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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회귀자를 따먹음-513화 (513/681)

〈 513화 〉 #010. 오리히메 레도니즈(20).

* * *

#010. 오리히메 레도니즈.

평범한 하루였다.

늘 그렇듯 꺄르륵 거리며 웃는 라이를 보며 깨어나고, 엄마가 다른 남자를 방에 들이는 것을 지켜보는 하루.

탑 안에서와 달리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그러던 중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

아주 멀리서, 만나고 싶은 사람의 체취가 강하게 풍겨왔다.

“서방님!”

믿을 수는 없지만, 김진우의 냄새였다.

탑을 클리어 하겠다며 올라간 뒤로 말도 없이 사라진 김진우.

그에 대한 단서가 나타났다.

오리히메는 다급하게 떠날 채비를 갖추었다.

꽤 먼 거리여서 당장 출발해야 모레쯤에 도착할 수 있다.

“엄마. 서방님, 서방님 데리고 올게.”

“응?”

무작정 통보를 했다.

김진우의 냄새를 맡은 직후, 오리히메의 눈에는 뵈는 게 없었다.

어떻게든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이성을 상실했다.

“마! 마마!”

김진우가 지옥 불구덩이에 있어도, 만나러 갈 준비가 되었다.

버둥거리는 라이를 등에 업고, 김진우를 만나기 위해 둥지를 떠났다.

오리히메는 쉬지 않고 달렸다.

엄마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인지, 라이도 더 이상 칭얼거리지 않고 얌전히 업혀 있었다.

‘이럴 때는 탑이 그립네.’

탑 안에서는 초월적인 힘을 가졌었다.

본래 자신의 수준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원하는 것을 다 빼앗고, 강탈해서 가지고 있었는데.

김진우는 그럴 수 없다는 게 참 아쉬웠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것은 둘째 치고.

그를 가지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너무 많았다.

모두가 그의 아이를 가진 상황에서, 오리히메 혼자서 고집을 부릴 수가 없었다.

‘이제는 못 만나겠지.’

고향 차원으로 돌아왔다.

다른 여자들과는 이별이었다.

막상 헤어지니, 시원섭섭한 감정을 느꼈다.

오리히메는 전력을 다해 나아갔다.

김진우의 냄새가 점점 진하게 느껴졌다.

몸은 피로를 호소하고 휴식을 원하는데, 그녀의 의지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김진우를 만나고 싶다.

머릿속에는 온통 그 생각밖에 없었다.

하루가 지났다.

해가 지고 뜨는 동안, 오리히메는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결계 너머에서 강렬한 체취가 풍겨왔다.

오니의 둥지.

김진우는 오니 둥지 안에 있다.

‘도대체 왜 여기에….’

올 것이라면, 자신의 둥지로 와야 하는 게 아닌가?

왜 생판 남인 다른 오니의 둥지에….

괜히 서운해졌다.

오리히메는 울상을 지으며 결계를 비집고 들어갔다.

둥지마다 결계를 펼치는 방식이 다르지만, 어렵지 않게 침입할 수 있었다.

‘강제로 들어온 거라서, 들켰을 거야.’

상관없다.

김진우를 만나면 모든 게 해결될 이야기니까.

신경 쓰지 않았다.

오니의 둥지에 들어왔다.

그런데, 오니들은 나올 생각을 안했다.

오리히메에게 관심이 없었다.

오리히메는 어수선한 둥지 내부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주할 수 있었다.

“아빠. 아빠!”

등 뒤에 얌전히 있던 라이가 소리쳤다.

주변에 잔뜩, 김진우가 있다.

김진우를 닮은 남자들이 푸른 머리의 오니들을 범하는 장면을, 오리히메는 보았다.

가옥 뒤편, 숲속 나무 옆, 개울 주위.

오니와 김진우가 쌍을 이루어 교미를 하고 있다.

오리히메는 그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게 뭔….”

자세히 뜯어보면, 김진우의 얼굴이 사소하게 달랐다.

풍기는 기운도 약간 약했다.

옅다고 해야 할까.

평소 김진우의 성격을 잘 안다.

탑에서 꽤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그를 이해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오리히메는 금방 이해했다.

김진우가 이곳에서 무슨 짓을 하고 간 것인지,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둥지 하나를 점령한 것이다.

자신의 분신 비슷한 것을 두어서, 씨를 뿌리도록 만들었다.

‘서방님은 없어.’

오리히메는 분신과 본체를 쉽게 구분했다.

김진우지만 김진우가 아니다.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말로는 설명하기가 힘들지만.

그 때,

오리히메의 앞에, 푸른 머리의 오니 하나가 나타났다.

그녀에게는 김진우가 없었다.

“무슨 일로 오셨죠?”

“…….”

푸른 머리의 오니는 오리히메를 보고도 적대적이지 않았다.

부드럽게 미소 지으면서 오리히메를 맞이했다.

강한 수컷을 찾아 번식 하고자 하는 오니의 본능에서 해방되었다.

서방님을 지아비로서 모시게 되면, 오니들은 한없이 부드러운 성정을 지니게 된다.

푸른 머리의 오니들은 광적인 폭력성을 잃었다.

김진우가 뿌리고 간 약이었다.

푸른 머리의 오니, 유키가 라이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라이가 꺄르륵꺄르륵 웃었다.

“뒤에 아기가 귀엽네요.”

“…여기에, 여기에…. 서방님이 왔다 갔어?”

오리히메는 알면서도 물었다.

주변에서 오니들에게 박고 있는 남자, 조금씩 다르지만 김진우의 얼굴을 하고 있다.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곳 오니에게 확답을 듣고 싶었다.

유키는 잠깐 고개를 갸웃거렸다.

뜬금없이 나타난 붉은 머리의 오니가 자신의 서방님을 찾으니,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

그러다가 깨달았다.

그녀가 업고 있는 아이의 기운이 야스오와 닮았다는 것을.

“야스오? 야스오 님을 말하는 건가요.”

“…야스오?”

처음 듣는 이름이 튀어나왔다.

야스오라니.

자신의 서방은 그런 병신 같은 이름이 아니다.

“모르는 눈치시네요. 일단 이리로 와보세요. 제가 그를 기억하기 위해 초상화를 그려두었어요. 보시고 말씀해주세요.”

유키는 느긋하게 등을 돌렸다.

너무도 무방비한 모습에, 오리히메는 아리송한 감각을 느꼈다.

유키의 뒤를 따랐다.

유키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야스오가 자신을 범한 장소.

그의 씨를 받아, 아이를 가지게 된 방.

그곳에 그의 얼굴을 새겼다.

항상 보고 싶어서, 그를 그렸다.

오리히메는 초상화를 보고 중얼거렸다.

“김진우.”

이유는 모르겠지만, 야스오는 김진우였다.

자신의 서방이 이곳에 들렀다가 간 것이다.

자신에게는 오지도 않고.

왜인지 모르게 서운했다.

너무 섭섭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를 만나러 온 거죠?”

“…어디로 갔지?”

“타치바나 가문…. 쿠노이치들을 깔아뭉개러 갔어요. 타치바나 가문이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

쿠노이치.

오리히메도 익히 알고 있는 인간들이다.

데릴사위를 들이는 그녀들의 문화 때문에, 오니들과 계속 충돌하곤 한다.

실제로 쿠노이치들이 납치하는 남자들도 오니의 죄로 취급되고 있으니….

사이가 좋을 수가 없다.

“타치바나 가문의 위치를 알려드릴게요. 얼른 서방님을 만나러 가셔요.”

유키는 오리히메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었다.

야스오의 아내로서, 여자로서, 암컷으로서.

최선을 다해 언니 될 사람을 도왔다.

“아이 이름이 뭐예요?”

“…라이.”

“라이…. 예쁜 이름이네요.”

유키가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기대감으로 가득한 얼굴로, 라이를 빤히 바라봤다.

“서방님은 언제 떠나셨어?”

“…어제요. 아마 타치바나 가문으로 가면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유키는 오리히메를 응원했다.

서방을 모신다는 것, 말로만 들었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 남자에게 매달리는 것인가.

본능은 강한 수컷을 원하지만, 이성은 나약한 암컷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수컷의 씨를 품고 아이를 잉태한 지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왜 서방을 모시고 순하게 살아가는 것인지.

할머니가, 엄마가, 언니들이 왜 그런 삶을 선택한 것인지.

‘너무 행복하니까.’

서방 곁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머릿속에 팡팡 터지는 감정은 섹스로 얻을 수 있는 쾌락과는 전혀 다른 절정을 안겨주었다.

때문에,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가 있었다.

눈앞에 있는 언니.

오리히메 또한 마찬가지이리라.

발이 까지고 얼굴이 엉망이다.

쉬지 않고 뛰어왔다는 게 눈에 보였다.

그럼에도, 쉬고 싶을 텐데도, 서방의 단서를 알아낸 것만으로 기뻐했다.

어둡던 하늘이 화사하게 개이듯이.

오리히메의 얼굴이 밝아졌다.

‘…아.’

오리히메를 보며 느꼈다.

정말 예쁘다.

자신의 서방이 왜 이 오니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왜 다른 언니들을 직접 따먹지 않고, 분신에게 떠넘겼는지 본능적으로 느꼈을 정도로.

아름다운 오니였다.

흙먼지로 더러운 상태인데도, 그것을 알 수 있었다.

“도와줘서 고마워. 나중에 서방님이랑 함께 보자.”

“…네, 언니.”

오리히메는 유키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김진우라면 자신과 유키를 함께 범할 것이다.

다시 보게 될 것이다.

같은 이불 위에서 뒹굴고 있을 게 뻔했다.

덕분에, 왜인지 모를 친근함이 느껴졌다.

유키가 오리히메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리히메는 그런 유키를 뒤로 하고, 타치바나 가문으로 향했다.

푸른 오니의 둥지에는 김진우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선명하게 남은 정액의 채취에,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의 자지에 파묻혀 자고 싶다.

커다란 자지를 쪼옥쪼옥 빨아주면서,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박을 때는 그렇게 늠름한데, 아이처럼 귀여운 얼굴이….

오리히메가 다리를 움직였다.

지치고 힘들지만, 쉴 생각은 없었다.

아직 자신의 서방을 만나지 못했다.

단서까지 잡은 상황에, 휴식은 사치였다.

“아빠! 아빠!”

“그래, 그래. 서방님 보러 가자. 엄마도 보고 싶어.”

오리히메는 기대하는 라이를 다독이며, 타치바나 가문으로 뛰었다.

발바닥이 아프다.

몸이 무겁다.

당장 쓰러져서 쉬고 싶다.

그러나, 의지는 강력했다.

쉬어도 김진우의 품에서 쉰다.

그 일념만으로, 산속 숲길을 돌파했다.

멀리 담벼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쿠노이치 저택 특유의 건축양식.

오리히메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김진우를 만날 생각에, 아랫도리가 축축하게 젖어갔다.

딸랑, 딸랑딸랑딸랑딸랑­.

방울이 요란하게 울렸다.

타치바나 가문의 담벼락을 넘기가 무섭게, 오니의 침입을 알리기 위한 함정이 발동했다.

오리히메는 투명한 실들을 걷어내며 저택 내부로 향했다.

쿠노이치들이 자신을 포위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상관없어!’

김진우의 냄새에, 오리히메의 이성이 마비됐다.

가까이서 맡으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저 서방님이 있는 곳으로.

중심부로 나아갔다.

그리고 만날 수 있었다.

드르륵­.

“서방님…!”

뷰륵­. 뷰르르륵­.

“…서방님?”

미에코에게 정액을 싸지르고 있는 김진우….

를 눈에 담은 후, 오리히메는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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