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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회귀자를 따먹음-570화 (570/681)

〈 570화 〉 #013. 공략12팀 유다희(16).

* * *

#013. 공략12팀 유다희.

김시우가 깨어났다.

박하민의 스킬이 발동된 덕분이었다.

“…사, 살았나…? 후우, 살았네….”

정신을 차린 김시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은신처 안을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좁은 은신처 안에는 네 사람이 모여 있었다.

나, 유다희.

이번에 새로 합류한 김시우, 박하민.

유다희와 함께 있을 때는 그럭저럭 앉아있을 만했는데.

두 배로 불어나서 그런가, 엄청 불편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베이스캠프를 넓혀야겠습니다, 11팀장님.”

“아아.”

김시우도 내 의견에 동의하는 듯했다.

곧 찾아올 밤을 대비해야 했다.

“움직일 수 있겠어요?”

“…나쁘지 않아. 조금 자고 일어났더니 확실히 괜찮네.”

밤을 꼬박 지새우고 몬스터에게 쫓겼다.

그러다가 크게 다쳐서 쓰러졌다.

그런 것에 비해 안색이 꽤 밝아졌다.

반강제적으로 취한 휴식이 효과가 있었다.

“베이스캠프를 둘로 늘리거나 규모를 키워야 하는데, 규모를 키우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아요.”

베이스캠프라고 하지만 본질은 은신처다.

몬스터에게서 몸을 숨겨주고, 불편하지만 안전한 잠자리를 얻기 위함이다.

현재 은신처는 커다란 바위가 3면에 가까운 공간을 가려주고 있다.

가지와 나뭇잎 등으로 절묘하게 가려놓은 상태라서, 몸을 숨기기에 나쁘지 않았다.

여기서 영역을 넓히면 등을 가려주는 바위가 의미 없어진다.

반지하에 가깝던 은신처가 양지로 올라오면서 약간 불안전한 느낌이 된다.

규모를 키우는 건 불가능.

새로운 자리를 구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기존 베이스캠프를 본거지로 삼고, 뉴 베이스캠프를 만들기로 했다.

“처음보다는 빠를 겁니다. 인원이 늘어났으니까요.”

첫 번째 베이스캠프는 유다희와 둘이서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인원은 넷이나 된다.

A랭크 헌터 넷.

일반인과는 활동성 자체가 다른 존재이다 보니, 엄청 빠를 수밖에 없다.

“자리부터 찾는 게 좋겠어.”

컨디션이 괜찮아진 김시우.

앞장서서 숲속을 걸었다.

손에는 양손 도끼를 움켜쥐고 걸리적거리는 것을 베어냈다.

둘이서 다닐 때와 분위기가 달랐다.

확실히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재미없네요, 팀장님.”

뒤따라 걷던 유다희가 소곤거리며 말했다.

어떤 면에서 재미가 없는 것인지, 박하민이 되물었다.

유다희는 박하민을 흘기며 퉁명스레 답했다.

“…저랑 팀장님은 어제부터 함께 했거든요.”

“어제부터요? 게이트 들어오자마자?”

“거의 그렇죠?”

유다희의 말에, 박하민은 유다희가 부러운 듯 그녀를 흘겨봤다.

“…혼자 버티는 거, 생각보다 힘든 일이더라고요. S급 게이트라서 몬스터 수준도 높고, 조금만 방심했다가는 죽을 수도 있으니까….”

“…….”

박하민의 포지션은 서포터다.

회복 지원 계열의 스킬을 익힌 서포터.

S급 게이트에 낙오되어, 혼자 살아남기가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에게 합류할 수 있었던 것도 기적에 가까웠다.

“그래도 풍운 길드 여러분을 만나서 다행이에요. 못 만났더라면, 저는 오늘 죽었을지도 몰라요.”

박하민이 방긋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맑고 고운 목소리가 심금을 울렸다.

그녀가 느꼈을 불안감과 공포가 전해지는 듯해, 괜히 보호본능을 자극했다.

김시우도 나와 마찬가지의 감정을 느낀 모양이다.

자기 가슴팍을 두드리며 자신 있게 말했다.

“이제부터 함께 살아남아보죠. 사실은 저도 어제 혼자 버텼는데, 그게 진짜….”

“진짜요?”

박하민의 시선이 김시우에게로 향했다.

어젯밤, 다른 장소에서 비슷한 고생을 한 탓일까.

서로 이야기가 잘 통했다.

어둠 속에서 울부짖는 짐승들.

몬스터가 주는 원초적인 공포에, 공감하고 동의했다.

시작부터 유다희와 함께 다녔던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감정들이었다.

‘…일찍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네.’

초록색 상자를 열고 독에 중독되었을 때, 유다희가 없었다면?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뒤늦게 그곳을 지나가는 헌터에게 내 죽음이 알려지고, 아내 최지은에게 부고 소식이 전달되었겠지.

시체를 옮길 수는 있었을까?

이곳은 S급 게이트 안이다.

절대 불가능.

흔적조차 마주하지 못하고 말로 전해 받는 기분이 어떠할지, 감히 짐작할 수가 없다.

자리를 잡았다.

첫 번째 은신처와 120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에 나쁘지 않은 자리가 있었다.

“한 번 지어봐서 그런가, 두 번째는 쉽네. 그치?”

“…그러게요.”

어딘가 퉁명스러운 유다희를 이끌고 은신처를 완성했다.

커다란 바위 옆에 두 사람이 들어가 쉴 수 있는 공간을 파고, 한쪽 면을 충분히 막았다.

가지와 나뭇잎이 벽을 이루었다.

“여기가 더 불편해보이니까. 나랑 진우가 이쪽을 쓸게.”

두 번째 은신처가 더 좁고 척박하다.

하루 동안 사람이 오고가며 길들인 첫 번째와 방금 막 만들어낸 두 번째,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김시우는 선뜻 첫 번째 은신처를 양보했다.

내 의견은 전혀 없었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자들이 편한 곳에서 지내는 게 나을 테니까.

그래봤자 거기서 거기이기도 하고.

‘…유다희랑 떨어져 있는 게 나아.’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괜히 오한이 느껴진다.

유부남이 외간 여자를 껴안고 자는 것, 엄연히 정상은 아니었다.

“…남녀를 섞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때, 유다희가 김시우의 말에 반박을 했다.

뜬금없이 꺼내든 논리에 모두가 당황했다.

“…남녀를 섞어요? 왜요?”

박하민이 놀라며 되물었다.

나와 유다희를 번갈아보며, 말을 덧붙였다.

“두 분, 그런 사이에요?”

“아닙니다. 절대로요.”

박하민의 말을 단박에 물리쳤다.

유다희나 나나, 좋은 의심은 아니었다.

유다희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박하민의 태도를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면서….

“밤에 엄청나게 추워요. 다들 아시죠?”

“…그건 그렇죠.”

뜬눈으로 지새웠던 시간을 떠올렸다.

김시우와 박하민아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추위와 공포, 두 가지 감각이 몸에 새겨져 있었다.

“저는 여자랑 자는 것도 익숙해서 상관이 없는데요. 팀장님 두 분은 서로 꽉 끌어안을 수 있어요? 만약에 엄청난 강추위가 들이닥쳤을 때 말이에요.”

유다희는 어젯밤의 추위가 또 찾아오리란 것을 상정한 채, 이야기를 주도했다.

김시우가 골똘히 고민한다.

“…그렇다고 남녀가 섞여서 자는 건….”

김시우도 유부남이다.

살짝 거부감이 있는 듯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제가 알기로는, 남자끼리 껴안는 것보다는 여자를 안는 게 더 편하다고 들어서요.”

“…어째서 그렇게 확신하는 거야, 다희 씨는?”

남자끼리 껴안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강추위라는 외부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뭔들 못하겠냐마는, 웬만해서는 불쾌하고 찝찝한 경험이다.

유다희는 그것을 확신하듯 말하고 있었다.

그게 궁금했다.

유다희가 남자인 것도 아닌데, 잘 안다는 듯 말하고 있으니….

“…아는 사람한테서 들었어요.”

유다희는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남자랑 안을 바에, 그냥 죽는 게 낫다고 하던데요. 그 사람은요.”

“…좀 극단적인 사람인가보네.”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사람, 아무래도 남자인 것 같은데.

그 남자도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선 어쩔 수 없이, 누구라도 품에 안을 것이다.

사람의 온기는 생각보다 따뜻하니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지.’

살기 위해서라면 뭔들 못할까.

남자의 체온을 느끼며 자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여자를 안고 잔다는 죄책감에 비하면, 그리 수치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그러다 불쑥, 김시우가 말을 꺼냈다.

“…진우는 어떻게 할래. 나는 다희 씨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보는데.”

“11팀장님?”

“아니, 생각을 해봐.”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하고 말았다.

1은신처와 2은신처에 각각 남녀를 섞자는….

말도 안 되는 결론으로, 김시우는 나를 설득하려고 했다.

“우리가 결혼을 했다고 하지만, 지금 상황은 전시(戰?)에 가까워.”

“예?”

“우리가 S급 게이트를 클리어 하지 못하면, 게이트 밖에까지 피해가 번져. 게이트 안에 들어와 있는 우리의 컨디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이야.”

김시우의 논리는 궤변이었다.

정해진 결론에 근거를 끼워 맞추는 수준.

하지만, 진심으로 보였다.

김시우는 나와 함께 밤을 보낼 생각이 없다.

묘한 욕망이 눈빛에 일렁거리고 있었다.

“…마, 말이 돼요? 팀장님들…?”

박하민이 실소를 흘리지만, 그녀에게는 의견권이 전무했다.

현장에서는 전투가 가능한 근접 딜러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으니까.

유다희와 김시우가 되도 않은 결단에 찬성한다.

남녀를 섞어서 지내야 한다는….

세 표 중에서 두 표가 이미 결론을 내렸다.

나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저는 그래도, 어젯밤을 함께 했던 진우 팀장님이 더 나을 것 같아요.”

유다희가 나를 지목하며 함께 자겠다고 말했다.

김시우는 그 말에 순응하며 박하민을 흘겨봤다.

“어떻게 하실 거예요, 하민 씨?”

“…아니, 이런 게 어디 있어요….”

“모두 다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에요. 무력 밸런스를 따져 봤을 때, 이게 옳아요. 가장 강한 제가 하민 씨와 있는 게…. 더 안전한 밤을 보낼 수 있을 테니까요.”

또 그렇게 생각하면, 김시우의 논리가 답이다.

현재 이 조합에서 최강자는 김시우다.

최고전력이 약자를 곁에 두고 보호하는 것에 맞았다.

“…….”

박하민도 이에 대해서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아무래도, B랭크 유다희보다는 S랭크에 근접한 김시우가 더 든든할 테니.

“…아, 알겠습니다….”

박하민이 순응했다.

이상한 결정에 셋이 동의했다.

내 잠자리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제2베이스캠프를 우리가 쓸게요. 그 정도 염치는 있습니다.”

김시우는 더 좁은 2은신처를 가지겠다고 말했다.

유다희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의견교환이 또박또박 이루어졌다.

뭔가, 진행이 착착 된다고 해야 할까.

“주변 지형탐색을 다닙시다.”

다행히도, 몬스터를 마주치지는 않았다.

은신처 주위를 순회하며 열매를 줍고 모으며 낮을 보냈다.

옷가지를 꽤 많이 발견해서 다행이었다.

“매일 새롭게 보급이 되는 것 같아요.”

유다희가 그렇게 말했다.

원래는 없었던 위치에, 상자가 새로이 놓아져 있었다.

아무래도 정답인 듯했다.

각자 옷을 갖추어 입었다.

속살을 가렸다는 점에서, 장족의 발전이었다.

시선처리가 한결 수월해졌다.

밤에는 당연히 1은신처에 누워 잠을 청했다.

유다희는 당연하다는 듯 내 품에 안겨왔다.

밀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머릿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다음날, 우리는 또 수색을 다녔다.

“하민아, 조심해.”

“…네. 감사합니다.”

김시우와 박하민이 묘하게 가까워진 것처럼 보였다.

물리적인 거리 자체도….

“엄청 친해진 것 같아요.”

“그러게.”

“야해지는 열매라도 먹은 건 아니겠죠?”

“…설마.”

유다희의 말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써 고개를 저어 잡념을 떨쳐냈다.

김시우가 알아서 할 것이다.

불륜이고 뭐고, 나만 하지 않으면 된다.

그건 배신이니까.

수색을 하는 중, 몬스터를 발견했다.

잽싸게 나무 뒤로 숨었다.

“어제 봤던 놈이에요.”

“호수에서 물마시던 녀석.”

노루를 닮은 몬스터가 헌터 하나의 장기를 뜯어먹고 있다.

잔인하지만 익숙한 광경이다.

허접한 날붙이를 꼬나 쥐며, 긴장했다.

놈이 우리를 발견 못하고 지나가기를 빌었다.

“…휴우.”

헌터를 잡아먹은 노루가 자기 갈 길을 떠났다.

우리는 죽은 헌터의 얼굴을 확인했다.

“…기, 기혁아….”

아무래도, 박하민이 아는 사이인 듯했다.

한 사람의 장례를 대충이나마 치러주고 복귀했다.

“장비를 찾아야 해요.”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유다희가 그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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