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5화 〉 #110. 유일한 무기(5).
#110. 유일한 무기.
나를 살릴 수 있는 길…?
이렇게 아리송한 대답은 처음 들어본다.
내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것과 내 목숨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걸까.
“…이해가 안 되는데.”
잠깐 자지를 빼냈다.
다희가 갑자기 울먹거리고 있어서 허리를 흔들 수가 없었다.
“천천히, 차근차근 설명해줄래?”
다희의 옷을 입히고 돌려 앉혔다.
섹스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
마나의 맹세가 가진 힘은 대단했다.
이제까지는 아무리 물어도 대답을 안 해줬는데.
내 미래가 확정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술술 털어놓기 시작했다.
다희는 물기어린 목소리를 애써 가라앉히며 입을 열었다.
“…이 세상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선 네가 필요해. 소설은 읽어주는 독자가 있기에 존재할 수 있는 거잖아. 소설 속 세상을 유지할 수 있는 존재는 그 소설을 끝까지 읽은 독자, 너 밖에 없고…. 그래서 ‘신’이 너를 붙잡으려고 집착하는 거, 알지…?”
“…알지.”
빛의 신에게 들었다.
독자의 힘을 내 씨에 담아 골고루 뿌려, 이 세계의 근본에 심는다.
그것으로 소설 속 세상인 이곳을 지탱한다.
홍익인간 김진우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거기까지는 나도 이해를 했어.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 등장인물, 네 말대로 여자주인공이니까. 이해할 수밖에 없지.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하지만….”
“하지만…?”
“믿을 수가 없었어.”
“뭘?”
“과연 네가 이 세상에 남기를 결정했을 때, 세계가 안 무너질까? ‘신’이 믿고 있는 원칙이 적용되리라는…. 확신이 안 들어.”
“…….”
내가 이 세상에 남기를 결정했을 때, 이 세계가 무너지지 않으리란 확신?
그런 게 왜 필요하단 말인가.
나는 다희에게 되물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내가 남기를 결정했어도 이 세상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걱정이 된다는 말이잖아.”
“…응.”
“그게 나를 돌려보내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당연히 상관이 있지.”
다희는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
촉촉하게 젖은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확신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너를, 확실하게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 거니까.”
“…….”
이해했다.
다희의 고집 속에 숨겨진 의도를 깨달았다.
다희는 최소한의 불확실성조차 용납할 생각이 없다.
백 퍼센트의 가능성으로 만들어진 길을 걷고 있다.
다만, 지금 주어진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그러면 다희 너는…?”
백 퍼센트 확률로 나를 살리는 길은 백 퍼센트 확률로 다희를 죽이는 길이다.
다희 본인을 넘어 이 세상을 부수는 길.
다희와 눈을 마주했다.
확고한 신념이 깃들어 있는 눈빛은 그 자체로도 빛이 났다.
“난 신경 쓰지 마.”
언제 울먹거렸냐는 듯 당차게 말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확실하게 느껴졌다.
말로는 절대 꺾을 수 없다.
“멀쩡할 가능성이 더 큰 거 알아? ‘신’도 내가 있으면 된다 말했고…. 갑자기 세상이 무너진다는 게 말도 안 되잖아.”
“알아. 그래도 어쩔 수 없어. 1퍼센트, 아니…. 그것보다 더 작은 확률이라 해도…. 나는 널 돌려보낼 생각이니까. 그게 네가 확실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야.”
“…….”
섹스나 할까.
‘내 목숨 따위보다 더 중요한 것을 만들어준다.’
다희 스스로가 고집을 굽힐 수밖에 없도록.
나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낙담했다는 시늉을 겉으로 드러냈다.
“그래, 어쩔 수 없는 거구나.”
다 포기했다는 느낌으로다가.
다희는 움찔거리며 내 시선을 피했다.
“…돌아가서 행복하게 살아. 이런 세상은 잊고.”
“…….”
이 세상을 어떻게 잊는단 말인가.
살아생전 주인공이었던 적 없던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데 말이다.
‘포기 못하지.’
소설 속 세상이라 해도 상관없다.
“아무런…. 미련도 없어?”
내 물음에, 다희가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
“…미련이 없겠어?”
기억들을 회상하기라도 하는 듯 먼 곳을 바라보는 것 같다.
무엇을 떠올리고 있는 걸까.
더 이상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다.
다희를 임신시키고 싶어, 발기한 자지가 아플 지경이었다.
“나도 미련 안 남게, 마지막으로 잔뜩 하고 가야겠네.”
나는 시큰둥하게 말을 뱉었다.
퉁명스런 태도는 아이러니하게도 내게 주도권을 쥐어주었다.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그 주도권 말이다.
“…마음껏 하고 가.”
다희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씨익,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세계관 내에서 가장 예쁜 여자를, 오늘 아니면 언제 따먹어보겠어.”
다희가 자신만만하게 웃는다.
스스로 최고라고 말하는 모습이 귀엽게 보였다.
다희에게로 다가가 웃옷을 벗겼다.
최강자의 자리에 올라서 그런가, 장비가 아주 가벼웠다.
“돌아가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이 몸을 맛보고 갔는데?”
“잘 지내려고 노력해야지.”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어헤쳤다.
하얀색, 순백의 브라가 커다란 젖가슴을 감싸고 있었다.
터질 듯 부푼 살덩이는 예술적인 모양을 갖추었다.
“엄청 좋은 냄새 나네…. 돌아갈 때, 선물로 담아달라고 할까. 네가 입고 있던 것들….”
“흐읏…. 괜히 그러지 말고 그냥 다 잊어. 꿈이라고 생각해….”
가느다란 허리에 쩍 벌어진 골반은 언밸런스하면서 조화롭게 곡선을 그렸다.
여성성이 최대치로 느껴지는 하체 라인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탄탄한 복근에는 땀방울이 서렸다.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어서 그런가, 다희가 긴장하기 시작했다.
“…….”
군살 하나 없는 말끔한 몸매에 아이러니한 귀여운 아랫배.
앙증맞은 뱃살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다.
자궁을 여러모로 보호하기 위한 살이라서, 더 관심이 갔다.
“너무 빤히 쳐다보지 마.”
다희는 그리 투정을 부리면서도 내 머리를 밀어내진 않았다.
마지막이니까, 라는 변명을 하며 내가 원하는 바를 들어주려 했다.
허리끈을 풀어헤쳤다.
허리춤을 잡아 끌어 천천히 내렸다.
토실토실한 엉덩이에 바지가 걸리는 것도 무시하고, 느릿하게 벗겨나갔다.
다희는 스스로 다리를 들어가며 바지를 벗었다.
드러난 허벅지와 종아리가 반짝반짝 빛났다.
곧게 뻗은 다리 라인에, 다시 한 번 자지가 꿈틀거렸다.
새하얀 속옷.
다희의 가랑이는 이미 푹 젖어있었다.
찐득한 애액이 늘어지고, 음습한 암컷의 향을 뿜어댔다.
다희는 완전하게 나신을 드러냈다.
“돌아가기 싫은데….”
“…안 돼. 하고 가기로 약속 했잖아.”
마나의 맹세가 선명하게 이어져 있다.
내가 무슨 수를 쓰든, 나는 원래 세계로의 복귀가 예정되어 있다.
다희가 속을 털어놓은 이유는 마나의 맹세로 인해 결말이 정해져버렸기 때문이다.
아니라면 끝까지 말하지 않았을 테지.
‘…어휴….’
나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자기가 죽어도 되고 이 세상이 사라져도 되니, 나만은 살았으면 좋겠단다.
‘지가 무슨, 비련의 여주인공이야?’
적당히 이기적인 면이 좋다.
소설임을 밝혔을 때부터 말했던 것이지만, 나는 다희가 나를 구속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래, 시발.’
남자로서는 글러먹은 것 같기는 한데.
다희야, 아무래도 나란 놈은 변태마조돼지새끼가 맞는 것 같아.
‘…네가 이렇게 만들었어.’
다희를 노려봤다.
내 시선을 느낀 다희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뜬금없이 쏟아내는 강렬한 시선이 많이 낯선 듯했다.
‘네가, 나를.’
마조가 아니었다.
아니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다희 때문에 모든 것이 뒤틀렸다.
“그래, 돌아갈게.”
“…잘 생각했어.”
돌아갈 생각 없다.
“벽에 손 짚고, 엉덩이 이쪽으로.”
“알았어.”
다희가 엉덩이를 쭉 내밀었다.
둥근 엉덩이를 보면서 의욕을 다졌다.
“후우….”
‘신성’은 내 자지에서부터 시작된 스킬이다.
첫 개시는 라이트 페니스, 광소로 만들어진 자지였다.
‘그 때, 분명히 형태를 바꿀 수 있었어.’
집중해라.
내 레벨은 그 때보다 높아졌으니, 미세한 변화 또한 가능할 것이다.
귀두 끝에 바늘을 만든다.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한 바늘.
하지만, 콘돔을 뚫을 정도로 길고 뾰족하다.
‘됐다.’
콘돔에 구멍을 뚫었다.
라이트 페니스 모드를 끄고, 다희의 엉덩이에 손을 얹었다.
천천히, 아까 못했던 것을 이어서 했다.
철퍽-. 철퍽-.
“흐응, 읏….”
자지를 힘차게 찔러 넣었다.
다희의 자궁을 자극하기라도 할 속셈으로, 자궁구가 화들짝 놀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깊숙하게 쑤셔 박았다.
“하악…!”
신음을 꾹 참던 다희가 격한 호흡을 뱉어댔다.
두 달 만에 맛보는 자지일 테니까, 마냥 참는 것도 엄청 힘들 것이다.
“다희야, 오래 걸려도 되지…?”
“…흐으으응…! 웬만하면 빨리 끝내….”
“싫어. 발기가 안 될 때까지 할 거니까, 기절하지 말아줘.”
“하….”
다희는 같잖다는 듯 실소를 흘렸다.
보지 속살이 꾸물거리며 꽉 쪼여왔다.
“헙….”
푸슛-. 푸슛-.
달라진 압박감을 느끼며 다희의 보지에 사정했다.
엉덩이를 끌어당기고 귀두를 자궁에 밀착시켜, 정액을 주입했다.
다희의 보지가 꿈틀거린다.
사정 중인 자지를 콱콱 짜냈다.
“네가, 어떻게 날 기절 시켜?”
마지막이라도, 다희는 얌전히 기절해줄 마음이 없는 듯했다.
“가호, 존나 사기잖아….”
신성기사단 팔라딘 정자들이 다희의 난자를 향해 돌격한다.
괜히 웃음이 나오려 하는 것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진실을 외면하며, 나는 울상을 지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신경 못쓰도록 계속 박아라.’
혹시라도 임신했다는 사실을 눈치 못 채도록.
자지를 빼내고 콘돔을 바꿔 끼웠다.
익숙하게 구멍을 내고, 다희에게 삽입했다.
그것을 반복했다.
수십 번을.
패러사이트 퀸들에게 두 달 동안 훈련받은 덕분일까.
열두 시간을 내리 박아댔다.
“하아, 하아….”
비상계단에는 이미 사용한 콘돔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다희야. 생으로 한 번만 하게 해주면 그만 할게.”
“…싫어. 임신할 수도 있잖아. 절대 안 돼.”
“그래?”
자궁만큼은 기필코 사수하겠다는 모습.
웃음만 나왔다.
내 선물이 백 퍼센트 통하리란 확신이 들었다.
마음이 든든해졌다.
나는 실망했다는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다희를 안았다.
“그럼 조금 더 할래.”
여덟 시간 전에 깔아둔 매트릭스 위로, 다희를 끌어안고 드러누웠다.
아무리 안아도 질리지가 않았다.
열두 시간을 더 보내고 나서야 우리는 8층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다희는 후들거리는 하체를 이끌고 7층 보스 몬스터를 토벌했다.
…아직까지는 모르는 눈치였다.
굳이 확인해보는 것이 아니라면, 세포 단위의 변화를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
자신이 임신했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하는 것이다.
‘마나의 맹세까지 했으니….’
정말 돌아갈 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임신을 시키는, 멍청한 짓을 할 거라고는….
‘생각 없이 강간으로 시작했던 나인데, 뭘.’
정상적인 사고전개를 바라면 안 된다.
기대하지 마라.
우리는 8층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