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9화 〉 #012. 강하나(6).
* * *
#012. 강하나.
강하나는 물기를 닦고 기다렸다.
아직 정액을 다 못 빼낸 상태.
이대로 가다간, 끔찍한 결말을 마주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일단 최대한 해보자.’
화장실에서 소변을 다 눈 김진우, 나오지 않고 이어서 씻기 시작했다.
다 씻고 나오기 전에 화이트페이스의 정액을 조금이라도 더 긁어낼 생각이었다.
휴지를 뽑아서 보지 아래에 받치고, 찔걱찔걱, 손가락을 길게 뻗어 닿는 곳까지 훑어냈다.
사람이 맞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 쏟아졌다.
양도 양인데 그 점성이 엄청 찐득하다.
안에 싸면 자궁구와 자궁에 눌러 붙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으, 읏….”
손이 놈의 정액으로 질척해졌다.
강하나 본인의 애액도 뒤섞여, 섹스를 하지도 않았는데 야한 냄새가 풀풀 풍겼다.
‘…잠깐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손바닥 가득 흘러내리는 정액.
사내의 유전정보가 총집합된 아기씨.
화이트페이스의 것….
이 정액을 검사 해보면, 놈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제까지 왜 이 생각을 못 했던 거지?’
처음 한 달 째에는 패배감과 무력감에 반항할 생각을 못했다.
자신만 참으면 된다는 것 때문에 사고의 폭이 좁아졌다.
김진우를 만나고 조금 위안을 받았지만, 그뿐이었다.
그리고 또 한 달이 지났다.
화이트페이스는 자신의 몸을 직접적으로 건드리지 않았다.
자지를 삽입하지도, 정액을 먹이거나 뿌리지도….
그저 섹스 토이를 가지고 괴롭히는 게 전부였다.
그래서 정액으로 무언가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다.
얼떨결에 기회가 찾아왔다.
놈에 대한 단서를 잡을 수 있다는 기회.
강하나는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폰. 내 폰…!’
스마트폰.
보이지 않는다.
우우우우웅.
화장실 안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건걸이에 걸어둔 강하나의 바지, 그 속에 들어가 있는 스마트폰이 울리고 있었다.
─ 누나, 전화와요.
“어, 어!?”
강하나는 당황했다.
지금 들고 있는 스마트폰은 올 마이티의 것이 아닌 강하나의 것.
전화 올 사람은 셋 정도 밖에 없다.
‘하윤이, 진우, 그리고 화이트페이스…!’
김진우와 함께 있으니 그의 전화는 아니다.
강하윤에게는 따로 말을 했다.
전화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영화관에서 기어코 불러낸 것을 떠올려볼 때, 화이트페이스의 전화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진우야! 그, 좀 들어갈게?”
욕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강하나는 김진우의 허락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들어갔다.
“어, 음, 흠….”
김진우가 당황하며 아래를 가렸다.
서로 볼 거 다 본 사이인데, 둘 다 어색하게 성기를 감추었다.
얼굴이 시뻘게졌다.
“미안, 미안해.”
강하나는 옷가지들을 챙겨서 호다닥 빠져나왔다.
그 순간에도, 김진우의 자지를 눈에 담았다.
초월적인 신체강화는 그것을 해내고야 말았다.
오버랩 됐다.
김진우의 자지와 화이트페이스의 자지가 머릿속에서 겹쳐졌다.
얼핏 봐도 두 배 이상 차이나는 크기.
강하나는 이를 악물었다.
화이트페이스는 그저 자지만 큰 빌런, 쓰레기다.
그의 남성성을 인정해주는 것은 김진우에 대한 실례였다.
착하고 성실한 그에게 몹쓸 짓을 할 순 없었다.
[김현우]
스마트폰 액정에 띄워진 이름은 화이트페이스의 본명이었다.
따로 저장해둔 적도 없는데, 화이트페이스 스스로 초능력을 발휘해 저장해뒀다.
“…여보세요.”
─ 올 마이티. 제 자지가 발기 했어요. 어떻게 하죠?
“…….”
화이트페이스는 태연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 지금 저 밖입니다. 사람들 소리 들리죠?
스피커 너머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법 번화가에 있는 것인지….
시끌벅적했다.
“가면을 벗고 있는 거야?”
─ 네. 제 맨얼굴을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말이에요. 제가 지금 당장 못 싸면, 가면을 쓰고 싶어질 것 같거든요?
“…….”
화이트페이스는 낄낄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 주변에 있는 모텔로 들어갑니다. 주소 찍어서 보내드릴게요. 10분 안에 오세요. 올 마이티니까 그 정도는 가능하죠?
“지, 지금은 안 돼….”
─ 남자친구랑 있다거나 해서요? 아아, 올 마이티는 시민들 목숨보다 남자친구랑 떡치는 게 더 중요하구나? 그렇구나?
“…….”
화이트페이스는 강하나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었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음 되고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쳤다.
─ 그냥 한 발만 빼주고 가세요. 그러면 되잖습니까. 올 마이티 보지, 금방 쓰고 돌려드릴게. 제가 남자친구 분께 양해를 구할까요? 직접?
“아니, 아니. 내가 갈게. 갈 테니까…. 진우는 절대 건드리지 마. 알아들어?”
강하나는 입과 스마트폰을 가리고 소곤소곤 윽박을 질렀다.
화이트페이스가 김진우를 건드린다면, 그녀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그것만큼은 절대로 막아야 했다.
─ 빨리 오세요.
화이트페이스는 그리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짧은 통화지만, 강하나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지쳐있었다.
김진우에게서 위로받으려던 시간이….
그를 안아주려 했던 계획이, 화이트페이스에 의해 물거품이 되었다.
당장 가지 않으면 다른 선량한 시민들이 다칠 수 있어.
강하나는 올 마이티로서 화이트페이스에게 안기러 가야했다.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그 동안, 화이트페이스에게서 주소가 날아왔다.
‘……? ……!’
문자 내용을 확인하고 주소를 찾아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화이트페이스는 현재, 이 모텔 옆방에 있었다.
놈은 일부러 이곳으로 온 것이다.
“아, 아아….”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분노가 몸을 잠식했다.
그러나, 금방 떨쳐냈다.
히어로로서의 사명.
그녀는 이미 자기희생에 익숙했다.
지금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말을 해야 김진우에게 상처주지 않고 설득할 수 있을까.
그것이 가장 중요했다.
“후우….”
김진우가 욕실에서 나왔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가운을 걸친 상태였다.
술기운은 말끔하게 사라진 것인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이후 있을 어른들의 관계를 기대하고 있었다.
“누나? 왜 옷을….”
옷을 입고 있는 강하나를 보며, 김진우는 의문을 표현했다.
가운도 아니고, 모텔 방에 들어왔을 때의 복장을 그대로 입고 있으니.
김진우 입장에선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었다.
“진우야. 그, 회사에서 급한 연락이 와서 말이야….”
강하나는 눈을 질끈 감고 사과했다.
사실대로 말할 수 없음에 답답해하며, 김진우를 차마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회사에서 당장 오라고 그래?”
“나도 가고 싶지 않은데, 내가 필요하다고 하네….”
“흠.”
김진우는 애써 실망한 기색을 감추었다.
내색하지 않으려는 모습에, 괜히 마음이 아팠다.
이 모든 일이 화이트페이스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그에 대한 분노만 쌓여갔다.
김진우가 조심스레 물었다.
“일…. 오래 걸리는 거야?”
“가봐야 알 것 같아.”
“…….”
“금방 끝내고 올 테니까, 기다려줄 수 있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화이트페이스가 오랫동안 붙잡고 있으면, 오늘 못 올수도 있다.
하지만….
약속하고 싶다.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해야….
화이트페이스와의 섹스에서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만큼은 김진우의 곁에서 자고 싶었다.
“…기다리는 것쯤이야. 쉬고 있으면 되는 건데, 뭘.”
김진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강하나는 그런 김진우를 꽉 안아주고, 모텔 방을 나섰다.
목적지는 바로 옆방.
강하나가 문 앞에 서자마자, 문이 저절로 열렸다.
안쪽에는 화이트페이스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실올 하나 걸치지 않은 완전한 나체 상태로.
아랫도리를 빳빳하게 세운 채, 강하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요, 올 마이티. 안녕하십니까?”
화이트페이스가 자지를 까딱거리며 인사했다.
싱글벙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에, 강하나의 울분이 터졌다.
“이 개새끼가!”
“워워, 진정하시길 바랍니다.”
강하나가 폭발적으로 뛰어들었다.
화이트페이스를 향해 주먹을 뻗었지만, 그는 가뿐하게 막아냈다.
그것도 모자라 주변으로 퍼져나갈 충격을 자신의 체내로 갈무리해, 흡수했다.
“옆방에 있는 남자친구가 듣겠습니다. 소리를 지르면 되겠습니까? 제가 겨우 방음 결계를 펼쳐서, 옆방에 있는 올 마이티의 남자친구가 못 듣도록 했다고요.”
능글맞게 말하는 화이트페이스를 보며, 강하나는 이를 갈았다.
“네가 안 불렀으면, 그런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어!”
“그런데 어쩝니까. 제 자지는 보지가 고프다고 하는데요. 당장 길거리로 나가서, 뉴 페이스 레이프나 한 판 때릴까요? 전 그것도 상관없습니다만….”
“크읏…!”
처음부터 몰랐다면 상관이 없다.
아무리 올 마이티라고 해도, 모든 범죄를 막아낼 순 없으니까.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총기난사사건, 당장 일어나고 있는 대한민국 내의 절도, 사기, 폭행 등등….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다.
올 마이티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어떻게든 막고 방지할 뿐이다.
그런데 올 마이티 앞에서 강간을 저지르겠다고 예고를 한다.
올 마이티는 그를 막을 수밖에 없다.
알고서 외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무력이 안 되면 몸으로.
때문에, 강하나는 화이트페이스 앞에서 옷을 벗었다.
“좋습니다. 얘기가 잘 통해서 좋아요.”
“…….”
“딱 한 발만 싸겠습니다. 올 마이티 보지에 듬뿍, 한 번만 싸고 돌아갈게요.”
“…네 입으로 말한 거야. 약속 지켜.”
“예.”
화이트페이스가 강하나를 끌어당겼다.
탄탄한 몸매를 어루만지며 엉덩이를 주물렀다.
“끄흣…!”
“아직도 정액이 나오네요. 도대체 얼마나 싼 건지….”
“그건 네가…!”
“더 채워드릴게요. 올 마이티가 제 아이를 밸 수 있도록 말이죠.”
화이트페이스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강하나는 화이트페이스 때문에라도, 피임약을 꼬박꼬박 챙겨먹고 있었다.
임신할 리가 없다.
“흥.”
강하나는 화이트페이스를 비웃었다.
그의 손길에 따라 엉덩이를 쭉 내밀면서, 느끼지 않겠다고 각오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올 마이티 보지, 이따다끼마스.”
그의 커다란 자지가 보지 둔덕을 비벼댄다.
의지와 반대로 통통하게 부어오르는 음핵을, 화이트페이스가 거칠게 문지른다.
“끄흐읍…!”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가 없다.
기껏 참은 숨을 토해내듯 신음이 터져 나왔다.
푸욱!
“꺼흑…!”
찌걱. 찌걱.
화이트페이스는 흉악한 자지를 강하나의 보지에 쑤셔 박았다.
위험한 크기임에도, 강하나의 보지는 자지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적응했다.
“좋습니다. 올 마이티의 보지가 아니면, 다른 보지로는 쌀 수가 없다고요. 천생연분이지 않습니까?”
“닥쳐엇…! 하앙…!”
화이트페이스가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발을 싼다.
그 말은 즉, 한 발 싸기 전까지 계속 박아대겠다는 말이었다.
“하악, 아앙!”
강하나는 한 시간 동안 화이트페이스의 자지를 받아냈다.
사정을 참으면서, 강하나의 자궁을 계속해서 두드렸다.
그 동안 느낀 절정만 열댓 번에 달했다.
더 이상은 무리였다.
차라리 빨리 싸줬으면 할 정도였다.
“여기에 대고, 정액 싸달라고 빌면 싸겠습니다. 얼른 정액 받고 남자친구 분께 가야죠?”
화이트페이스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동영상 촬영이 시작되고, 강하나를 찍고 있었다.
계속되는 오르가즘에 정신이 몽롱하다.
강하나는 돌아가기 위해서, 화이트페이스에게 애원했다.
“보지에, 보지에 정액을 싸주세요….”
“누구한테 비는 겁니까?”
“화이트페이스….”
“다시 제대로.”
강하나가 이를 악물었다.
눈을 부릅뜨고 화이트페이스를 노려봤다.
“제 자궁에, 화이트페이스의 정액을 가득 싸주세요…!”
“예에, 싸드리겠습니다.”
화이트페이스가 강하나의 오금을 짓눌렀다.
가랑이가 활짝 벌어지고, 힘차게 허리를 처박았다.
“까흡, 하앙! 하악…!”
자궁구가 열리는 감각.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자궁 안으로 삽입 당하는 것 같았다.
“쌉니다!”
“하아아아아아앙!”
푸슛!
화이트페이스의 자지가 뿌리까지 처박혔다.
기껏 비운 자궁에, 그의 씨가 뿌려졌다.
“후으으….”
사정을 참았기 때문일까.
평소보다 많은 양이 쏟아졌다.
강하나는 절정에 허덕거리며 침을 질질 흘렸다.
머릿속이 타버릴 듯한 쾌락….
올 마이티라도, 저항하지 못했다.
“하앙, 아앙….”
“덕분에 잘 쓰고 갑니다, 올 마이티.”
포옹!
육벽이 자지를 물고 늘어졌다.
자지가 빠져나오면서 요상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보지에서 희멀건 정액이 줄줄 흘렀다.
강하나는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화이트페이스가 떠났음에도, 침대에 가랑이를 벌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아, 아아….”
강하나가 정신을 차렸다.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침대 시트가 땀과 애액으로 난장판이었다.
강하나의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였다.
“어서, 어서 가야 해….”
강하나는 잠깐 욕실에 들러서 보지 속을 긁어냈다.
화이트페이스의 정액을 어떻게든 빼냈다.
김진우와 관계를 가지는데, 그의 정액이 나왔다간….
절대 안 된다.
깔끔하게 씻고 다시 옆방으로 향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방에 들어갔다.
김진우가 깨어있을까, 무얼 하고 있을까.
목소리를 가다듬고 천천히….
푸슛. 푸슛.
“아, 아…?!”
정액 한 방울이 강하나의 얼굴에 튀었다.
김진우는, 옆방에 귀를 대고서 자지를 흔들고 있었다.
발기를 했음에도 초라한 자지로 자위를….
순간, 강하나는 수치심을 감출 수가 없었다.
김진우가 귀를 대고 있는 벽.
그 위치를 깨닫고, 불안감 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화이트페이스…!’
방음 결계니 뭐니 해놓고, 김진우가 듣게 만들었다.
“어, 음, 그게 말이죠. 누나, 그…. 옆방에서 너무…. 격하게 하는 바람에 갑자기 참기가 힘들어져서….”
변명하는 김진우.
강하나는 그 변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혹시라도 들켰을까 싶어서.
“괜찮아. 나는 괜찮아.”
“…….”
“그나저나, 더 할 수…. 있지?”
빨리 본론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