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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회귀자를 따먹음-433화 (398/681)

〈 433화 〉 #003. 강하나(3).

#003. 강하나.

얼떨결에 강하나와의 접점을 하나 더 만들게 됐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내가 구한 여학생이 하필 강하나의 여동생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쁘지, 않나…?’

가면을 벗고 베란다로 나가 놀이터 쪽을 봤다.

강하나와 강하윤이 서로 무어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자세히 집중하니까, 점차 볼륨이 확대되듯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언니가 조심하라고 했잖아. 아무리 네 초능력이 안전하다고 해도, 어떤 놈한테 걸릴지 몰라. 특히 가면 쓴 그 놈은….

강하나가 이를 악물었다.

처녀막을 뚫어준 날 어떻게든 기억해주고 있었다.

감동이다.

─ 알았어. 조심할게.

─ …도대체 놀이터에서 뭐하고 있었던 거야? 집에도 안 오고….

─ 친구들 만나느라 그랬어. 아까 그 빌런 때문에, 몇 명 죽기는 했지만….

─ …….

친구가 죽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평온한 목소리.

괴리감을 느낀 건지, 강하나가 강하윤을 흘겼다.

하지만 그 이상 묻지는 않았다.

─ 집에 가자. 언니가 경찰에 연락해뒀으니까, 넌 집에 가있어.

강하나는 생각보다 여동생을 엄하게 다루었다.

원래 저런 성격이 아닌 걸로 아는데.

동생을 상대로는 소극적인 면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집 안에선 여포라는 의미일까.

여동생 앞에서 범해질 때,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생각만으로 군침이 싹 돈다.

‘그나저나….’

어째서 강하윤에게 내 힘이 통하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었다.

신의 힘으로 만들어진 초능력은 이 차원의 법칙을 깨고도 남을 무궁무진한 힘을 품고 있다.

물리량이고 나발이고, 강하윤을 곤죽으로 만들었어야 정상이다.

‘결국에는 초능력이라 이건가?’

신의 힘으로 초능력을 부여했다.

내 몸에 승인된 힘은 결국 초능력이란 의미였다.

그러니, 이 세상 법칙 아래에 놓이게 된 것이다.

‘쯥. 뭐, 이 정도 규칙은 지켜야겠지.’

신의 힘을 쓰고는 있지만 막무가내로 휘두르고 싶진 않았다.

덕분에 재밌는 상황이 펼쳐지게 되었으니까.

강하윤을 냅다 죽여버렸다면, 지금 전개로 흘러가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할 일은 강하나를 요리하는 것뿐.’

거실로 돌아왔다.

강하나도 강하윤을 데리고 집으로 가는 게 보였다.

옆집이니까, 분명 앞을 지나가게 될 텐데.

한 마디 던져보는 게 나을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마주칠 타이밍이 아니다.

상황이 더 진전되고, 가면남 신분에 어느 정도 명성이 생겼을 때.

그 때 천천히 김진우의 모습으로 다가가보자.

더 이상 생각을 멈추고, 욕실로 들어갔다.

씻고 자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 빌런 화이트페이스, 그의 목적은 대체 무엇인가.

─ 넘버원 히어로 올 마이티, 화이트페이스에게 경고.

─ 빌런들 중에 사이코패스는 과연 몇 퍼센트일까?

인터넷 뉴스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인터넷은 나에 대한 얘기로 시끌벅적했다.

─ 빌런에게 당한 피해자들은 사실 가해자였다.

─ 중학교 시절 동창생들의 인터뷰.

놀이터에서 일진 양아치들을 죽여버린 가면남은 화이트페이스라는 빌런 네임으로 재탄생됐다.

누가 작명했는지는 모르겠다.

나중에 찾게 된다면 무조건 죽여버릴 생각이다.

유치한 네이밍 센스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나는 에고 서치를 계속했다.

나와 관련된 기사들, 그 댓글들을 읽었다.

[대가리 터진 일진들 잘 뒤졌다 생각하는 찐따면 개추]

─ 일단 나부터 ㅋㅋ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화스트페이스

└ ???

[저 새끼들 촉법소년이라서 사람 죽이고 경찰서 재꼈잖음 ㅋㅋ]

─ 인생도 바로 재껴버리네 ㄹㅇㅋㅋ

각종 커뮤니티에선 화이트페이스를 찬양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경찰도 히어로도 해줄 수 없는 천벌을 내렸다며, 이런 빌런은 언제나 환영이라고 울부짖었다.

사회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반응들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살인인데, 살인마를 옹호하다니 말이다.

[일부러 못된 새끼들 죽였는지 아니면 얻어걸린 건지]

─ 모르니까 일단 잡아서 가두고 물어보자 ㅇㅈ?

└ 내가 볼 때 알고 저질렀음 그러니까 증거 다 남기고 갔지

└ ㄹㅇㅋㅋ 천벌

[ㅋㅋㅋㅋ 우리 학교는 안 와줌?]

─ 덕성고 2학년 3반 허길용 죽여줘라

[가해자 인권? 응 빌런 인권 챙겨~ ㅋㅋㅋㅋㅋㅋ]

─ 악은 악으로 벌한다 이마리야 ㅋㅋㅋㅋㅋ

자세히 찾아 보니, 사람들의 반응이 격한 이유가 있었다.

‘쓰레기들.’

내가 죽인 년놈들은 내 생각보다 더 쓰레기였다.

벌조차 받지 않은 쓰레기.

또래 동급생을 강간, 성매매 알선, 살인….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범행들을 집단으로 저질렀다.

전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사건, 그 중심에 있던 가해자들이었다.

쓰레기 같은 짓을 저지르고도 술에 취한 상태였다는 점, 심신미약이었다는 점, 그리고 고위 공직자의 자녀가 섞여 있다는 점, 여러 가지 조건들을 이용해 법망을 빠져나왔다.

허탈한 결말에 실망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 마음을 내가 풀어준 꼴이 되었다.

이 년놈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처벌.

죽음이 최소한의 형벌이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죽어야 할 새끼들이 드디어 뒈졌다고.

‘얼떨결에 영웅이 됐네.’

사람을 죽이고도 히어로가 되었다.

모든 이가 원하는 일을 해냈으니, 진정한 의미의 히어로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나는 그리 생각하며 끼니를 때웠다.

오늘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리면서 텅 빈 위장을 채웠다.

‘작정하고 그쪽으로 가볼까….’

악인을 벌하는 히어로, 다크 히어로 컨셉으로.

꽉 막혀있던 시민들의 욕망을 뻥 뚫어주는 것이다.

물론 강하나 입장에선 미치고 팔짝 뛴다.

모조리 없던 일이 되어버린 ‘투쟁의 탑’, 그곳에서 자신은 가면남에게 강간을 당했으니까.

자신을 강간한 강간범이 시민들에게 다크 히어로 취급을 받기 시작하는 꼴을 보며, 답답함에 못 이겨 커다란 가슴을 쿵쿵 두드릴지도 모를 일이다.

‘일단은, 내가 시키는대로 했는지 확인해볼까?’

분명히 인터넷에 퍼뜨려 달라고 했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지만, 나는 내 악행을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실천에 옮겼다.

동영상 촬영, 그리고 업로드.

‘안 올렸네.’

내게 된통 당한 일진 새끼들은 내가 시키는 것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잠적해버렸다.

다니는 학교에도 몰래 찾아가봤다.

등교 자체를 안 한 것 같았다.

“존나 꼴 좋지 않냐? 일진 쓰레기들.”

“빌런인데 오늘부터 팬 할 거다.”

“민간인 죽일 수도 있잖아. 좀 정상적으로 생각해.”

그들의 학교에선 그들의 이야기로 말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어찌나 많은 악명을 쌓은 것인지, 대부분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었다.

화이트페이스의 팬을 자처하고 다음 행보를 응원한다는 둥, 위험천만한 발언들을 서슴없이 뱉어댔다.

‘그만큼 좆같았단 말이겠지.’

악당의 손을 빌리고 싶을 정도로.

학교에서 나와 거리를 걸었다.

도시에 보이는 사람들을 훑어봤다.

[유호준] [2]

[박아연] [2]

[최경훈] [3]

다들 이름 옆에 숫자가 떠올랐다.

김진우 기준으로 측정된 처형지수였다.

10점까지 있는데, 높으면 높을수록 김진우 기준에서 쓰레기라는 의미였다.

대부분 2에서 3 근처의 점수가 부여되었다.

별 의미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가끔 4점인 사람은 폭행 정도.

악의적으로 남을 깎아내리고 헐뜯은 전적이 있는 수준.

5점부터는 레벨이 확 뛴다.

그리고 나는 9점을 발견했다.

* * *

“야, 야! 이거 화이트페이스 아니야?”

누군가가 그렇게 소리쳤다.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2분 전에 켜진 라이브 방송에 들어갔다.

백색가면을 쓴 남자가 화면 너머에 앉아 있었다.

이 자가 진짜 화이트페이스인지 아닌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풍기는 분위기가 사람의 관심을 당겼다.

[생][화이트페이스]

[시청자수 13,052명]

회색빛의 칙칙한 방 안.

화이트페이스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는 어딘가로 걸어가 한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왔다.

‘뭐야?’

사람들은 당황했다.

라이브 방송에서 여자를?

저렇게 함부로 다뤄도 되는 건가?

채팅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채팅은 여자의 정체에 대한 물음이었다.

화이트페이스는 그 채팅을 확인했다.

─ 제가 어젯밤에 벌인 짓을 알고 계십니까, 다들?

네, 라는 대답이 도배된다.

그 열렬한 환호의 기세는 화이트페이스조차 흠칫 놀랄 정도였다.

─ 그것과 비슷한 맥락의 일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조져놓은 쓰레기를, 제가 다시 조져버리는…. 당연히 누군가가 했어야 할 일을 대리로 집행…. 예, 대리집행할 생각입니다.

채팅창이 더 격하게 요동쳤다.

─ 이 여자의 이름은 최지연. 나이는 스물일곱. 직업은…. 뭐, 의미가 있습니까? 여러분들이 원하는 건 죄목인데 말이죠.

─  이 여자는 한 가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사람이라면 해선 안 될 짓이었죠. 무엇 때문에 본인이 잡혀왔는지, 알 것 같습니까? 최지연 씨의 대답에 따라 제 행동에 변화가 생길 것 같습니다.

화이트페이스는 최지연의 입에 붙여둔 테이프를 떼주었다.

최지연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왜, 왜 저를…!

─ 거짓말.

화이트페이스가 고개를 저었다.

─ 한 남자의 인생을 박살냈잖습니까. 무고죄로.

─ ……!

최지연의 몸이 크게 움찔거렸다.

시청자들의 눈에도 보였을 정도로 격한 반응이었다.

─ 10년 전, 한 학생이 선생을 지목하며 말합니다. 강간을 당했다고.

─ 선생 입에서 애미 시발이라는 말이 나와도 모자라지 않은 상황에, 그 누구도 선생의 편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무죄 추정은 이미 미국 가서 엿 바꿔 먹었거든요.

─ 시간이 흐르고, 결국에는 밝혀졌습니다. 선생에게는 죄가 없다는 사실이요. 하지만….

화이트페이스는 옷을 훌러덩 벗었다.

─ 그는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아내와 어린 딸을 두고, 수치심과 억울함을 호소할 수 없어 삶을 포기했습니다.

모든 시청자들이 경악했다.

자지를 훤히 드러낸 채 카메라 앞에 선 화이트페이스를 보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거, 이거 정지 안 시켜? 계속한다고?”

“언제부터 너튜브가 팝콘이 됐지? 이걸 이렇게 튀겨버리네.”

“레전드. 그 와중에 화이트페이스 좆 존나 큰 거 봐라.”

화이트페이스는 멈추지 않고 최지현의 옷을 벗겨버렸다.

어느덧 시청자수는 30만을 돌파한 상황.

─ 꺄아아아악!

최지현의 맨살이 30만 명 앞에 공개되었다.

화이트페이스는 멈추지 않았다.

─ 나는 웬만한 중범죄보다 무고죄가 더 애미가 없다고 생각해. 왜인줄 알아?

─ 구라잖아. 구라 쳐서, 법을 악용해, 상대를 처벌하고자 한 거잖아.

─ 범죄자를 처벌하고 사회적으로 격리 시키기 위해 만든, 질서를 위해 존재하는 법을 사리사욕을 위해 휘둘렀다…. 이거, 참을 수가 없거든.

화이트페이스의 손이 최지현을 잡아당겼다.

카메라 앞에 얼굴과 보지가 훤히 보이도록 자세를 잡았다.

─ 강간 당했다고 구라 쳤지?

─ 오냐, 진짜 강간 해줄게. 40만 명 앞에서 공개 강간.

강하나는 화이트페이스의 방송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빨리 저 장소를 파악해주세요.”

히어로로서 움직이기 시작한 강하나는 소심한 성격을 갖다 버린 듯 당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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