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화 〉
#54. 진혁&진희.
퍼억-! 퍼억-!
음란한 마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이실리아의 보지에서 애액이 마구 튀었다.
야릇한 섹스 장면을, 유다희는 가만히 지켜봤다.
투명한 벽이 가로 막고 있는 듯 끼어들거나 하지도 않았다.
처량하게 떨고 있을 뿐이었다.
“이모, 이모!”
“놀아주세요!”
엘레나를 닮은 엘프 아이들과 아이실리아를 닮은 드래곤 아이들.
“어, 어…. 그래.”
유다희는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섰다.
미련 가득한 얼굴로 남녀의 정사를 흘겨봤지만, 꿈속 김진우는 유다희에게 관심도 없었다.
내가 봐도 잔인할 정도로 무관심했다.
유다희는 세상을 다 잃은 얼굴로 아이들을 뒤따랐다.
어색하게 올라가는 입 꼬리가 너무 불쌍해보였다.
“전체적인 내용을 배속해서 볼 수는 없냐?”
“그렇게까지는 안 되는데.”
“몇 번 더 싸주면 되냐.”
“세 번?”
티타니아는 고민조차 하지 않고 세 발을 원했다.
“일단 보여줘. 정액은 나중에 받아가고.”
“히히, 그래. 나도 꿈속에서 짜낸 정기보다 방금 갓 싼 정액이 더 좋아.”
시간이 배속됐다.
티타니아의 능력 덕분에, 유다희가 기억하고 있는 장면들을 생생하게 관음 할 수 있었다.
평범하게 투쟁의 탑을 올랐다.
3층에서부터 9층까지, 회귀를 이용하면서 평소와 다름없었다.
변화는 사소한 것부터 이루어졌다.
유다희가 아니면 느끼지 못할 그런 변화였다.
“진우야?”
꿈속 김진우는 유다희에 대한 애착이 현저히 적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여자들과 유다희를 똑같이 대했다.
유다희는 거기에서 서운함을 느꼈다.
차곡차곡 쌓여갔다.
마나의 맹세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지만, 관계는 계속 멀어졌다.
시련이 아니었다면, 저런 반응을 보일 리가 없을 텐데.
시련이라서, 꿈속 김진우는 유다희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쯧쯧쯧, 내가 잘못했네.’
?
“다희 님, 오늘 영상 가져왔습니다.”
엘레나는 여전히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영상에서 쾌감을 느끼지 못했다.
플레이가 현실로 닥친 순간부터, 유다희는 영상을 보며 고통만 느꼈다.
─ 오늘 배란일입니다. 이 쓰레기도 저를 임신시키고 싶은 건지, 일주일 동안 자위도 안하고 묵혀서 왔네요.
수정하는 순간의 영상을 대놓고 남겼다.
“으, 으으윽…! 김진우! 까아아아아아아악! 이 개새끼야아아아앗!”
꿈속 김진우의 머리채를 쥐어뜯으며 울부짖는 아이실리아.
아이실리아는 엘레나와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가졌다.
탑을 오르면서 유다희는 김진우를 가만히 지켜만 봤다.
엘레나와 아이실리아에게 자리를 빼앗겼다.
변화는 느릿하게 이루어졌다.
하나둘, 셋, 넷, 조금씩 인원이 늘어났다.
시련 속에서는 스타팅 포인트고 나발이고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유다희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주기 위해, 모든 상황이 착착 알맞게 굴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희야, 마나의 맹세 좀 없애주라.”
꿈속 김진우는 무덤덤하게 말을 건넸다.
유다희는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알았어.”
당당하고 쾌활하던 유다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일방적인 김진우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불쌍한 여자만 남았다.
유다희가 불쌍하게 끌어안는 마나의 맹세, 이 맹세가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김진우는 유다희를 그 누구보다 사랑한다.’
마나의 맹세가 사라졌다.
그 뜻은, 꿈속 김진우의 마음속 첫 번째 여자가 바뀌었단 뜻이다.
유다희는 펑펑 울었다.
누구도 오지 못하게 결계를 펼치고, 안에서 몇 시간이고 울었다.
“와…. 진짜 오랫동안 우네….”
티타니아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시간을 배속하고 있는데도, 유다희의 울음은 그칠 생각을 안 했다.
태평하게 엘레나와 아이실리아를 안고 있는 꿈속 김진우를 후려패고 싶을 정도였다.
유다희는 스스로 결계에서 나왔다.
투쟁의 탑을 클리어하기 위해서였다.
퀭한 얼굴, 생기를 잃은 눈빛, 어두운 표정….
안타까웠다.
시련은 계속해서 진행됐다.
회귀자라서 무난하게 클리어 할 수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 그 문제였다.
시련이기 때문에 내용도 조금 달랐다.
원래라면 10층에서 한 사람만 남아야 하는데, 전원 클리어로 인정 됐다.
모두가 원래대로 돌아갔다.
클리어 했지만, 남은 건 없었다.
유다희는 소환되기 이전의 삶을 되찾았다.
“…….”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힘없는 발걸음,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약들을 꽉 쥐었다.
유다희는 그렇게 텅 빈 방 안에서 생을 마감했다.
‘시바, 자살 했다고?’
회귀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스스로 삶을 마감할 정도로 피폐해졌나?
나 따위에게 버려진 게 그리 큰일이야?
유다희라면 더 나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거다.
물론, 내가 내버려두지 않을 테지만.
시련 속에서는 그런 선택지도 있었다.
‘하이고….’
새드 엔딩이다.
소설보다 더 지독한 엔딩.
소설에선 진실을 깨달은 유다희가 혼자 올라갈 정도로 강해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소원을 빌고 에필로그가 이어지겠지.
거기까지 읽진 못했지만, 나름 해피엔딩.
그에 비하면, 유다희의 자살은 서글픈 결말이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기나긴 잠에 드는 유다희를 보고 있으면, 숨이 턱 막혀왔다.
꿈에서 빠져나왔다.
시간을 확인하니, 두 시간 정도 흘러 있었다.
배속을 올리고 내용을 압축해서 두 시간, 유다희는 시련 속에서 몇 년 동안 고통 받았다.
‘이거…. 절대 각성 못하겠는데.’
그 생각만 들었다.
시련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면, 유다희는 각성하지 못할 것이다.
자의식 과잉이 아니라, 유다희가 보여준 반응을 토대로 내린 결론이었다.
“자아, 사용료 낼 시간입니당.”
“알아서 받아가.”
“네넹. 알겠습니당.”
티타니아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내 자지를 손으로 잡았다.
서큐버스 퀸의 능력 사용료로 세 번의 사정을 끝마치고, 나는 뒤숭숭한 상태로 잠에 들었다.
아침이 되었다.
꿈으로 기억을 봤다는 사실은 유다희에게 비밀로 했다.
알렸다가 좋은 꼴을 못 볼 것 같았다.
우리는 1층에서 모였다.
제법 괜찮아진 유다희를 만날 수 있었다.
“시련을 통과할 수 있을까?”
유다희는 어제보다 냉정했다.
시련은 시련일 뿐이란 사실을 너무도 잘 알았다.
하지만, 그만큼 시련의 두려움도 잘 알았다.
직접 느꼈기 때문에 선뜻 도전하기가 망설여지리라.
“통과해야 해. 안 그러면….”
투쟁의 탑 각성은 밀리면 밀릴수록 피곤하다.
끝에 도달하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아는데, 무서워. 솔직히 말해서, 그냥 싫어. 시련 받는 것 자체가 너무….”
유다희는 평소의 모습을 되찾았다.
시련과 현실은 전혀 다르다.
하루만 지내도,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나도 썩 달갑지 않아. 의욕이 안 생긴다고 해야 할까.”
아이실리아도 4성 각성에 대해 회의감을 표현했다.
무슨 시련을 겪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해 못할 건 아니었다.
아이실리아 나름대로 끔찍한 경험이었을 테니까.
“그럼 각성은 천천히 생각해보자. 어차피 널린 게 시간이니까.”
회귀를 생각하면, 기회는 많이 남았다.
나중에 자신감이 생겼을 때 내려와서 도전해도 좋고.
“그런데 진우야, 넌 어떻게 통과한 거야?”
유다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내게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통과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한데.”
“운이 좋았을 뿐이야.”
설명해주기가 애매하다.
시스템 자체에서 시련을 퇴짜 맞았다고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엘레나 씨는, 진짜 대단하네요.”
“정신력도 갈고 닦을 수 있습니다. 시련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단단하게 만드는 거죠.”
“아무리 생각해도 감이 안 잡혀요.”
침울한 유다희를, 엘레나가 열심히 달래주었다.
시련 속에서 내 아이를 뱃속에 품고 엉덩이를 대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생각보다 야했어.’
꺄르륵 웃으며 돌아다니던 엘프와 드래곤 아기들도 귀여웠다.
얘들과 아이를 가지면, 그런 꼬마 애들이 나오는 걸까.
“일단 돌아가자.”
나는 유다희에게 회귀하자고 말했다.
라이언을 죽여 버렸을 때, 우리는 시련이 끝난 직후 회귀하기로 했었다.
유다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3층에 올라오겠지만, 지금의 관계와는 약간 달라져 있을 것이다.
[‘사망회귀’가 발동됩니다.]
아카데미 앞에서 눈을 떴다.
엘레나는 태연하게 움직였다.
무기와 장비를 나눠주었다.
다만,
[부러진 기사의 맹세(4★)]
내게 건넨 것은 이전 회차보다 훨씬 좋은 검이었다.
‘근사하네.’
4성 장비, 본격적으로 팔리는 시점의 무기다.
무슨 말이냐.
투쟁의 탑에서 가장 많은 별(★)이란 소리다.
4성 플레이어가 많으니, 4성 장비도 자연스레 많이 팔린다.
특색 없는 평범한 대장간들은 4성 장비만 뽑아내는 경우도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
‘4성, 5성….’
그 다음이 3성과 5성.
2성은 의외로 적다.
툭하면 뒈져나가는 구간이라서 많을 수가 없다.
“움직이자.”
1층은 급속행군 비슷하게 통과했다.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엘리샤, 엘로인, 엘바런은 멍청하게 따라오기만 했다.
부질없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산점 주고 싶다.
2층에 도착하니, 아이실리아가 왕고한 패거리를 토벌하고 있다.
괜히 저번처럼 숨어 있고 했으면 서로 피곤했을 텐데.
다행이다.
왕고한 패거리를 정리하고 안전지역을 확보.
반나절 만에 일어났다.
설아를 기다렸다.
애들을 데리고 다니느라 항상 늦었다.
‘생각해보면, 설득해서 데려와야 하니까.’
이해는 한다.
멀쩡한 거점을 버리고 상점 근처로 옮기자는데, 얌전히 따라올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물론, 의외로 설아를 많이 따랐다.
대부분이 여자에 어린 아이들이지만.
“다희 언니!”
설아가 무리를 이끌고 올라왔다.
환하게 웃는 설아를, 유다희도 밝게 맞이해주었다.
우리는 일주일 정도 머물다가 올라가기로 했다.
“바로 올라가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아.”
어떻게 보면, 유다희와 아이실리아를 위한 일주일 간의 요양.
느낌이 이상하지만, 필요한 휴식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 대부분을, 나는 유다희 케어에 쏟아 부었다.
시련을 통과할 수 있도록 살신성인을 다했다.
“으흐흐, 너무 잘해주니까 좀 무서운 데.”
유다희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내 지극정성이 시련에서 어느 정도 통하리라 믿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알았어, 알았어. 도전해볼게.”
유다희도 알고 있다.
결국엔 뛰어넘어야 할 산인 것을, 모를 리가 없다.
어차피 도전할 생각이었겠지만, 매일 우울한 표정으로 나를 노예 부려먹듯 가지고 놀았다.
나도 그에 맞추어주었고, 그 노력에 대한 대가를 받을 때가 왔다.
지하3층.
이번엔 유다희와 아이실리아, 둘이서만 내려간다.
이미 4성을 달성한 내가 굳이 따라갈 이유가 없었다.
“그럼, 다녀올게!”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들이 유다희에게 힘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정확히 5분 후.
“진우야, 진우야…. 나 버리지 마….”
유다희는 아이실리아에게 업혀서 나왔다.
눈물콧물 질질 흘리며, 버리지 말아달라고 중얼거렸다.
마치, 폐인처럼.
“와….”
감당이 안 되네.
웬만하면 유다희에겐 독심술을 쓰지 않는다.
속마음을 읽는 게 미안해서.
저 얼굴 상태가 거짓이거나 연기일 리는 없겠지만, 이번에는 써야 할 것 같다.
제발 나를 놀리는 거라고, 속으론 낄낄거리며 웃어줬으면 좋겠다.
‘진우야, 잘못했어, 버리지 마.’
‘내가 더 잘할게, 나도 데려가줘.’
‘외로워, 외로워, 외로워, 외로워, 외로워.’
‘진우 냄새, 진우가 나를…. 아, 뭐야…? 이게 현실이었지, 참….’
내 머릿속을 파고드는 절규에, 목이 멘 듯 말이 나오지 않았다.
‘방법을 찾아야 해.’
소다희는 스스로 시련을 돌파했다.
반복도전 끝에, 극복해냈다.
하지만, 지금의 유다희는 불가능하다.
소설 속에서 나오는 묘사보다 훨씬 심각한 후유증을 보이고 있었다.
‘도대체….’
그대로 붉은 머리 용병대의 길드하우스로 복귀했다.
유다희를 재우고, 엘레나를 불러냈다.
“방법이 없을까?”
소설 내용도 가물가물해져서, 내 머리로는 각성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다.
믿을 건 엘레나 뿐.
“…옛날에, 내가 3층을 공략하고 있을 때 있었던 일인데 말이야.”
엘레나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