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화 〉첫번째 악마. 음욕의 아스모데우스 (5/153)



〈 5화 〉첫번째 악마. 음욕의 아스모데우스

매혹적인 음기를 뿜어내는 악마 아스모데우스는 관계를 원했다.
악마로서 잃었던 본래 자신의 힘을 되찾기 위해서 말이다.

"힘을 되찾을 때까지 키워 달라? 내가  그런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 이 세상에 지옥도를 내 손으로 만들라는 건가?"
"너도 잘 알잖아?천사를 대적할 수 있는 존재가 누구라고 생각해? 다름 아닌 악마야. 그리고 이미 세상은 지옥도야. 게이트로 인해서 세상은 달라졌어. 게이트 속에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건 인간 혼자서 불가능해 악마들이 필요할거야. 앞으로 인류를 지키기 위해선 말이지."

수천 년전엔 천사와 악마는 서로 비등한 힘싸움을 하는 존재였다. 그렇지만 내가 그 사이로 들어가 악마의 균형을 붕괴시켰고, 이어서 종족간의 균형이 깨져버렸다.

그 붕괴시기가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었다. 그러니 내 책임도 있긴 했다.

"덤으로 전생부터 지금까지 천사들에게 당했던 거 복수하고, 15세 나이에 부모를 잃는 운명을 깨버릴 찬스까지 주는 거야. 아군이었던 천사? 녀석들은 너를 배신하는 것도 모자라 영원히 매장시키려고 했어. 유일하게 악마의 군단만이  도울 수 있을 거야."

악마는 사실 믿고 싶지 않은 존재들이다. 악마들의 외적인 모습은 한없이 탐스럽고 실제 행동하는 것들도 파괴와 혼돈을 불러왔다. 하지만 수천년이 지난 지금은 그녀의 말대로 악마들이 꼭 필요했다.

이 세상도 지금 천사에게 이용당한 나에게도 말이다.

"...일단 약속이니 지키겠다. 아스모데우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둬 내가 직접 악마들과 교류하고 부당하다 싶으면 언제든지 망가질 수 있는 관계라는 걸."
"바라던 바야. 악마들은 자신 있어."

변한 세상에 맞춰 변화를 선택하기로 했다.
진실을 알기 위해서 또 인류를 위해서.

"어어? 으읍!"

반즈음 알몸으로 나를 붙잡은 아스모데우스. 하지만 반대로 돌려 그녀를 침대위로 밀쳤다.
그리고 병원 침실에 누운 그녀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봤다.

"흐으..기..기다렸어."
"약속에 응한다는 뜻으로 관계가 아닌 키스만  거다."

병실에서 한 악마에게 입맞춤만을 허용했다.
그러더니 심술이 났다.
그녀의 양볼이 부풀며 말했다.

"나빠."

***

"이봐요 뭐하시는 거예요! 막지 말라고요!"
"아! 아! 사람 죽는다! 날 밟고 죽이려고 해!"
"이거 미친 사람들 아니야!"

대학병원 입구에 일부 검은 정장을 입은 남성들이 바닥에 누워있었고, 일부 검은 정장들은 문을 강제로 막고 있었다. 수많은 기자들이 불만을 토하고 힘으로 밀고 있었지만 검은 정장들은 끝까지 막고있었다.

"젠장! 게이트 속에서 혼자 살아남은 학생을 취재해야 하는데 이것들은 어디서 나타난 놈들이야!"
"이 시국에 깡패처럼 길을 막는 사람이 어디 있어!"

수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결국 머릿수에 밀려 점점 검은 정장 인원들이 밀리는 게 보였다.

결국..

"아!"

그중에서 가장 큰 덩치를 가진 남자가 땀범벅이 된 채로 발라당 넘어진다.

"뚫렸다!"
"밀어붙여!"

'이러면 사장님이 뭐라고 하실 텐데!'

사장님의 지시로 병원 안으론 기자들을 절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연락받았다.
그런데 이를 어기고 뚫려 버린 거다.

사장님은 올해 화장품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는 KP그룹 창업주.
자신의 기업을 1위를 만든 만큼 누구보다 칼같은 성격의 여성이었다.

훌륭한 인품과 남들보다 몇 단계 위에 있는 능력으로 치열한 기업경쟁에서 승리한 자였다.

국내에서 매력이 가장 넘치는 여사장 1위, 세상에 가장 영향력 있는 여자 13위. 신문이나 뉴스만 봐도 그녀의 소식으로 넘쳐났다. 한마디로 평범함과 거리가 먼 여자였다.

드라마에 나올법한 여주인공.

물론 외적으로 노출된 것과는 다르게 회사내부에서 엄격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녀의  한마디에 모든 게 바뀌고 달라졌다.  카리스마 넘치고 누구보다 냉정한 사람이라서 실패했다, 불가능하다는 발언을 한 직원은 즉시 해고가 되곤 했다.

이미 그녀의 눈에 발견되어 정리된 사원수만 해도 수십 명이나 될거다.

'망했다! 뚫렸다는 걸아시면 난 즉시 해고야!'

덩치는 다시 몸을 일으키고 기자들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들려오는 목소리에 온몸이 굳어져버렸다.

"누워 있으라고는 하지않았는데요? 강실장님."
"아..! 사장님! 죄..죄송합니다!"

누워있는 덩치는 사장님이라 불리는 여성을 봤다.
덩치는 빠르게 몸을 뒤집어 무릎을 꿇고 앉았다.

"58분 44초. 이즈음이면 노력했어요. 볼일 끝났으니까 제 집으로 이동하죠."
"해고...가 아니라.. 아! 알겠습니다! 사장님!"

덩치는 고개를 숙이며 목소리를 높였고 곧바로 기자들이 모여 있는 곳을 온몸으로 밀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강실장이라 불리는 덩치는 생각했다.

'운이 좋았다..!'

라고 말이다.

'그리고 보니 작은 미소까지.. 오늘 기분 좋은 날이신가?'

기분 좋은 사장님을 처음 본 강호만 실장.
그녀에게로만 향하던 집중이 줄어들자 주변시야가 확대됐다.
그래서 옆에 있는 학생에게로 시선이 갔다.

"사장님 그 꼬마는.."
"강호만 실장님. 꼬마라고 부르지 마세요."
"아! 죄송합니다...그럼.."
"제 동생이에요, 앞으로 저처럼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도련님이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어때? 도련님은? 괜찮지?"
"응..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강호만 실장님."
"하하..사장님의 동생분이시라니.. 저야말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실장은 생각했다.
 사장님이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갔는지 말이다. 아마 동생분과 함께 했기 때문에 기분이 좋은 상태라고 인지하게 되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도련님!'

-부르릉!

***

대학병원을 지나고 도심으로 향했다.
그중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산다는 빅스타팰리스.
기본 100평 이상에 150평사이로 만들어진 오피스텔.

그곳에 도착한 강실장의 차였다.

"가보세요 내일 연락드리죠."
"알겠습니다. 사장님."
"감사했습니다. 실장님.."
"도련님도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강실장님이 떠나고 고개를 들어 올려 끝없이 올라가는 한 오피스텔을 바라봤다.

"정말 크네. 20년살 면서 이런 건 처음 봐."
"정확히는 전생까지 합해서 527년하고도 12개월 25일이지."
"계산적인  여전하군.."
"숫자놀음엔 자신 있거든. 그런데 그 계산을 뛰어넘는 주인이 여기 있네."

악마는 나를 보고 웃는다.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말이다.
아까 병실에서 키스하고 나서부터 계속 저 상태였다.

"말해두겠지만 너를 완전히 믿는  아니야."
"그래도 맹세의 키스는 그쪽이 먼저 했잖아?"

아스모데우스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면서 계속해서 나를 보면서 웃었다.
정말로 기쁜 듯이 말이다. 그녀의 말처럼 남을 속이고 괴롭히던 악마는 사라진 것인가 싶다.

-띠리링..

"인간들은 대단해 이것 봐 내가 오기도 전에 자동으로 엘리베이터가 내려와 있는 거 보여?"
"그런가.."
"집안에서 나갈 준비만 해도 자동으로 인식해서 내 층으로 올라오기도 해."

아스모데우스는자신이 알고 있는걸 모두 알려주려는  입을 열었다. 나와 함께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마치 사랑하는 인간처럼 말이다. 전생에 악마를 수집했던 나다. 누구보다 악마들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런데 그녀의 행동은 예상이 안됐다.

그럼에도 모든 행동이 진실하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어려운 상대인 그녀였다.

정말로 수천 년간 인간들 틈에서 살아서 인간화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삑삑삑..띠리링.

"어서 오세요 주인님."

그녀가 사는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오자 기계음이 들려왔다. 역시 부유층들이 사는 곳. 최신기술이 탑재된 오피스텔다웠다.

"핑이라고 가끔 대화해주는 기계."
"핑이라면.. 100번째로 죽였던 남자 아니었나?"
"쿡쿡, 나에 대해서 너무 잘 아네. 기뻐라. 왠지 사랑받는 느낌이야."
"함께 갇혀있었으니까 잔인한 악마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었을 뿐이다."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긴 복도길. 그리고 좌우로 달려있는 이름 모를 화가들의 작품과 가구가 보인다.

"...영웅의 그림이군."
"다른 악마들 보러 외국으로 한번 나간 적 있었는데 정겹더라고 그래서 하나 장만했지."

현관에 운동화를 벗고 복도 길을 따라서 걸어갔다.
그녀역시도 긴 하이힐을 벗고선 내 뒤를 졸졸 따라왔다.

"악마로서 힘이 없어진 만큼 수천 년간 인간들 틈에서 살았지. 어쩔 수 없이 인간들의 방식을 따르게 되었어."
"그렇군.."
"우리들은 인간과 다르게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존재들이니까. 예전엔 마음대로 파괴할 힘도 모든 걸 가질 힘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잖아? 그저 유리한건 무한한 시간뿐. 이것만 사용해서 우리들은 적응하고 변한거야."

천사들에게 패한  악마들은 힘없는 상태로 수천 년을 버텨왔다.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고 진화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와있는 아스모데우스였다.

"수천 년간 반성했으니까 이번엔 믿어줘."

그녀는 나를 뒤에서 살포시 안았다. 그녀는 갈망하고 있었다. 믿음이라는 것에 말이다.

"...거짓말을 하는군. 아스모데우스."
"내..내가? 아닌데.."
"주인이라고 할  알아챘어야 했어. 너 혼자만 나를 찾아왔고 다른 악마들이 보이지 않아."
"역시주인은 악마를 너무나 잘 안다니까."

뒤쪽에서 안겼던 그녀는 스스로 벗어났다. 그리곤 부엌으로 걸어가 식탁위로 와인을 한병 꺼내서 따라 마셨다.

-쪼르르.. 꿀꺽.

"후우..악마들을 모두 제멋대로인거 알고 있지?"
"그렇지. 한명한명 모두 다르다. 무서울 정도로."
"그중에서 나라고 다를까? 나 역시도 별종이긴 해."

악마들끼리도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고 싸우니까 아스모데우스 역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악마였다.

"나 사실 수천 년전에 너한테 반했었어."
"역시...응?"
"반했었다고 그리고 다시 만나면 죽여 버린다고 다짐했는데.. 얼굴 보니까 못하겠더라.. 병원 안에서 또 반해버려서 말이야. 그래서 너를 죽일  없던 거야 죽이고 싶은데 이렇게 다시 보니까 심장이 뛰는 거 있지? 수천 년이 지났는데도 신기하잖아."

그녀가 반했다고 내게 고백했다.
어이가 없어서 콧바람을 내면서 입을 열었다.

"악마치고는 과하게 제멋대로군."
"쿠쿠..그러게 말이야. 어쩌다 죽이고 싶은 사람에게 반했으려나.. 나도 날 잘 모르겠네."

이후 고요한 침묵이 유지되었다.

서로 조금씩 의식하고 있지만 많은 생각이 있어보였다.

그 침묵은 끊기로 했다.

"그래서 내게 기회를 준건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거짓말."
"악마는 언제나 거짓말을 해."
"하지만 이제는 수천 년을 인간과 함께 지내면서 진실도 말할 줄 알게 되었군."
"하암.. 내가 병원에서 천사들이나 하는 바보 같은 짓도 하게 되어버렸어."
"천사들도 악마 같은 짓을 하게 되었지."

지금  마시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앞으로 이 세상을 살아나가면서 예전에 있던 악마의 기억들을.. 조금씩은 편집할 필요가 있어보였다.

"이리와."
"왜?"
"받아주마 그 주인이라는 거."
"진짜지?"

부엌 있던 아스모데우스는 말을 듣자마자 나한테 뛰어왔다.
그녀는  허벅지 위에 앉아 나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봤다.

"절대 미루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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