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소설 속 회귀자를 따먹음-290화 (255/681)

〈 290화 〉

#79. 도전의 방.

김진우와 여자들을 올려 보냈다.

유다희가 없으니, 오히려 손쉽게 올라갔을 것이다.

“후우….”

유다희는 한숨을 푹 내쉬며 오리히메의 영역으로 돌아왔다.

“오리히메가 죽었다! 중립화됐다고!”

“내 ‘방’이야. 내 거, 저리 비켜!”

오리히메에게 양도받거나 하지 않아서, 오리히메의 ‘방’들이 중립화되었다.

노예수용소는 폭발했고, 역류라도 하듯 노예들이 뛰쳐나왔다.

파도에 휩쓸리듯 밀려나면서도, 플레이어들은 중립화 된 ‘방’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어떻게든 이익을 취하려고 발버둥 쳤다.

그 모습들에서, 유다희는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무생물을 보고 있는 느낌, 스스로가 완전히 망가진 것만 같았다.

세상이 무채색으로 느껴졌다.

화려한 빛깔이 보이지 않는 무색무취, 감각이 마비된 채 떠도는 기분.

“하아….”

유다희는 이리저리 떠돌아다녔다.

내일 4층을 떠나면 더 이상 내려오지 않을 생각이니,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유다희를 보곤 성욕을 긁적이는 사내들.

자신보다 강한 그녀를 도우려는 사람들.

이러나저러나 열심히 살아가는 플레이어들이 대다수였다.

물론, 서로 죽고 죽이는 건 변하지 않았지만.

나름 험난하다면 험난한 상황 속에서도, 유다희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정신병일까.’

정신병이라 단정하기엔 증상이 너무 편의적이다.

김진우가 엮이면 감정을 느낄 수 있으니, 정신병이라 말하기가 애매하다.

‘오히려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세상이 무채색이다.

그런 배경 위에 김진우만이 도드라진 색채를 가지고 있다.

그의 손길이 닿은 것들은 미약하게나마 빛을 품고, 유다희에게 감정을 전해주었다.

유다희는 시간을 보냈다.

‘도전의 방’이 다시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왔다.”

‘도전의 방’이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다.

좌표가 느껴졌다.

유다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 적당히 약한 플레이어를 납치했다.

평균을 크게 낮추어줄 도구였다.

“…….”

끼익-.

‘도전의 방’으로 들어갔다.

평균을 크게 낮춰줄 플레이어까지 데리고 왔다.

유다희 입장에서 두려울 게 없었다.

그러나.

“또….”

저번처럼 똑같은 상황에 처했다.

‘도전의 방’은 온데간데없고, 자신도 모르는 상황 속에 떨어졌다.

‘이번엔 무슨 경우지?’

이 세상이 소설 속이란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이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해할 수 없었다.

주인공은 이미 바뀐 게 아니었나?

자신이 아닌 김진우로.

‘맞잖아. 아니야?’

김진우가 편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사람들의 감정도 그에게 맞추어 조정된다.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주변 여자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유다희 또한 마찬가지였다.

절대적인 사랑이라고 해야 할까.

김진우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매달리게 된다.

두려움이나 공포랑 비슷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다.

유다희는 애서 생각을 갈무리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이번에는 어떤 것을 보여주려 하는 것일까.

누가, 어떻게, 이런 정보를 알려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꼭 알아야 할 무언가를 알려주려 하는 기분이었다.

덕분에 김진우에 대해서 많이 알아낼 수 있었다.

이 세계가 소설 속이란 것도….

“다희 님.”

“…….”

익숙한 얼굴이 다가왔다.

크리스티나 루미너스.

분명 김진우가 강간했을 텐데, 괜찮은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일지도 모르지.’

저번에도 그랬다.

김진우는 보이지도 않고, 크리스티나는 아주 친한 사이인 것처럼 굴었다.

자신도 그 상황에 녹아들어, 크리스티나와 시답잖은 잡담을 나누었고….

“흠흠, 재밌게 읽었어요.”

크리스티나는 얼굴을 붉히며 일기를 건넸다.

일기 내용이 심히 궁금해질 정도로,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라있었다.

“어땠어?”

“네, 네?!”

“읽어본 소감 좀 말해줘.”

“으, 으으…. 소감 말이죠?”

유다희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입이 알아서 움직였다.

저번이랑 다르지 않았다.

크리스티나는 부끄러워하면서 유다희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자신이 유다희의 일기를 읽고 느낀 점을 술술 말하기 시작했다.

“엄청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어서요. 제, 제가 직접 겪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아래가 간질간질하고…. 그런데 전 빛의 신께 순결을 바친 몸이라…. 진짜로 이런 감각을 느끼는 건지는 확신하지 못하겠어요.”

“그래?”

“네.”

유다희는 이 흐름에 체념하고 몸을 맡겼다.

제 알아서 떠들라고 내버려두었다.

“그러면 소설이라고 생각해도 재밌어?”

“소설이요? 경험담 아니에요? 일기잖아요.”

“일기 맞아. 그래도 남들이 읽으면 소설이잖아. 안 그래?”

“어….”

크리스티나가 멍청하게 입을 벌린다.

대답을 고민하는 듯한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이 죄다 마땅찮은 대답들이었다.

“재밌어, 안 재밌어. 그것만 딱 말해.”

“…재밌는데요. 너무 길어서 아무도 안 읽지 않을까요?”

“흠…. 그런가?”

유다희는 인벤토리를 살펴봤다.

고이 잠들어 있는 일기가 무려 1만 권에 달한다.

얇은 일기장이나 다이어리에 썼다고 해도, 엄청난 양이었다.

“왜요? 누구한테 보여주려고요?”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쓸데가 있어서 말이지.”

“일기를요?”

크리스티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일기라 함은,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기록하고 추억하기 위한 기록물 아니던가.

쓰는 과정도 즐겁고, 나중에 회상할 때를 떠올리면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진다.

유다희의 시선이 크리스티나에게 닿았다.

조잘조잘 떠드는 크리스티나를 보며, 미안한 감정을 느꼈다.

텅 비어있을 자신이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

‘아, 크리스티나는 김진우가….’

강간을 해버렸다.

회귀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 거구나.

유다희는 알아서 생각을 정리하고 넘어갔다.

“아무튼, 저는 재밌게 읽었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더 빌려달라고?”

“…네에…. 더 읽고 싶어요.”

“그러면…. 우리 순수한 크리스티나를 위해 순한 맛으로.”

“와, 고마워요.”

크리스티나는 유다희가 건넨 일기장을 품에 안았다.

소중한 책이라도 받은 듯 종종 걸음으로 물러났다.

“하아….”

도대체.

‘뭘 알아가야 하는 건데?’

이 상황을 굳이 보여주고 있는 ‘신’이란 작자에게 묻고 싶었다.

유다희는 움직이기를 포기했다.

이러고 가만히 있으면, 답답해진 쪽에서 먼저 움직이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움직였다.

“유다희. 나를 죽여.”

“……?”

찬란하게 빛나는 은하의 아래에, 둥근 원판이 두둥실 떠있다.

투명한 원판은 발아래를 훤히 비추고 있었는데, 유다희는 세상 놀란 눈으로 주변을 흘겼다.

새까만 하늘을 수놓은 별들의 향연이 유다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고개를 들었다.

“나를 죽이라고.”

처음 보는 남자가 유다희를 향해 말하고 있었다.

자신을 죽이라고.

‘…잘생겼네.’

감흥은 안 들지만.

확실히, 금빛 머리카락이 잘 어울리는 미남이었다.

유다희는 턱 끝까지 차오른 말을 내지르고 싶었다.

‘내가 왜?’

그러나 나오지 않았다.

유다희의 입에선 그녀가 생각지 않은 말들이 나왔다.

“이야….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구나?”

유다희가 키득거리며 중얼거렸다.

이 상황이 퍽이나 우습다는 듯.

남자의 표정이 보기 좋게 굳었다.

다급한 기색이 역력했다.

“빨리, 빨리 결정해야 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131098204490]

20초 아래로, 시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 때, 유다희가 왼손을 들었다.

오른팔은 검을 쥐고 있으니, 왼팔을 쓸 수밖에 없었다.

“엿이나 먹어라, 좆같은 새끼들아!”

“뭐…?!”

“아, 너한테 한 거 아니야. 알지?”

유다희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여유가 넘쳤다.

그녀에겐 수많은 가호들이 있으니.

눈앞의 미남자를 다독여주고, ‘자결의 가호’를 발동했다.

그러나.

“어?”

자결의 가호가 발동되지 않았다.

[이야기의 끝에 도달하였습니다.]

[‘사망회귀’를 발동할 수 없습니다.]

계속해서 가호를 발동했으나, 변하는 건 없었다.

“유다희!”

금발의 미남자가 다급하게 울먹거렸다.

[10:31921385333312225]

이대로 유다희를 잃을 순 없다.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다고 맹세했으니, 그 맹세를 지킬 순간이 왔다.

망설임은 없었다.

남자는 유다희의 오른팔을 적당히 비틀었다.

[05:4412312514246689734341]

손에 쥐고 있는 검이 남자를 겨누었다.

그리고 검을 향해 스스로 몸을 던져 넣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몸을 파고들었다.

마력도 일으키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다.

“커흡….”

유다희가 멍청하게 서있는 사이, 금발의 미남자가 자신을 희생했다.

이 층에서 홀로 서있을 것.

그것이 ‘투쟁의 탑’에서 요구한 마지막 투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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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층 보스몬스터 토벌 정산 중…….]

[10층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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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의 미남자가 쓰러졌다.

생명을 포기했기에, 죽음은 일찍 찾아왔다.

어쩌면, ‘시스템’이 알아서 판단을 내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유다희는 상황을 유심히 살폈다.

자신의 몸은 이미 미남자에게 다가가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그건 유다희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 장면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그게 훨씬 중요했다.

[‘투쟁의 탑’을 정복하였습니다.]

[‘신’이 등장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둥근 원판 위에 한 사람의 형체가 생겨났다.

눈 깜빡할 사이에 나타난 것이다.

“…네가 ‘신’이냐…?”

─ ‘신’이라고 표현하기엔 조금 거창한 감이 없지 않아 있군. 전지전능하지도, 유일무이하지도, 그렇다고 완벽하지도 못하니까. ‘신’이라 불리기엔 부족함이 많아.

‘신’은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입이 보이지 않는데도 소리가 들려왔다.

─ 하지만 ‘투쟁의 탑’을 만든 자를 ‘신’이라 부른다면, 나는 ‘신’이 맞다.

“이…. 개새끼가…!”

유다희가 분한 마음을 터트렸다.

검을 마구잡이로 휘둘러댔다.

검강이 ‘신’을 향해 쏘아졌다.

‘신’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이 공간 자체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원래의 형태를 유지했다.

─ 부질없는 짓이다.

‘신’은 무감정한 말투로 말하고자 하는 것만 말할 뿐이었다.

─ 소원을 말해라.

“다시 돌려보내.”

─ 불가능하다.

“왜? 왜 안 되는데!”

─ 네 힘이 사라지면서 세계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

─ 주인공인 네가 10층에 도달하면서 이야기는 끝이다.

“대체 무슨 말이야….”

유다희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엄청난 정보들이 머릿속을 파고들어왔다.

‘신’이 강제로 주입하고 있었다.

─ 이 세상을 유지할 힘이 없다. 나 혼자서는 이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힘을 다 소진하고 말았다. 네 소원을 들어주고 매듭을 지을 생각이지.

유다희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세계가 한낱 활자로 이루어진 소설 속이고, 자신은 소설 속 여자 주인공에 불과했다는 진실을.

“…그럴 수가….”

─ 소원을 말해라. 시간이 되었으니, 남은 이야기를 진행할 차례다.

“웃기는 소리하지 마!”

소다희가 버럭 소릴 질렀다.

유다희와 달리, 소다희는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 소원을 말해라. ‘그’가 곧 올 것이다.

“그 새끼, 그 시발새끼. 김진우, 이 개새끼 때문에…!”

─ ‘그’가 이 이야기를 지켜봐주었기에, 네가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예의를 갖추어라.

“좆 까고 있네. 이 세상이 소설인 줄 알았으면, 진즉에 박살냈을 거야.”

─ 소원을 말하지 않으면, ‘그’가 납득할 수 있는 개연성 내에서 이야기는 끝을 맺게 될 것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 휴대폰 불출 5분 전.

“차라리 그렇게 끝나는 게 나았을 거라고!”

소다희가 부들부들 떨었다.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끓어 넘치는 화를 어딘가로 표출하고 싶은데, 당장 생각나지가 않았다.

─ 소원을 말해라.

“…….”

소다희는 고개를 푹 숙였다.

머릿속이 팽팽 돌아갔다.

에필로그를 보는 순간, 소설은 끝이 난다.

그 에필로그는, 자신이 소원을 빌고 되도 않게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순간이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 시간들이 떠올랐다.

이성을 잡아먹기 시작한 화를 잠시 식히고, 방법을 궁리했다.

어떻게 해야 이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이 세상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 없다. 내 힘은 이미 소진되었다.

“힘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 없다.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필력이 부족하다.

“…….”

─ 소원을 말해라.

소다희가 앓기 시작했다.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안쓰러워보였다.

‘…왜 말을 못하지.’

유다희는 소다희의 행동이 답답했다.

‘어차피 말하려고 해도 목소리가 안 나올 텐데, 뭐.’

유다희가 이 상황을 도울 방법은 없었다.

보여주는 것만 보고, 적당히 정보를 캐서 돌아가면 된다.

어쩌면, 확신을 얻을 수 있다.

김진우의 존재에 대한….

“혹시, 그 새끼를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소다희의 떨림이 멎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지, 정말로 간사하게 입 꼬리를 올렸다.

─ …힘이 모자라다. 나 혼자선 불가능.

“내가, 내가 힘을 보탤게.”

─ …….

“차라리 이렇게 하는 건 어때?”

‘신’이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자, 소다희가 당당하게 말했다.

“네 자리에, 내가 앉으면 안 되는 건가?”

─ …….

“소원으로 빌게. 네 자리를 내놔, 이 시발새끼야!”

─ 크, 크하하하하하.

검은 인형, ‘신’이 쩌렁쩌렁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 그래, 그게 ‘너’였다. ‘그’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엔딩이로군!

“…가, 가능한 거야?”

─ 물론 가능하다. 네 위치를 생각해라, 여자주인공.

검은 인형, ‘신’의 모습이 꾸물꾸물 바뀌기 시작했다.

─ 여자주인공, 네 역할에 맡게 연기해라. ‘그’를 속이는 거다.

“뭐?”

─ 에필로그를 보여주기 전에, 완결까지의 내용을 그럴 듯하게 꾸미란 거다. 네 성격에 맞게!

“…….”

─ 잠깐이지만 가호를 돌려주마. 이야기의 진정한 끝으로 가기 위해, 잠깐 빌리는 정도는 가능하겠지.

‘신’이 손가락을 튕겼다.

무형의 기운이 소다희를 감쌌다.

시스템 메시지도 돌아왔다.

쓰러졌던 금발의 미남자도 일어났다.

모든 것이 과거로, 방금 전의 상황으로 복구됐다.

소다희의 파티가 10층에 진입했을 당시의 상황으로.

‘……!’

유다희는 ‘신’의 얼굴을 보고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김진우…?’

‘신’은 김진우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 한 명만이 살아남아 ‘투쟁의 탑’을 정복할 수 있다.

“…….”

─ 대충 알아들었지?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소다희가 눈을 뒤룩뒤룩 굴렸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엔딩, 개연성이라는 조건 하에 ‘그’를 속여라.

별반 다를 게 있나?

회귀 믿고 설치는 것 말고는….

소다희에게 어울리는 건 없다.

“좆 까, 시발새끼야!”

[‘자결의 가호’가 발동됩니다.]

[‘사망회귀’가 발동됩니다.]

소다희가 회귀했다.

그리고 다시 나타났을 때, 그녀는 혼자서 10층으로 올라왔다.

[‘투쟁의 탑’을 정복하였습니다.]

그 메시지를 끝으로, ‘신’은 다시 검은 인형(人形)의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 소원을 들어주마.

쿠구구궁-.

땅이 흔들렸다.

세계가 변하고 있었다.

신좌에 앉은 자가 바뀌면서, 이야기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유다희가 눈을 떴다.

이야기는 끝이 났고, ‘도전의 방’이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고 있었다.

“맞았네. 내 가설이 맞았어.”

기분이 후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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