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세계수를 따먹다-275화 (271/657)

< 275화 > 메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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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헌 두 번째 시련 통과했다네.

(카메라에 찍힌, 마로니에 밥 먹는 짤.)

국목이랑 맞먹는데, ㄹㅇ 우승하는 거 아님?

[댓글 15]

ㅇㅇ : 모르겠다 ㅅㅂ

ㅁ : 전문가들 전부 입 닫았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ㅋㅋㅋㅋ

└동호역 방관자 : 헌터들 sns부터 시작해서 길드까지 지금 난리임. 오랜만에 한국에서 좋은 인재 나왔다고 벌써 줄 타더라

└ㅇㅇ(15.233) : 도원향이랑 연줄 있다던데 말 다 했지. 걍 재능충같음. 매화까지는 모르겠고 김수연이랑 마지막 시련까지는 갈 듯.

ㅇㅇ(263.12) : 얼마 전까지 이시헌 그 듣보잡이라고 하던 놈들 어디 갔냐?

└ㅁㄴㅇㄹ : 듣보잡은 무슨ㅋㅋ 올해 초부터 꾸준히 기사 나왔는데. 엘 아카데미 생도인 것부터 답 나온 건데. 헌터판 관심 없는 놈들 뒤늦게 튀어나와서 묻는 꼬라지.

└ㅇㅇ(13.52) : 윗놈 왤케 꼬였냐. 국가 대표인데 이제 관심 가질 수도 있는 거지.

ㅇㅇ(14.55) : 짤녀 누구? 입에 딸기잼 묻은 거 졸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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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소문이 무섭긴 하구나.

백도의 제자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만 알고 있는 은밀한 거긴 했는데. 유명세를 한 번 타기 시작하니 금방 내 정보가 퍼져나갔다.

아카데미나 헌터에 관심이 지극히 많은 사람. 그런 얕은 곳에서나 종종 오르내리던 내 이름이 이젠 어떤 사이트에서든 볼 수 있었다.

‘슬슬 플라워도 경각심을 가지겠지.’

목령왕의 후대라는 놈이 국목과 비슷한 실력을 지닌 놈으로 찍혔을 테니까.

침대에 누워 핸드폰 화면을 손으로 내린다.

폭신한 최고급 매트와 이불. 그것을 만끽하며 피로를 푼다.

-타다다닥!

그 순간 주방쪽에서 들려오는 발 걸음 소리. 또 오고 있다. 핸드폰을 내리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면, 벌컥 방 문이 열렸다.

“냐아아악!”

영문 모를 괴성을 지르며 침대 위로 다이브. 날카로운 킬각에 움찔 몸을 떨면 내 배 위로 메리가 떨어졌다.

부웅~

날다람쥐처럼 하늘 위에 날아오르더니 퍽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떨어진 메리.

“억!”

내 배에 웅크려 양 손으로 내 가슴을 결박했다.

명치에 볼따구를 비비적대다가, 이불 표면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은지 기어코 이불을 벗겨놓고 내 배 위에 웅크려 눕는다.

뾰족한 나뭇가지가 볼과 쇄골 언저리를 쿡쿡 찌른다. 계속 당하다 보니 모기라도 문 것처럼 따갑다.

“양치는?”

“했어…. 근데 꼭 해야해?”

“비료를 포댓자루로 퍼먹는데 양치를 안 하면 쓰겠냐.”

동식물에서 얻는 유기질 비료는 아니고, 마력 퇴비라지만 그래도 비료라하니까 괜히 거슬린다.

“샤워는?”

“시켜줘.”

“…쩝. 30분만 있다가.”

하루이틀씩 이렇게 지내다 보니, 점점 더 메리의 성격을 잘 알게 되었다.

애가 관심을 많이 못 받아서 그런가 굉장히 장난꾸러기에 애교쟁이다.

가끔 보면 시바보다 심한 구석이 있다. 나이는 시바보다 많으면서 하는 짓은 꼬마애라는 말이다.

“그럼 계속 안고 있을래. 나 머리 쓰다듬어줘.”

“메리야. 오빠도 좀 쉬고 싶어.”

“해 줘!”

툭툭, 머리에서 자란 나뭇가지로 내 턱을 찌르는 메리.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다. 손으로 나뭇가지 틈새를 피해 살살 쓰다듬어준다. 그러면 메리는 볼을 비벼왔다.

“헤헤. 고마워.”

내 제안을 받아들인 후. 함께 지내면서 내가 녀석한테 당부한 게 몇 가지 있다.

1. 선을 지켜라.

2. 잘못한 게 있다면 즉시 사과해라.

3. 자기 고집을 들어주거나, 누군가 도움을 줬을 때 망설임 없이 고맙다고 해라.

다른 사람이 딱 메리를 봤을 때. 달라진 걸 느낄 수 있도록 정해둔 규칙이다.

어길 때마다 엄하게 다그쳤더니, 이제는 잘 지켜서 언성을 높일 일도 없어졌다.

지내다 보면 오빠 노릇하는 느낌이 들었기에 종종 그렇게 말하는데. 메리도 딱히 호칭에 관해서는 별 생각이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등도 만져줘.”

“어.”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베개맡에 집어넣고 메리의 케어에 들어갔다.

뒷목에서부터 시작해, 골반의 살짝 위까지.

엉덩이에서 조금 윗부분을 시작해서 다시 목까지 손으로 쓰다듬는다.

날개뼈의 옆을 툭툭 치기도 해보고. 말랑한 옆구리를 콕 찔러보기도 했다.

손길 자체를 좋아해서 그런가, 내가 무언가를 할 때마다 메리의 몸이 강아지처럼 반응했다.

-꾸욱.

메리의 허리나 엉덩이에서 내려온 뿌리.

씻겨줄 때 확인했는데, 꼬리뼈나 허벅지, 허리 등지에서 마구잡이로 뿌리가 자라나 있었다.

내 손길을 받을 때면. 메리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 뿌리를 움직여댔다.

절대 떨어질 수 없게 내 허리와 다리를 뿌리로 감아 온다.

머리에서 돋아난 나뭇가지도 위아래로 계속해서 씰룩였다. 이건 시바에게서도 가끔 볼 수 있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시바보다 더 격렬하게 흔들린다.

싸구려 연필 위에 달린 스프링 장난감. 쭉 잡아당기면 덜렁거리는 딱 그 느낌이다.

‘대체 뭔 구조로 이루어진 거지?’

쓰다듬는 손을 멈추고 흔들거리는 나뭇가지의 몸통을 탁- 잡아챘다.

고무보다 말랑하고, 또 밀도가 장난 아니다. 강아지의 꼬리처럼 가장 안쪽에 뭔가 단단한 뼈같은 게 있었다.

살살 그 부분을 쓰다듬으니, 메리가 갑작스레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읏.”

“왜?”

“으응 아니야.”

쭈욱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조금 더 애착있게 나를 끌어안는 메리.

나뭇가지 만지기를 멈추고 나는 다시 쓰다듬는데에 집중했다.

“오늘이 마지막인 거 알지? 오빠 내일부턴 할 일많다.”

“응. 알아. 안 보러 와도 돼. 나 엄청 노력할 거야. 아파도 할게.”

“아파?”

“성장통. 가지 늘리고 뿌리를 내리면 아파. 성장기가 끝나면 더. 엄청 아파. 되게 많이 아파.”

그렇구나.

애가 왜 중간에 멈춰서서 정체했는지 알 것 같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치유의 세계수가 했던 말도 이해가 되었다. 치유는 아프면서까지 예뻐질려고 노력했다고 그걸 말하고 싶었나 보다.

“얼마 만큼?”

“안쪽에서 새로운 뼈가 생겨나서, 살을 밀어내면서 뼈가 살을 찢고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느낌.”

“생생한 표현 고맙다. 힘내라.”

“응. 힘낼 거야. 그러니까 더 쓰다듬어. 빨리.”

손을 열심히 움직였다. 더 격렬하게. 강하게.

-훙훙~!

바람개비마냥 나뭇가지가 세차게 회전한다. 고개를 슬쩍 뒤로 내빼며 날카로운 나뭇가지의 끝 부분에 스치지 않도록 했다.

메리는 내 몸을 꽉 끌어안으며 가쁜 숨을 흘렸다.

“하아아….”

꾸물꾸물 조금 더 앞으로 다가온다.

멈출 기미 없이 전진하더니, 내 어깨에 턱을 내려 놓고선 볼에 볼을 부비적거렸다.

“좋은 냄새.”

“그러겠지.”

메리랑 같이 있으면 걸어 다니는 페로몬을 발동하니까.

“근데 좀 부담스럽다. 좀만 아래로 가면 안되냐.”

“…싫어?”

“싫은 건 아닌데..”

내 말에 반발심이 든 듯. 오히려 청개구리처럼 내 머리를 끌어안았다.

양팔로 내 뒷통수를 올리고, 볼을 가져다대는 메리.

이내 내 볼을 깨물기 까지 한다. 애정 결핍의 끝판왕이 뭔지 보여주겠다는 모습이다.

‘어휴.’

달래랑 시바가 서로 두 손 꼭 잡고 퓨전이라도 했나.

“넌 인간이니까 내 말 들어야 돼.”

“나 나무 취급해준다며.”

“바보야. 바깥에서나 그런 거고. 내 인간이야! 내꺼.”

“야 무슨, 아니…. 하아. 그래… 인마. 그냥 다 가져라. 다.”

어느새 내 명치까지 다가온 귀찮은 동생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애교많은 동생 하나 생겼다고 생각하니 나쁠 건 없다.

나는 여자 형제가 없어서, 이런 걸 예전에 한 번인가 선망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것치곤 너무 달라붙는데. 어차피 오늘만 나누는 정이니까. 받아들이기로 했다.

-깨물.

이번에는 귓불을 깨물어 온다. 따뜻한 나무의 침이 느껴졌다. 씻겨 달라더니 나도 강제로 샤워를 하게 만드는 고단수다.

“쩝.”

씁쓸하게 웃으며 귀찮은 손을 꾸준히 움직였다. 하루 종일.

*****

“메리님… 이번에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하마터면…. 후우.”

메리를 보내주기 위해 찾아온 방.

인간의 모습으로 다시 메리가 심어져있던 방에 들어오니, 뒤따라온 수목 관리자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했다.

“다시는 그러시면 안됩니다.”

“뭐?”

메리의 기 센 반응에 다시 얼굴을 차갑게 굳히는 관리인.

또 어떤 욕을 들으려나. 지겨워 죽겠다는 표정이다.

나는 메리를 보며 턱짓을 했다. 녀석은 내 얼굴을 마주하더니 실실 여우같은 눈웃음을 하곤, 다시 호랑이같은 얼굴로 관리인을 바라보았다.

“너.”

“네 메리님.”

고개를 숙이는 관리인.

“…이름이 뭐였지?”

“닉입니다.”

“닉, 그래 닉.”

메리는 관리인의 이름을 몇 번이나 되새기더니. 고개를 살포시 숙였다.

“…미안해.”

그의 눈이 동그랗게 뜨인다.

“예? 메리님. 방금 뭐라고 하셨-”

“이번에 억지를 부려서.. 미안해…요.”

자기 귀를 의심하더니, 이윽고 눈을 연달아 깜빡이며 나를 바라본다.

닉에게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두 번째 시련에서 내 담당 생도 빼앗긴 게 너무 싫어서 그랬어요.”

“아. 넵. 그러셨군요. 근데 존대는 왜….”

“미안할 땐 존대로 말하라고…. 쟤가 그랬어.”

다시 나를 본다. 그것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 나는 고개를 돌려 딴청을 피웠다.

메리는 아직 내가 아닌 사람에게 사과를 하는 것은 어색한지, 쭈뼛쭈뼛 자신의 아랫배에 두 손을 올려놓고 꼼지락거렸다.

“그리고, 욕 많이 한 것도 미안해요.”

“……아.”

“힘들지만, 고쳐 볼게요.”

머쓱하게 서서, 굳은 얼굴로 얼빠지게 서 있던 닉은 이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 하하.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메리님.”

이미 아득바득 독기를 품은 사람이 없는 건 아닐 테지만.

수목 관리인까지 자리에 오른 녀석들이 나무를 그렇게까지 원망할 만큼 속이 좁진 않을 것이다.

투정이나 불만을 말해도. 평생 나무와 함께가는 간부다.

미운 정이라도 어느정도는 있으리라.

팔짱을 낀 채 그 장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메리는 나무로 변하기 전, 나에게 다가와 양 팔을 벌렸다.

“…안아줘. 열심히 했어.”

“잘했어.”

다리를 구부려 품에 안아주자. 메리가 웃었다.

아직 벙찐 얼굴의 닉을 뒤로, 메리가 중앙에 있는 커다란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가지 않아 그 자리에서 작은 나무가 하나 자라났다.

1m 50cm의. 다른 회나무에 비하면 한참이나 작은 크기.

살랑이는 나뭇가지 위로 향긋한 풀내음이 퍼져나갔다.

[…뭐. 이미 내 담당은 아니지만.]

메리는 다시 말을 이었다.

[두 번째 시련 합격이야.]

“크흐흐. 고맙다.”

귀에서 전달받는 목소리에서, 다시 머릿속으로 울려 퍼지는 목소리로 바뀐다.

그 이상 할 말은 없었다. 서로 할 일이 많았으므로 헤어진다.

“이시헌님.”

“네?”

“잠시만 시간 되십니까?”

닉은 등을 돌린 나를 불러세워선, 이런 저런 자초지종을 물었다.

나는 내가 느낀 바를 솔직하게 말했다.

애가 욕을 많이하고 그런 게. 자기 잘난 맛에 지금까지 해왔던 행동 같은 것도 이유가 있다고.

자기 잘못을 뉘우치는 것 같으니, 좀 멀리서 지켜봐달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내 이야기를 전부 들은 닉은 놀라워하면서도,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요. 두 번째 시련에서…. 나중에 메리님이 세계수라도 되면, 다큐멘터리로 하나 뽑아도 되겠는데요?”

마지막엔 그런 농담까지 하며 우리는 피식 웃었다.

그리곤 몇 가지. 특별한 바나 식당 티켓을 몇 개 정도 선물 받았다.

그렇게 두 번째 시련이 마무리 되었다.

-뚜르르르.

복도에 서서 핸드폰 전화를 받는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나는 잠시 번역기를 벗어두어 전원을 끄고, 그녀의 목소리에 대답했다.

“네 여보세요.”

[어 시헌아.]

“어땠어요?”

[다짜고짜 일 얘기야? 그래. 구슬이 말이지?]

얼마 가지 않아 핸드폰에서 정색해 굳은 별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99%. 걔 플라워 맞아.]

그녀의 확언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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