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첫번째 악마. 음욕의 아스모데우스
누워 있는 레비아탄이 있는 방안에서 아스모데우스는 나를 사랑스럽다게 바라봤다.
나의 목을 두 팔로 껴안으며 입맞춤을 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입술과 함께 들어오는 혀가 내 정신을 자극했다.
열정적인 관계를 맺은 지 반나절조차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다시 이렇게 불타오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즐거웠다.
서로의 입맞춤에서 시작되어 그녀의 제복을 쓸며 만졌다.
"흐으..응"
옆구리, 골반, 엉덩이, 허벅지로 따라 내손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제복 너머로 만져지는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졌다.
탄력 있다고 아니 빵빵하다고 해야 할까.
계속해서 만져도 전혀 질리지가 않았다.
오히려 중독증세만 늘어날 뿐이다.
마지막 그녀의 허벅지를 붙잡아 그대로 내 겨드랑이까지 들어 올려 그사이로 꼈다.
투피스 치마 끝이 허리까지 올라가 그녀의 하얀 면 팬티 보였다.
팬티의 특이한 모양 때문인가 노골적으로 그곳이 보인다.
마치 성스럽고 귀중한 구역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흐응.."
신비감과 호기심에 증폭된 흥분으로 그녀와 함께 열정적인 밤을 보내고 싶은 생각이 차올랐다.
"후우..여기까지..주인."
성욕이 넘치기 시점에 아스가 제지 한다.
그리고 자신의 겉옷을 벗어 던지고 잠을 자고 있는 레비아탄에게 갔다.
레비아탄을 마주하고 악마의 힘을 끌어올렸다.
그녀가 명령하자. 두개의 채찍이 피부표면에서 일어났다.
그중 하나가 레비아탄의 두 손목을 묶었고 다른 하나는 두 다리를 묶었다.
"음..으응?"
두 손과 두발에 느껴지는 압박 때문인가 비몽사몽한 표정으로 깨어나는 레비아탄이다.
"일어났네."
"...이게 무슨짓이야 아스모데우스."
"왠지 앞으로 하는 일을 생각하면 날뛸 거 같아서 말이지. 보험이랄까."
"그게 무슨 말이야!"
레비아탄은 아스모데우스를 날카롭게 노려봤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도둑놈!"
"아니라고."
"둘이서 내게 무슨짓을 할 속셈이야!"
소리치는 레비아탄의 목소리에 많은 것이 느껴졌다.
이 상황에 불만과 분노가 있는게 확실했다.
"입도 막을걸 그랬네. 너무 앙칼지잖아."
"아스모데우스.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음..그저 주인의 것이 돼줬으면 해서. 말로 안통할거 아니까 강제로 따르게 만들려고."
"너..! 저놈이 뭐 길래 주인이라고 말하는 거야!"
"너도 잘아는 사람일 텐데.. 음.. 수천 년은 악마한테도 너무 길었나?"
"수천 년.."
레비아탄은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언가 떠올랐는지 나를 보고 두 눈이 커졌다.
"악마수집가.."
"맞아, 도둑이 아니라고."
레비아탄은 어이가 없는지 아스를 바라봤다.
"저놈이 왜 여기 있는 건데.. 또 우리들을 붙잡아서 수백 년간 감금시키려고 하는 거야!?"
"아니, 우리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있는 거야."
"도와준다고? 하! 악마수집가가 우리를 도운다고? 있을 수 없어. 저 녀석 때문에 수천 년을 어떻게 보냈는데! 나도 내 몸을 잃고 인간의 모습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수천 년에 있던 분노를 끓어 올리는 레비아탄이었다.
하지만 악마의 힘을 잃었기에 그저 표정에 보이는 인상과 목소리만 낼뿐이다.
정말로 인간 여학생이랑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응. 맞아 고통 받았어 그러니 전생한 그와 약속했어. 악마들을 모두 키워주고 다시 천사들과 싸울 수 있게. 또 게이트의 몬스터들을 막아준다는 조건으로 말이야."
"흥! 네가 맺은 계약 왜 나까지 해야 하는 거야?"
"그렇게 말할 줄 알고 손발을 묶어버렸지 레비아탄. 너의 의사는 중요치 않아 그저 받아들여."
"시..싫어! 또 악마수집가한테 또 내 힘과 수백 년을 잃고 싶지 않다고!"
"이번엔 힘을 얻는 거라니까."
"싫어! 싫다고! 정말 싫다고! 나는 싫어! 흑..흑.."
레비아탄은 소리쳤다. 이득이나 앞으로의 미래 따위 보다는 그저 싫다는 말을 했다.
뭔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과거에 있던 일때문인가.
여린 아이의 마음이 아프다고 느껴졌다. 괴로움, 슬픔, 굴욕, 분노, 억울함..
레비아탄은 기분과 감정은 망가져 있었다.
자신으로 살수 없는 것에 대해 슬퍼하고 있었다.
자신이 원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아스모데우스 처럼 살고 싶은 레비아탄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보고 레비아탄에게로 걸어갔다.
"레비아탄을 풀어줘 아스."
"..응? 왜? 주인."
"풀어줘 싫다고 하잖아. 같은 팀이 돼야 할 악마를 이렇게까지 억지로 만들면 같은 팀이 된다고 과연 기분 좋게 함께 할까? 난 아니라고 봐. 아스는 나를 단지 악마의 힘을 얻기 위해서 주인으로 보는 게 아니잖아.."
아스는 내 말을 듣고 웃었다.
"후우..응..아니지, 당신을 좋아하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힘을 풀었다.
서서히 속박이 풀린 레비아탄은 두 손으로 자신의 두 눈을 가리곤 침대위에서 슬프게 울었다.
"흑..흑.."
"...미안해 레비아탄."
"싫어, 꺼지라고! 나를 가만히 놔둬!"
수천 년의 시간을 지나면서 어린아이가 되어 버린 레비아탄이다. 처음 마주할 때는 누구보다 두려운 존재였는데 말이다. 이 세상엔 아스처럼 성장하는 악마만이 있는 게 아니었다. 적응 못하고 서서히 몰락하고 쓰러져가는 악마도 있던 거다.
"내가 도와주고 싶어."
"싫다고..난 안해!"
싫다고 하는 레비아탄.
닫혀있는 마음의 문을 계속 두드렸다.
"그럼 네가 좋아하는 루시퍼에게 사랑받을 수 있게 도와줄게."
"싫..어어?"
"그것도 싫어?"
"루시퍼님..그건.."
흥미를 보이는 레비아탄이다. 울음도 뚝 끊어지게 하는 모습까지도 보인다.
역시 전생하기 전부터 레비아탄이 유일하게 믿고 따르고 좋아하는 악마가 바로 루시퍼였다.
수집 감옥에서도 수백 년간 레비아탄을 묶어두고 들었던 이야기는 늘 한결같았다.
'루시퍼님이 자신을 살려주러 오실 거다.', '루시퍼님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 라는 등 같은 말을 반복했다.
무엇이 루시퍼를 그렇게 까지 따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예상하고는 있었다.
아스모데우스가 나를 보고 있는 시선과 비슷한 느낌.
레비아탄도 루시퍼에게 주고 있었다.
내가 하는 짓은 이성적이기보다는 손해 보는 일이다.
하지만 언제나 이성적으로 살아갈 수 없었다.
인간들은 감정과 기분이 있는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하더라도 싫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훌륭한 축구선수로 키워준다고 해도 정작본인이 축구를 싫어하면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다.
레비아탄을 보고 그런 마음이 들었다.
"끝까지 함께하라는 소리는 안할게 그 대신 며칠간만 나와 함께 살아줘. 그럼 루시퍼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게 도와줄게."
"..."
레비아탄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 말을 듣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성과라고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루시퍼님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거야..?"
"응, 내가 도와줄게. 전생에 악마수집가였잖아 루시퍼에 대한 정보도 가지고 있어. 그녀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있지."
"...생각할 시간을 줘."
"좋아."
그렇게 레비아탄을 방안에 놔두고 아스와 함께 방밖으로 나왔다.
"괜찮아요? 레비아탄이 도망갈 수도 있잖아요.."
"...지금은 나를 믿어 줄 수 있을까?"
"그런... 자신감 있는 표정이면 후.. 어쩔 수 없잖아요."
아스 역시도 나를 믿어주기로 했다. 분명 살해당할 수도 있겠지만 수천 년에 봤던 레비아탄은 내가 알고 있는 악마였다. 그저 겉모습만 바꿨을 뿐, 그녀의 말투와 생각과 한 방향만 보는 의지는 내가 알던 레비아탄과 똑같았다.
"조심해야 할 거예요."
"걱정 마 나보다 악마를 잘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으니까."
"쿡..그럼 지금 저의 상태도 잘 알고 있겠죠?"
"물론."
아스는 흥분이라는 불이 붙어있었다. 승강기 부터였는지 아니면 레비아탄이 잠들어있는 곳에서 부터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의 마음에서 나를 잡아먹고 싶다는 향기를 뿜어냈다.
그녀의 먹잇감 목표가 됐지만 그렇다고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나도 그녀를 사냥감으로 보고 있었으니까.
"하기 전에 우선 같이 씻어요."
"그럴까."
아스의 허리를 오른팔로 감싸고 레비아탄이 없는 빈방으로 향했다.
***
"루시퍼님.."
루시퍼는 가장 강한 악마이며 유일하게 제왕이라는 계급을 가진 존재였다.
그러니 레비아탄 말고도 대부분의 악마들은 루시퍼를 따랐다.
레비아탄은 그런 강대한 루시퍼를 좋아했다.
그에게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보냈다.
하지만 루시퍼는 관심조차 없었다.
늘 천사들과 인간들에게만 관심이 있었고 자신을 따르는 악마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악마수집가에게 붙잡혔는데 온몸이 묶여있어도 그에게만 웃음을 보였고, 재미있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게 너무나 화가 났다.
자신은 못하는데 왜 저 인간은 가능한 건지...
질투하고 시기했다.
'그래도 인간은 언젠간 죽으니까 그때 내가 빈자리를 차지하면 될 거야.' 하며 세월을 보냈다.
수백 년이 지나고 악마수집가가 죽었다.
그가 죽고 나서 모든 악마들이 감옥에서 풀려났다.
하지만 웬일인가 악마들은 모든 힘이 약해져버렸다. 죽어버린 악마수집가가 모든 악마들의 힘을 봉인하면서 죽은 것이었다.
그러니 악마들은 서로 싸웠다. 수백 년이 지나고 악마들의 수준이 전부 비슷해졌기에 귀족악마들을 짓밟고 올라갈 찬스를 얻은 것이다.
레비아탄 역시도 루시퍼를 죽일 기회가 생겼었다.
하지만 루시퍼를 배신하겠다는 마음을 가져본적이 없었다.
루시퍼를 사랑했으니까.
루시퍼를 지키기 위해 고대 바다뱀의 모습으로 처절하게 싸웠다.
그를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레비아탄은 목숨 걸고 싸우다 생명을 잃었다.
루시퍼만을 믿고 의지하면서 말이다.
이후 수십 년이 지나고 다시 태어났다.
뱀의 모습이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악마의 힘을 잃었기에 자신은 정말 평범한 인간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루시퍼님은 나를 반겨주시겠지! 최선을 다해서 싸웠는데~"
레비아탄은 자신이 노력했다는 걸 보상받고 싶었다.
보상까지 아니더라도 고생했다 한마디라도 받고 싶었다.
하지만 루시퍼는 레비아탄을 보자마자 검을 들어올렸다.
-쫘아악..뚝..뚝..
"악마들은 지긋지긋하구나."
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착각이었겠지 하며 다음 생도 찾아갔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루시퍼님은 자신을 멀리했다. 심지어 혐오까지 했다.
그렇게 수천 년이 지났어도 제자리였다.
"그런데 악마수집가 녀석이 루시퍼님을 잘 알고 있다고..? 루시퍼님의 마음을 얻을 방법을..? 사랑을 받을 방법을..?"
그에게 관심이 생겼다. 기억도 있었다. 그와 마주한 루시퍼님이 방긋 웃는 모습을 말이다.
"..그래 좋아."
레비아탄은 결심이 섰다.
악마수집가에게 자신의 각오를 말해주기 위해서 말이다.
방문을 열고 인기척이 느껴지는 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아흥..! 더 이상은!"
아스모데우스의 목소리였다.
괴롭다는 목소리와 함께 행복감이 같이 공존하는 말소리.
궁금한 레비아탄은 방문을 살짝 열어봤다.
"아.."
그 안에서 풍겨 나오는 야리꾸리한 살내음과 함께 짙은 악마의 힘이 흘러나왔다.
레비아탄은 자신도 모르게 볼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