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첫번째 악마. 음욕의 아스모데우스
미믹을 제거하는데 실패했다.
그 대신 제압해서 붙잡는 데는 성공했다.
아스모데우스에게 데려 가서 처리할 방법을 물어볼 생각이다.
지금 내 힘으로는 불가능하니 그녀의 힘이 필요했다.
“하루가 빠르네.”
하늘을 보자 조금 어둑어둑해지는 게 보인다. 게이트 안에서 돌아다니는데 만 시간을 너무 많이 쓴 듯 했다.
미믹 녀석도 마을 구석 깊숙한 곳에 있기도 했고, 게이트와 마을사이의 거리가 꽤 먼 것도 한몫 한 거다.
숲의 길을 잘 보는 만큼 도시의 길도 잘 보였다. 홀로그램 폰을 사용하지 않아도 돌아가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물론 미믹이 힘을 뿜어내서 속박을 풀려고 했지만 어림없는 짓이었다. 아스도 붙잡혀서 침대위로 딸려오는 힘이기에 그저 단단하기만 한 미믹은 내 속박을 풀 수 없었다.
-삐리링! 삐리리링!
전화가 왔다. 누구인지 봤는데 역시나 아스한테서 연락이 온 것이다.
왼쪽 바지 주머니에서 홀로그램 폰을 들어서 전화를 받았다.
“나, 일 끝났어요~”
전화기 너머로 그녀의 미소와 함께 목소리가 들렸다.
말소리에 감정이 묻어났다. 기
대감이나 그립다는 것들을 말이다.
홀로그램 폰으로 화상 통화가 연결되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게이트 하나 처리하고 가는 중. 거기에서 재미있는 거 하나 발견도 했어.”
“발견? 뭔데?”
“미믹, 그것도 꽤 오래된 녀석 같아.”
“미믹이라.. 음,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들이네.”
“이 미믹, 내 힘을 막았어. 상당히 단단한 거 같은데 처리할 방법이 있을까?”
“공격을 막았다면..지금 미믹을 게이트 밖으로 가지고 나온 거야?”
“응, 여기.”
채찍에 묶인 미믹을 홀로그램 폰을 통해서 보여줬다.
“읍읍..”
“진짜네. 미믹이면 탐욕의 악마. 마몬의 소속이었을 텐데.”
“지금은 아니잖아.”
“그렇지, 모두 떠나갔으니까 힘이 없는 악마는 권력도 잃어버리니. 물론 나도 그럴 말을 할 처지는 아니긴 하지만.. 주인과 함께 지내다보면 언젠간 다들 돌아오지 않을까?”
“꼭 그럴 거야.”
-우웅..!
“지금 어디야?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
“네 집에서 3~4km 떨어진 곳?”
“음..혹시 지하철 근처에 있는 게이트 들어간 거야?”
“어, 알고 있네.”
“거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했는데 처리 되었다니 다시 오르겠다. 고마워 주인.”
“그거였나..”
“그러니까 얼릉타.”
“타라..고?”
고개를 돌료 내 옆에 있는 도로를 바라봤다.
도로 옆에 보이는 아스의 차량이 보였다.
운전석에서 창문을 내리곤 내게 윙크하는 그녀였다.
“강호만 실장님은?”
“보안팀 업무 때문에 오늘은 나 혼자 퇴근하는 날이야.”
“어쩐지, 차안에서 마몬이야기를 대놓고 꺼내더니.”
그녀의 자가용 쪽으로 걸어가 그녀의 옆자리에 탔다.
“그거구나, 미믹. 안녕 귀여운 꼬마야.”
미믹은 아스를 보자마자 공포를 느낀 것인가 아까와 다르게 지금은 쥐죽은 듯 조용히 있는 모습이다. 아까전만해도 어떻게든 도망가려고 하는 모습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를 보자마자 도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린 듯 했다.
“애 귀여운데 집안에 두고 키울까? 내 사역마로 말이야.”
“무슨 개를 키우는 것도 아니고..”
“얘는 쓸모가 있을 거 같아서 슬슬 다른 귀족악마들도 끌어 들여야 하고. 그때 이 녀석 써먹을 수 있을 거 같아서. 후후.”
생각해보니 아스의 처음 계획은 귀족악마들을 힘을 키워달라고 하는 거였다.
천사들의 힘과 대등한 위치까지 오를 수 있게 만들어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악마들이 나에 대한 복수심이 남아 있는 이상 섣불리 귀족악마들을 만날 수는 없었다.
보자마자 목이 날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어떤 방법이로든 아스의 도움이 필요했다.
“미믹을 사용한 다라..”
“마몬이 이 미믹을 보면 탐낼게 분명해. 자신의 군단이 남한테 있는걸 무척이나 싫어하거든.”
그녀의 말에 전생에 마몬의 정보가 떠올랐다. 탐욕의 악마답게 끊임없이 가지고 싶어 하고 새로운걸 좋아하고 남에게 뺏기는걸 싫어하는 악마였다.
“맞아 그랬었지. 보석으로 녀석을 잡아냈던 게 기억나네.”
“마몬은 웬만한 보석이면 눈길도 안 줄 텐데, 무슨 보석이었어?”
“진주. 지옥에는 바다가 없으니까. 대형조개 안에 진주를 보여줬지.”
“하여간..가지고 싶은 건 꼭 가져야하는 악마라. 잘 통했겠네. 물론 지금은 그거 안 통하겠지만.”
“수천 년간 인간 틈에서 살았으니까 웬만한 보석보다 지금 미믹이 더 귀하게 생각하겠지.”
마몬의 뒷담을 까면서 아스의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량에서 내리면서 나의 팔을 가슴으로 잡는 그녀였다.
“아..상상된다. 마몬은 자신의 군단이 내 밑에 있는걸 보면 정말 싫다는 표정을 내게 보내오겠지? 후후 빨리 보고 싶어라.”
“다른 악마들도 같은 팀이 아니었나..”
“전혀? 악마들은 힘을 공유하지만 훌륭한 경쟁 상대이기도 하지. 침대위에서 주인과 나처럼 말이야. 히히. 어때 오늘도 승부할거지?”
“또 몇 시간 지나서 민감하다고 피하는 게 보인다.”
“그때는 너무했어! 정말.. 싫다고 하는데 억지로 하다니!”
“마음은 좋다고 했잖아.”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동시에 있는 거였다고 어제 새벽엔 정말로 힘들었단 말이야.”
“거짓말.”
“으 주인..설마.. 내 힘에 이런 부작용이 있을 줄이야.”
아스는 자신의 이마를 치면서 자신의 힘을 한탄하는 모습이 보였다.
“신기하네, 그렇게 힘들면서 또 하자고 하다니.”
“악마들은 도전을 좋아해. 그러니까 지고 부서져도 말이야 다음날이면 다시 도전하지, 그런 악마들만이 귀족자리에 있는 거고. 못하면 사역마 같은 하급악마에 머물러 있는 거지 저기 있는 기믹이처럼 말이야.”
“기믹이.. 이 녀석 벌써 이름을 지은 거냐..”
그녀는 어깨에 볼을 부비며 승강기로 향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들이 있는 지하2층 위치에 승강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곤 맨 꼭대기인 45층의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다.
“그만 만지시지.”
“엉덩이가 귀여운 주인 잘못이야.”
역시 음욕의 악마답게 계속해서 신체접촉을 해오는 아스모데우스다. 성에 관한거라면 다양한 플레이들을 좋아하는 그녀였다. 지금처럼 노골적인 애교라던지 아니면 노출이라던지 말이다.
국내 최고의 여성이라는 언론의 말과는 달랐다. 물론 내게만 말이다.
그렇게 티격태격 승강기안에 있었다.
“주인, 주인집으로 돌아가지 말자. 응?”
“가만 놔두면 곰팡이 펴서 안 돼. 옷도 갈아입어야하고 이거 오늘로 4일째라서 어쩔 수 없어.”
“집에 주인이 입을 만한 옷도 있어. 가지말구~ 그냥 여기로 이사하면 안될까? 같이 있자 우리. 그냥 내일 강실장한테 시켜서 이삿짐 옮겨오라고 할게!”
-띵.
승강기의 문이 열렸다.
맨 위층과 옥상까지 전부 혼자 쓰는 아스였다.
그러니 바로 승강기가 열리면 현관문이 바로 보였다.
현관문을 열고 집 내부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주인님. 손님이 와 계십니다. 기다리시다가 지금은 취침중이십니다.”
“응? 손님?”
기계음이 들리면서 누가 왔다는 걸 기계가 알려줬다.
손님이라는 말에 아스를 바라봤다.
“주인, 도망쳐야겠는데..?”
그녀의 생각처럼 손님이라면 같은 악마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도망가야 했다. 바로 살해당하기 싫다면 말이다.
당연하다는 듯이 몸을 180로 돌리고 다시 현관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잠깐.. 주인. 이번이 기회가 아닐까?”
“...기회.”
“미믹보다 약해진 악마들이라고 어쩌면 가능할지도 몰라.”
“계획있어?”
“응, 덮쳐서 음욕을 퍼트리는 거지 내게 했던 것처럼 말이야.”
“그거..맞아?”
의구심이 많이 드는 아스의 계획이다.
그저 악마의 힘으로 몰아붙이자는 말로 나를 유혹했다.
“날 믿어 생각해보니까 오늘 올 악마는 그 녀석뿐이거든.”
“누구인데.”
“시기, 질투의 악마 레비아탄.”
"아!"
악마의 이름을 듣자,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다.
***
"저 바다 절벽에 레비아탄이라는 악마가 있습니다. 악마수집가님."
"알겠습니다."
"혼자서 가시는 겁니까? 그렇다면 레비아탄을 잡는 건 불가능 할 겁니다."
"왜 못잡을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악마는 수 많은 물의 악마군단을 가졌습니다. 그 악마의 숨결은 아궁이처럼 활활 타오릅니다. 입속에서 나오는 불길은 바다조차 갈라버립니다. 비늘이 너무나도 단단해서 창과 화살을 모조리 튕겨냅니다. 악마의 몸부림 하나로 해일과 지진이 일어납니다. 아무리 악마수집가님이라 하더라도 물리칠 수 없을겁니다.."
"..."
한 늙은 어부는 말했다. 내게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오히려 건드려서 마을이 위험해 질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걸어갔다.
"안됩니다!"
"괜찮습니다. 저것보다 더한 악마들을 붙잡아봤습니다."
"그래도 레비아탄은 다른 악마들과는 다릅니다!"
"네, 귀족악마죠."
"아시는데도 어째서!"
늙은 어부는 나를 뜯어 말렸다. 하지만 갈수 밖에 없었다.
부모님의 원수와 인류를 위해서 말이다.
늙은 어부를 뒤로 한 채 절벽으로 향했다. 절벽 끝에 있는 거대한 뱀이 보였다.
날개처럼 달린 거대한 물갈퀴와 숨 쉴 때마다 방출되는 연기로 인해 절벽 중앙에 구멍이 생겨있었다.
-처벅..처벅..
"...누구지? 내 잠을 방해하는 놈이.."
파도소리보다 큰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 나를 보고 있는 악마 레비아탄의 말소리가 분명했다.
"악마수집가."
***
"그렇게 알고 있는 레비아탄이 이 여학생이라고?"
"응, 힘을 잃더니 지금까지 인간 몸으로 태어났어."
"흐응..루시퍼님.."
침대 위에 잠꼬대를 하는 여학생이 보인다.
이 여학생은 심지어 알고 있는 녀석이었다. 바로 1층에서 만났던 날라리 여학생이었다.
내게 도둑이라고 소리치던 그 여자 말이다.
"아침에 날 쇠고랑 채우려고 하던데."
"시기와 질투의 악마니까 아마 내가 남자에게 또 정신 팔렸다고 화가 났었나봐."
"그것보다 왜 이리 허술한 건데?"
"주인 때문이지 뭐겠어. 힘을 다가져갔잖아."
귀족악마들의 공포에 나는 기대감과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들을 모두 상대해본만큼 실제로 죽을 위기를 몇 번이나 넘었던 적이 많이 있었으니깐 말이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작은 여인을 보고 볼을 긁적일 수 밖에 없었다.
"슬슬 시작할까?"
"무슨짓을 하려고.."
아스는 음흉한 미소를 짓고선 내게 다가왔다.
"나를 흥분..시켜줘 주인."
아스는 자신의 힘을 사용하고 싶어 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의 계획을 한번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