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6화 〉 #010. 오리히메 레도니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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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오리히메 레도니즈.
쿠노이치 마을은 내 생각보다 넓었다.
높은 절벽과 개울이 위치한 배산임수의 자리에, 옹기종기 가옥들이 밀집해 있었다.
마을보다는 귀족 가문의 저택 느낌에 가까웠다.
마을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가문의 식솔이고, 일꾼들이었다.
타치바나 가(家).
쿠노이치를 육성하는 닌자 가문 중 하나다.
근방 효고 지방에서 내로라하는 가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루어진 오니들의 습격에 의해 몰락하기 직전까지 몰렸다.
동정의 어린 소년과 장성한 청년들을 오니들이 죄다 납치해간 것이다.
타치바나의 쿠노이치들은 남자들을 구하기 위해 움직이는 한편, 최악의 사태를 대비했다.
그들을 잃었을 때를 대비해 다른 데릴사위들을 구하고 다녔다.
그 중 하나가 나였다.
‘유일한 데릴사위가 되면 재밌겠군.’
닌자 가문 하나를 내 것으로 만든다.
어딜 가도 보지와 엉덩이가 보여, 언제든 씨를 뿌리면 된다.
그야말로 주지육림.
남자들의 지상낙원.
내가 있는 가옥은 임시로 지내는 장소였다.
마을에 들이기 전에, 확인 절차를 가지는 방.
관계를 위한 도톰한 이불이 깔려 있고, 은은한 호롱불이 방을 밝혀주었다.
“안대는 언제 풀어줌?”
“네 놈의 양물을 확인하고, 마을에 들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 풀어줄 거다. 지금은 안 돼.”
“왜?”
“다시 돌려보내야 할 수도 있는데, 마을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
“…많이 폐쇄적이네.”
오는 길이 많이 복잡했다.
혼자서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지러웠다.
그런데도, 자세한 것들을 숨겼다.
물론, 나는 이미 봐버렸다.
쿠노이치 마을의 정경을 말이다.
‘처음에 봤던 마을에 비하면, 엄청난 수준이야.’
고풍스런 일본 료칸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일본 여행을 왔다고 해도 믿을 것이다.
웬만하면 이곳에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얼른 내 자지를 보여주고, 마을로 들어가야겠어.’
쿠노이치가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지만, 상관없다.
이들의 목적과 내 의무는 어느 정도 일치하는 면이 있으니까.
상부상조.
가문의 번영을 원하는 타치바나 가문에게 진짜 신의 씨를 뿌려주는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교류인가.
쿠노이치 넷이서 나를 운반했다.
양물 확인을 위해 안방에 들어갔다.
단발머리에 눈매가 닮은 둘.
감색 말꼬리 뚝배기는 하나미.
평범하게 생긴 갈색 장발의 소녀 하나.
나는 쌍둥이에게 기댄 채, 하나미를 찾았다.
“하나미? 이름이 하나미야?”
앞이 잘 보이고 있다.
그래도 안 보이는 척을 했다.
나를 부축하는 쿠노이치의 살결을 느끼며 이부자리로 나아갔다.
쌍둥이들이 불만을 토로한다.
“언니, 이 새끼 안대 제대로 씌워져있나 확인 좀 해줘. 자꾸 더듬고 있단 말이야. 이상해.”
“꽉 묶여 있어. 피도 안 통할 것 같은데?”
“아잇, 징그러. 달라붙지 마!”
갈색 장발 언니가 내 안대를 확인했다.
당연히 멀쩡하게 묶여 있다.
나는 지금 투시를 통해 앞을 보고 있으니까.
“…….”
하나미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이부자리를 가리켰다.
“놈을 눕혀. 그리고 밖에서 기다려줘.”
“언니,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는 게 어떨까? 언니는….”
“걱정 고마워, 코코. 하지만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이야. 차기 당주로서 가능성 넘치는 마을 아녀자들을 희생할 순 없으니까.”
“하나미 언니….”
말하는 꼴이 참 우습다.
내가 병균 덩어리라도 되는 양, 취급을 하고 있다.
‘…이해는 한다만.’
이 세상에는 여자 닌자 쿠노이치와 남자 무사 사무라이가 공존하며 살아간다.
사무라이는 명예에 죽고 산다는데,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기모노가 벗기기 쉬운 옷이라고 하니….’
사무라이들이 언제든 따먹을 수 있도록.
여자들을 쉽게 따먹기 위해 만들어낸 전통 의상이었다.
성병에 대한 위험성이 높은 것이다.
하나미는 자신의 보지를 통해 내 성병 유무를 가려내고자 했다.
그래서 섹스 하나에 희생이라는 감정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
하나미가 동생들을 내쫓았다.
“밖에서 기다려줘. 금방…. 금방 끝내고 나갈 테니까.”
“…….”
쿠노이치 셋이 우르르 방 밖으로 빠져나갔다.
더 이상 시간을 끌어봤자 하나미만 힘들다는 것을 눈치 챘다.
방 안에는 나와 하나미만 남았다.
여러 냄새가 사라지니, 하나미의 체향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제 하는 건가? 드디어?”
“경박하기 짝이 없는 태도다. 사내다운 모습은 어디로 가고….”
“그냥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너희가 멋대로 납치한 거잖아. 사내답다고.”
겁 대가리 없는 모습을 기개라고 포장했다.
인류 진화의 결정체인 내 육체를 훌륭한 골격이라 표현했다.
마지막 조건인 양물은 이제 확인하고자 한다.
“그래, 그랬지. 타치바나 가문의 데릴사위로 데려올 만한 가치가 있는가. 마지막으로 양물…. 네 놈의 아랫도리를 확인하겠다.”
“그거 좋지.”
나는 내 품을 활짝 열었다.
당장 히나미를 덮쳐도 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 허리를 튕기며 방중술을 사용하는 쿠노이치, 여닌자의 보지를 맛보고 싶었다.
알아서 벗기고 내 자지를 따먹어라.
성병이 있는지, 기능은 정상인지, 차기 당주로서 확인해라.
“자신의 양물에 자신만만한가. 쿠노이치를 앞에 두고도, 겁을 상실했어. 밖에서부터 느낀 것이지만…. 확실히 보통 사내는 아니야.”
하나미가 내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허리끈을 풀고 바지춤에 손을 걸어, 천천히 끌어내렸다.
바지 안에는 속옷이 있다.
훈도시라 불리는 요상한 천 속옷.
‘이건 여자가 입고 있어야 보기 좋은데.’
하나미는 내 훈도시까지 벗겨냈다.
발기한 자지가 덜렁거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나미의 시선이 내 자지에 닿았다.
“네 놈의 음흉한 시선, 양물도 그에 따라 반응하더군. 그 크기가 실로 대단해. 할머니가 맛보고 싶어 하는 것도, 이해가 될 정도야.”
뚫어져라 쳐다본다.
실제로 보통 크기가 아니기에, 놀란 눈길로 자지를 훑었다.
“쿠노이치가 원래 이렇게 혀가 길어? 빨리 확인하고 마을로 들여보내 달라고.”
“…네 놈은 타치바나 가의 데릴사위로 들어오는 거다. 그리 가볍게 굴면, 들여보내줄 수 없어.”
“하나미, 그대의 보지를 맛보고 싶소.”
“양물이 정상이라는 확신이 들면, 의원부터 불러야겠어. 머리 쪽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
하나미가 손을 뻗어 내 이마를 짚었다.
열이라도 재는 듯 자신의 체온과 비교를 했다.
아쉽게도, 나는 멀쩡하다.
“사무라이였나?”
하나미가 물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진심으로 궁금해 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기억이 없어.”
“기억이 없다?”
설정을 추가했다.
쿠노이치들의 임시거점에 들어가게 된 이유, 기억상실에 의한 실수였던 것으로.
“내 이름도, 직업도, 기억나는 것이 없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곳이더군.”
“거짓말 치지 마라.”
“진심이야.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나.”
“…….”
하나미는 말을 잠시 멈추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거짓말할 이유가 없었다.
“믿을 수 없다. 태도가 이렇게 이상한데, 네 놈 말을 어떻게 믿지?”
“믿어 달라고 할 생각은 없어 그냥 내 상황을 말해줬을 뿐이야.”
하나미가 머리를 굴려도, 나에 대한 진실을 알아낼 순 없다.
내 존재는 인간의 인지범위를 넘어섰다.
신보다 더 신격에 가까운 남자.
신 중 신.
그것이 나, 김진우니까.
하나미는 더 이상 묻기를 포기했다.
정신병자로 취급하기로 한 것 같았다.
넘치는 게 시간, 천천히 알아갈 시간은 많다.
스릉.
“움직이면 목을 벨 거다.”
하나미가 카타나를 뽑아 내 목을 겨누었다.
자신이 평가하는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뒤엎는 것은 재미가 없다.
“후우. 크기는 정말이지, 몇 번을 봐도 굉장해…. 수컷다운 냄새가 나는지 보겠다.”
하나미의 몸이 아래로 내려갔다.
뽑은 카타나는 내 고개 옆에 쑤셔 박아두었다.
살벌한 예기가 뺨을 통해 느껴졌다.
하나미는 내 자지를 쥐고 면밀히 살피기 시작했다.
제 손바닥을 자지에 대보며 길이와 굵기를 비교했다.
숨결이 묘하게 뜨거워졌다.
“냄새….”
킁킁.
하나미가 마스크를 내리고 내 자지에 얼굴을 가까이 했다.
코가 닿을 정도로 접근해서, 조심스레 숨을 삼켰다.
들숨이 자지의 습한 기운을 빨아들였다.
그리고 눈을 번뜩였다.
“이 냄새는…!”
흥분되는 걸까.
내 자지 냄새에 완전히 중독되어, 뿅 가버린 것인가.
브라더가 흡족하게 껄떡거린다.
느낌이 좋다.
하나미가 중얼거렸다.
“오니의 냄새…!”
“……?”
하나미의 입에서 오니가 또 거론됐다.
이번에는 뉘앙스가 달랐다.
내 자지에서 오니 냄새를 알아차렸다.
아마도, 오리히메의 냄새일 것이다.
‘대체 어떻게?’
사람이 맞는 건가?
하나미에 대한 의심이 생겨났다.
하나미는 내 자지를 놓고 나를 바라봤다.
안대 때문에 눈을 가리고 있는데, 시선이 느껴졌다.
“기억을 잃었다고 했나?”
“아무것도 기억나는 게 없기는 하지.”
하나미의 손이 내 얼굴에 닿았다.
방금 자지 만진 손 아닌가?
“오니들에게 범해져서, 충격으로 기억을 잃은 것 같다. 가끔 그런 남자들이 있으니까….”
“내가 오니에게 범해졌다고?”
“인정하기 힘든 진실이겠지만…. 네 양물에서 오니의 냄새가 나고 있다. 오니에 의해 범해졌다는 뜻이겠지.”
“그, 그럴 리가….”
오리히메의 보지를 떠올렸다.
나보다 큰 덩치로 나를 안고, 포근하게 감싸주던 뜨거운 속살.
자지를 훑는 선명한 주름이 느껴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불쌍한 척을 했다.
인정할 수 없다는 감정을 담아, 말을 뱉었다.
하나미의 눈빛에 동정심이 스며들었다.
“생각보다 불쌍한 녀석이었군.”
“…….”
적대적이던 태도가 많이 유해졌다.
쿠노이치들도 오니에게 남자들을 빼앗기고 잃었으니까.
오니에게 당하고 온 나를 안타깝게 여기는 것이다.
“그래도 살아 돌아온 것을 감사히 생각해. 남성들을 잡아먹는 오니에게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
“양물 검사는 하지 않아도 되겠어.”
하나미가 안대를 풀어주었다.
나는 하나미에게 물었다.
“오니 때문인가? 오니의 냄새가 나서, 더러워서 관계를 안 맺는 거냐?”
“…그런 이유가 아니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하나미는 내 훈도시를 가져와 입히기 시작했다.
나는 그 손길을 밀어냈다.
하나미가 의문 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러다가 이유를 알아차린 듯 말을 이었다.
“…오니는 쿠노이치들의 원수다. 우리의 남편, 아들을 납치해 잡아먹어. 곱게 볼 수가 없다. 타치바나 가문의 시작도, 남편과 아들을 잃은 아녀자들이 모이는 것이었다.”
“…….”
“타치바나 가문은 오니에게 고통 받은 남성들을 배척하지 않아. 오히려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면 지금 당장….”
하나미가 고개를 저었다.
“기억을 잃었다. 머리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지. 여성의 몸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
“…방금 전까지는 양물 상태를 확인하려고 했잖아.”
어처구니가 없다.
바지와 훈도시를 벗기고 따먹으려고 했으면서, 이제 와서 안 하겠다고 하니.
참을 수가 없다.
“아까는 너를 믿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믿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니의 냄새는 남성기가 정상적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의미해. 차기 당주로서 너를 괴롭히면서까지 확인하지 않아도, 타치바나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일 수 있다는 말이지.”
“…….”
하나미의 말은 간단했다.
죽이고 싶을 만큼 오니가 싫지만, 오니의 취향은 믿을 만하다.
오니의 냄새가 묻은 양물은 품질이 보증된 자지라는 소리였다.
“일어나. 타치바나 가문에서 편안하게 쉬는 거다. 타치바나 가(家)는 네게 안전한 보금자리가 되어줄 거다. 우리의 남편이 된 것을 환영한다.”
하나미가 마스크를 올렸다.
더 이상의 반문은 받지 않겠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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