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두번째 악마. 질투의 레비아탄
"주인.. 여기 만져줘요."
"여기가 어딘데."
"흐흐흥..젖꼭지..가운데 부분이요."
"여기?"
"살짝 위.. 하읏!"
침대 위에서 아스모데우스는 내 허벅지 위에 엉덩이로 짓누르며 앉았다.
서로를 코끝이 만날 정도로 밀착해서 서로 야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벌거벗은 채로 말이다.
함께 샤워하면서 눈이 맞아버렸고 오늘도 어김없이 서로 붙어있는 상태가 됐다.
"음란하네. 아스는."
"쿡쿡, 당연히 음욕의 악마니까. 더 음란해질 수 있어요."
"여기서 더 말이야?"
"후웅..여기 보지가 축축해요 주인님~ 제게 하얀 정액을 뿌려줘요~ 임신시켜주세요~"
첫날과 달리 지금의 아스는 나에게 마음을 모두 보여주려는 것처럼 성적인 말을 숨기지 않고 보내왔다.
남들에겐 고고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그녀지만 내 앞에선 음란한 애정을 보내온다.
무언가 나쁜짓을 하는듯한 기분이었다.
이런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 아스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그녀의 손이 내 성기를 피스톤 해주는걸 보고, 나도 아스의 다리와 다리사이에 손가락을 넣어봤다.
"예쁘네."
"흐으응..거기는 잔뜩 흥분한 꼭지는 클리토리스. 회사 안에서 주인님 생각하면서 자위할 때 쓰는 곳이에요."
"그런 거까지 알려줄 필요는 없는데.."
"그치만 나에 대해서 모두 알려주고 싶은걸요."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의 힘이 공유되고 음욕의 힘이 커가는게 느껴졌다.
악마의 힘에 취해버렸다.
그런 서로를 보며 키스로 섹스의 시작을 알렸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로 말이다.
***
스르르 눈이 떠졌다.
주위를 돌아보니 아스가 청소라도 한 것인가 모든 게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어제분명 애액과 정액으로 사방이 젖어 있었는데 일어나 보니 뽀송뽀송한 이불속 안이었다.
침대 아래편에 내 옷이라고 짐작되는 정장슈트와 추리닝, 캐주얼복 세 종류의 상하의 옷이 정성스럽게 접혀있을게 보였다.
'출근한다고 했었지..'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한다는 말까지 듣고 잠을 잔 기억이 있었다.
그녀는 새벽을 새고 바로 회사에 출근한듯했다.
"고마워. 아스."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이불안에서 벗어났다. 그녀가 출근한 만큼 나도 나갈 준비를 하기로 했다.
샤워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온몸이 이미 벗겨져 있었기에 그냥 샤워장으로 향하기만 하면 됐다.
-철컥.
"응?"
방문 쪽을 바라봤다.
조금 열려 있던 건가?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이..불었나?"
어깨를 살짝 올리며 기분 탓이겠지 하며 샤워실로 향했다.
씻고 나서 가까운 게이트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악마의 힘이 커지는 만큼 스스로를 단련해서 통제하고 싶어서였다.
어떤 힘이든 자신이 마음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그건 거짓된 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생에 제노사이드를 가졌을 때도 계속 수련하여 다양한 방법을 깨우친 나였다.
천사들도 그 모습이 신기해하며 여러번 찾아온 적도 있고 말이다.
악마의 힘도 역시 그 정도 수준이 되어야 천사들을 만나고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쏴아아..
샤워 물을 맞으며 몸 안에 흘러넘치는 악마의 힘이 느껴졌다.
그 힘들은 내 근육과 세포에 흘러 들어가는 게 느껴졌기에 서둘러 게이트로 가고 싶었다.
샤워를 마치고 수건을 머리위에 뒤집어 쓴 상태로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이건 좀..내가 호랑이도 아니고.."
손에 들린 건 호피무늬 팬티였다. 분명 아스모데우스가 장난친 게 분명했다.
또 다른 팬티가 있나 이리저리 찾아봤는데 이것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호피무늬팬티를 입고 편해 보이는 캐주얼 옷을 선택했다.
무난한 베이직한 회색 줄무늬 티와 함께 길게 늘어나는 검은바지를 입었다.
-끼익. 철컥.
"응?"
또 다시 들리는 방문을 닫히는 소리에 의구심이 들었다.
'첫 번째는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두 번째는 아니지..'
방문으로 향하고 문을 열었다.
거기에 보이는 건 여학생이 등지고 서있었다.
"거기서 뭐하는 거지 레비아탄."
"아..아스모데우스가 나가기 전에 밥 먹고 나가라고 했어!"
혹시 자신의 시야가 안보이면 숨은 줄 아는 건가 생각하는 레비아탄이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서 일까 당황한다.
"그거 알려주려고 문을 열었다, 닫었다 한거야?"
"아..응.."
얼굴빛이 붉고 잔뜩 찌푸려지는 그녀가 보였다. 뭔가 본인 스스로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는지 그리 밝지 못한 표정이다.
"음..알려줘서 고마워."
"..뭐?"
"고맙다고 알려줘서."
"아..으응....별..별로 알려주고 싶지는 않았어!"
내 말에 놀란 건지 나를 돌아보는 레비아탄이었다.
그리고 처음 봤을 때처럼 틱틱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음..피식."
그녀가 순식간에 사라진걸 보고 작게 웃으며 식탁 의자에 앉았다.
위에 있는 밥상덮개를 들어서 치웠다.
반찬을 보니 해산물이 많이 보인다.
"이건 굴이고..낙지고 이건 장어..?"
뭔가 음식에서 노골적인 티가 났다.
심지어 KP기업 마크가 박힌 텀블러에 들어있는 물도 수상한 냄새가 났다.
'설마 야관문 원액.. 뭐 그런건 아니겠지..?'
배가 고픈데 어쩌겠는가. 그리고 나를 위해 차려준 밥상인데 무시할 수도 없고 말이다.
"으.."
맛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꾸역꾸역 음식을 먹어치웠다.
반찬과 밥을 싹쓸이 하고, 식기세척기 안에 접시를 넣었다.
기계음이 들리면서 식기세척기 안쪽에서 손으로 문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창 티비에서 광고를 때리고 있는 새로 나온 기계 팔인가 뭔가 하는 건가보다.
역시 아스모데우스는 한 그룹의 여사장인 만큼 이런저런 곳에서 협찬을 받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슬슬.. 나가야지.'
현관문으로 향했다. 깔끔한 운동화, 슬리퍼, 블랙 구두가 보였다.
그중에서 운동화를 신고 현관문 손잡이를 잡았다.
"나도.. 같이가!"
그때 뒤쪽에서 나타난 짧은 청색 핫팬츠에 하얀나시티를 입은 레비아탄이 내 팔을 잡았다.
"너도?"
"아스가 여기서 살려면 너 따라다니라고 했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하하..알았어."
인상을 찌푸리면서 화를 내는 레비아탄이 왠지 귀여워 보인달까.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곤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내가 가는 길마다 졸졸졸 쫓아오는 레비아탄과 함께 말이다.
홀로그램폰으로 헌터어플에 접속했다.
하루아침에 처리된 게이트들은 사라졌고 새로 생긴 게이트 위치를 확인했다.
"게이트 에너지 농도가.. 레벨 1~2설정하고.. 여기여기. 음.. 아슬아슬하게 들어갈 수 있겠네. 동남쪽에 있는 게이트인가..바로 예약해주고.."
"게이트를 갈려고 하는 거야?"
"응, 천사들과 악마를 상대하려면 힘을 키워야하니까."
"그렇구나.."
레비아탄은 이제야 내 목적을 안듯했다.
"루시퍼님..일..말이야."
"응."
"정말 도와줄 거야?"
"긍정적인 생각으로 네가 내 편이 되어준다면 도와줄게."
"진짜로? 약속한 거야! 나중에 가서 딴말하지마!"
"알았어. 알았어."
루시퍼에 관한 것이라면 누구보다 열정적인 레비아탄이었다.
레비아탄이 왜 루시퍼를 저렇게 좋아하고 따르려고 하는지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됐다.
나도 루시퍼에게 여러 번 휘둘려서 놔줄 뻔 한 적도 몇 번이나 있었으니까.
오만하고 여유로움이 있는 행동과 기품이 느껴지는 악마제왕.
과연 그는 지금 어디 있을까 궁금했다.
"루시퍼는 잘 있어?"
"..몰라."
"아직 찾아가 본건 아니고?"
"수백 년전부터 몇 번이고 찾아가봤어. 하지만 나를 보자마자 죽였어. 나뿐만 아니라 귀족악마 전부..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몰라. 그래서 이번 생은 아스한테 빌붙어 사는 거고.."
"루시퍼가 귀족악마를 죽인다고?"
"그래, 네가 죽은 뒤에 천사들과도 싸웠지만 악마들끼리도 싸웠어. 모두 힘이 사라졌으니까 악마제왕 자리를 넘본 거지."
"그랬군."
내가 죽고 나서 일들은 모르고 있었다.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기 전까지는 그저 눈을 감았다 뜬 느낌만 있을 뿐이니까.
아스모데우스의 수천 년이 지났다는 말도 처음엔 의구심이 들었지만 너무나도 변화된 세상에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레비아탄은 그 싸움 당연히 루시퍼를 지켰겠네."
"응...루시퍼님을 위해 싸웠어 몸이 모두 찢어지도록.. 그때 정말로 힘들었었어."
레비아탄은 악마들의 전쟁기억이 떠올라서 였을까. 자신의 심장을 부여잡으며 바닥을 보고 있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느껴질 정도라고 말을 했다.
"희생하며 지켜줬다.. 그런데 루시퍼는 너를 보자마자 죽였다니. 믿겨지지가 않네."
"악마수집가, 너도 이상하지? 그렇다고 말해줘.."
나를 마지막 희망이라는 듯 바라보는 레비아탄이다.
그걸 어제 처음 만나 자리인 1층 승강기 앞에서 말하고 있다.
어제는 경찰서에서 신고한다고 하던 소녀와 같은 존재라는 게 정말로 웃기면서도 안타까운 감정이 공존했다.
"루시퍼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악마니까. 나도 정확하게 말해 줄 수는 없지만.. 루시퍼도 무슨 생각이 있어서 너를 밀어내고 있었겠지. 유일하게 생각이 깊은 악마니까."
"그렇겠지? 루시퍼님은 나를 버리지 않으신 거겠지!?"
우울한 어둠속에서 빛을 본 것인가. 레비아탄의 작은 희망을 응원해주니 알아서 밝아진 모습이 됐다.
게이트를 향하면서 레비아탄은 처음처럼 짜증이나 화를 내기 보다는 마음속에 있던 말을 하나하나씩 꺼내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이트가 새로 발생된 목적지는 도시와 도시사이를 연결해주는 대교 밑이다.
강 위에 있는 건축된 거대한 대교로 가까이가자 게이트가 생겨난 것 때문에 교통통제가 되고 있는걸 볼 수 있다.
그리고 멀리서 보이는 노란색 울타리와 경고표시 군인들과 경찰들이 완전무장을 한 상태로 경계하고 있었고 사방엔 드론들이 날아다니는 게 보인다.
"게이트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나도 같이 들어갈 거야."
"너 악마의 힘이 전혀 없잖아. 위험해."
내 몸은 악마에게만 흥분되는 이상한 힘이 있었다. 레비아탄이 악마이긴 하지만 지금은 그저 빈껍데기 일뿐이라 그런지 전혀 흥분되거나 발기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평범한 인간과 별다를 바가 없는 거다. 같이 게이트 안으로 갔다간 위험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었다.
"그..그래도 아스모데우스가 너를 놔두지 말라고 했으니까 나는 따라갈 거야!"
"허가증도 없잖아.."
"아스가 만들어 줬어. 여기 폰에 보내놨다고 내게 말해줬어."
벨페고르가 바로 홀로그램폰에 적힌 허가증이 보여줬다.
'허가증까지.. 진짜네..'
레비아탄이 나를 따라다니라고 아스에게 들었던 말에 의구심이 들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레비아탄이라는 짐을 떠넘기고 간 기분이 들었다.
아니 그런 거 같았다.
'어쩔 수 없지..'
될 수 있으면 혼자 다니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같이 다닌다고 해서 불편 할 것도 없었다.
레비아탄도 악마이니까 어느 부분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 같이 가자. 그 대신 악마의 힘이 없으니까 몬스터가 보이면 나와 떨어져있어."
"알겠어."
그렇게 처음으로 둘이서 게이트로 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