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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회귀자를 따먹음-314화 (279/681)

〈 314화 〉

#86. 마왕성.

다크나이트 기사단장, 데스몬드가 고삐를 틀어쥐고 돌격했다.

말이 주는 압박감은 일반 병사가 감당하기 힘겨운 수준이었다.

푸른 불꽃에 휩싸인다.

듀라한들의 돌격은 마나와 공명하여, 보다 높은 경지의 힘을 발산했다.

“으응, 읍!”

아이실리아가 빙결 마법을 일으켰다.

대 얼음 방벽은 우리와 다크나이트 기사단 사이를 가로지르며 솟아났다.

콰아아앙-!

그대로 있는 힘껏 부딪쳤다.

돌격을 시작한 기마부대에게 후퇴 따윈 없었다.

공격일변도의 기세로, 얼음 방벽에 몸을 맡겼다.

─ 이런, 빌어먹을 신성력!

하지만, 뚫지 못했다.

신성력이 깃든 빙결 마법은 마왕성 몬스터들에게 치명적이었다.

안 그래도 더욱 단단해진 얼음 방벽을, 언데드에 가까운 다크나이트들이 부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애먼 벽에 부딪친 듀라한들이 말에서 떨어졌다.

원래 기마병이라는 게 그렇다.

죽거나 죽이거나.

둘 중 하나다.

대부분은 적의 보병들이 죽어나가겠지만, 전술에 따라 기마부대가 역으로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은 듀라한 부대가 당했을 뿐.

크게 이상한 것이 아니다.

“죽여, 이 개새끼들!”

얼음 방벽을 넘어 놈들을 향해 몸을 던졌다.

말에서 떨어뜨렸으니까, 당연히 사냥의 시간이다.

그물을 던지고 망치로 내리찍는 그런 방법을 쓰지는 않았다.

대신, 빛을 뿜어내는 자지로 두들겨 주었다.

제2초식, 태양유성기(太陽流性器).

듀라한을 관통하는 섬광.

반쯤 언데드인 놈들에게 치명적인 일격이었다.

─ 크아아악!

데드몬드는 버텨냈다.

꼴에 중간보스 사천왕이란 걸까.

신성력을 이겨내고 검을 뽑았다.

칠흑의 검은 불꽃과도 같은 검기를 분출했다.

검기는 이윽고 검강이 되었다.

“그건 좀….”

내 수준으로 검강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유다희가 너무 손쉽게 검강을 뽑아내는 바람에, 검강이 허접처럼 보이지만 전혀 허접이 아니다.

상층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근거가 되어주기도 하니까, 플레이어라면 달성하고 싶어 하는 경지인 것이다.

당장 물러서고 싶지만 물러설 공간이 없다.

무작정 돌진한 상태여서, 다들 내 뒤에 있는 상태였다.

한 합을 나누어야 하는 상황.

나는 블랙핸드를 최대치로 생성하고 손날에 마력을 둘렀다.

검을 빼낼 타이밍도 없었다.

─ 죽어라!

당장 코앞에 데스몬드가 있었다.

검에 덧씌워진 강기를 막아야 했다.

블랙핸드를 양쪽으로 교차하여 놈의 검을 막았다.

하지만, 블랙핸드가 종이처럼 찢겨져 나갔다.

곧바로 흑마력을 주입, 부서진 블랙핸드를 수복했다.

그리고 신성력을 그 위로 덮었다.

마력 대신 신성력.

─ 크아악!

효과는 확실했다.

블랙핸드에 닿자마자, 다크나이트가 지랄 발광을 해댔다.

블랙핸드의 내구도가 바뀐 것은 아니지만, 데스몬드의 공격에 망설임이 생겼다.

상대가 칼을 쥐고 있다면 달려드는 게 망설여지는 것처럼 말이다.

“죽여! 죽여어어어!”

당장 데스몬드를 잡는다고 이익이 있을까.

내 손에 떨어지는 건 쥐뿔도 없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물러설 순 없다.

도망치는 것보다 사냥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서방님!”

뒤에서 오리히메가 합류한다.

얼음 방벽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실례 할게요!”

“읏!”

오리히메는 나를 스쳐지나가면서 내 자지를 손으로 슥 훑고 갔다.

신성력을 묻혀가는 것이었다.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콰아앙-!

내 감정이 어떻든 간에, 성능은 확실했다.

오리히메는 신성력이 맺힌 강기로 데스몬드를 몰아치고 있었다.

다크나이트의 갑옷이 깨져나갔다.

흑색의 기운으로 흩어지며 부서졌다.

듀라한의 근육이 눈에 보였다.

[‘신성력Lv.55’ ▶ ‘신성력Lv.56’]

새로운 사용 방법을 알아낼 때마다 스킬 레벨이 쭉쭉 올랐다.

신성력이 60레벨을 향하고 있었다.

─ 단 한 놈도 마왕님께 보낼 수 없다!

데스몬드의 기합이 주변 듀라한들을 일으켰다.

아이실리아의 마법에 가로막혀 낙마했을 뿐, 죽은 것은 아니었다.

각자 무장을 꺼내들고 눈앞에 보이는 플레이어를 향해 휘둘렀다.

대부분은 오리히메, 나, 아이실리아를 겨냥하고 있었다.

티타니아는 뒤에서 구경하고 있고, 유다희는 전체적으로 훑는 중이었다.

캉-.

카앙-!

마나가 부딪치며 스파크가 튀었다.

데스몬드의 강기는 버틸 수 없지만, 나머지 졸개 듀라한들의 공격은 견딜 수 있었다.

블랙핸드에 신성력을 겹쳐서 놈들의 검을 막았다.

곧바로 검을 꺼내서 마나를 실었다.

검기에 불과해도, 빈틈을 찌르면 치명타를 먹일 수 있다.

블랙핸드로 막고 한손 검으로 공격.

공방물아일체의 경지!

‘뭔 소리래.’

나는 잽싸게 검을 내질렀다.

활활 타오르는 검기가 다크나이트의 흉갑을 파고든다.

푸욱-!

데스몬드는 대가리가 없어도 말을 할 수 있는데, 말단 듀라한은 대가리가 없어 말을 하지 못한다.

놈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데스몬드는 오리히메에게 맡기고, 나는 한 놈씩 차근차근히 정리해나갔다.

신성력을 효율적으로 깃들이기 시작한 이후, 듀라한을 더욱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오리히메도, 아이실리아도, 한결 수월해보였다.

잘하면 티타니아도 듀라한 사냥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내 신성력이 지금보다 강해졌을 때 말이다.

퍼억-!

─ 커흡…!

오리히메가 데스몬드를 꿰뚫었다.

오리히메의 손에서는 신성력이 반짝이고 있었다.

검은색 가루가 관통상 사이로 줄줄 흘러내렸다.

꿈틀거리는 데스몬드를, 오리히메는 단호하게 내던졌다.

바닥에 철퍼덕 쓰러진 데스몬드.

놈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단단한 피부Lv.36’ ▶ ‘단단한 피부Lv.37’]

[‘가벼운 발걸음Lv.33’ ▶ ‘가벼운 발걸음Lv.34’]

[‘한손 검Lv.27’ ▶ ‘한손 검Lv.28’]

[‘마왕성1층’을 정복하였습니다.]

데스몬드가 가로막고 있던 공동에는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다.

저곳으로 올라가면 마왕성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포탈이랑 비슷하다.

따로 세이브 포인트가 있다거나 하진 않다.

매번 입장할 때마다 듀라한 기사단을 마주해야 한다.

강해지면 별 의미 없는 수준에 가깝다.

“오늘은 여기까지?”

유다희가 터덜터덜 걸어서 다가왔다.

유다희는 내 몸을 살폈다.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꼼꼼하게….

신성력을 쓰느라 아래를 드러내고 있다.

약간 부끄러운 느낌이 든다.

“내가 볼 때, 2층은 아직 무리인 것 같아.”

“그래?”

“조금 더 강해져야 안전하게 둘러볼 수 있을 듯?”

무리하면 가능은 하다.

하지만, 유다희는 내가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내가 피를 보지 않고 안전히 사냥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를 바랐다.

그래야 올려 보내줄 듯했다.

“뭐, 지금 돌아가는 것도 나쁘진 않지.”

사냥을 오래하고 싶진 않다.

코인에 목마른 것도 아니니 말이다.

짧고 굵게 치고 빠진다.

집중력이 높게 유지되는 시간은 한정적이고, 그 이상을 투자하는 건 내 몸에 피로만 쌓을 뿐.

나는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싶다.

“그럼 그만하고 돌아가서 쉬자.”

유다희는 내 의견을 수용했다.

전적으로 나를 위해주었다.

서너 시간 정도 사냥을 했으니 적게 한 편은 아니었다.

평균 이하 정도일까.

코인 수급까지 원하는 길드들은 이것보다 더 격하게 사냥을 하곤 한다.

마왕성에서 보내는 시간이 곧 코인이고, 자본은 길드를 성장할 수 있게 해주니까.

정체되고 싶지 않은 길드들은 자연스럽게 사냥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니다.

회귀자는 시간이 넘친다.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 조절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나는 바지를 꺼내 입었다.

아드레날린을 뿜어대며 흥분 상태로 뛰어다닐 때는 잠깐 잊고 있어 몰랐는데.

아랫도리를 덜렁거리며 싸우고 있었다는 사실에 다시금 얼굴이 붉어진다.

다들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오리히메도 내 눈을 피하고, 아이실리아는 입에 머금고 있는 정액 겸 신성력을 꿀떡 삼켰다.

“…돌아갑시다.”

돌아가는 길에도 듀라한들이 있었다.

계속해서 생성되기 때문에 쉴 틈이 없다.

“마왕성 2층부터는 쉼터라고, 안전지역이 따로 있어.”

자만해서 올라가는 경우, 안전지역에 갇혀 아사할 가능성도 있다.

인벤토리에 식량을 가득 채우는 게 보편적이지만, 그조차도 모자라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안타까운 죽음이 아닐 수 없다.

서걱-.

복귀하는 길에는 유다희가 직접 나서서 듀라한을 잡았다.

단칼에 썰어버리는데, 압도적인 격차가 느껴졌다.

확실히 알겠다.

절대 유다희를 따라잡을 수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주인공 유다희의 꽁무니나 쫓는 게 전부였다.

‘그러니 신성력을 키운다.’

클래스 전환.

선택과 집중.

고교 내신을 관리할 때도,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쓴다.

유다희는 없고 내게만 있는 신성력을 활용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다.

마왕성에서 나왔다.

몸을 잠식하고 있던 마기가 떨어져나갔다.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숨 쉬는 것도 편했다.

“와, 차이 심하네.”

그런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안과 밖의 마기 차이가 심했다.

내가 낼 수 있는 전력의 20% 정도가 깎여나갔다가 복구된 느낌이었다.

“…….”

오전과 달리, 마왕성 앞 공터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플레이어들이 마왕성에 입장한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횅하게 보였다.

우리는 제1고리로 향했다.

이제부터 휴식이라는 생각에, 다들 발걸음이 사뿐사뿐 가벼웠다.

특히 티타니아는 날아갈 듯 발을 떼고 있었다.

“얼른 가요, 저 배고파요.”

“…뭘 했다고 배가 고파.”

“열심히 도망 다녔다구요. 그게 얼마나 힘든데.”

티타니아가 투덜거리면서 내 아랫도리를 흘겨봤다.

눈빛에는 탐욕이 스며있었다.

그 때, 유다희가 끼어들었다.

“그런 건 나중에 얘기하고.”

“……!”

화를 내지 않는다.

말하는 육변기가 옆에서 정액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수롭지 않은 듯했다.

으르렁거리는 모습이라도 보여주지….

그런 아쉬움이 들었다.

“각성에 대해서 대화 좀 하자.”

유다희는 나를 보며 말했다.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대화.

환영하는 주제였다.

“그러니까 너희들 먼저 가있어.”

유다희가 내 손목을 잡아 끌었다.

시선은 다른 애들에게 꽂혀 있었다.

특히 티타니아.

티타니아는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

“왜 다희 혼자, 주인님을 독점하려고….”

“불만 있어?”

“업, 없는데…. 그냥 궁금해서….”

티타니아가 오리히메 뒤에 숨었다.

오리히메는 자신의 뒤에 숨은 티타니아의 목을 잡고 앞에 세웠다.

“께에엣!”

버둥거리는 티타니아를 뒤로 하고, 나는 유다희를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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