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
하늘에서 떨어진 남자가 공장 단지에 우레처럼 내리꽂혔다.
-쿵, 끼기기기긱!
손을 옥상 바닥에 집어넣어 몸을 고정하니, 기반이 들어 올려지며 철사가 휘었다.
콘크리트의 균열이 건물 외벽을 타고 내려왔다.
“스읍…하아. 하아.”
숨을 고를 때마다 덩어리째 튀어나오는 응고된 혈액들.
재앙이라 일컬은 남자는 깊고 얕은 상처가 많아 빈사에 가까웠다.
절뚝거리던 발은 바깥쪽으로 뒤틀려 뼈가 튀어나오고, 살점이 잘려나간 팔뚝에는 근육이 선명하게 맥동한다.
이윽고 노인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쿵!
지붕에 내려앉자마자 한 손에 쥔 검을 들고 사정없이 몰아친다.
비록 나이를 먹어 쇠퇴했다고는 하나 검호(劍豪).
수많은 검선을 아래에 두어, 검법을 구사하길 그 극치에 달했다는 유일무이한 존재다.
-찰랑!
검을 타고 물결이 일렁인다.
아무 음성도 들리지 않고, 청명하게 퍼져나간 보이지 않는 검격에 남자의 발목 힘줄이 잘려나갔다.
오의를 구사할 틈도 없이 몰아치는 무수한 난타전.
사방에서 몰아친 마력에 남자의 몸이 공장 아래로 내리꽂혔다.
-콰앙!
일어나는 먼지 때문에 시야가 가려졌지만 이런 상황에서 위치 파악을 못 할 정도로 두 사람은 무르지 않았다.
“아해야.”
공장 안에 들어온 무궁이 태평하게 걸어오며 중얼거렸다.
“억울 하느냐?”
이시헌은 반응하지 않았다. 바닥에서 올라온 살점들이 이시헌의 몸에 덕지덕지 달라붙었다.
-터벅, 터벅.
“억울하느냐고 물었다.”
걸어가던 무궁의 움직임이 끊겼다.
“결국 참지 못하고 저질러버렸군. 네놈이 죽인 무고한 인간이 벌써 몇에 달하는지 아느냐?”
늙은 늑대와. 채 크지 못한 사냥개.
지독한 두 악연이 기둥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 보았다.
벽에 기대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시헌이, 제 턱을 치켜들었다.
벌겋게 충혈된 괴이의 눈.
정녕 사람의 것일까.
핏줄이 뭉개지고 터진 눈이 흥분해 떨리고 있었다.
싸늘한 살기에 꼭 주변이 얼어붙은 듯했다.
“…대단한 놈.”
퀴퀴한 공장 냄새와 피딱지와 엉켜 몸에 묻은 먼지들.
-뚝, 뚝.
턱에서 떨어진 핏방울이 바닥에 번져나갔다.
무궁의 입가에서 탄식과 함께 씁쓸한 말이 튀어나왔다.
“넌, 세상을 원망해도 되는 놈이지. 최대한 빨리 죽여주마.”
검을 뽑아내며 무궁은 생각했다. 방금 보았던 그 눈. 그 살기.
‘아직 기가 죽지 않았어.’
그것은 죽기 직전이 되어서도 사냥감의 목덜미를 놓지 않는 우수한 사냥개에서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어떤 방법을 써서든 회유할 생각도 있었건만.’
무궁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시헌은 자신이 다룰 수 없는 인간이다. 이 세상의 어떤 존재도 감히 품을만한 놈이 아니었다.
안된다. 너무 우수하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성장한 놈은 이제 자신마저 집어삼키려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뚝, 뚝.
붉은 침을 늘어뜨리면서 희번덕거리며 빈틈을 찾는다.
이시헌이 움직이지 않는 건 그만큼 무궁이 빈틈을 내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무궁은 차분하게 이시헌의 신체를 눈으로 훑었다.
그 끔찍한 재능 속에 얼핏 보이는 감정은, 인간적이라고 해야 할까.
무궁은 타인의 검거나 흰 속내마저 파악할 수 있었고. 그렇게 본 이시헌의 감정에, 무궁은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자신이 가진 호승심조차 이번만은 고개를 숙일 정도로.
-벌떡!
그 짧은 감정의 틈새를 놓치지 않고, 이시헌이 주먹을 치켜들었다.
-쾅!
무궁의 신체가 기울더니. 순식간에 공장을 뚫고 저 멀리로 떨어졌다.
바닥에서 일어난 이시헌의 몸에서 돌연 두 새가 튀어나왔다.
[짹?! 주, 주인님!? 몸이….]
“……..”
[네? 구, 구호 활동이요? 하지만 주인님….]
말이 오가지 않아도 성립된 대화. 빈사인 이시헌을 보며 당황한 두 새가 이윽고 공장 밖으로 날아들었다.
-짹!
절뚝거리는 다리. 앞으로 전진하길 멈추지 않았다.
새빨갛게 물든 세상에 보이는 건 자신의 두 주먹과, 상대방.
거미줄처럼 늘어진 침이 뚝 끊기며 바닥에 질질 흐른다.
유효타는 충분히 먹일 수 있다. 잘못된 판단을 내릴 정도로 뇌가 굳지는 않았다.
이렇게까지 했음에도 까마득히 먼 경지.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내려놓은 지 오래였다.
“스읍….”
숨을 삼키고, 주먹을 들어 올려 자세를 잡았다. 이시헌의 동공에 흰 무언가가 급속도로 이곳을 향해 쏘아지고 있었다.
【 백단심계 · 홑꽃 · 한겨레 】
-서걱!
* * * * * * * * *
구슬은 탄식을 내뱉으며 연락을 기다렸다.
“설마,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이시헌은 더 이상 버티는 것이 한계였을 수 있다.
주변 사람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희망이 없으니 의지가 꺾여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세 번째 잎새, 시스투스님을 비롯한 플라워 소수 정예 병력이 서울에 집결하고 있습니다.”
“도우러?”
“아뇨. 아마도… 이번 기회에 협회와 함께 정적을 처리하려는 것 같습니다. 시스투스님은 이시헌을 구하기 위해 천마가 오리라 확신하는 모양입니다.”
이시헌의 재해 판정이 이루어지며 전 세계의 관심이 한국으로 쏠렸다.
얼핏 듣기로 정의의 세계수가 직접 나타나셨다고 하던가.
무수한 전투 사제와 세계수의 대리자까지 이시헌을 죽이기 위해 이곳까지 들이닥치니, 그 규모가 거대했다.
‘아카데미 생도 한 명 때문에…. 이렇게 다 움직인다고?’
구슬은 스스로 의문을 던져보았다. 자신조차 한국에 도착한 상태.
상관의 명령을 기다리며 구슬은 눈을 감고 있었다.
‘목령왕이라는 꼬리표 하나가… 이렇게 클 줄이야.’
목령왕에게 당한 세계수들이 어떻게 됐는지 그들은 안다.
실제로 세계가 반쪽으로 쪼개지기도 했고, 지금까지는 플라워와의 전쟁으로 견제하지 못했을 뿐이지. 경계는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시헌이 출몰하면서…. 대부분의 병력이 한국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전쟁을 주도하던 시스투스와, 정의의 세계수.
두 존재의 시선이 한국에 돌아감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다른 병력들도 한국에 모였다.
‘…의도인가?’
시기상,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아마도 이건 죽자고 달려든 이시헌의 계획임이 분명했다.
최대한 이 전쟁에서 플라워와 세계수의 전력을 빼놓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헌터 협회를 침공했다.
이게 비약일까?
실제로 그 나비 효과가 전쟁의 판도마저 뒤바꾸고 있었다.
-띠리릭.
그리고 구슬 자신조차…. 그 나비 효과에 휩쓸린 장본인이었으므로.
“…직속 명령입니다.”
“어.”
“무슨 수를 써서도, 이시헌을 구하라는 명령입니다.”
“본신의 사용 허락은?”
“…….”
고개를 끄덕이는 부하직원, 구슬은 들고 있던 총을 내팽겨쳤다.
-쿵!
싸늘한 얼굴로 골목에서 빠져나오면서 그녀는 직원의 어깨를 두드렸다.
“됐어. 가 봐.”
세계수와 플라워.
그 두 세력이 이시헌을 노린다면 어떤 충돌이 일어나든 그의 목숨을 구할 수 없었다.
더 크고 커다란 미끼가 필요했다.
아무래도 플라워가 세계수보다 더 늦게 도착하는 것은 분명해 보이니까.
시스투스 입장에서는 오히려 늦는 편이 처지에 좋았다.
협회의 핵심 전력 다수가 모인 한국을 어부지리로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
구태여 가장 먼저 들어가 이시헌을 노리지 않아도 된다.
달리 말하면 이시헌은 플라워의 견제 없이 들어온 세계수 세력을 단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는 소리다.
‘물론 그 전에… 무궁을 상대로 살아남는다는 게 전제이긴 하지만.’
사실 그것부터 확률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이시헌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바. 구슬은 골목에서 나옴과 동시에 마력을 끌어올렸다.
“…말했잖아.”
어딘가에 있을 이시헌을 돌이키며, 구슬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어찌 됐든, 우리한테 와야한다니까.”
목질화.
수목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중 하나로, 자신의 모든 잠재력을 끌어올려 일시적으로 세계수와 격을 동등하게 맞추는 능력.
삼재(三災). 아득히 높은 위치에 있는 시대가 낳은 최악의 재앙.
셋이 한 곳에 모인다면…. 아무리 제 경지를 뛰어넘은 존재라도 목숨을 부재할 수 없다는 게 정설이다.
이름 없는 나무는 본디 목질화를 사용할 수 없다.
세계수의 피도 옅고, 꽃말이나 유래가 없다는 것은 족보에서 가장 아랫열에 위치한 떨거지라는 소리니까.
허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구슬만은 달랐다.
이름이나 꽃말이 없음에도 멀쩡한 신체.
오히려 세계수를 뛰어넘을 정도로 강인한 단전과 몸은, 스스로 주체하지 못해 주변 이들이 의체 사용을 권할 정도다.
그러나.
여전히 이름이 주어지지 않은 나무라는 것은 분명하기에.
딱히 이 모습에도 별 다른 이름은 없었다.
【 해방 】
바닥 아스팔트를 뚫고 거대한 나무가 도로 전체에 솟아올랐다.
거대한 갑피가 구슬의 몸을 거칠게 휘어잡더니, 곧 인간의 형체는 완전히 사라지고 건물 한 채만한 짐승이 도로 한가운데에 네 발로 서 있었다.
목질화를 한 인간보다는. 목귀에 가깝다.
광대한 크기의 마물. 그 모습이 늑대와 닮았다고 하여 목랑(木狼).
가끔씩 나타나기로 전해지는 막지 못할 재해가 실은 플라워의 말단 직원이라는 걸 감히 누가 알 수 있었을까.
인지를 넘어선 기감에 무수한 인물들이 스친다.
거대한 마물이 제 몸을 뒤척였다.
“크르륵….”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보이는 마수.
놈의 등에서 뾰족한 나뭇가지가 튀어나오더니, 이내 그 가지가 뽑혀 먼 하늘로 터져 나왔다.
-펑! 펑!
미사일이 내리꽂히듯. 서울에 위치한 대다수의 헌터 길드 지부가 건물째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콰아아앙!
폭발음. 직후 찾아오는 침묵.
패닉에 빠진 사람들이 도망을 다니고, 그런 사람들에게 눈짓도 하지 않고 사자 같은 발자국을 내민 마수가 다시 한번 마력을 끌어모았다.
이곳을 향해 달려오는 무수한 세계수의 병력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건 오직 구슬밖에 없었다.
나머진 알아서 할 거라 믿는다.
번쩍 일어선 구슬이 천지가 뒤바뀔 정도로 광분해 소리를 질러댔다.
“───!!!!”
수목으로 감싸인 빈틈바구니 사이에서 구슬의 붉게 물든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 * * * * * * * * *
잘린 머리카락이 피 웅덩이 위로 떨어졌다.
【 겹꽃 · 설악 】
무궁화의 검술.
동작과 기술에 따라 여섯 심계로 나뉘어진, 단연컨대 현존하는 검술의 최고.
무궁화의 백단심계는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자세이나, 그 까다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까앙!
온 몸에 베인 상처가 심각하다.
상처를 굳혀 혈전을 만들어, 내 팔과 다리에 피가 돌 수 없도록 마력이 독과 같은 역할을 한다.
경지에 다다른 자와의 싸움.
주먹에 맺힌 피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바로 다음 검격이 내 턱을 스쳤다.
-삐이이이!
귀에서 이명이 울렸다.
눈앞 무궁의 연속되는 검짓에 따라가며 유효타를 먹이고는 있으나, 이대로라면 내 목숨이 먼저 끊긴다.
산혁원때와는 전혀 달랐다.
기술을 구사할 틈도 없고, 때문에 빈틈을 노리더라도 상처가 얕다.
반면 나는 상대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치명적이다.
그 아득한 차이.
거리를 좁힌 무궁을 향해 두 주먹을 가로지었다.
【 홑꽃 · 아리랑 】
-퍽!
움직이지 않은 검격에, 퍽. 정신을 아찔하게 한 충격과 함께 몸이 엎어진다.
가장 먼저 쓰러지는 것은 나였다.
-쿠당탕!
건물에서 빠져나와 흙탕물에 처박히며, 눈앞이 흐려졌다.
실제로 물길에 비친 내 눈은 실명이 된 것처럼 회색빛이었다.
“끝이군.”
승기를 직감한 무궁이 낮게 읊조렸다.
내 얼굴을 파묻은 탁한 웅덩이 표면 위로, 피가 모깃불의 연기처럼 물과 섞여들었다.
아직. 죽으면 안된다.
내가 여기서 죽는다 하더라도, 스승님의 난적은 어디 하나를 부러뜨려야만 한다.
웅덩이의 흙이 눈 사이로 흘러들어간다.
충혈되어 피까지 흐르고 있었지만 눈꺼풀이 도저히 내려가지 않았다.
-출렁.
무궁의 발길에 흔들리는 물웅덩이. 아직 움직여선 안된다.
마지막의 마지막…. 사람이라면 분명 그 틈이 있을 것이다.
정점에 다다른 지 오래된 자일수록, 그 오만함에 방심이 일어나는 것은 필연이다.
어느새 내 코앞까지 도달한 무궁이 나에게 검을 내밀었고. 무궁의 검끝이 내 미간을 노려왔다.
“방해라도 있었다면… 내가 당했을지도 모르겠어.”
내 눈꺼풀이 서서히 감기기 직전, 무궁의 검이 움직였다.
-푹!
미간에 내리꽂히는 칼날.
잘 벼려진 뾰족한 검끝은 내 미간을 두부 가르듯 찔러나갔고. 뼈나 근육은 그것을 막아내지 못했다.
그 짧은 순간, 무궁의 안색에 스친 안도감.
놓치지 않고 몸을 경련하며 일으켰다.
숨기고 있던 마기가 한 순간에 터져나오며 내 몸을 불사랐다.
-쾅!
놀라서 뒤로 물러서는 무궁, 흙탕물을 흩뿌리며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돌진했다.
모든 마력을 마기로.
생명의 위험을 막기 위해 몸을 꽉 막고 있던 단전의 출구들이 헐거워지며, 그 사이를 뚫고 마기가 터져 나왔다.
벌써. 끝날 리가 있나.
아직 눈을 감지 않았다.
【 팔의 형 】
검은 반점이 순식간에 넓어지더니 내 몸을 집어삼킨다.
트인 눈이 생명력을 잡아먹힌 듯 급속도로 앞이 흐려졌다.
근육의 크기가 줄어든다. 하지만 그와는 달리 힘은 반대로 점점 커져 나가, 한순간을 불태우기에 딱 알맞은 형태로 변해갔다.
한 번. 이 세상에 사라졌던 개념.
무림의 시대가 저물며, 사실 그것이 허황되리라 여겨진 힘.
선천지기(先天眞氣).
아울러, 회광반조(回光返照).
-쿵!
주변이 물들며, 나를 중심으로 검은 달이 떠오른다.
무궁의 눈이 트였다. 꼭 정지한 것만 같은 시간속에서 무궁의 목을 노렸다.
정신을 차린 무궁의 검이 내 머리를 후려쳤다.
-쿵!
무너지지 않는다. 몸을 감싼 마기조차 뚫지 못한 검.
차마 웃고 있을 수 없다. 비릿하게 떨리는 입꼬리 위로, 입술이 새파랗게 물들었다.
경지를 다다른 자를 생각으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추호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다리 한 쪽은 영영 쓰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적어도 목숨을 태운다면 말이다.
“……!”
처음으로 얼굴에 여유가 사라진 무궁의 손에서 흰 마력이 솟구친다.
내가 먼저다.
몇 번이고 머릿속으로 장면을 굴렸다.
흐르듯 뻗어온 검을 피한다. 피하지 못하더라도 상관 없다. 볼살이 잘려 나가며 턱의 힘줄을 끊어 입이 덜렁거리더라도, 접근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쿵!
‘백색 꽃이 피어오르는 것은.’
“…백도.”
입 바깥으로 퍼져나오는 지친 음색. 지쳐서 나직해져, 금방이라도 꺼질듯한 목소리다.
흰 꽃이 얽히고. 주황색 꽃이 재차 튀어나온다.
“붉게 핀 것은 황도.”
한 방 더.
“읍… 큽?!”
절대 뚫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마력의 방벽이 꿰뚫리며 신체를 뚫고 내 주먹이 파고들었다.
무궁의 입가에서 처음으로 고통어린 비명이 터져나왔다.
‘전부 벗어버린 것은.’
아슬아슬하게 남은 생명력.
숨을 쉴 정도 만을 빼고, 모두 불어넣었다.
칠(七)의 형. 천도.
이를 악물고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나.
“…….”
몸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검은 달이 번쩍. 깨어지며 세상에 다시금 빛이 찾아들었다.
-콰지직.
무궁의 단전은 무사하지 못하다.
완벽히 들어가지 않았지만, 천도의 오의는 얕게나마 들어갔다.
“…….”
내 몸 안의 단전 역시 가루가 되어 사라지며, 맥이 끊김과 동시에 나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이대로 끝이구나 싶었던 때. 내 쪽으로 몰려오기 시작한 일부 헌터와, 익숙한 스승님의 마력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 방. 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