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화 〉
#57. 초신성.
“쟁탈전 신청하러 왔습니다.”
“신청, 말이죠?”
콜로세움 직원이 우리 셋을 흘겨봤다.
‘시스템’에 의해 채용된 플레이어였다.
종족은 인간.
‘버스타고 올라왔나?’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해서, 모두가 강하거나 한 건 아니었다.
그린 웜 하나를 못 잡아서 빌빌 기어도, 층을 오르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포탈만 통과하면 되니까.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이 직원과 비슷하게 킹덤에서 경제활동을 이어간다.
발전이라곤 없는 삶을 살아가겠지만, 사치만 안 부린다면 그럭저럭 살만할 거다.
‘죽을 때까지 제자리에서 사는 거야.’
층을 지배하는 최강자가 달라질 때마다 그에 따른 변화에 휘둘리며 말이다.
“소속이 어떻게 되시죠?”
“알브헤임 중앙 기사단입니다.”
“알브헤임, 중앙 기사단….”
[쟁탈전을 신청합니다.]
콜로세움 직원이 ‘시스템’에 길드 정보를 기입하면,
[알브헤임 중앙 기사단]
[마스터 ─ 엘레나 트리가드(8★)]
내 시야에 길드 현황이 떠오른다.
[서브마스터 ─ 김진우(4★)]
일반 길드원은 쟁탈전을 신청할 수 없지만, 나는 무려 서브마스터.
신청권한이 있다.
“서브마스터, 김진우 씨?”
“예, 맞습니다.”
콜로세움 직원이 한 번 확인을 하고, 다시 정보를 기입한다.
“다른 참가자들이….”
“유다희, 아이실리아 본 화이트입니다.”
콜로세움 직원에게만 ‘시스템’ 권한이 주어졌다.
[쟁탈전에 정보가 등록되었습니다.]
[참가자 ‘김진우’, ‘유다희’, ‘아이실리아 본 화이트’]
“상대는 어떻게 됩니까?”
“없습니다. 랭크로 넣어주십쇼.”
“…랭크….”
콜로세움 직원이 미심쩍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쟁탈전 전적이라곤 하나도 없는 초보.
4성이라지만, 별의 개수가 무력을 완전 대변하진 않는다.
직원 입장에서, 처음 보는 새끼가 갑자기 랭크에 도전하려 하니 어처구니가 없을 것이다.
나라도 저런 표정을 지었겠지.
“쟁탈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온 겁니까?”
“예, 대강 알고 있습니다.”
“8성 마스터에 4성 서브마스터…. 혈족 비슷한 느낌으로 운영되는 길드 같은데, 쟁탈전 랭크는 함부로 들어오면 안 돼요.”
콜로세움 직원은 나를 말리려 했다.
객기와 만용,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쟁탈전은 결투란 말입니다. 지면 손해가 커요. 물론, 랭크는 비교적 덜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위험부담이 없는 게 아니에요.”
뒤에 플레이어들이 줄을 서고 있는데도, 직원은 조언 아닌 조언을 던졌다.
나를 무시하는 게 아니다.
랭크에 무시무시한 놈들이 있다는 의미다.
나름 걱정 해주는 거겠지.
‘비슷한 경험이 있나.’
모든 이가 시작부터 주저앉는 건 아니다.
열심히 하는데 안 되니까, 포기를 하는 것이다.
이 직원 또한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괜찮습니다. 랭크에 넣어주세요.”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단호하게 말을 하니, 직원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우리 정보를 조작했다.
[쟁탈전(랭크)에 신청되었습니다.]
일반적인 쟁탈전은 상대를 구해와 결투를 한다.
서로 원하는 것을 걸고, 빼앗거나 빼앗기는 것이다.
하지만, 쟁탈전 랭크는 다르다.
참가자가 신청을 해두면, 랜덤으로 상대가 배정된다.
3층 킹덤, 약육강식의 최종판.
쟁탈전 랭크는 길드의 위세를 대변해준다.
그도 그럴게, 상위 티어의 길드는 하나의 세력을 의미하니까.
쟁탈전 랭크는 길드들이 명성을 편하게 드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다.
쟁탈전 랭크에서 잘나가면, 오르드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망하기 좋은 것만 빼면, 존나 최고지.’
띠링-!
[쟁탈전 전적]
[김진우 0전 0승 0패]
[유다희 0전 0승 0패]
[아이실리아 본 화이트 0전 0승 0패]
띠링-!
[브론즈 티어에 배정되었습니다.]
티어는 네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브론즈, 실버, 골드, 다이아몬드.
알브헤임 중앙 기사단은 최하위 티어인 브론즈에 배정됐다.
다이아몬드까지 고작 몇 단계 안 되지만, 각 티어에 대한 대우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설마, 오늘 당장 쟁탈전을 치를 생각은 아니죠?”
“오늘 뛰고 갈 거니까, 대진에 넣어주세요.”
“미쳤습니까? 지면 어떤 꼴을 당하는지, 아예 모르는 게 확실하네요. 말려줄 때 돌아가요. 안 그러면 분명 후회할 겁니다.”
“안 합니다. 빨리 할 일이나 하세요.”
콜로세움 직원은 나를 나무랬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내가 짜증을 내자, 직원이 ‘시스템’을 두드렸다.
“나중에 딴 말하지 마세요.”
“안 한다니까요?”
띠링-!
[쟁탈전(랭크) 상대가 결정됩니다.]
[‘알브헤임 중앙 기사단’ VS ‘적운’]
상대를 따로 구해야 하는 일반 쟁탈전보다 랭크 쟁탈전이 더 많이 진행된다.
신청만 해두면 상대가 결정되니까, 당연한 것이었다.
“적운이라니….”
콜로세움 직원이 탄식을 내쉬었다.
적운이 어떤 놈들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강한 놈들인 것 같았다.
‘기억이 안 나네.’
상대가 잡혔으니,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
“…지금부터 세 시간 뒤에 경기 시작이에요.”
직원의 말을 끝으로, 우리는 데스크에서 물러났다.
뒤에 서있던 플레이어가 콜로세움 직원에게 다가갔다.
콜로세움은 일반 경기장과 비슷한 구조다.
명칭만 콜로세움일 뿐.
복도 곳곳에 대형 모니터가 배치되어 있다.
대형 모니터에는 현재 진행되는 쟁탈전에 대한 정보.
그리고 오늘 있을 쟁탈전들에 대한 일정이 번갈아 띄워졌다.
“적운 놈들, 또 랭크 뛰려 하잖아?”
“상대가 누구야. 알브헤임 중앙 기사단…?”
“처음 보는 길드인데? 들어본 적 없어.”
우리 길드도 거론됐다.
새로운 길드가 나타났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적운한테 걸면 반은 먹겠지?”
“아서라. 역배에 미친놈들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뉴비들한테 걸 정도로 맛 간 놈은 적을 걸?”
“알브헤임이면 엘프 왕국인데…. 스읍, 재밌는 거 볼 수 있는 거냐? 적운 새끼들이 이런 빅 찬스를 놓칠 리가 없잖아.”
플레이어들이 바로 옆에서 낄낄거리며 떠들어재꼈다.
내가 알브헤임 중앙 기사단 소속인 것도 모르고, 신나서 어깨춤을 쳐댔다.
“엘프가 맛있긴 하지. 예쁘고 맘마통도 크고.”
“아, 얼마 전에 엘프들 올라왔다던데? 동쪽에 지내고 있대.”
“들었어. 젖탱이 다 드러내고 다니던데. 존나 크더라.”
우리 얘기였다.
정확히는, 엘리샤에 대한 얘기.
음담패설을 즐기고 있는 놈들을 슥 훑어보았다.
얼굴을 확인하고 수준을 가늠해봤다.
‘썩….’
좋지 않았다.
그저 그런, 어중이떠중이들.
무시하고 대기실로 향했다.
쟁탈전에 참가하는 길드들은 각자 대기실을 사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 대기하다가 들어가도 되고, 아니면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와도 좋다.
[알브헤임 중앙 기사단]
언제 걸어둔 것인지 모를 대기실 팻말.
“오.”
대기실은 쾌적하고 넓다.
일반 쟁탈전보다 랭크 쟁탈전 대기실이 훨씬 좋았다.
유다희가 놀란 눈으로 둘러볼 정도니,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적당히 차려진 다과를 주워 먹으며 다른 길드들의 쟁탈전을 관전했다.
대기실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여러 길드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유다희와 아이실리아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쟁탈전을 지켜봤다.
나는 그런 둘을 내버려두고, 몰래 화장실로 들어왔다.
쟁탈전 대기실에는 화장실과 욕실도 따로 구비되어 있었다.
“시바.”
자지가 이상했다.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브라더가 빛의 형태를 띠었다.
마치 천사가 강림하듯 빛을 두르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러는 거지?’
겉부터 빛으로 산화되는 모양새였다.
자지에 집중하면, 가루가 되어 흩어지던 빛 파편이 자지에 엉겨 붙었다.
다시 모여 형태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건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 자지는 빛 입자처럼 잘게 쪼개져 흩어질 것이다.
본 적은 없어도, 내 직감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예 감각이 안 느껴지는 건 아니야.’
내 신경은 그대로인데, 브라더의 모습이 서서히 빛으로 변했다.
뱀이 허물을 벗듯 내 자지가 허물을 벗는 것 같았다.
물론, 그 허물은 빛의 형태로 부서졌다.
어떻게든 해야 한다.
자지 없는 삶이라니, 상상하기 싫다.
‘유다희는 분명, 내 자지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자지가 빛 덩어리로 변해가고 있는 지금, 내가 새로이 모양을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조물조물.
자지를 주물럭거렸다.
‘느낌 존나 이상해.’
성기의 감각이 오묘하게 바뀌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커다란 귀두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제어가 안 될 정도로 길쭉했는데, 불알처럼 짜리몽땅해졌다.
딸랑딸랑-.
덜렁거리던 묵직함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쉐에에엣….”
애기고추가 완성됐다.
내 근육질 몸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큐티페니스.
‘어?’
뭔가 느낌이 달랐다.
거근을 달고 있을 때와 소추를 달고 있을 때.
전혀 다른 감각이 느껴졌다.
다시 자지를 만들어냈다.
아까처럼 굵고 기다란, 거다이맥스 페니스였다.
“확실히 다르다…!”
거근이 훨씬 더 피곤하다.
설명하기가 애매한데….
‘거근은 불알에 추를 매달고 있는 느낌…!’
자지의 크기가 크고 무게가 무거울수록, 유지하는데 필요한 신성력의 양이 달라졌다.
그 부담감을 불알이 짊어지고 있었다.
‘신성력 효율을 높이기 위해, 내 자지가 빛으로 승화되는 거고.’
자지의 무게를 덜어내고 가벼워지려 하는 것이었다.
‘시바….’
소추로 살아야 하는 것인가…?
‘그럴 순 없다!’
자지를 앙증맞게 만들었다.
너무 작으면 이상하게 보이니까, 동양인 평균 사이즈로.
이것조차 내게는 초라한 새장 같았다.
‘떠올려라…!’
유다희의 젖가슴, 유다희의 보지, 유다희의 똥구멍…!
“스읍. 침 나오네.”
아직 유다희의 애널은 따먹지 못했다.
애널 아다를 색다르게 따먹고 싶은 바람이 있다.
꿈틀-.
발기가 된다.
“오옷…!”
발기한 자지는 원래의 위용을, 임신을 부르는 수컷의 향을 진하게 풍기고 있었다.
후광까지 뿜어대니, 자존감이 원래대로 복구됐다.
‘빛으로 자지를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수 있네.’
기술 이름을 짓는 건 어떨까.
이름하야,
“천지창조…. 자지창조인가?”
병신 같았다.
팬티와 바지를 올리고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자지가 가벼워, 기분이 이상했다.
“어?”
대기실에는 처음 보는 이들이 들어와 있었다.
적색 구름이 그려진 코트를 걸친 플레이어들….
“우효~! 예쁜 년으로 둘, 겟또다제~☆!”
금발 머리칼에 구릿빛으로 태닝을 한 양아치 남자가 유다희와 아이실리아를 보며 히죽 웃었다.
위아래로 훑는 눈길이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었다.
음흉한 시선, 근데 뭔가 익숙한 눈빛이다.
“쿠히힣, 쿠힛. 백발 드, 드래곤에게 내 최, 최면술이 통할까? 하, 한 번 테스트 해보고 싶어….”
육중한 몸, 지저분한 머리, 더럽고 불쾌한 면상.
안경다리가 무자비하게 벌어졌는데, 많이 아파 보인다.
또 어딘가 익숙한 남자였다.
헛웃음만 나왔다.
“웃기지마세Yo. 저 여자들은 Me가 먼저 박을 겁니다. 첫 사정, 자궁 가득 정자를 싸주겠어Yo. 관중들 앞에서.”
다른 하나는 흑인.
다크엘프도 아니고, 그냥 흑인이었다.
압도적인 체격의 흑인이 유다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지 앞섶이 불룩했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였다.
“이 씨발새끼드리….”
딱 봐도 적운일 게 분명한 플레이어들을 향해, 유다희가 욕을 뱉었다.
뱉으려 했다.
“…리제 그만 돌아가.”
나를 발견한 유다희가 욕을 꾹 삼켰다.
“그냥 상대 길드를 보러온 것뿐이라고~? 그쪽이 그렇게 날 선 반응을 보이면, 내 자지도 서버리는데~?”
“쿠힛, 쿠흐힣. 기, 기가 센 여, 여자네. 그런 여자가 최, 최면으로 조교할 때. 가장 재밌는 법이지.”
“인간 여자, Me는 욕하는 여자를 안 좋아합니다. 나중에 섹스 할 때, 입조심 Pussy조심 하도록 해Yo.”
적운은 의외로 얌전하게 밖으로 나갔다.
더 이상 도발을 했다간 ‘시스템’에 의해 제재를 받았을 것이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네.’
소름끼치는 무빙.
각을 잘 쟀다.
나는 유다희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자세히 물어보기 위해.
“다희야, 무슨 일….”
“저 길드, 부숴버릴 거야….”
적운의 도발 덕에, 유다희가 진심으로 변했다.
유다희에게 묻는 것을 포기하고, 아이실리아를 흘겨봤다.
아이실리아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늘 있던 일이 있었을 뿐이야. 보잘 것 없는 남성들이 찝쩍거리는 것쯤, 매일 겪던 일이다.”
나는 얌전히 소파에 앉았다.
더 이상 물어봤다간 내 자지가 쥐어뜯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