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5화 〉 #108. 아닌데요? (3).
#108. 아닌데요?
엘리트 오메가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솔직히 승리를 점칠 수 없다.
내 능력치는 순수하게 빛의 신이 내려준 ‘신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머지는 6층 평균 이하에 가깝다.
근력, 민첩, 마력을 포함해서 말이다.
‘신성’이라는 괴물 같은 스킬이 있어서 상위권과 비등비등하게 보일 뿐.
‘…어차피 나는 못 죽인다.’
엘리트 오메가는 광장에 있는 사제들과 마법사들을 전부 죽여 버렸다.
6층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따지고 보면 꽤 많은 숫자였다.
그런데 나만은 살아남았다.
엘리트 오메가가 나를 살려두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패러사이트 퀸들에게 데려가기 위함이다.
무조건 생포로 잡아야 하는 엘리트 오메가와 죽기 살기로 싸우는 나.
어느 정도 비벼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성검에 신성을 불어넣었다.
강화된 검기는 강기로 펼쳐지고, 엘리트 오메가는 잠깐 의문을 표한다.
내가 보이는 경계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 놈의 시선에선 애비가 칼을 겨누는 거니까.’
애비와 나눈 추억은 없지만, 적대할 만큼의 원한도 없다.
그저 퀸이 명령한 대로 나를 찾아내고 데려가고자 할 뿐이었다.
나는 그림자정령을 떼어냈다.
근접한 패러사이트를 상대로 변장이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굳이 기운을 쓸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그림자정령도 탈출을 위해 써야 했다.
─ …못 이길 것 같은데.
“닥쳐.”
그림자정령은 엘리트 오메가를 앞에 두고 승패를 점쳐버렸다.
우리가 질 거라고, 이미 결론을 지었다.
지면 죽는 거다.
퀸의 둥지에 갇혀 쥐어 짜이면, 더 이상 미래가 없다.
다희가 구해줄 때까지 탈출도 못하는데.
이 세상의 이야기가 끝난다는 말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나에게는 눈앞의 오메가를 이겨야 할 이유가 있다.
내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콰드드득-.
엘리트 오메가가 힘을 끌어올렸다.
내가 순순히 따라가지 않으리란 것을 깨달은 듯했다.
철판을 가뿐하게 짓이기며 나를 향해 다가온다.
소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위압감은 소년의 것이 아니었다.
“큭….”
무거워진 공기가 나를 짓누른다.
힘을 조절하고 있는 건지, 버틸 만한 수준이었다.
나는 오메가를 향해 성검을 휘둘렀다.
새하얀 강기가 빛나는 궤적을 그리며 놈의 목을 노렸다.
서걱-.
“……?”
오메가는 반항조차 하지 않고 목을 내주었다.
두부라도 써는 듯, 오메가의 목이 쉽게 잘려나갔다.
“뭐여.”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설마….’
원작에서도 패러사이트 관련 내용이 나온다.
소다희도 6층을 공략해야 하니까, 여러모로 공략을 위한 정보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거기에는 오메가들에 대한 정보도 있다.
‘부화장 내에서 확실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지.’
퀸은 패러사이트들과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개별로 행동할 수 있지만, 필요할 때에는 정신적 교류를 통해 퀸의 명령을 받거나 한다.
오메가의 경우, 그 교류의 농도가 더 진하다.
신경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
오메가가 겪으면서 습득하는 정보가 퀸에게도 자동으로 전달이 된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은 오메가를 사냥할 때, 주의를 한다.
자칫 잘못하면 퀸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어서.
퀸은 둥지에서 나오지 않지만, 만약이란 것이 있으니까.
엘리트 오메가는 너무 순순히 죽어준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뭔가 의도가 있으리라,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 때, 방송이 울렸다.
내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오메가의 대가리도 입을 벌리고 말을 뱉었다.
─ 찾았다.
“찾 았 다.”
“씹….”
내 걱정이 그대로 적중했다.
퀸들은 엘리트 오메가를 한 마리 희생해, 이곳의 정확한 좌표를 알아냈다.
엘리트 오메가를 사냥해냈다는 감상보다 들켰다는 불안감이 내 몸을 스쳐지나갔다.
당장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콰직-.
각 통로를 막고 있는 차단용 개폐문이 구겨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통로 쪽에서 두들기고 있었다.
폭력적인 광경에 오금이 저려왔다.
“저기다. 저기로 가자.”
엘리트 오메가가 들어온 통로는 여전히 뚫려있다.
패러사이트가 보이질 않아, 그나마 안전해보였다.
나는 그림자정령과 함께 빈 통로로 뛰었다.
광장이 뚫리기 전에 도망쳤다.
콰앙-!
통로로 들어선 이후, 얼마 안가 뒤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정체 모를 패러사이트는 철문보다 단단한 개폐문을 부수고 들어와, 광장을 마구 헤집어 놓았다.
뒤를 바라보았다.
퀸이다.
패러사이트 퀸들이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애미….”
시선이 마주친 순간,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
패러사이트 퀸들은 눈으로 포착할 수 없는, 순간이동에 가까운 스피드를 선보이며 내게 다가왔다.
패러사이트 퀸들이 순식간에 내 주위를 에워쌌다.
앞뒤, 양옆, 패러사이트 퀸 자매들이 서있다.
그림자정령은 이미 역소환 당해버렸다.
가차 없었다.
─ 왜 도망간 거야? 이곳이 그렇게 좋아?
─ 우리를 배신했어. 용서하지 않아.
─ 여러모로 배려해준 것 같은데….
─ 이제 망가지든 말든 신경 안 써.
“…자, 잠깐만…! 한 번만, 한 번만 용서해줘!”
─ 용서는 없어. 이제 돌아가면 영원히 둥지에서 살아가는 거야.
─ 정신 놓고 미쳐버려도 봐주지 않을 거니까.
빌어도 소용없다.
한 번 도망쳤기 때문에, 패러사이트 퀸들은 나를 둥지 안에 묶어두고 지낼 것이다.
영원히, 라는 단어도 사치다.
기간은 나에 대한 효용이 다할 때까지.
쓸모가 없어지면, 산란장으로 보내지리라.
정말 끔찍한 결론이었다.
패러사이트 퀸의 촉수다발이 나를 감쌌다.
점막으로 변하며, 나를 완전히 꽁꽁 싸맸다.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자신의 앞에 묶었다.
패러사이트 퀸에게 융합이라도 된 느낌이었다.
─ 모두, 돌아가자.
패러사이트 퀸들은 목적을 달성했다.
더 이상 우주전함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 어떻게 돌아가지?
넘어올 때는 포탈을 타고 왔을 것이다.
패러사이트 침공의 때가 되면, 오메가에게 그런 힘이 생기게 되니까.
그런데,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작에서도 그랬다.
오메가의 힘은 편도.
우주전함을 침공한 패러사이트들은 플레이어들에게 사냥당하는 역할이다.
돌아갈 길이 있을 리가 없다.
패러사이트 퀸이 여럿이라 해도 마찬가지.
그녀들은 자신들의 모성 시리우스로 돌아가지 못한다.
굳이 자수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였다.
아주 사소한, 2% 지분을 가지고 있던 이유.
─ …….
“퀴, 퀸들이다!”
“이런 빌어먹을!”
열심히 도망다니던 플레이어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모퉁이를 돌자마자 퀸들을 마주하다니, 운도 지지리도 없다.
나였으면 오줌을 지리고 말았으리라.
푸슉-. 푸슉-!
“끄아아아아악!”
퀸들은 자비 없이 플레이어들을 꿰뚫었다.
찢고 터트렸다.
핏물이 통로에 한가득 칠해졌다.
끔찍한 꼴이었다.
─ 일단 보이는 놈들을 전부 죽이자.
─ 필요하면, 이곳을 부화장으로 만들어야 해.
─ 아이를 낳아야 하니까. 둥지도.
─ 아까 그 공간은 어때?
─ 넓고 영양분도 많아. 나쁘지 않은 선택.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
패러사이트 퀸들에게 하루라는 시간은, 이론상 엘리트 오메가를 약 서른이나 만들 수 있는 시간이다.
엘리트 오메가의 힘을 생각해볼 때, 시간을 아껴 쓰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나는 패러사이트 퀸에게 매달린 채로 광장으로 돌아왔다.
도망친 지 5분도 채 안 돼서 복귀.
퀸들이 점막을 펼치기 시작했다.
보랏빛으로 덮여가는 광장을 보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우주전함이 부화장으로 변해간다.
원작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상황전개였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뇌정지가 세게 왔다.
대처가 떠오르지 않는다.
다희는 어디에 있는 걸까.
지금쯤 나섰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데, 왜 조용한 건지 모르겠다.
“애들아. 다시는 도망 안 갈게. 한 번만 봐줘라.”
─ 못 믿어. 다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
─ 넌 영원히 우리 곁에서 지내는 거야.
완성된 둥지.
퀸들은 나를 벽에 묶어두었다.
내 상반신을 점막 속에 파묻고, 머리만 빼꼼 내밀었다.
내 엉덩이는 두꺼운 점막 뭉치로 받치고, 내 하반신을 훤히 드러냈다.
은근히 편안하게 침대 위에 누운 느낌이었다.
‘…이 상태로 영원히 짜인다고…?’
패러사이트 퀸들이 허벅지 위에 올라타, 알아서 방아를 찧을 수 있는 구조였다.
벽에 처박힌 육변기 엉덩이, 남성 버전인 걸까.
─ 순서대로 교미를 시작하자.
─ 부화장 내부를 정리해야 해.
─ 아직 살아있는 놈들은 잡아서 모체로 만들고.
─ 모성으로 돌아갈 방법도 찾아.
패러사이트 퀸들은 각자 역할을 나누었다.
아직 우주전함 내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퀸들까지 포함해서, 우주전함을 정화하기 시작했다.
그녀들 기준에서의 정화.
광장에는 퀸 하나만 남게 됐다.
육변기가 된 나와 교미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이다.
─ 보기 좋아. 이 상태면 절대로 도망치지 못하겠지.
“…콱 죽어버린다! 안 풀어주면, 죽어버릴 거라고!”
─ 아냐. 넌 절대로 못 죽어. 그렇게 두지 않을 거야.
패러사이트 퀸은 내게 다가와 바지를 벗겨냈다.
그리고 슬쩍 내 허벅지 위로 올라왔다.
말이라도 타듯 올라타, 자지를 손으로 잡았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자지를 훑었다.
이주일 동안 섹스만 해댔으니, 내가 어떤 포인트에 약한지 꿰뚫고 있었다.
금방 발기가 돼버렸다.
철퍽-. 철퍽-.
─ 후으응, 하응….
퀸이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뜨거운 속살이 자지를 빨아들였다.
뿌리까지 뽑혀나갈 듯한 쪼임이 느껴졌다.
“이런 시발….”
─ 기분 좋지? 좋을 거야. 자궁 깊숙하게 사정하는 거 좋아하니까….
패러사이트 퀸의 자궁구가 열린다.
자지가 조금씩 자궁 안으로 밀려들어간다.
패러사이트 퀸은 스스로 자궁을 내어주었다.
이러는 편이 번식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한다.
뷰륵-. 뷰륵-.
원하지 않아도 사정이 시작됐다.
귀두를 콱 물고 늘어지는 자궁구가 느껴졌다.
─ 아직 멀었어.
“읏, 윽…. 흡…. 잠깐 쉬었다가…!”
점막에서 촉수 다발이 솟아나, 내 불알을 감쌌다.
하반신 전체를 덮었다.
완전히 구속된 상태에서, 내 자지 위로 요분질 해대는 퀸의 모습이 보인다.
희멀건 정액이 자지에 듬뿍 묻어 나왔다.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방금 막 사정을 끝냈는데도,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였다.
─ 다음은 나야.
나는 제자리에 박혀 있다.
그러나, 퀸은 계속해서 바뀌었다.
사람만 교대해가면서 내 자지를 따먹어댔다.
여덟 마리가 모두 고치 안으로 들어갔을 때, 휴식 시간이 생겼다.
움직일 수는 없었다.
저 멀리서, 누군가의 모습이 보인다.
복귀하는 플레이어들이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광장으로 복귀한 플레이어들은 보랏빛에 물든 둥지를 마주했다.
그리고 벽에 파묻힌 채, 아랫도리만 드러낸 나까지.
이호가 나를 발견하고 뛰어왔다.
“진우님!”
“…진우님?”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란 걸까.
플레이어들이 의문을 표했다.
“설마, 저 남자가 김진우?”
“…….”
나를 향해 쏟아지는 의문 가득한 시선.
“저, 김진우 아닌데요?”
나는 벽에 끼인 목을 힘겹게 저어가며 김진우라는 사실을 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