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4화 〉 #014. 패러사이트 퀸(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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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 패러사이트 퀸.
조금 더 이성적이게 되었다.
상황을 관찰하고 분석했다.
죽음이라는 공포 앞에서 애써 고개를 돌렸다.
떨리는 심장을 달래며, 차분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퀸은 나를 협박하고 있다.
그것은 틀림없는 진실이다.
왜 협박하는 것인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함이다.
나는 퀸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퀸은 나를 관리하고 있다.
내가 망가지지 않기를 바란다.
여기서 망가짐이란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올바른 사고판단이 불가능해진 상태를 뜻한다.
그러니까, 지금 이 모습 그대로를 원했다.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는 퀸에게 사로잡힌 이후로, 고통을 느꼈던 적이 있는가.
패러사이트 퀸은 내게 고통을 동반한 고문을 가한 적이 있는가.
아니었다.
퀸은 내게 고통 아닌 쾌락만을 제공했다.
상대가 외계 종족이라는 점이 문제였으나, 몸뚱어리나 자지가 느끼는 감각은 분명 쾌감이었다.
여성기에 삽입하고 사정한다.
수컷으로서 씨를 뿌리고, 그 씨앗으로 탄생한 아이들을 마주한다.
고통과는 거리가 멀었다.
숙식도 당연히 주어졌다.
모유랑 물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수면 중에는 딱히 나를 건드리지 않았다.
편안하다면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 다른 인간들이 나 때문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것들이 내 정신을 옭아맸을 뿐.
‘그렇게 생각하면….’
유다희나 내 후임들을 건드릴 수 없다.
동료의 죽음은 내 정신에 큰 타격을 가할 테니까, 퀸 입장에서 그리 달갑지 않은 선택지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풀어주는 것은 애매하다.
퀸도 우주전함을 다스리고 세력을 키워야 했다.
공포는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인간들은 죽음의 공포 앞에 무릎을 꿇었다.
퀸은 들고 있는 채찍을 놓을 수가 없다.
어떤 심경 변화가 있어도, 그것만큼은 꼭 쥐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퀸의 엉덩이가 살랑거린다.
퀸들은 커다란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내 자지를 유혹했다.
패러사이트 퀸이라는 진실을 모른 체 마주했다면, 사내로서 음심이 동할 법한 장면이다.
그만큼 인간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니, 인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
퀸들에게선 패러사이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김진우….”
침음을 흘린다.
부족한 작전으로 패배하고 만 유다희가 안타까움에 이를 갈았다.
내가 그녀의 목숨을 구하고 싶듯 그녀 또한 나를 구하고 싶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법이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퀸의 엉덩이를 만졌다.
토실토실한 둔부는 인간 여성의 것처럼 말랑하고 부드러웠다.
질척하게 젖은 보지가 반짝였다.
퀸들은 각자 나와의 관계를 기대하며 흥분하고 있었다.
패러사이트 퀸이 한낱 인간인 나와의 섹스를….
‘변종이야.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변종.’
찌극, 찌극.
퀸의 골반을 잡고 자지를 치댔다.
처박는 중에도 퀸의 반응을 살폈다.
“많이 싸지른 상태에선 성기가 물렁해진다. 아무래도 회복을 시켜야겠어.”
“그래도 선택받은 느낌은 어떤 느낌이야?”
“흐읏, 흐응…! 자지가 자궁을 두드린다. 임신하고 싶어, 배란되고 있다…!”
퀸들은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며 낄낄 웃어댔다.
여러 상황 조건들을 떼고 바라보니, 공포가 살짝 옅어졌다.
성적 흥분 탓인지 뭔지 잘은 몰라도, 속에서부터 무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퀸은 나를 죽이지 못한다.
이런 짓까지 해서 나를 손에 넣으려고 한다.
그런 관점에서, 내 목숨은 무엇보다 중요한 인질이다.
우주전함에 갇혀있는 인간들보다 더더욱.
내가 나 자신을 휘두를 수 있다면?
퀸을 제압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제압까지는 아니더라도 반항, 최소한의 협상 정도는….
‘자살, 할 수 있을까?’
해야만 한다.
적어도, 실행에 옮길 수도 있다는 가정을 심어주어야 했다.
그러면 퀸들은 나를 궁지로 몰아붙이지 않을 것이다.
“하앙, 앙!”
패러사이트 퀸의 뒷모습이 훤히 보인다.
내게 엉덩이를 내밀고 신음하는 모습.
볼기짝 때리기 좋은 위치, 하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이대로 굽실거리기만 해서는 끝도 없다.
유다희가 눈앞에 있는 이상, 살려서 돌려보낼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니면 그냥 다 같이 죽던가.’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
나만 살아남으면 죄책감에 미쳐버릴 테니 차라리 함께 죽는 거다.
원래부터 죽음을 각오했던 몸, 그것 자체는 두렵지 않다.
혼자 남게 되는 결말이 무서웠던 거지.
“하앙, 앙…! 더 깊게…!”
패러사이트 퀸들이 엉덩이를 흔든다.
자신에게도 박아달라며 알랑방귀를 낀다.
상냥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유다희와 후임 병사들이 놀란 듯 탄식을 흘렸다.
나에게는 적대적이지 않다.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실험을 해보자.
선을 넘어도 되는지, 스킨십 단계를 높였다.
짜악!
“하앙!”
패러사이트 퀸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퀸은 들뜬 신음을 내뱉으며 나를 돌아보았다.
눈동자에 하트를 그려주면 어울릴 듯 싶었다.
“김진우?!”
유다희가 숨을 들이 삼키며 놀란다.
다른 후임 병사들도 마찬가지, 내 돌발행동에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퀸들은 나를 몰아세우지 않았다.
엉덩이를 때리든 말든 전혀 화내지 않고, 오히려 갈망하듯 내게 몸을 밀착해왔다.
“그래, 드디어 본심을 드러내는구나.”
“위험한 생각은 하지마라. 어차피 불가능하니까, 우리의 구멍을 즐기는데 집중해, 영원히 우리들과 아이를 만드는 거다. 풍족하게 길러줄 터이니….”
“자아, 더 때려도 좋아. 우리들의 몸은 네 것이다.”
퀸들이 내게 안겨온다.
암컷의 몸에 거의 깔리듯이 했다.
달콤한 체취가 부화장을 가득 채우고, 입 안 가득 고소한 모유가 퍼져나갔다.
나는 여러 가지 스킨십을 시도했다.
패러사이트 퀸에게 존재하는 ‘선’이란 것을 찾으려고, 나름 아슬아슬 줄을 탔다.
하지만 이게 웬걸?
퀸에게는 선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무엇을 저지르든 간에 좋아하는 반응을 보였다.
젖가슴을 때려도, 젖꼭지를 비틀어도.
머리채를 잡아당기거나 뺨을 후려쳐도.
“기억은 없어도, 본성이 나오고 있구나.”
“……?”
“우리의 몸을 마음껏 즐겨라! 너만을 위한 구멍이니까!”
퀸들은 오히려 반가워했다.
내가 거칠게 스킨십을 할수록 아파하거나 하기는커녕, 활짝 웃으며 매달려왔다.
‘나를 아는 것처럼 굴고 있어.’
기억을 잃은 적이 없다.
나는 온전히 나 자신을 이루고 있다.
사선을 넘나들면서 스스로 기억을 지우는 병사들은 간혹 있는데, 그런 케이스는 아니었다.
그런데 왜, 패러사이트 퀸은 나를 안다는 듯 구는 것일까.
‘아무래도 좋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퀸은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호의를 이용해서 살아남아야 했다.
움찔거리는 똥구멍.
실제로는 배설을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패러사이트 퀸의 엉덩이 구멍은 겉모습만 구현된 것뿐이다.
겉모습뿐인 똥구멍에 주먹을 쑤셔 박아도, 그냥 넘어갈 수 있을까?
‘한 번 해볼 만해.’
똥구멍에 손가락을 가져간다.
패러사이트 퀸이 반응을 보였다.
자기 엉덩이를 잡고 구멍을 벌렸다.
“뒤로도 하고 싶나? 원하는 만큼 쑤셔라.”
보지든 똥구멍이든 마음대로 하라고 한다.
벌렁거리는 뒷구멍을 보니 음심이 동했다.
뒤로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나는 뒤를 흘겨보았다.
점막 촉수에 묶여 있는 유다희 그리고 후임들.
무어라 말을 하려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입만 뻐끔거리며 내 눈을 쳐다본다.
시선이 마주쳤다.
나를 구하는 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모두, 죽음을 각오하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지금은 퀸의 성향을 대충이나마 알게 되었지만, 그녀들이 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몰랐다.
나를 구하다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그것을 무릅쓰고 왔다.
이대로 있어도 되는 걸까.
패러사이트 퀸이 생각보다 순종적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만족하고, 만일의 경우를 외면해야 할까.
그러다가 퀸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그녀의 수컷이 새로이 나타난다면?
토사구팽.
나라는 몸뚱어리의 가치가 사라지기 전에, 무엇이라도 해봐야겠다.
‘이대로 있어선 안 돼.’
유다혜와 눈을 마주쳤다.
유다혜는 다 알고 있다는 듯 웃으면서, 눈을 찡그렸다.
윙크.
내게는 신호처럼 보였다.
나는 잽싸게 자지를 빼냈다.
그리고 등을 돌려 도망쳤다.
파지지직!
“읏?!”
유다혜에게서 뿜어져 나온 전격이 패러사이트 퀸에게 적중했다.
퀸들은 잠깐 멈칫하며 움직이질 못했다.
‘제발, 라이플 없나?’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부화장에서 빠져나왔다.
함교에서 나 자신을 해칠 수 있는 물건을 찾아다녔다.
유다희나 후임 병사들은 무장도 안 하고 여기까지 들어온 듯했다.
‘저거라면….’
아이러니하게도 바닥에 칼 한 자루가 널브러져 있었다.
플라즈마 소드 같은 무기가 아니라 평범한 나이프.
나 하나 찌르기엔 충분한 칼.
그것을 주워들고 제자리에 섰다.
유다혜가 잠깐 시간을 끌어준 덕에, 퀸들을 상대로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얼마 되진 않았다.
퀸은 금방 상태를 회복하고 부화장에서 걸어 나왔다.
촉수에 묶인 인질들을 대롱대롱 매달고서.
퀸들의 표정이 제법 살벌했다.
오금이 저리고 떨렸다.
그럼에도 굽히지 않았다.
“김진우,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다, 다 풀어줘. 안 그러면…!”
칼을 내 목 끝에 가져가 댔다.
당장이라도 그을 수 있도록.
“죽을 거야.”
진심이다.
진짜로 죽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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