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소설 속 회귀자를 따먹음-211화 (474/681)

〈 211화 〉

#59. 4층.

할짝-. 할짝-.

샐리가 얌전히 내 자지를 핥았다.

쾌감에 이겨내지 못하고, 암살을 포기한 것이다.

“이제, 보내주세요….”

크리스티나의 점호를 받지 않으면, 크리스티나가 걱정한다고 한다.

그녀에게 걱정 끼치고 싶지 않다면서, 샐리가 칭얼거렸다.

입조심을 단단히 시켰다.

내 말을 안 들을 지도 몰라, 최면으로 물어보기까지 했다.

“크리스티나에게 말할 거냐?”

“…말하고 싶은데….”

“근데?”

“…안 말할래요….”

초점이 사라진 눈으로, 샐리가 중얼거렸다.

내 자지 맛을 또 보고 싶다는 의미였다.

“그래, 네가 입 다물고 있으면, 언제든지 박아줄게. 알았어?”

“…네에…. 알겠어요….”

“아, 그리고.”

최면을 건 김에, 한 가지 설정을 추가했다.

“넌 네 남편을 정말 사랑하는 거야.”

“…네에…. 알겠어요….”

남편에 대한 사랑을 더욱 증폭시켰다.

유부녀라는 속성이 너무 꼴려서, 내버려두기 아깝다.

‘다른 유부녀를 찾아볼까.’

아기도 있고 남편도 살아있는 유부녀로다가.

갑자기 꼴려서 샐리에게 몇 번 더 박아주었다.

“여, 여보…! 미안해욧…!”

샐리는 이미 죽은 남편에게 사죄하며 자궁으로 정액을 받았다.

‘발정기’가 ‘신성력’에 흡수되었지만, 느낌이 왔다.

이번 사정으로 샐리는 임신했다.

샐리를 돌려보내고, ‘512. 112.’로 돌아왔다.

회색빛 동굴이 무방비하게 방치되어 있다.

나는 동굴 안에 적당히 발광석을 박고 모닥불도 피웠다.

‘방’ 안에 야생동물이 있다거나 한 게 아니라서 불을 피워도 상관없다.

오로지 분위기를 위하여.

4층에서는 밤낮을 구분할 수 없다.

정확히는, ‘방’마다 밤낮이 다르다.

막혀 있는 천장에 해를 달아두면 자동으로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지금 내 방이 낮이라고 해서 옆방이 낮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그래도, 한 세력의 방들은 대부분 시간대가 비슷하게 굴러간다.

그게 정상이다.

‘나는 지금 해를 걸어두자.’

천장에 ‘하늘 스프레이’를 뿌려 탁 트인 하늘을 만들고, ‘태양’을 구매해 벽에 걸어두었다.

해가 저물어 가는 노을 시간대가 완성됐다.

시간을 만들어낸 후, 서쪽 문을 열었다.

동쪽을 먹었으니, 서쪽도 건드려보는 것이다.

끼익-.

“이리오너라!”

이 방은 ‘511. 112.’, 흙으로 가득한 중립의 ‘방’이다.

소유주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방.

‘존나 복잡하네.’

4층은 단순하면서 어지럽다.

중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

첫 번째, 일정 주기로 ‘방’이 중립화된다.

‘방’이 두 개 이상인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시스템’이 랜덤하게 방을 빼앗아간다.

중립화된 ‘방’은 새로 올라온 플레이어들에게 넘어간다.

‘소설 속에서는, 3층 플레이어들이 왕슬라임을 무찌른 순간 중립화가 진행된다는 설정이지.’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다.

물론, 신입 입장에서 바로 빼앗기면 억울하니까.

통과 인원의 몇 배를 중립화시킬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중립화 된다고 보면 돼.’

중립 ‘방’은 소유주가 없어, 손쉽게 획득할 수 있다.

4층에 머무는 플레이어들이 중립 ‘방’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이유다.

물론, 문 너머가 중립이라는 확신이 없기에.

중립 ‘방’을 찾기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현재 위치 중인 ‘방’은 ‘511. 112.’입니다.]

[‘513. 112.’의 소유주 ─ ]

중립 ‘방’이라서 소유주가 없다.

나는 잽싸게 이 방을 가지겠단 의사를 표현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시스템’이 알아서 내게 방을 건네주었다.

[‘513. 112.’의 소유주 ─ 플레이어 김진우]

방 세 개를 가지게 됐다.

다른 기득권 플레이어들에 비하면 티끌 수준에 불과하다.

두 번째, 자가의 ‘방’이 없으면 하루 뒤에 죽는다.

죽음을 유예시키기 위해선 타인에게 속하면 된다.

다른 이의 ‘방’에 기생하는 것이다.

‘죽기 싫으면 노예가 되면 된다는 뜻….’

그런 구조를 부추기기라도 하듯 상점에선 ‘억제용 족쇄’를 판다.

종류가 총 다섯 가지인데, 각각 능력치 10%, 30%, 50%, 70%, 90%를 감소시킨다.

족쇄 해제는 자유롭다.

하지만, 족쇄를 해제하는 순간 ‘방’에서 쫓겨난다.

쫓겨나는 순간, 죽을 수밖에 없는 구조.

대부분의 노예는 살기 위해 스스로를 숙이고 살아간다.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내 방이 중립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과 방을 빼앗기면 노예가 되거나 죽음을 택해야 된다는 것.

나머지 정보는 시답잖은 것들뿐이다.

능력치가 얼마나 증폭되고 감소되는지, 얼마나 상쇄할 수 있는지, 그런 건 알 필요가 없다.

닥치고 빼앗으면, 어차피 광명이 찾아온다.

‘중요한 건 보스 몬스터와 각성.’

보스 몬스터는 중립 ‘방’ 중 하나에 소환된다.

중립 ‘방’ 중 하나가 랜덤으로 보스 룸으로 설정되는 것이다.

각성은 ‘방’을 많이 차지한 후 결정해도 늦지 않다.

무려 50곳을 먹어야 하니까, 지금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돌아가자.’

‘512. 112’로 돌아왔다.

이곳을 중심으로 넓혀나갈 생각이라서.

일단 남쪽 문을 오픈.

끼익-.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대부분 플레이어들은 옆으로 향하는 문이 있어도 함부로 열지 않는다.

문을 열었다는 것은 영역을 넓히겠다는 의미니까, 중립 ‘방’이 아닌 이상 서로 좋은 꼴을 못 보는 것이다.

암묵적인 국룰.

나는 국룰을 깨고 다녔다.

‘512. 113.’은 어두컴컴한 토굴 느낌이었다.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아둔 등불과 테이블을 제외하면, 썰렁한 모양새였다.

[현재 위치 중인 ‘방’은 ‘513. 113.’입니다.]

[‘513. 112.’의 소유주 ─ 플레이어 호선]

‘호선?’

누군지 모르겠다.

디버프가 없는 것을 보면, 이 방 하나만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내 방이 세 개니까, 그 이하인 플레이어의 방에선 디버프가 거의 없는 것이다.

“누구냐!”

테이블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있다.

제각각의 종족이 이 방에 모여,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뭐여.”

“죽여야 돼.”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상대측에서 무기를 들었다.

대화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듯.

“이곳은 절대 들키면 안 돼. 그 오니 년 귀에 들어가는 순간…. 끝이라고!”

여자가 빼액 소릴 지르며 내게 마법을 사용하려 했다.

요정, 페어리인데도 입이 존나 험했다.

“오니….”

한낱 엑스트라에 불과한 플레이어들이지만, 그들의 입에서 익숙한 종족이 거론됐다.

4층에서만 유독 많이 출현했던 종족.

오니.

다른 말로 도깨비.

페어리의 동료로 보이는 남자가 막아섰다.

“잠깐만. 조금 침착할 필요가 있어.”

“뭐가!”

“생각을 좀 해. 저 남자가 왜 이쪽으로 넘어온 건지….”

남자는 이성적으로 나를 바라봤다.

페어리처럼 무턱대고 덤비지 않았다.

그 점에서, 점수를 높게 쳐줄 만했다.

‘애초에….’

여러 가지가 조합이 됐다.

소설 속 내용이 완벽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드문드문 선명한 부분이 있다.

그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4층에 자리 잡고 있는 붉은 도깨비, 오리히메다.

‘그 년이 분명, 오니와 거인족의 혼혈이었지.’

크리스티나가 정의면 오리히메는 악이다.

회귀자 소다희는 크리스티나와 힘을 합쳐 오리히메를 처단한다.

‘이 놈들은….’

짧은 말들로 유추해보건 데, 탈출을 꾀하는 반란군 놈들인 게 분명하다.

레지스탕스.

뭔가 있어보이게 표현하면 그렇고, 실제로는 노예 새끼들.

슬레이브즈가 더 어울릴 듯싶다.

‘나쁘지 않네.’

슬레이브즈와 접점을 만들어서 나쁠 게 없다.

결국에는 오리히메를 잡고 가야 하니까.

이 놈들과 안면을 터야 놀이터에서 뛰어놀 수 있다.

애초에 오리히메와 사사건건 충돌할 게 뻔한데, 가만히 내버려두면 병신인 것이다.

겸사겸사 따먹으면 좋고.

‘근데 가능한가?’

오리히메를 잡는 건 문제가 아니다.

회귀자니까, 시간만 있으면 자연스레 오리히메를 깔아뭉갤 수 있다.

문제는 좆과 씹의 하모니.

내 자지가 과연 거다이맥스푸시를 채울 수 있는가, 그게 걱정됐다.

‘허공씹질은 의미가 없는데.’

나는 조심스럽게 슬레이브즈에게 다가갔다.

“다가오지 마!”

페어리가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다른 동료들에 비해, 많이 까칠한 년이었다.

“남자들 얘기하는데, 보지는 빠져있지?”

“뭐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예의범절이 없는 년에겐, 나 또한 쌍놈플로우로 대응한다.

“오리히메. 니들, 오리히메의 노예지?”

“…그걸 어떻게…!?”

놀라는 페어리를, 남자가 막아섰다.

페어리를 뒤로 보내고, 앞으로 나섰다.

인간.

홀쭉한 인간이었다.

“혼자 문을 여는 걸 보고, 보통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만…. 내 생각 이상인가보군.”

“그런 소리 많이 듣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넘어온 거지? 이 방을 빼앗기 위해서인가?”

“원래라면, 그러려고 했는데….”

너희를 보고 생각을 바꿨다.

그리 말해주었다.

남자의 표정이 알 수 없게 뒤틀렸다.

좋아하는 건지 싫어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표정연기에 능한 남자였다.

“우리 때문에 생각을 바꿨다니. 무슨 의미인지 자세히 물어봐도 되나?”

“오리히메, 뒤집어야지. 안 그래?”

“…….”

뒤집자는 말은 곧, 죽여 버리자는 의미와 같다.

‘방’을 잃으면, 노예들의 분노를 이겨내지 못하고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는 게 대부분이다.

“너희 목적이잖아. 탈출하려면, 오리히메를 죽여야 하지 않아?”

“그래, 우리 목적이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오히려 믿을 수가 없겠어.”

남자는 신중했다.

너무 자세히 알고 있는 나를, 오히려 믿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왜? 호선, 나 저 남자 마음에 드는데?”

페어리가 나를 지목하며 호의를 보였다.

아까 전에 으르렁거리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

오리히메 척살이란 구호 하에, 2분이면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오리히메의 측근일 수도 있어.”

“…스파이?! 그, 유노 새끼처럼?”

“그래.”

“이, 이 개새끼!”

페어리의 태도가 순식간에 뒤집혔다.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더 빨라, 존나 어이가 없었다.

‘이런 병신 년이 어떻게 여기까지 살아남은 거지?’

입으로 말하진 않았다.

옆에 서있는 놈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섣불리 판단할 순 없지만, 어디까지나 그럴 수 있다는 말이야.”

남자, 호선은 페어리에게 말하는 게 아니었다.

내게 경고라도 하듯 말하고 있었다.

“이해해.”

슬레이브즈는 항상 경계하고 있다.

크리스티나와 소다희도 슬레이브즈와 힘들게 만났다.

자칫 잘못하면 오리히메에게 박살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에, 돌다리를 하나하나 두들겨보는 스타일이었다.

‘사실 오리히메는 다 알고 있는데 말이지.’

일부러 방치하는 것이다.

자신을 압도할 만큼 강한 수컷의 씨를 받아 강한 후대를 낳기 위해.

‘쯧.’

소다희는 그런 오리히메의 가치관을 이해해줬다.

능력 있는 여자의 표본이라며 박수까지 쳐댔다.

하지만, 크리스티나는 강간 따위를 절대 용납하지 못했다.

소다희와 크리스티나의 대립.

소다희는 어쩔 수 없이 오리히메를 죽였다.

회귀 시점 전부터 이어져온 악행과 악연은 회귀자조차 초기화시킬 수 없었다.

“근데 믿어야 할 걸? 나처럼 투명한 사람이 없거든.”

“웃기는 소리하지 마, 배신자!”

“아니 시바.”

같은 팀이 된 적도 없는데, 벌써부터 배신자가 됐다.

나를 향해 삿대질을 해대는 페어리를, 호선이 가로막았다.

“우리도 널 믿고 싶다. 믿음직한 동료는 언제나 환영이거든. 특히, 오리히메의 영역 밖에서 넘어온 플레이어라면 더더욱….”

“나 코인도 많아. 전폭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다고?”

“그것도 매력적인 조건이군. 그래도 우리는 비밀이 무엇보다 중요해. 신뢰가 깨지면, 우르르 무너질 테니까.”

“그럼 뭐, 지원부터 해주면 되나?”

서로 믿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 같이 시간적으로 촉박한 상황에선, 서로의 약점을 나누는 것 밖에 없다.

그 외에는 떠올리기 힘들다.

하지만 내게는 약점이 없으니.

이들이 필요한 것을 쥐어줄 생각이다.

‘코인만 있으면, 여러 가지로 준비할 수 있다.’

물론, 다 부질없는 짓.

압도적인 무력 차이를 어떻게 할 수 없다면, 이들이 오리히메를 이기는 건 100% 불가능에 가깝다.

이래서 근본이 중요한 것이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1이 새겨진 금화를 꺼냈다.

백만 코인.

모든 것을 착취당하는 이들에게, 100만 코인은 하늘에서 내리는 단비겠지.

‘하루하루 할당량 채우는 것도 빡셀 테니까.’

비상금 개념이다.

나에 대한 믿음이 조금이나마 생겼으면 했다.

“그, 금화! 호선, 이 남자는 믿을 만한 것 같아!”

페어리가 다시 태도를 바꾸었다.

진짜 미친년이었다.

“후원…. 후원이라고 생각하겠다. 언젠간 갚도록 하지.”

호선이 내 금화를 챙겼다.

태도부터 글러먹었다.

“후원? 그러면 존대부터 써라.”

“…….”

호선의 얼굴이 구겨졌다.

아무래도 슬레이브즈에서 제법 높은 직위라도 가진 듯했다.

대장, 그런 느낌.

근데 뭐 어쩌라고.

솔직히, 기억도 안 나는 엑스트라다.

엑스트라를 상대로, 이쪽에서 굽혀줄 마음, 조금도 없다.

예쁜 여자였다면, 허리 굽혀 보지라도 빨아줬겠지만.

호선이 자존심을 세우려 한다.

당장 때려 부수는 건 어떨까.

고민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크리스티나와 달라.’

오리히메는 조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이들을 나의 스파이로 심는 것이다.

나는 1금화를 꺼냈다.

“원하나?”

살랑살랑 흔들리는 금화를 따라, 호선의 고개가 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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