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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회귀자를 따먹음-375화 (340/681)

〈 375화 〉 #100. 6층(1).

#100. 6층.

유다희가 곤히 자고 있다.

시련 속에서 나름 구르고 있을 텐데, 겉으로 보기엔 잠자는 것처럼 보인다.

“…….”

그런 유다희 곁에 앉아서 깨기를 기다렸다.

금방 눈 뜰 것이다.

안과 밖의 시간 비율이 다르니까.

내 예상은 적중했다.

유다희가 눈을 떴다.

여섯 개의 별이 유다희 머리맡을 떠다녔다.

역시, 당연하게도 각성에 성공했다.

나처럼 날로 먹은 게 아니라 유다희 스스로 극복해냈다.

보통 난이도가 아니었을 텐데,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희야.”

유다희가 게슴츠레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본다.

잠이 덜 깬 듯 졸려 보이는 눈빛.

며칠 만에 보는 거더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김진우….”

“다희야.”

슬며시 유다희의 손을 맞잡았다.

내 손에 비해 앙증맞은 크기, 한 손에 쏙 들어온다.

손가락들이 사이사이로 얽힌다.

유다희가 번뜩이며 눈을 뜨고,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

의심 가득한 눈초리.

“…너, 뭐 잘못했어?”

“어?”

“갑자기 왜 이래. 느끼하게.”

“…….”

“뭐, 나쁘진 않지만…. 잘못한 거 있으면 사실대로 자수해. 봐줄 테니까.”

유다희는 흡족하게 웃으며 손깍지를 풀지 않았다.

방긋 미소 짓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시련은 어떻게 됐어? 통과했고?”

“당연하지.”

유다희의 물음에,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신’의 개입으로 프리패스 해버렸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이미 이 세계는 내가 아니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돌아가고 있다.

거들먹거려도 무어라 할 사람이 없다.

그 ‘신’조차 말이다.

“쉽지 않았을 텐데, 다행이네. 아이실리아는?”

“…나는, 못했어.”

아이실리아는 시련을 보지도 못했다.

도중에 개입한 나 때문에 시련이 아예 취소된 탓이다.

“실질적으로 3층보다 더 어려워서, 어쩔 수 없지.”

유다희는 크게 상심하지 않았다.

시련을 꼭 통과해야 할 사람은 나다.

내가 각성을 했으니, 나머지는 어찌되든 의미 없다.

10층으로 올라가는 건 나, 유다희, 거기까지가 최선.

나머지는 따라서 올라와봐야 괜히 한 번 죽을 뿐이다.

“마왕을 잡고 올라갈래? 아니면 정비하고 다시 올까?”

유다희가 성검을 뽑았다.

시련을 통과한 자들에게 주어지는 무기, 대부분은 인벤토리에 처박아두는 애물단지다.

상층으로 올라가면 더 좋은 무기가 많기 때문에 당연한 취급이었다.

“오리히메 찾고 올라가보자.”

맛보기로 6층을 한 바퀴 둘러보고 회귀할 생각이다.

유다희가 있는 이상, 6층이든 7층이든 의미 없겠지만.

“…이젠 하다하다 몬스터도 데리고 다녀?”

유다희가 실소를 흘렸다.

키메라를 보면서 어처구니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대단하네.”

유다희의 말을 뒤로 하고, 오리히메를 찾아냈다.

안타깝지만, 오리히메도 시련을 통과하지 못했다.

오리히메는 성검 앞에 멍하니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정신적인 극복을 요구하는 시련들은 보통 시련보다 난이도가 월등히 어렵다.

3층 시련을 통과한 이들에게도 쉽지 않은 내용이었다.

나를 발견한 오리히메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비틀거리면서 다가와, 나를 품에 안았다.

오리히메의 몸이 더 크다보니까 그림이 약간 이상했다.

“서방님…. 실패, 했어요….”

“어쩔 수 없지. 한 번에 통과하는 게 이상한 거야.”

엘리트 몬스터 레이드 따위의 전투를 요구하는 각성은 각성 때문에 죽을 가능성이 있다.

엘리트 몬스터를 잡으려다가 오히려 죽을 수도 있으니, 자연적으로 난이도가 하향조정 된다.

그에 비해 정신각성 시련 따위는 죽음에 대한 걱정이 없다.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지겠지만, 죽지는 않는다.

두 방식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보정이 들어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무조건 각성에 매달릴 필요는 없어. 회귀할 수 있으니까, 넘치는 게 시간이잖아.”

오리히메의 어깨가 축 늘어진다.

달래줘도 크게 소용이 없었다.

스스로에게 실망한 듯했다.

어깨를 두드려줄까.

그냥 엉덩이나 토닥여주었다.

오리히메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어느 정도 나아졌다.

“꼭대기에 마왕이 기다리고 있어. 각성 시련을 마치면 성검을 얻을 수 있잖아? 그걸로 잡으면 훨씬 수월하다고 하더라.”

유다희가 앞장서서 올라간다.

어두컴컴한 계단, 공간을 지나 마왕성 꼭대기에 도착했다.

마왕이 왕좌에 앉아있다.

이번엔 여자 마왕이 아니라 남자 마왕이다.

시련에서 만났던 사르티아가 생각난다.

마지막으로 벌주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게 아쉽다.

─ 어리석은 필멸의 생명들은 어째서, 스스로 목숨을 버리러 오는 건가.

마왕은 왕좌에서 일어나 도전자들을 반겼다.

보랏빛 마법진이 펼쳐지고, 검붉은 빛깔의 번개가 바닥을 타고 흐른다.

─ 불나방처럼 불타죽기를 원하는 것이냐. 주제에 맞지 않은 불꽃을 피어내려는 욕망, 이곳에 놔두고 가거라. 원하는 대로 죽여줄 터이니.

마왕의 술식 범위가 넓어진다.

뇌전이 살벌하게 튀어 올랐다.

닿는 순간, 치명적인 데미지를 받게 될 것이다.

“얼마나 통하는지 보자고.”

‘투쟁의 탑’으로 돌아왔다.

신성 하나만 믿고 무쌍을 찍던 시련 세계의 감도를 원래대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성검에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마력과 공명하며 성검은 스스로 강기를 조직했다.

‘한 단계 높여주는군.’

검기의 끝자락에서, 성검의 힘을 빌려 강기를 뽑아냈다.

진짜 강기에 비하면 무디겠지만, 검기보다는 낫다.

“진우, 네가 해볼 거야?”

“최대한은, 내가 먼저 해볼게.”

“그래. 웬만하면 다치지 않게…. 무리는 하지 마.”

유다희가 한 걸음 물러났다.

나는 마왕의 술식 안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짓누르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콰드드드득-!

뇌전이 뱀처럼 바닥을 기며 다가온다.

정확히 나를 노리고 쏘아지는 전격을, 신성으로 막았다.

파지지지짓-.

신성이 만들어낸 영역과 맞부딪친다.

창과 방패의 격돌처럼 불똥이 튀었다.

‘꽤 묵직해.’

마왕의 공격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신성을 통해 전해지는 타격이 제법이었다.

시련 속 마왕, 사르티아보다 몇 배는 위였다.

마왕 또한 ‘투쟁의 탑’에 의해 보정을 받았을 테니까.

‘못 이길 정도는 아닌데?’

마기를 이용하는 마왕과 신성을 품은 나, 완전히 상극이다.

나에게 한참은 유리한 환경이라 볼 수 있다.

─ 신 따위나 믿는 성직자인가. 네 놈은 더 괴롭게 찢어발겨주마. 네가 믿는 신을 져버리기 전까지 끊임없는 고통의 지옥 속에서 잠들 것이다.

“뭐래.”

검붉은 뇌전이 고유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뇌령의 늑대.

─ 가라.

마왕의 명령에 따라, 뇌령의 늑대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엄청난 스피드를 선보이며 내 시력을 따돌렸다.

시각에 마력을 집중한다.

그래야만 겨우 놈들을 관측할 수 있다.

컹, 컹-!

거의 날 듯이 뛰어오는 뇌령의 늑대.

아가리를 벌리고 나를 물어뜯으려 한다.

나는 그 늑대를 향해 성검을 휘둘렀다.

강기를 덧씌운 상태라서, 웬만한 몬스터는 가뿐하게 베어낼 수 있었다.

퍼석-!

늑대가 강기에 맞고 흩어졌다.

뇌전으로 구성되었으니, 다시 술식에 흡수된 것이다.

컹, 컹-!

하지만, 늑대들은 계속해서 만들어졌다.

하나하나 부숴가면서 마왕에게 접근했다.

가끔 신성을 터트려 눈뽕 좀 맛보여주고.

─ 불쾌한 발광이군. 대가는 톡톡히 받아내겠다.

‘효과 확실하네.’

섬광에 얻어맞은 마왕이 인상을 찡그렸다.

마기를 다루니까, 여간 불쾌한 게 아니리라.

깨갱-!

늑대들을 복날 개새끼 두들기듯 패주었다.

성검이 검기를 보조해주고 있어, 그만큼 마나를 아꼈다.

효율이 좋아졌으니, 다른 부분을 강화할 수 있었다.

마왕과 비등비등한 전투가 가능했다.

─ 발버둥에 불과하다. 신을 믿는 주제에, 마의 왕인 나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은가.

마왕은 총 3페이즈로 구성되어 있다.

원작 소다희는 마왕을 레이드 할 때, 그 단계들을 구분해냈다.

1페이즈는 뇌령의 늑대를, 2페이즈에선 마검을 소환한다.

근접전을 펼친다는 말인데….

‘소다희는 몇 번이고 도전했었지.’

늘 그랬다.

죽으면서 계속해서 도전했다.

10층에 도달하기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투쟁의 탑’을 정복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 직접 상대해주마. 버러지.

마왕이 전면에 나섰다.

마검에 마기를 불어넣었다.

강기.

마왕 또한 강기를 다를 줄 아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렇게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강기가 절대적인 강함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마왕인 만큼 성직자들에게 약해, 적절하게 파티를 꾸리면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난이도다.

다만, ‘투쟁의 탑’은 말한다.

이제부터 수준에 맞지 않는 놈들은 거르겠다.

너는 여기까지다.

콰앙-!

강기가 서로 부딪쳤다.

새까만 마기로 이루어진 검, 찬란하고 성스러운 검.

두 강기는 서로를 갉아먹었다.

그리고 반발하며 터졌다.

‘밀린다.’

한 합을 주고받았다.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손아귀가 새빨갛게 부었다.

진짜 강기가 아니어서, 마왕에게 밀리고 말았다.

츠즈즛-.

다시 한 번 마력을 불어넣었다.

성검이 내 의도에 공명하며 강기를 생성했다.

최대한 부딪쳐보는 것으로 성장을 꾀한다.

6층을 대비해서라도, 넋 놓고 구경할 순 없다.

‘빛의 봉인검….’

신성을 모아서 전해주었다.

그 말은 즉, 나름대로 필요한 때가 있으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빛의 봉인검이 ‘신’에게 향할지, 누구에게 향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걸맞은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기진 못해도 비등비등한 정도까지는 필요하다.

─ 다음은 네 놈의 목이다.

마왕이 내게 검을 겨누면서 위협했다.

활활 타오르는 마기의 불꽃, 나는 마왕을 앞에 두고도 물러서지 않았다.

신성이 텅 빌 때까지 물고 늘어졌다.

상처가 생기면 알아서 치유를 했다.

구르고 또 굴렀다.

─ 추한 발버둥도 이제 끝이다.

마왕을 이기지 못했다.

내 수준으론 이길 수 없다.

당연한 결과였다.

서걱-.

검 하나가 마왕의 목을 베고 지나간다.

유다희가 망설임 없이 베어버렸다.

굳이 마왕을 내가 쓰러뜨릴 필요는 없다.

“고생했어, 김진우.”

유다희는 나를 바라보며 대견하다는 듯 미소 지었다.

‘…왜 안쓰럽게 바라보는 거냐.’

하지만 내 눈에는 다른 감정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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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 보스몬스터 토벌 정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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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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