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소설 속 회귀자를 따먹음-628화 (628/681)

〈 628화 〉 #016. 한국대학교 유다희&유다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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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 한국대학교 유다희&유다혜.

조용한 분위기의 펍 비슷한 구조를 한 술집이다.

개방적이었던 1차에서처럼 떠들 수가 없었다.

“아하하, 오빠. 그러기에요?”

“왜? 뭐가?”

체육교육과 인원들의 텐션이 서서히 낮아졌다.

취기를 즐기며 각자 테이블에서 웃고 떠드는 느낌.

유다혜가 의도한 대로였다.

누군가는 흥이 떨어지는 것 같아 별로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잠깐 쉬어가는 타이밍도 필요했다.

1차에서 지독하게 논 상태이기 때문에, 감각을 식히는 시간이라고 해야 할까.

“3차, 4차를 생각해야 하니까. 적절한 템포 조절이 필요하지.”

“전문가네, 전문가야. 매일 술 마시고 다니는 거냐?”

“응. 나는 이 분위기가 진짜 좋거든. ‘탑’에 갇혀있는 동안 매일 바라왔던 거야. 이 공기를….”

유다혜는 아련한 눈빛으로 잔을 흔들었다.

뭔지 모를 싸구려 칵테일이 찰랑거렸다.

푸르뎅뎅한 색감이 내 식욕을 확 앗아갔다.

나는 그런 유다혜를 흘기며 피식 웃었다.

“사고만 치지 마라.”

“안 쳐.”

여기서 말하는 사고는 그 의미가 다르다.

내가 해결해줄 수 없는 종류의 사고.

신의 힘으로도 어찌 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고.

불륜을 의미한다.

다른 남자를 안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차라리 세상을 멸망시켜라.

힘들 것 같다면, 장난으로 사람을 몇 죽이는 것도 좋겠다.

그런 것들은 전부 내가 어찌 해줄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다른 남자 배 위에 올라타는 것은 절대, 허락할 생각이 없다.

유다혜도 그것을 알고 있다.

내 말의 속뜻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안다.

그런데도 김시호 환영회 따위를 나왔다.

인간관계랍시고 외간 남자 앞에서 꺄르륵꺄르륵 웃어댄다.

“너희 둘은 사이가 좋나보네?”

김시호가 우리를 빤히 바라본다.

눈빛이 썩 곱지가 않았다.

불편해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어릴 때부터 옆집에 살아서, 친할 수밖에 없죠?”

“아, 그래?”

김시호의 물음에, 유다혜가 대답했다.

싱글싱글 웃으면서 약 올리는 듯하다.

나와 유다혜 쌍둥이 자매는 이웃 관계다.

그런 설정을 잡았다.

적어도 이 세상 속에서는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유다희, 유다혜는 어릴 적에 부모를 잃었다.

소설 속 주인공이라서 어쩔 수 없다.

‘내 힘이라면 살리는 것도 가능은 하겠지만….’

유다희나 유다혜, 둘 다 따로 부탁하거나 하질 않았다.

내 멋대로 손댈 만한 영역이 아닌 것 같아.

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김시호는 옆에 앉은 유다혜를 신경 쓰며 물었다.

“소꿉친구? 뭐, 그런 건가?”

“소꿉친구가 이성 불알친구를 뜻한다면, 그런 거죠.”

김시호와 대화하는 것은 유다혜였다.

유다혜는 자연스레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엄청 친하겠네. 둘 다.”

“예. 거의 가족이죠, 가족.”

유다혜가 히죽 웃으면서 나를 바라본다.

가족, 아무 많은 뜻이 담겨 있었다.

“크흠, 흠….”

유다혜의 뱃속에는 내 아기가 자라고 있다.

임신 초기라서 티는 안 나지만.

김시호는 그 말을 다르게 받아들인 것 같았다.

“몇 년이나 알고 지낸 거야? 10년은 더 됐네.”

“몇 년이라….”

유다혜와 시선이 마주쳤다.

“얼추 그 정도 될 걸요?”

“10년, 은근히 긴 것 같아도 짧은 거 알지?”

“그렇기는 해요. 밀도 깊게 안 살면 죄다 깜빡할 정도로요.”

김시호의 어투에는 가시가 돋쳐있다.

유다혜와 대화를 하고 있는 중에도, 나를 견제하는 느낌이었다.

대외적으로 유다희와 사귀는 사이라고 해도, 유다혜와 친하게 지내는 내가 거슬리는 모양이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유다혜랑 얼마나 알고 지냈다고, 저런 눈깔을 뜨고서 나를 보는 걸까.

‘…내가 더 오래 봤고, 내가 더 잘 안다고.’

유다혜는 소설 속 여주인공이다.

비록 좋은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여정을 10년 넘게 함께했다.

고작 대학교에서 만난 인연에 비벼질 만큼 얕은 관계가 아니었다.

“다혜야, 가끔 너랑 대화하다보면…. 네가 진짜 어른처럼 느껴지더라.”

“뭐임, 저보고 애늙은이라는 뜻이에요?”

“아니, 그런 뜻은 아니고. 또래 애들에 비해 성숙하다고 해야 하나? 다른 여자들이랑 다르게 보인다는 거지.”

“아, 그런 뜻?”

유다혜가 느릿하게 고개를 주억였다.

딱히 반박하거나 하진 않았다.

실제로도 훨씬 나이가 많았다.

‘회귀를 얼마나 했지?’

소설 내용을 되짚어가며 유다혜의 나이를 가늠해본다.

그때, 유다혜와 눈이 마주쳤다.

유다혜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오른손을 살짝 들어 자기 머리를 두들긴다.

자기 머릿속을 읽어보라는 의미였다.

생각을 통해 말을 걸겠다, 그런 느낌.

─ 지금 내 나이 계산해보고 있냐?

유다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방통행이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섬뜩한 기분이 들어 계산을 멈췄다.

유다혜 나이는 미궁 속에 묻어두는 게 나을 것 같다.

“진우도, 나이에 안 맞게 엄청 젊은 것 같다. 나는 처음 봤을 때 미필인 줄 알았어.”

“아, 그래요?”

“애들이랑 잘 어울리더라고. 우리 과 후배들이 극성이라서, 가까워지기 힘든데 친화력이 엄청나네.”

“감사합니다. 다 돈 때문이죠, 뭐. 쟤들이 진짜 좋아서 저러겠어요?”

대강 대답하며 술잔을 들여다봤다.

진홍빛이라고 해야 할까.

오묘한 색깔의 칵테일이다.

이 술집 칵테일은 한 잔에 만원 단위다.

특별한 맛이 느껴진다거나 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비싸다.

대학가여서 그런가, 존나 배짱 장사였다.

모임 3차에 어울리는 술집이라서 의외로 잘 팔리는 듯했다.

“돈, 돈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생각났다. 이번 MT 비용, 네가 내기로 했다며?”

“예, 얼떨결에 그렇게 됐네요.”

“수학과랑 체육교육과, 또 나머지는?”

“경제학부요.”

“유다희가 있는 학부? 우리나 걔네나, 진짜 운도 좋네.”

김시호가 허탈하게 웃음을 흘렸다.

아무 연관도 없는 세 학과가 같은 곳으로 MT를 간다니.

어처구니없을 만도 했다.

‘연관은 없어도, 접점은 있으니까.’

명분은 만들기 마련이다.

학생회 입장에서도,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회비만 아낄 수 있다면 뭔들 못할까.

“친하게 지내자, 진우야.”

“예, 선배님.”

“에이, 거리감 느껴지는데? 말 놓아도 돼. 형이라 불러. 아니지, 돈 많으면 형님인데. 내가 김진우 형님이라고 불러야겠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괜찮아요, 형.”

“그래. 진우 목소리가 은근 듣기 좋네.”

김시호와의 대화는 생각보다 분위기가 좋았다.

유다혜에게 관심 있어 보이는 점이 좆같기는 했지만, 내가 참아야 했다.

수틀린다고 다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유다희와 유다혜에게는 권리가 있다.

다른 인간들과 같이 평범한 생활을 영위할 권리, 자유.

나는 그것을 보장해주고 싶다.

20대 초에 임신한 것 자체가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조 단위의 돈을 갖고 있는 것도, 평균이랑 동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칵테일을 한 모금 머금었다.

달짝지근한 맛, 딸기향이 진하게 풍겼다.

나쁘지 않았다.

여자애들이 좋아할 것 같다.

실제로, 체육교육과 여학생들은 온갖 칵테일을 다 시켜서 처마시고 있다.

미친년들이다.

다들 정신이 좀 돌아오는 듯, 천천히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넘어가야겠네.”

유다혜가 칵테일을 원­샷 때렸다.

그리고 1학년들을 통제했다.

“다들 기운 차렸지? 일어나자.”

3차, 4차, 5차.

내 지갑으로 끝까지 달려 나간다.

체육교육과 인원이 마구 불었다.

1학년부터 시작해서 휴학생까지.

징그럽게 불어났다.

공짜라고 하니까 사방팔방에서 달라붙었다.

구라 안치고, 약 일백 정도가 우르르 몰려다녔을 정도였다.

모임을 일찍부터 시작한 탓에, 새벽 4시쯤에야 6차에 진입했다.

기숙사 애들도 다 올라갔다.

대학가 근처에서 자취하는 년놈들만 남았다.

그게 스물 정도 되었다.

“…최병훈은 어디 간 거야.”

“몰루?”

유다혜가 능글맞게 웃는다.

아무리 봐도 뭔가 알고 있는 기색이었다.

나는 최병훈의 위치를 검색했다.

그리고 대학가 근처 모텔 침대에 앉아있다는 것을 알았다.

‘뭐여.’

이 새끼, 지금 자고 있는 건가?

모텔 안에서 자고 있다.

그것도 여자애랑 같은 침대에서.

나는 영상 시간을 되돌렸다.

필름처럼 되감기는 최병훈의 모습.

‘윽, 시발!’

허리를 흔드는 최병훈.

개처럼 헐떡이는 최병훈.

그리고 모텔에 막 입장해서 바짝 굳어있는 최병훈.

새벽 2시쯤에 이미 탈출했다.

4차로 넘어가기 전에 튄 것이다.

녀석은 긴장한 상태로 떨고 있었다.

모텔 욕실을 확인한다.

누군지 모를 여자애 하나가 씻는 중이다.

낯이 익다.

모임 2차에서부터 최병훈이랑 재잘거리며 떠들던 여자애였다.

예쁘장하게 생긴 애가 대체 왜?

“우리 병훈쨩도 아다 떼야지.”

유다혜는 음침한 목소리로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내뱉었다.

킬킬거리며 웃는 꼴을 보니, 유다혜 본인이 다 꾸민 것 같다.

“아니, 병훈이 아다를 왜 너희가 떼주냐.”

“한태연이 진짜 개미친 걸레년이야. 나는 잘 모르겠거든? 그냥 눈 떠보니까 쟤랑 단짝친구더라고. 근데 왜 친구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랑 최병훈 느낌인가보네….”

유다혜도 걸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소설 속에서 구르고 구른 유다혜는 수많은 남자를 따먹고 버리기를 반복했다.

끼리끼리는 과학이다.

걸레 옆에는 걸레가 있다.

한태연은 동정사냥꾼, 아다킬러인 것이다.

“태연이가 아다들 다 따먹고 나중에 후기 말해주거든? 그게 진짜 개꿀잼.”

“…그래서 얼마나 따먹었는데.”

“몰라. 우리 학교 안에서만 백 정도 되는 것 같더라.”

“미쳤네. 나도 그 정도는 아닌데.”

“아무래도 처녀보다는 동정이 따먹기가 쉽지. 솔직히 남자애들은 언제든 준비가 됐으니까.”

동정과 처녀의 가치는 엄연히 다르다.

최병훈은 미끼를 물어버렸다.

그리고 뱀 아가리에 자지를 반쯤 걸치고 말았다.

“내가 직접 따먹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대리만족하고 있지.”

“그랬다간 바로 세계멸망이야. 너 죽고 나 죽는 거, 알지?”

“애초에 관심도 없어. 딴 새끼들은 나를 만족시켜줄 수 없다고. 나한텐 너 뿐이야.”

“그래, 고맙네.”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아까 전부터 마크하고 있던 게 이런 이유였나?”

“응, 병훈쨩 맨투맨으로 붙잡고 있던 거 봤어? 한태연, 개미친년.”

“…여자들 중에도 진짜 특이한 애가 많네.”

“여자도 사람이야, 사람. 동정에 대한 로망이 있다고.”

유다혜가 낄낄 웃었다.

지금 상황이 재밌는 듯 보였다.

“너희들끼리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하냐?”

“잠깐 다희 얘기 좀 하고 있었어요.”

“유다희? 하아, 나도 유다희 한 번만 보고 싶다.”

“꿈 깨세요.”

김시호가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유다혜는 익숙하게 그의 말을 받아쳤다.

그렇게 6차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돈은 예상보다 덜 썼다.

약 700만원.

몰고 다닌 인원을 생각해보면, 의외로 적은 느낌.

그대로 시간이 흘렀다.

MT 날짜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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