쉬는 시간만 주는 것이다.

‘비슷하게 오크가 오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편히 쉬었다.

긴장을 늦추진 않았지만, 걱정되거나 하진 않았다.

[00:00]

[다섯 번째 몬스터 웨이브가 몰려옵니다!]

시간이 다 되었다.

짧은 휴식을 가지고, 다시 통로를 주시했다.

다들 긴장이 줄어든 상태였다.

“이번에도 오크겠지?”

유다희는 내 옆에 앉아 그렇게 중얼거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오크 말고는 나올 만한 몬스터가 없다.

패턴이 그렇다는 의미다.

‘누군가 개입한다면 다를 수도.’

마냥 방심할 수는 없다.

방심할 생각도 없고.

적당히 준비해서 시련을 통과할 것이다.

4층 보스몬스터 ‘도전의 방’을 찾는데 한 세월이 걸릴 수도 있어서, 시련으로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쿠어어어-!

예상대로 오크들이 나타났다.

수컷으로 이루어진 오크는 서큐버스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예상외의 몬스터가 나타났다.

쉬릭-. 쉬릭-!

누런 안광, 끝이 갈라진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리자드맨들이 나타났다.

“리자드맨….”

이름은 리자드맨이지만 암컷도 존재한다.

저 도마뱀들 중에는 분명 암컷이 있을 것이다.

“일단 수컷들 조종해.”

“네, 주인님!”

수컷들을 서로 다투게 만들었다.

오크들은 거의 대다수가 서로 지랄을 해댔다.

하지만, 리자드맨들은 아니었다.

티타니아가 힘을 발휘하는 순간, 리자드맨들은 더욱 광폭화해서 성벽으로 달려들었다.

몬스터 웨이브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리자드맨들이 단체로 그러니, 소름이 확 끼쳤다.

“이, 이거 왜 이래! 티타니아!”

“몰라요, 리자드맨한테는 안 통하는데…. 전부 암컷인 것 같아요!”

티타니아는 오크들을 열심히 조종했다.

조종이라기보다는, 지들끼리 박을 순서를 정하는 것에 가까웠다.

“리자드맨은 우리가 잡아야겠네. 내려가자.”

유다희를 데리고 성벽 밖으로 뛰어내렸다.

고작 5미터, 발목에 무리는 없다.

쉬릭, 쉬리릭!

나를 발견한 리자드맨들이 침을 질질 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게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유다희에게 덤비기 시작했다.

“역시, 과학시간이었네.”

유다희는 키득키득 웃으며 검을 휘둘렀다.

서걱-!

리자드맨들의 머리가 순식간에 떨어져나갔다.

그럼에도 몬스터들은 멈추지 않았다.

이성과 지성이 없어서 공포도 느끼지 못했다.

나도 리자드맨들을 향해 블랙핸드를 휘저었다.

생명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블랙핸드는 딱 두 개만 만들었다.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퍼억-! 콰직!

오크도 죽이고 리자드맨도 죽였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확실히, 위에서 깔짝거리는 것보다 효과가 좋았다.

공략속도가 엄청 빨랐다.

“후우….”

시체로 가득한 통로를 보니 묘한 만족감이 느껴졌다.

존나 잔인한 광경이긴 하지만 흔들리진 않았다.

그런 시절, 이미 지나갔다.

[여섯 번째 몬스터 웨이브가 몰려옵니다!]

“쯧….”

이제 시작이다.

쉬는 시간조차 주지 않는 디펜스.

물론 각성시련이기에, 우리가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아슬아슬한 난이도일 것이다.

그래도 좆같은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그 자리에서 열 번째 몬스터 웨이브까지 막아냈다.

[12:10:00]

[열한 번째 몬스터 웨이브가 몰려옵니다.]

열두 시간의 휴식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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