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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회귀자를 따먹음-431화 (396/681)

〈 431화 〉 #003. 강하나(1).

#003. 강하나.

“포탈을 건너가면 너희가 알아서 설정할 수 있게 해놨어.”

게임과 비슷하다.

유다혜와 다희가 설정한 외형과 과거는 해당 차원에 적당히 스며들어 그녀들의 신분이 될 것이다.

“어떻게 다닐 건지는 따로 안 물어볼게. 알아서 재밌게 다니고. 원하는 타이밍에 돌아올 수 있도록…. 각자 포탈을 열 수 있는 권한을 만들었어. 편도니까 잘 생각하고 써.”

하루 있다가 복귀하든 일주일 있다가 복귀하든, 나와 같은 시간에 현대에서 깨어난다.

서로 머물렀던 시간이 다를 수가 있다.

“며칠 뒤에 보자.”

나는 유다혜와 다희에게 인사를 건네고 포탈로 몸을 실었다.

순식간에 차원이 달라졌다.

장소를 바꾸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각이 나를 덮쳤다.

‘가보자….’

빌딩 옥상.

익숙한 분위기의 도시가 나를 반겼다.

현대의 것과 하등 다를 게 없는 이 차원은 히어로와 빌런이 살아 숨 쉬는 세계.

강하나가 활동하고 있는 세상이다.

‘적당히 설치고 다니려면 초능력이 필요하겠지.’

초능력은 개인당 한 개씩 발현된다.

강하나는 초월적인 신체강화, 다른 히어로나 빌런들도 무조건 하나씩.

하지만 나는 그 법칙에서 예외다.

두 개고 세 개고, 내 몸에 적용시킬 수 있다.

‘뭐,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걸로 하자.’

피지컬이 필요할 때는 신체를 강화시키고, 다른 기타 요소가 필요할 때는 적재적소에 능력을 갖다 쓰면 될 것 같다.

나는 빌딩 옥상에서 강하나의 집으로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좌표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 세상이 나를 강하나의 집 앞으로 대령했다.

“흠….”

강하나는 보기보다 소박한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

넘버원 히어로라는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20평대 아파트.

나는 강하나의 옆집을 내 집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집 안에 들어가 남자 혼자 사는 느낌으로 꾸몄다.

영 시원치 않았다.

자연스럽게 TV를 켜고 스마트폰으로 강하나에 대해 검색했다.

모두가 강하나를 향해 칭찬일색이었다.

─ 압도적인 힘으로 도망치는 빌런을 제압! 올 마이티 덕분에 시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어요.

─ 해,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에요….

─ 올 마이티를 지켜보고 있을 시민 여러분들게, 한 마디 남겨주실 수 있나요?

─ ……대한민국의 평화는 제, 제가 지킬게요…!

능숙한 리포터는 소심한 강하나를 익숙하게 컨트롤 했다.

강하나의 어색한 인터뷰를 그럴 듯하게 끝맺었다.

도시에서 날뛰는 빌런을 체포했다는 기사에는 강하나를 찬양하는 댓글로 가득했다.

가끔 삐딱하게 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다른 이들에 의해 몰매를 맞았다.

─ 눈나 나 주거,,, 아 빌런은 진짜 주겄네 ㅋㅋㅋㅋㅋ

─ 올 마이티가 있는데 왜 범죄 저지르는 거임? 나였으면 그냥 초능력 교화 교도소 가서 문열어달라고 노크 할 듯

─ 다 그럴 듯한 생각을 가지고 저지르는 거지 올 마이티한테 처맞기 전까지는

스마트폰 액정을 위로 넘기면서 댓글들을 쭉 읽었다.

하나로 통일된 모습이 신기했다.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거의 김연아 급이네.’

누구도 피겨 여왕을 욕하지 못한다.

거의 그 수준으로, 강하나는 응원 받고 있었다.

‘어떻게 놀아볼까….’

당연히 빌런 놀이를 할 생각이다.

히어로 따위를 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속 시원하게 싸지르면서 다닐 거다.

‘당연히 강하나를 도발해야겠지.’

그녀를 위해 준비된 신분이 있다.

나는 백색가면을 만들어냈다.

‘투쟁의 탑’과 다르게, 여러 효과가 덕지덕지 붙은 가면이었다.

기만은 물론이요, 음성변조에 인식장애, 이거 하나만 쓰면 가면남과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같은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강하나는 가면남이 김현우라고 알고 있고.’

투쟁의 탑 1층 아카데미에 잠입했을 때, 나는 김현우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강하나를 따먹은 남자는 김진우가 아닌 김현우였다.

실제로 김진우 신분으로는 강하나를 만난 적이 없다.

강하나가 회귀하기 전에는 0층 튜토리얼에서 함께 했지만, 그 기억은 강하나에게 없으니까 제외.

실질적으로 강하나는 나와 초면인 상태인 것이다.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Rrrrrrr-.

스마트폰이 울렸다.

전화가 오고 있었다.

‘?’

전화 할 사람이 없는데 누구일까.

번호를 확인하니, 010으로 시작하는 평범한 번호였다.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일단은 받고 생각하자.

통화 버튼을 밀어서 받기.

“여보세요.”

─ 예, 혹시 김진우 씨 되십니까.

“예. 맞는데요, 누구세요?”

─ 검찰청 사무관 이순철입니다. 김진우 씨, 지금 통화 됩니까?

“…예, 예….”

갑자기 검찰청 소속 사무관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게 말인가 방구인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99년 10월 7일생, 김진우 씨 본인 맞으시죠?

“예.”

─ 다른 게 아니라, 김진우 씨 혹시 경기도 오산시에서 은행 계좌 개설하신 적 있습니까?

“아뇨?”

무슨 좆같은 소리일까.

나는 이 차원에 방금 넘어왔는데 말이다.

‘내 과거 설정이 그랬을 수도 있기는 한데….’

신빙성 있는 가설은 아니었다.

─ 현재 모든 대화가 녹취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진우 씨의 발언이 추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요.

“예? 왜요?”

─ 김진우 씨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판별이 날 경우, 그에 따른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신중하게 답하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왜요?”

냄새가 난다.

애미 뒈진 냄새가 풀풀 풍긴다.

─ 지금 김진우 씨의 명의로 개설된 계좌가 사기사건에 연루가 됐어요. 약 2천만 원에 달하는 피해금액이 발생했고, 현재 사건조사가 진행 중에 있어요.

“뭔….”

─ 그에 따른 서류 확인 도와드릴 테니까, 지금 스마트폰으로 확인해주시겠어요?

“…….”

보이스피싱에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요즘 떠오르는 방법은 스마트폰 링크를 클릭하게 하거나 정보를 입력하게 하는 것이다.

자동으로 결제가 되고 송금이 되는 그런 느낌.

“보이스피싱이에요?”

─ 아닙니다. 서울 대검찰청 특수1부 이순철 사무관이고요. 김진우 씨의 유선조사를 도와드리려고 전화한 겁니다.

“아, 그럼 확인을 꼭 스마트폰으로 해야 해요? 컴퓨터로 하면 안 되고요?”

─ 컴퓨터는 공용으로 쓰는 경우,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어서 개인적인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확인하는 게 맞습니다.

“…뭔….”

어떻게든 스마트폰으로 하게 하려는 구나.

─ 그러면 김진우 씨가 말하는 태도로 미루어 볼 때, 김진우 씨는 통장 판매나 대여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는 뉘앙스로 들리는데 맞습니까?

“개설한 적도 없고 근처에 간 적도 없는데요.”

─ 사실만을 말하셔야 합니다. 저희가 금융감독원에 협조공문을 보내서 대조수사를 할 거라서, 발언하신 부분과 다른 점이 발견되면 검찰청에 출석하셔야 돼요.

“아, 예.”

나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번호로 정보를 캐냈다.

신의 힘은 이 전화가 보이스피싱이라고 확실하게 알려주었다.

어디에서 전화를 걸고 있는지도 전부.

─ 그러면 김진우 씨가 가지고 있는 통장, 보호 받아야 할 자산에 대해서 조사를 할 생각인데요.

“왜요?”

─ 혹시라도 대포통장을 통한 불법적인 자산 취득이나 은닉의 흔적을 찾기 위해, 나중에 금융감독원에 협조를 요청했을 때, 김진우 씨의 자산을 보호해주기 위해서죠.

“아아.”

─ 말씀해주시겠어요? 무슨 은행에 어떤 용도의 계좌를 가지고 있는지….

내 정보를 계속해서 캐내려 했다.

검찰 사무관이란 새끼가 목소리에 짜증이 스며들었다.

상식적으로, 갑자기 전화해서 강압적으로 묻고 따지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

나는 다시 한 번 대놓고 물었다.

“이거 보이스피싱 아니에요?”

─ …유선조사 협조 안 하실 생각이세요? 지금 김진우 씨 통장과 관련해서 피해 받은 사람들이 조사를 기다리고 있어요. 김진우 씨가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시면, 서울 대검찰청에 출석하셔서 조사받아야 돼요.

“제가 왜요?”

─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으니까요. 대토 통장을 통해 불법적인 이득을 취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음….”

긴가민가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경찰서 한 번 가본 적 없는 나로서는 적잖이 압박감을 느꼈다.

신의 힘이 없었다면 낚였을지도 모르겠다.

보이스피싱은 오히려 당당하게 블러핑을 던졌다.

─ 검찰청에 출석하실래요?

“아뇨.”

─ 수사에 협조도 안 하시고, 검찰에 출석하기도 싫으시고, 어쩌자는 겁니까?

“그냥 끊을래요.”

─ 검찰청에 출석하셔야 됩니다. 관련 서류 우편으로 보내드릴게요.

“예.”

─ 지금부터 김진우 씨 계좌는 동결 처리될 거고요. 재판 관련해서 불리한 증거가 될 수도 있다는 점 참고해주세요.

“예.”

물고기가 더 이상 낚이질 않자, 상대방의 말투가 톡 쏘아재끼듯 날카로워졌다.

마지막 발언은 막무가내로 내지르다시피 했다.

‘재밌네.’

나는 전화번호를 토대로 보이스피싱 새끼들의 아지트를 찾아냈다.

순식간에 그들의 방으로 텔레포트 했다.

몸을 투명하게 하고 가면을 쓴 상태로 말이다.

우락부락한 남자 둘이 소파에 앉아서 짜장면을 들이켰다.

다른 한 사람, 방금 전에 스마트폰을 통해 들었던 목소리와 똑같은 톤을 가진 남자가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예, 혹시 김지현 씨 되십니까? 전 검찰청 소속 이용철 사무관입니다.”

똑같은 레퍼토리로 물고기에게 낚싯대를 드리웠다.

누가 낚일까 싶지만, 놈들은 낚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다.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으로선 검찰이란 단어의 압박감을 견디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아주 시발 새끼들.’

나는 이순철이었던 이용철의 뒤에 섰다.

그리고 대가리를 있는 힘껏 찍어버렸다.

쿠웅-!

“아악!”

“뭐야? 뭔 소리야?!”

짜장면을 후루룩 잡수고 있던 놈들이 고개를 들고 이쪽을 쳐다봤다.

이용철은 책상에 대가리를 박은 채 내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버둥거렸다.

“뭐하고 있냐. 새끼야, 빨리 작업 안 쳐?”

“아, 아닙니다! 지금 제 머리를 누가…. 힘으로 짓누르고 있어서…!”

“아무도 없는데 무슨…. 설마! 히어로인가?!”

덩치들이 소파에서 일어나 이쪽으로 다가왔다.

내가 보이지는 않지만, 대략 그런 초능력이리라 짐작하는 듯했다.

“야. 여기가 검찰이냐?”

나는 이용철의 머리채를 잡고 다시 책상에 내리찍었다.

콰앙-!

책상이 단박에 부서졌다.

이용철 이마에서 핏줄기가 흘렀다.

“이 목소린…. 방금…?”

“그래, 나다 씹새끼야. 출석 조사 받으러 왔는데, 이제 뭐하면 되냐?”

투명 상태를 해제하고 이용철의 대가리를 다시 한 번 후려쳤다.

덩치들은 상황을 파악하고, 내게 주먹을 내질렀다.

“이 새끼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혼자 왔냐? 겁도 없는 새끼!”

잽싸게 힘을 추가했다.

신체강화는 교양 없으니까, 압도적인 물리량의 염동력을 발산했다.

“크읏…!”

“염력인가!?”

덩치들은 더 이상 내게 다가오지 못했다.

투명한 벽이라도 마주한 듯 꼼지락거릴 뿐이었다.

“그냥 꺼져, 검사 나리들.”

그런 덩치들을 창문 밖으로 던져버렸다.

“으, 으아아아악!”

콰직-!

몇 층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비명 소리가 꽤 오래 울려 퍼졌다.

“여기 몇 층입니까, 사무관님?”

“…6, 6층…!”

“오.”

더 이상 관심도 없다.

이들은 강하나에게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제물일 뿐이다.

“사무관님, 사요나라.”

“아, 안 돼! 제발 살려줘…!”

“지옥에서 출석하시고요. 조사 잘 받으시길.”

이순철 사무관도 보내버렸다.

그리고 백색가면을 하나 생성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뚜르르르르-.

검찰, 경찰에 자수를 했다.

백색가면을 쓰고 있어서, 나에 대한 정보는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

강하나가 알아서 이 흔적을 발견하기를 바라며,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 * *

“보이스피싱 새끼들이 쓰는 사무실이야. 그런데 보이스피싱 놈들은 죄다 죽어있고, 웬 가면 하나만 덩그러니….”

“…….”

“애초에 자수한 것도 이상해. 경찰 쪽에서는 아무런 단서도 못 찾고 우리한테 협조요청을 하는데…. 하나? 듣고 있어?”

“네, 네…. 듣고 있어요.”

강하나는 멍하니 백색가면을 바라봤다.

그녀는 아직 이 가면을 잊지 않았다.

‘김현우…!’

설마 하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

아닐 수도 있다.

우연일 가능성이 있다.

확실한 근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현장 기억 전달해줄게. 하나야.”

“네….”

강하나는 소속 히어로사무실 사이드킥에게 현장 기억을 전달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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