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화 〉두번째 악마. 질투의 레비아탄 (14/153)



〈 14화 〉두번째 악마. 질투의 레비아탄

-스스..스스..


내 품에 들린 어인시체를 질질 끌어 보이기 힘든 구석에 천천히 눕혔다.
그리고 일어나 길목 정면을 앞을 봤다.

저곳이 어인들의 마을.


-고오오..

길목을 따라 아래로 쭉 꺼지면서 보이는 한 작은 마을.
이곳저곳 형광 불빛을 일으키는 산호 집이 고기 벽에 박혀 있었고, 마을 한 가운데 부근 점토로 만들어진 어인 조각상이 보였다.


재미있는 곳이다.
수백 년을 사냥꾼으로 살았지만 거대한 몬스터 배속에 자리를 잡고 있는 어인은 처음 봤다. 이상했지만 어떻게 보면 거대 몬스터이라는 생명체에 잘 기생하고 있었다.

마치 엘프의 왕을 세뇌시켜 왕국 안에서 숨어 지냈던 탐욕의 악마 마몬처럼 말이다.
녀석 지금도 그러고 있을까 궁금하긴 했다.


지금은 마몬보다 어인이지.


작은 상념을 미뤄두고 밝게 빛나는 산호들을 피해서 마을로 접근했다.


어인들은 인간이아니라 경비병같이 마을을 순찰하는 이들은 없었다.
여기는 안전했고 지금까지 별 피해를 받아 본적이 없었나 보다.
어인들은 이곳을 영원한 안전지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는 일이다.

인간도 살면서 한번이라도 병이 든다.  고비를 넘기면 살아남는 것이고, 병에 대한 면역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넘기지 못하면 죽음을 맞이한다.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병이 들어왔다.
나에게 맞아 본적이 없는 뱃속마을 어인들이다. 당연하게도 모든 것이 허술했다.
어인들은 그저 보기 좋은 사냥감들이었다.

-회리릭.

전생에 사슬형 제노사이드를 다룰 때 습관처럼 오른팔에 채찍을 감았다. 내가 가진 이 채찍도 그렇게 사용해봤다.


계속 되는 전투를 거듭해서 어느 정도 나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채찍이란 걸 깨달았다.

제노사이드와 조금 다른 형식으로 움직였다. 나의 부탁과 바람으로 움직이는 게 천사의 무기 제노사이드라면, 악마의 힘은 본인이 욕망과 야욕을 가져야만 움직였다.


채찍은  내 신체 일부와도 같았다. 내가 추구하는 자존심과도 같았다.
하고자하는 의지만 있다면 나를 끝까지 따라왔다.
포기만하지 않는다면 나를 위해 움직였다.


 무기의 힘을 쓰는 방법도 알았겠다. 좀  전투하는데 수월해지기 시작했다.


첫 번째 산호 집으로 들어갔다. 내부에서 무언가를 먹으려는 어인이 보인다.


오른손을 들어 어인에게 겨놓으니,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튀어나가 어슬렁거리는 어인을 붙잡았다. 그러고 나서 어인에게 걸어가 뼈창으로 녀석의 뇌를 꿰뚫는다.

'이 집이 마지막.'

잠들어 있는 어인의 다리를 묶고 거꾸로 벽에 매달아.

뻗어나가는 채찍은 내 말대로 움직였다.
달려 나가 어인의 심장을 뚫었고 시체를 조용히 침대위에 눕혔다.


그렇게 모든 산호 집을 암살하는데 성공했다.

마지막 산호 집에서 나와서 보이는 건 중앙 조각상 아래에 있는 재단에서 죽은 거북이를 바치고 기도를 올리고 있는 어인무리들뿐이었다.


'어인이 바라는 신이라..'


산호 집에서 나가 접근했다.

조각상을 가까이에서 보니, 조각상은 마치 예전 바다뱀 레비아탄과도 닮아보였다.
그 조각상 주변으로 어인들이 모여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마치 광신도와도 같아보였다.
어인들은 고요하고 차가운 목소리를 흘리며 조각상의 존재를 보고 간절히 기도하며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다.

"버..벅..아아옳.."
""버..벅..아아옳..""
""버..벅..아아옳..""

어인 우두머리.
아니 어인 제사장이라 짐작 되는 어인의 말에 모두가 뒤따라 하는 모습이다.
어인들의 외모는 더럽고 추잡했지만 지금 이곳만큼은 신성해 보였다.
마치 내가 예전에 머물었던 신성국처럼 말이다.


하지만 겉으론 신성해 보일지 몰라도 모두가 원하는 신성함은 세계에 없는 법이다.

천사들에게 이용당했다는 걸 아는 순간 믿었던 신성함은 거짓이라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오로지 자신이 추구하는 것만이 신성할 뿐..
남이 하는 방향은 결국 마지막엔 역겨울 뿐이다.

전생해도 그랬던 것처럼 내손으로..  눈앞에 있는.. 장애물들을 직접 마주하고 붙잡아 둘 것이다.

내가 살아있을 동안에는... 내 신성함에 최선을 다하리라.

-띵..


어인이 신성시 여기는 조각상을 마주하자 머릿속에 무언가 깨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스모데우스와 키스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몸 안에서 에너지가 끓어올랐다.

주위에 보이는 어인들은 열 마리.
수적으로 불리할지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러니 조각상 앞으로 당당하게 걸어갔다.

가장 외각에서 기도를 하던  어인에게 뻔뻔하게 다가가서 뼈창을 찔렀다.

-휘휙! 파팍..


두 어인을 향해 고속으로 움직이는 두 번의 찌르기.


두 어인은 고개를 숙인체로 조용히 핏물을 흘린다.


 손바닥을 봤다. 온몸에서 무언가 한 단계 승급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믿음이 나를 성장시켰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힘을 얻자, 천천히 제사장 어인까지 걸어갔다.
걸어갈 때마다 사이사이에 보이는 어인들은 핏물을 흘렀다.

너무나도 빠르고 강한 창격을 날리며 제사장 어인의 등쪽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아옳!....아옳!... 버..?"

어인 제사장은 어인들이 자신의 말을 따라 부르지 않는다는  의식하자 뒤로 돌아봤다.


...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고요하게 식어가는 어인들의 시체들을 보고 놀란다.

"버벅..!"


흥분하며 일어나는 제사장. 아니 당황하고 있었다.


제사장이 일어나니 나보다 1M는 더 커 보이는 녀석이다.


"왜 나를 무시하는 거지. 제사장."


형광 빛을 흘리는 제사장은 바로 밑으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제사장을 소리가 나는 쪽만 손으로 흔들 뿐 나를 보지 못했다.

"너무나도  공포이기에 스스로 내 존재를 지운건가. 제사장."
"옳..버버.."
"불쌍하구나. 그저 피하기만 하고, 이곳 뱃속마을처럼 숨기만 하다니."


-슈우욱! 파앙!


제사장은 의문의 목소리에서 무언가 날아왔다는 걸 의식했다.

어인 제사장은 둥근 눈동자를 굴리며 자신의 뒤를 돌아봤다. 뼈창이 조각상에 박혀있었다.


-꽈..꽈지직!

조각상이 서서히 사방으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후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콰쾅! 쿠르르..!

"때로는 두려움에 맞서 싸우기도.. 끌어안기도 해야 하지 많은 것들을 지키기 위해선 말이다."


-푸쉬이이이!!

제사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가슴팍 구멍에서 피가 사방으로 튀는 게 느껴졌다.


"아옳..."


제사장은 서서히 의식을 의고 바닥으로 무릎을 꿇고 무너졌다.
가슴에 거대한 구멍이 생긴 체로 퇴적바닥에 쓰러졌다.


'끝이군.'


고개를 천장으로 들어올렸다.
서서히 시야가 넓어지면서 주변의 시체들이 보였다.

'약한 어인들.. 하지만 한번 지켜보고 싶다. 겉보기엔 추잡하지만 방식과 생각이 뛰어나고 기발하다. 저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바라지 않아.'



과거 수많은 악마를 셀 수 없이 죽이면서 늘 고민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나는 인간이었다. 악마들은 계속 살아났다. 내 수명이 끝이 나면 그들은 또다시 살아났다.


그럼 자유로운 악마를 벌할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고민하며 그들을 보자, 자유롭지 못하게 가둬 두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 적어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악마들의 시간을 빼앗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악마를 하나하나 붙잡아 감옥을 만들었다.

그때 악마들이나 사람들에게 악마수집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방금 전 기억이 이건가.."

여기 오기전 머릿속에서 무언가 깨지는 느낌과 함께 이 기억이 깨어났다.

"그때 악마처럼 어인들을 수집해 둘수있다면.."

그런 욕망이 강하게 들었다.
녀석들을 어느 공간에 가만히   있다면 지켜보고 싶다.
박물관처럼 저들을 전시해두고 싶다.
하지만 이미 죽어버렸는데 가능할리가 없었다.


-사르르..

"응?"

나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채찍 줄이 어인들의 시체로 다가갔다.
그리곤 어인 시체의 목에 족쇄가 채워진다.

"옳..주인.."


제사장 어인 시체가 목줄이 채워지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사장 어인."


제사장 어인은 나를 보자마자 씨익 웃더니 이내 풍선에 바람이 빠지며 채찍으로 돌아갔다.
이후 내 육체 안으로 날아들어왔다.

"수집하고 싶은 욕망까지 들어주다니... 죽음의 신이 있다면 화를 내겠어."


세상에 이런 힘이 있을까 싶다. 죽은 이들의 힘을 온전히 먹어서 수집한다라..


나의 욕망을 들어주는 악마의 힘이었다.

"제사장."


내 불음에 몸에서 채찍이 튀어나오더니 서서히 몸이 커져서 목줄이 걸린 제사장 어인이 나타난다.


"보존상태 완벽."

장난감이나 옷들을 잘 정돈한 것처럼 보이는 제사장 어인의 모습이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왔다.
내게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채워지고 있었다. 무언가 수집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돌아와."


이제 이곳을 벗어나야겠지.

제사장이 내 몸에 다시 돌아왔다.
제사장의 의식이 느껴졌다. 녀석이 이 거대한 바다 몬스터. 오우거 샤크를 일부 조종할  있는 힘이 있었다.

"저쪽인가."


무너진 조각상 뒤로 보이는 형광빛 말미잘.
내장의 융털처럼 생겼긴 했지만 제사장 어인의 시선으로 보자 조작키 같아 보였다.

말미잘을 조작하자, 오우거 샤크가 움직임을 보였다.


“우웅!”

무슨 생체기계도 아니고..

오우거 샤크와 어인은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였다.


어인들이 뇌가  주면 오우거 샤크는 활동해서 포식한다는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 이상한 관계였다.

오우거 샤크가 왜 어인들은 허락해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만 살 수 있으면 됐지."

"우우우!"

입을 벌렸다는 신호가 왔다.


배속에 있는 산호마을을 벗어나 오우거 샤크의 입으로 향했다.


-처벅..처벅..


눈부신 햇살이 보였다. 그곳으로 향했다. 벌어진 입안으로 빠르게 누군가 들어오는 보였다.


"수집가!"

내게로 뛰어온 건 다름 아닌 레비아탄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박치기하며 나를 넘어뜨렸다.


"으으..아깐 냄새난다고 가까이 오지도 말라고 하더니."
"멍청이! 걱정했다고 정말 죽은 줄 알았다고..!"

레비아탄한테 하체가 붙잡혀 한동안 그녀가 놔줄 때까지 누워있었다.
그래도 나쁜 시간은 아니었다. 레비아탄이라는 악마의 머리를 마음대로 쓰다듬을 수 있었으니깐 말이다.

그녀가 어느 정도 감정이 진정되자 서로 몸에 기대어 일어났다.
함께 오우거 샤크의 입안에서 벗어날  있었다.


"어떻게  거야.."
"삼키고 나니까 어인들의 마을이 있더라.. 대장 한 마리 처리하고 이 녀석 입을 벌리게 만들었지."
"...말이 쉽지, 게이트 3회차가 그게 어떻게 되냐고."
"예전에 너도 붙잡아봤으니까. 너보다 약한 애들은 당연히 이길 수 있어."
"우..웃기지마!"


단순하게 말하는 나를 마음에  들어 하는 레비아탄이었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저기 아깐 살려줘서 고마웠어."
"아까? 아하."
"왜 나를 구해준 거야..?"
"구해줬냐고? 음.."


작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예전에 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소녀가 있었지. 따라오지 말라고 해도 그렇게 따라오더라고."
"...소녀?"
"응. 그 소녀를 따돌리기 위해 난 숲으로 도망을 쳤지. 하지만 그게 내 실수였어. 소녀는 결국 나를 쫓아오다 악마들을 만났고 죽임을 당했지."
"으응.."
"단지 그 소녀가 너와 겹쳐보였다고 해야 할까. 널 보니까  소녀가 떠오르더라고 그때 내가 도망치지 않았다면  소녀도 오래 살았을 텐데 말이지."

전생의 작은 아픔이었다. 그래서 위기에 빠진 레비아탄에게로 몸이 움직였다.
단지 과거에 못했던 일을 지금만큼은 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흥. 바보같아. 후회를 하다니."
"하하, 그런가."

레비아탄의 반응에 나는 민망해서 괜히 앞장서서 걸어갔다.

-처벅..처벅.

질투의 악마 레비아탄은 그가 떠나는 걸 보곤 조용히 속삭였다.

"아스모데우스도 그 소녀도 왠지 짜증이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