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소설 속 회귀자를 따먹음-416화 (381/681)

〈 416화 〉 #111. 회귀자(1).

#111. 회귀자.

“여기에서 혼자 있었구나.”

8층을 둘러봤다.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공략과정이 단순화된다.

7층 이후로는 강해진 소다희가 무쌍 찍는 내용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틀이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8층이 수중도시 아틀란티스, 9층이 정령계 엘리시움.’

특히 8층은 플레이어에게 제공되는 땅이 매우 좁다.

아틀란티스로 내려가야 광활한 필드를 볼 수 있다.

수중도시 내부에 위치한 제단의 해룡왕을 토벌하면 9층으로 올라가는 게 가능해진다.

웬만한 수준으로는 그곳까지 가는 게 불가능하다.

다희도 그 여정이 순탄치 않았을 것이다.

“어인의 비늘을 가지고 다녀야 돼. 하나에 6시간 호흡할 수 있어. 알고 있지?”

다희가 비늘을 하나 건넸다.

여섯 시간도 안 걸려 통과하겠다는 의미였다.

어인의 비늘은 모래사장 근처에서 구할 수 있다.

순전히 운으로 구해야 해서, 사냥터로 나서는 것조차 쉽지 않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소설 속에선 최강자 반열에 이른 소다희가 알아서 처리해버린다.

동료를 몇몇 데리고 다니는데, 솔직히 말해 동료라기보다는 섹스 파트너에 가까웠다.

다희를 따라 바다 속으로 몸을 던졌다.

비늘을 물고 있으면 바다 속에서도 육지처럼 움직일 수 있었다.

‘신기하네.’

다희의 뒤를 따르면서 수중도시를 구경했다.

가끔 튀어나오는 어인들은 다희가 가뿐히 처리.

나는 떠나기 전까지 관광이나 즐기면 됐다.

‘언제쯤 깨닫지?’

어인을 단칼에 죽여 버리는 다희를 보며 생각했다.

임신공격에 당했다는 사실을 언제쯤 알아차릴까.

다희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처음 가면을 쓰고 강간했던 그 때처럼, 불알 떨리는 기대감이 내 뇌를 두드렸다.

‘충격을 너무 크게 받으면 안 될 텐데.’

뱃속에 자리 잡은 아이가 진혁이인지 진희인지, 아직은 모르지만.

그 아이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지금부터 내가 저지를 모든 일들이 태교에 썩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지가 않다.

‘혼자 지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진혁이 진희는 이제 막 착상에 성공한 상태다.

관점에 따라 생명으로 인정하지 않는 세포인 것이다.

벌써부터 태교니 뭐니 하는 게 우습기도 했다.

‘아, 몰라.’

어찌됐든 해야 한다.

진혁&진희도 애비를 이해해줘야 하는 게 맞다.

이 세상이 무너지면 태어나지도 못하니까.

합리화를 마쳤다.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

못 태어나는 것보다는 낫다!

8층 공략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내가 움직일 필요도 없이 다희 혼자 나아갔다.

두 달이란 시간 동안 다희는 범접할 수 없는 레벨을 이루었다.

패러사이트 퀸들에게 쥐어 짜이고 있는 동안에 말이다.

때문에 내 도움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방해만 됐다.

뒤에서 말이나 걸었다.

“두 달 내내 혼자 다닌 거야?”

“같이 다닐 필요가 없었으니까. 혼자서 움직이는 게 훨씬 빨랐고…. 상황이 상황이라서 시간 낭비할 여유가 없었어.”

“애들 뱃속에 아기들이 더 자라는 게 문제였구나?”

“…‘신’이 갑자기 일을 저지르는 바람에….”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다희의 입으로 전해들으니 색다르게 다가왔다.

결판은 10층에서 지어야 하니까, 올라가는 중에는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긴장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신’의 도움을 받아 마나의 맹세를 해제하고, 내가 미리 만들어둔 무기로 다희를 옥죈다.

그 뒤로는 누가 먼저 부러지느냐의 싸움.

‘나는 버티면 돼.’

임신이 회귀의 영향에서 벗어났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다희의 배가 불러올 것이다.

자신이 당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자신의 목숨을 버릴 수는 있어도, 아이의 생명까지 포기할 순 없겠지.

결국 다희는 패배를 선언하리라.

되도 않은 비련의 여주인공 코스프레도 그만두고, 나로 인해 완성되는 해피엔딩을 받아들일 것이다.

‘세상이 무너지긴 뭘….’

말도 안 되는 소리.

망상에 불과한 가정이다.

이 세계가 소설 속 세상이라는 진실에, 충격 먹은 다희가 만들어낸 허구의 가설.

“다희야, 부탁이 하나 있다….”

“뭔데?”

“물속에서 섹스 한 번만 해보면 안 되겠냐?”

“…….”

다희를 불러 세웠다.

“이 아름다운 도시, 아틀란티스에서 하고 싶어.”

“7층에서 그렇게 해놓고 또?”

“…그런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 걸어가는 네 탓이야.”

“하아…. 진짜 미쳤어?”

다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곧 있으면 영원히 작별을 고해야 할 상황이라서, 분위기가 침울하게 가라앉았다.

그런데 여전히 병신 같이 구니까, 다희도 어처구니가 없을 것이다.

‘어쩔 수 없잖아.’

해보고 싶은 걸 참고 갈 수는 없다.

“한 번만.”

검지를 펼쳐 간절하게 애원했다.

불쌍하게 빌면, 다희는 들어줄 수밖에 없다.

“한 번만이야.”

다희의 바지를 벗겼다.

그리고 잽싸게 삽입했다.

콘돔은 당연히 뚫어버렸다.

이미 임신한 상태일 테지만, 가만히 콘돔 섹스를 할 순 없었다.

“하움, 움….”

다희에게 키스하며 허리를 흔들었다.

엉덩이에 자지를 비비며, 자궁 깊이 사정했다.

“고마워, 다희야.”

다희가 자지를 입에 물고 청소해주었다.

깔끔한 뒤처리에 만족스러운 섹스였다.

“…9층 가서 또 해달라고 말 꺼내기만 해봐.”

“안 그럴게. 참으면 되잖아. 곧 헤어지는데, 그냥 참을게….”

불쌍한 척을 하면, 다희는 또 나를 안쓰럽게 바라본다.

9층에서 한 번 더 대달라고 해야겠다.

8층 보스 몬스터가 있는 제단에 도착했다.

해룡왕이 거만한 자세로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쿠구구구궁-.

자리에서 일어나는 해룡왕 때문에, 주변이 거세게 흔들린다.

골렘 따위와는 비교조차 안 될 덩치.

사냥 하는 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차이가 났다.

하지만, 이쪽에는 다희가 있다.

빛나는 강기를 휘두르며 해룡왕을 향해 뛰어올랐다.

찬란한 궤적이 그려졌다.

해룡왕의 몸에서 피가 튀었다.

단단하기로 소문난 피부를 베고 해체하기 시작했다.

참치 해체쇼도 아니고, 무려 해룡왕 해체쇼였다.

더 이상 반항할 생각도 안 든다.

성장해서 비벼보려 했던 나 자신을 반성한다.

다희를 힘으로 이기는 건 불가능했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대단하네. 레벨이 몇이야?”

“…이백, 좀 안 돼. 집착의 가호가 발동되면 여기서 절반 정도 더 올라.”

“……삼백 근처까지 가?”

“대강은?”

소다희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다.

소다희는 10층을 클리어 할 당시 150레벨이 채 안 됐었다.

그 정도로도 충분히 클리어가 가능했으니, 현재 다희의 레벨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진짜….’

져줄 생각이 없다.

다희는 어떻게든 나를 이겨먹고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말로 설득을 해?

웃기지도 않은 계획이네.

오히려 다행이다.

빠르게 포기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차라리 다른 방법을 궁리하기를 잘한 것 같다.

능력치나 스킬 레벨이 아무리 높아도, 목적 자체를 지워버리면 어쩌지 못할 테니까.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졌다.

해룡왕이 무너졌다.

나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9층으로 넘어갔다.

정령계.

자연의 운치가 물씬 풍겨왔다.

여러 원소가 어우러져 뒤죽박죽인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흐르는 흙의 폭포라든가, 몰아치는 불의 폭풍, 정령계이기에 가능한 정경을 볼 수 있었다.

“각성도 다 했겠네, 그럼?”

“당연하지. 안 그럼 보스몬스터를 못 잡잖아.”

“…….”

“보스몬스터보다는 각성이 더 어려워. 찾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거든.”

“숨겨져 있으니까…. 그건 좀 다행이네.”

두 달이란 시간도, 다희 입장에선 오래 걸린 편이었다.

각성만 아니었다면 더 짧게 단축할 수 있었다는 듯 아쉬워했다.

정령들이 나타나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안전지역도 없고, 사방이 정령들로 가득했다.

원소들이 폭발한다.

다희를 거칠게 덮쳤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대규모의 공격이 무색할 만큼, 다희는 멀쩡한 모습으로 걸어 나왔다.

“김진우.”

“어, 왜?”

“하고 싶으면 지금 말해.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면서 따라오지 말고.”

자지가 잔뜩 발기한 상태다.

당연히 걸음걸이에 이상이 생겼다.

그것을 단번에 캐치한 다희 쪽에서 먼저 제안해왔다.

대줄 테니까, 할 거면 지금 하라고.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냉큼 바지를 내리고 다희에게로 다가갔다.

현재 위치는 9층.

실질적으로 마지막 층이다.

표면상으론 다희와의 섹스도 마지막.

이별의 섹스라고 칭하기에 부족함 없는 상황이었다.

“다희야. 나, 너 없이 어떻게 살아?”

“결국 적응해서 잘 살 거야. 원래 살던 세계로 가는 것뿐이니까.”

“너희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1년도 안 됐어. 우리 존재는 금방 잊게 될 걸?”

철퍽-. 철퍽-.

다희는 시원섭섭한 말을 계속해서 뱉어댔다.

따스한 보지를 맛보고 있는데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다.

찌걱-. 찌걱-.

“김나영. 정다은. 문지영.”

“……?”

“전부 다, 나 깠던 여자 이름이야. 더 말해줄게.”

다희의 엉덩이에 대고 허리를 흔들면서, 이제까지 만났던 여자들의 이름을 나열했다.

나 혼자 허우적거린 경우가 대부분이고, 결국에 사귄 케이스도 몇 있었다.

그 끝은 안 좋았다.

“진짜 최악은 박소영. 이 년은 나랑 사귀면서 딴 놈이랑 떡치는 걸 들키더라고. 시발, 걸리지나 말지.”

“…도대체 뭐하는 거야.”

“돌아가면 또 얼마나 차여야 할까. 다희보다 못난 여자들한테 까이면서도, 섹스 한 번 해보려고 들이대야겠지? 그거 진짜 너무 슬픈데.”

“…….”

“존나 가기 싫다…. 흐, 쌀게.”

푸슛-! 푸슛-!

“흐으응…!”

뷰르르릇-!

다희를 꽉 끌어안고 잔뜩 사정했다.

다희의 자궁을 내 씨로 가득 채웠다.

“후회 없는 사정…. 다희 보지, 안녕….”

나는 자지를 빼냈다.

콘돔에 정액이 한가득 고여 있었다.

“안에 싸고 싶었는데.”

“…절대 안 돼.”

마지막이라는 명분을 붙여도, 다희는 끝내 질 내 사정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9층 보스 몬스터 레이드가 개시됐다.

다희 혼자 진행하는 레이드.

서걱-!

정령왕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원소들의 파도는 다희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가뿐하게 베어내며 정렁왕을 압박했다.

방심하지 않고 차근차근, 레이드를 진행했다.

그리고 해내고 말았다.

다희는 혼자서 9층을 클리어 했다.

츠즈즈즛-.

10층으로 향하는 포탈이 생겼다.

“…….”

다희가 포탈을 등지고 나를 바라본다.

눈빛으로 작별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별로 슬프진 않았다.

어차피 나는 돌아갈 생각이 없으니까.

그래도 반응해주었다.

시선을 피하며 슬픔을 연기했다.

다희는 포탈에 몸을 실었다.

나도 다희의 뒤를 따랐다.

“어서와. 유다희, 김진우.”

다희의 목소리가 옆이 아닌 앞에서 들려왔다.

“?”

권좌에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는 존재를 마주했다.

다희는 저 존재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뭐야?”

유다희잖아.

나는 다희를 흘겼다.

내 옆에 서있는 다희, 분명히 유다희였다.

그런데 권좌에 앉아 있는 것도 유다희다.

확실히 장담할 수 있다.

“김진우.”

권좌에 앉은 유다희가 나를 불렀다.

슬픔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말투.

‘이 목소리….’

마나의 맹세를 어떻게 해줄 수 있다고 주장했던 그 신의 말투랑 비슷했다.

목소리는 변조를 한 것인지 전혀 달랐지만.

“표정을 보니 대강 눈치를 챈 것 같은데…. 빠르게 소개할게.”

“…….”

“나는 이 세계의 ‘신’, 네가 읽은 소설 속 주인공 유다희야. 소다희, 라고 하면 이해가 빠르려나?”

“!”

내가 읽은 소설 속 주인공, 소다희.

그녀가 스스로를 ‘신’이라고 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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