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세계수를 따먹다-496화 (496/657)

< 496화 > 망각 (2)

“야, 야야야.”

“네?”

“이거 먹어봐 빨리.”

뷔페 접시의 스테이크를 콕 찍은 ‘세영’이 ‘시헌’의 입에 쏙 넣어주었다.

부끄럽고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이렇게 빨리 먹이니 감흥도 없다.

“괜찮지.”

일을 끝마치고 돌아온 호텔에서 먹는 석식.

항상 보는 예쁜 미소에 ‘시헌’은 눈을 감고 애써 그 시선을 피했다.

“맛있네요.”

“와 반응 밋밋한거 봐.”

“여기서 더 무슨 반응을 보입니까.”

“하여간~ 요즘 잘 나간다고 저러는 것 봐. 전무이사님은 잘 만나고 왔어? 그 왜, 회장 딸.”

“아….”

“왜, 고민 있어?”

“인사이동이라고 했나, 승진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뭔가 좋게 봐주신 것 같더라고요.”

“와, 대박이네. 나도 기절이나 한 번 해볼까. 나 대학교 때 연극했었는데. 잘할 자신 있어.”

“하하.”

산수유라고 했나.

우수한 직원이 있다면 케어하고, 더 성장시켜 높은 직급에 오를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사람으로 유명하더라.

외모도 외모지만 가슴이 굉장했다.

“잠깐. 그럼 잘못하면 네가 내 상사 되는 거 아닌가?”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안 좋은 건… 다른 근로 환경으로 옮길 수 있다는 거.

‘세영’이 눈에 닿지 않는 곳에 향한다는 거다.

솔직히 가기 싫어요. 그리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세영’은 질투는커녕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 저런 사람이 내 앞에 떨어졌나 궁금할 따름이었다.

“왜 표정이 그래. 진짜 뭐 고민있냐. 술 필요해? 시켜?”

“아니… 뭐 틈만 나면 술을 마시자고 그래요.”

“알잖아 나 은근 의존증 있는 거.”

‘세영’이 먹던 포크를 내려놓고 턱을 짚고 고민했다.

“음… 그럼, 설마 연애 관련인가?”

“네?”

“너 요즘 얼굴도 멀끔하고, 너 좋다는 애 많거든.”

나름 합리적인 추론이었으나 둔감하다.

아니면 알고 저러는 걸까. 그러면 약간 충격인데.

“비슷하긴 한데…. 제가 그쪽이랑은 영 인연이 없잖아요. 누난 경험 있어요?”

“음, 그다지?”

“?”

“왜, 왜 놀라?”

아웃사이더랑은 영 거리가 멀어 보이던 ‘세영’이라, 강아지처럼 눈을 뜬 ‘시헌’이 눈꺼풀을 내렸다 올렸다.

“아니 나… 여중 여고 여대 나와서.”

설마했던 그 테크.

그래도 공대 남자에 비하면 여자들은 잘만 사귀고 다닌다던데, 아니었나.

“야 그것도 관심이 있을 때나 그렇지. 관심 없어.”

관심이 없다는 말에 급격히 풀이 죽는다.

괜히 물어봤다. 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니 죽상이 된 ‘시헌’.

이를 본 ‘세영’의 얼굴이 갑자기 굳었다.

“…….”

설마, 난가.

저거 표정 변하는 거 봐라. 말린 시래기도 저 정도로 시무룩하진 않다.

-콩닥콩닥.

“음, 크흠… 왜.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아. 애매해서요.”

헛기침을 한 ‘세영’이 어색하게 웃었다. 입꼬리가 은근히 경련했다.

아니 뭐, 싫어하는 동생은 아닌데. 갑자기 알아차리니까 좀 당황스러운 느낌.

뭔가 좋은 듯하면서도 아닌 듯한, 그런데 또 이상하게 들뜨는 감정이었다.

갑자기 머릿속에 지금까지 일들이 확 스쳐지나가며, 꾸미는데 열중을 기했던 ‘시헌’의 모습들이 생각났다.

-향수는 좋은 게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떠올려 보면, 그 모든 게 끼부리는 거였구나. 귀엽다.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세영’이 슬쩍 고개를 숙여 물었다. 약간 교태를 부리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크흐, 흐흐흐. 뭐가 애매한데? 상대는 누구고.”

“회사는 아니고, 옛날에 친군데.”

사실을 숨기기 위한 이어진 ‘시헌’의 청천벽력같은 말.

“아.”

‘세영’의 미간이 잠시 뒤틀렸다.

“…뭐 때문인데.”

“?”

이번에는 ‘세영’의 변화를 ‘시헌’이 알아차릴 차례였다.

“술 시키자 술.”

“왜 그래요.”

“마시고 싶어 그냥.”

“마시진 마요, 진지한 이야기니까.”

뭐가 그렇게 중요하길래 술도 못 마시게 할까.

심신이 뒤틀릴 뻔하다가 ‘세영’은 문득 자신의 기분이 왜 나빠졌는지 돌이켰다.

‘…왜 내가 화를 내지?’

이성으로 본 기억은 없는데 뭔가 다른 애한테 간다고 생각하니까 빡친다.

연애에 관련지어 보니, 약간 ‘시헌’이 더 눈길이 가기도 하고.

아무튼 입맛이 뚝 떨어진 건 사실이었다.

“…가면서 얘기할까.”

“아 그래도 되면 감사하겠습니다.”

‘세영’과 ‘시헌’은 그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래서 네가 좋아한다는 애가 누군데?”

“그게, 애매하다고 했는데.”

“애매한 게 좋아하는 거지 뭐. 새꺄. 걍 고백해.”

“근데 그걸 받아줄지 잘 모르잖아요.”

자신감 없이 그리 말하는 모습을 보니 또 눈이 가고 안쓰럽다.

살짝 화가 난 자신을 떠올린 ‘세영’은,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한숨을 내쉬고 걸음을 멈추었다.

그래. 내가 갑자기 이러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

어른스럽게 대하자. 회사 선배이긴 하지만, 이젠 사적으로 친한 누나니까.

“호감이 간 이유는 뭔데?”

“…음. 저 힘들 때 잡아준 거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또.”

“같이 술 마시면서 고민 들어준 거랑.”

그 위에 올라탄다.

“또?”

“얼굴도 예쁘죠. 성격도 뾰족하긴 한데, 둥글둥글하고.”

“뾰족한데 둥글한 건 뭐야.”

“술 마시면 그래요.”

“무슨 그런 년이….”

7층 버튼을 누르려던 ‘세영’의 손이 잠시 멎었다.

잠시만.

“…다, 있냐?”

이거.

‘…….’

이거 나 아니야?

잠깐 시간이 멎은 듯 긴 공백이 흘렀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세영’은 자연스럽게 버튼을 누르고, 문을 닫았다.

-끼익, 끼이이익.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 갑자기 얼굴이 화끈해진다. 얼굴에 부채질하며 ‘세영’이 ‘시헌’을 흘겨보았다.

하필 탄 엘리베이터도 속도가 느린 구식 엘리베이터라 1초 1초가 엄청 느리다.

빨리 도착해라.

그 둘이 서로 쭈뼛거리는 상황을 세영과 백양이 지켜보았다.

“근데, 야. 시헌아.”

“네.”

드디어.

“그거, 나 아니냐?”

-덜컹!!!

그 순간, 엘리베이터의 불빛이 점등하며 전력이 꺼졌다.

“!!!”

“읏?!”

큰 떨림이 찾아온 네모난 공간, 엘리베이터는 좌우로 위태위태하게 흔들렸고.

‘세영’과 ‘시헌’의 대화는 거기서 끊겼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공간 속에서 남녀가 말했다.

“아… 잠깐.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잠시만요.”

엘리베이터가 아무리 위험해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있다.

멈춘 엘리베이터에서 비상 호출벨을 찾던 ‘시헌’이 그녀를 안심시켰다.

“괜찮아요. 몇 분 뒤에 올 거니까. 호텔인데 엘리베이터 타려는 사람도 많고, 금방 눈치챌 거에요.”

문제는, 이 엘리베이터는 정비가 필요해 보였다는 것.

-끼익, 끼이이익.

아래로 갑자기 끊기듯 떨어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자, 상황은 더 참혹해졌다.

“…….”

-쿵!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 좋지 않다. 시헌의 손이 세영의 손목을 잡아챔과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추락을 시작했다.

-끼기기기긱!

벽면을 거칠게 긁으면서 떨어지는 엘리베이터.

‘시헌’의 한쪽 팔이 ‘세영’을 거칠게 끌어안았다. 한 손으로는 안전바를 쥐고 있었지만, 그게 무색할 정도의 속도였다.

“야-”

말이 끊기기 무섭게 쾅-

시야가 격렬하게 흔들리며, 두 사람의 몸이 거칠게 뒤엉켰다.

콰당, 쿵. 쿠당.

바닥을 몇 번이나 굴렀을까.

안전바를 꼭 쥐고 있던 손도 놓치고, 어쩔 수 없이 양팔로 ‘세영’을 안고 있던 ‘시헌’

어언 이유인지 비상 전등이 켜졌고, ‘세영’은 다리의 격심한 통증을 느끼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으, 이시헌. 야. 괜찮아?”

자신을 껴안고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던 몸 뚱아리.

흔들리는 ‘세영’의 시야에, 새빨간 형체가 눈에 아른거렸다.

“너.”

머리에 피가 흥건하다.

“너 잠깐, 머, 머리. …피. 피 나잖아. 야, 야!”

눈 초점이 살짝 엇나간 것 같기도 하다.

패닉 상태에 빠진 ‘세영’이 품에서 빠져나오려 하자, ‘시헌’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아직 몸이 살아 있었다.

“어, 아… 흐, 후우, 눈 떠. 더 크게 떠봐…. 정신 차려… 야.”

“네.”

“미친 새끼가 누굴 지키겠다고. 괜찮아? 머리, 피, 피 나. 엄청 나잖아 너.”

“가만히 있어요. 누나. 진정 좀 해.”

“내가 시발 진정을….”

‘시헌’의 손이 ‘세영’의 등줄기를 훑었다.

“아마도, 떨어지다가 도중에 멈춘 것 같아요. 여기서 우리가 움직이다가 더 떨어지면… 그땐 둘 다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 너.”

“…….”

“…잠깐. 야.”

“…….”

“야!!”

“…….”

“이런 씹-”

“…괜찮다니까.”

그런 것치곤 몸에 힘이 점점 약해져 간다.

눈꺼풀을 내린 ‘시헌’이 아찔한 숨을 뱉었다.

그는 ‘세영’의 품을 만끽하듯 끌어안은 팔을, 천천히 풀었다.

“다친 곳은, 따로 없죠?”

물어야할 사람이 따로 있는데. 이 미친놈.

-끼익, 끼기긱.

엘리베이터가 다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숨죽인 두 사람은, 한참을 껴안은 채 있었다.

그 사태에 휘말렸음에도 아무런 상처 없이 서 있는 사람은 한 명.

‘시헌’의 몸은 아무래도 얼마 버티지 못할 모양이다.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 멈춰주세요. 】

아무도 듣지 못하는 목소리가 서슬 퍼렇게 울려 퍼졌다.

희미한 마력이 두 사람을 내려다 보는 세영의 손에서 일렁거렸다.

*****

이시헌과 이세영이 꿈에 빠져든 시각.

별은 한국 헌터 협회장으로써 각종 업무를 이행하고 있었다.

원칙상 그녀가 재해에 빠진 헌터를 구하고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자잘한 건 넘기고, 본론만 말해. 피곤해 죽겠어.”

“하하.”

손을 젓는 별의 앞에, 관리부의 한 간부가 쓰게 웃었다.

사회와 절단된 지금,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대비해야 한다.

식량, 범죄, 전력과 인력 분배까지.

“자, 시작할까.”

손을 뻗어 박수 친 별이 거대한 원형 테이블의 인원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거대 길드의 길드장부터, 국가 소속의 헌터까지 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상태.

별의 신호에 따라 한 여성이 말을 시작했다.

“네, 보고 드립니다. 최근 몰살당한 거주지가 세 구역 발견되었고, 특히 수역이 위치한 곳에 마물이 몰리는 현상이 관측 되었습니다.”

“확인했고, 발전기 상태는?”

“거주지가 점점 넓어지는 걸 고려하면, 90일 정도입니다.”

“왜? 마석은 충분할 텐데.”

별의 의문에 적색 마탑의 간부, 씰이 고개를 저었다.

“마석은 충분한데, 기계가 없는 게 큽니다. 벤딩같은 가공이야 마법으로 어떻게 되겠는데, 표준 규격에 맞추려면 아무래도 정밀 작업이 필요해서요.”

“발전기 내부를 좀 뜯어서, 가공이 되지 않은 마석을 연료로 사용하게 개조하는 건?”

“안 그래도 그 방안을 검토하는 중입니다, 다만 수백년을 쓸 발전기의 수명이 수개월에 그치게 됩니다만.”

“그래도 해.”

“네.”

사는 게 문제다.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유능한 지도자의 유무는 아주 큰 차이를 가져다준다.

별은 이 상황에 아주 알맞은 인재였다.

“식량은 문제 없겠지?”

“아쉽게도요. 식량이 떨어지는 속도보다 죽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탑에 서식하는 마물의 능력치가 도를 넘어가고 있어요.”

간부의 말에 별은 이를 꽉 깨물었다. 탑의 마물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었다. 마치 8층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을 죽일 듯이.

외곽의 헌터들이 모여 만든 소규모 거주지들도 슬슬 재해에 버티지 못해 무너지는 와중이다.

그 사령탑이자 마지막 보루로 만든 8층 본부인 이곳 또한,

몇 개월이 지나면 전력이 꺼지는 상태.

“역시,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나요.”

한 길드장의 말에 별이 말했다.

“…왕이 문제네.”

탑의 폭주에 대한 원인으로 유력한 것이 바로 왕의 존재.

그것도 2대 목령왕에게 주어진다는 ‘탑의 시련’이다.

“시련. 이것도 시련 중 하나로 포함될 수 있는 건가?”

“마물의 유전자 형태가 과거나 미래형에 가까운 걸 보면… 탑의 힘이 작동하고 있는 건 사실로 보입니다.”

시련에 가장 부합하다고 판단되던 ‘이상한 빛’은 어느 순간부터 자취를 감추었다.

“꿈은 사라지고, 대신 마물이 강해졌죠.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시련일 수도 있죠.”

“고작 이런 게 시련일 리가 없지 않습니까. 왕이 이런 마물들에게 고전할 리가.”

“어찌 되었든 의문점이 많다는 건 사실이죠.”

세계수들과 정상의 헌터들이 하나같이 내놓는 의문이 있다.

“왜 왕의 신하는, 다음 대의 왕을 시험하는가.”

순전히 다음 대의 목령왕을 모시기 위해서라면, 오히려 그를 돕는 게 마땅하다.

왕의 그릇이 그리 흔하지 않을 텐데, 만약 왕이 죽기라도 한다면 다음 대의 왕은 또 언제까지 기다린단 말인가.

“시련을 통해 왕의 힘을 강화한다.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보입니다만. 왕은 충분히 강합니다.”

“그럼 시련을 내는 이유가 뭐지? 왕의 신하들은 이번 왕을 반기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건 모르죠. 그걸 알려고 세계수님이 명령하신대로 저희가 여기 온 것 아닙니까.”

기사단 소속의 한 남성이 그리 답했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번 대의 왕과 신하의 갑을관계는 뒤집혔을 가능성이 있었다.

애초에 의문이 끊이질 않는다.

왕을 모셔야 할 신하들이 자신보다 높은 왕을 평가하고 시련을 내린다니?

“제가 모시는 바다의 세계수님은 이런 생각도 내놓으셨더군요.”

“…바다의 세계수님이라면, 5대 세계수와 비슷한 세월을 살아오셨다는? 그래서 무슨 신언을 내리셨지?”

“탑이 왕을 집어삼킬 가능성도 있다는 거죠.”

탑이 왕의 힘을 흡수하고 있다.

왜인지 마물이 강해지는 것과 연결되는 것 같기도 했다.

가만히 대화를 지켜보던 별이 박수를 치며 소리쳤다.

“신하들의 목적은 우리가 알 수가 없지.”

‘세계수년들의 생각도 똑같아.’

왕을 지배하려 들 수도 있는 거고, 성장을 위해 이런 짓을 벌였을 수도, 어쩌면 세계수처럼 여러 분파로 나뉘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확실한 건, 버티기만 해서는 안 돼.”

별이 판단을 내렸다.

“탑의 공략을 이행할 테니. 각 길드와 기사단, 정부 소속의 헌터들은 인원을 차출해.”

층을 올라가 왕의 신하들을 죽여 탑을 정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그 극단적인 결정에 회의장이 술렁거렸다.

“이견은 안 받아. 책임은 내가 져.”

최대한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함이다.

이시헌을 살릴 단서를 찾기 위해 온 것이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이야기는 달라진다.

건조한 입술을 핥은 별이 눈을 날카롭게 떴다.

‘세영이도, 어떻게든 구해야 하니까.’

그 순간이었다.

-쾅!

“협회장님!!! 중요, 중요한 일입니다!”

문이 열리고, 회의에 난입한 한 여성이 해맑게 웃으며 소리쳤다.

한 길드장이 눈살을 찌푸리며 언성을 높이려고 했지만 그녀는 그보다 빨랐다.

여성의 옆에는 ‘사냥꾼’이 갑옷을 입고 무표정하게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설마.

날카롭게 뜬 별의 눈이, 다시 일상 속 양순한 그것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세영 님이 눈을 떴습니다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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