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성장
이 살기는 분명 악마것이라고 확신이 들었다.
모든 악마가 레비아탄이나 아스모데우스처럼 우호적이지 않을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전생에 내가 죽은 뒤에 악마들은 권력을 차지하기위해 악마의 제왕 루시퍼까지도 타격을 줄 정도였으니까.
그러니 나를 죽일 생각이 있는 악마도 당연히 있겠지.
"김성수 선생님 혹시 내일부터 헌터실전을 합니까?"
"아니다, 내일부터 진행되는 수업은 큰 어려움은 없을 거다. 승급 전까지 아직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으니 모두 아카데미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질 거다. 그전까지는 강도 높은 훈련이 없을 거다."
'결국 외부에서 만나는 악마들은 예전처럼 수집하고 가둬넣어야 해.'
악마들을 가뒀던 감옥이나 천사의 무기 제노사이드가 내겐 없었지만.
그와 비슷한 흐름으로 악마들을 묶어 둘 수 있는 방법을 알아둔 상태다.
방법은 바로 제사장 어인의 목에 족쇄를 씌워 던 방식이다.
비록 아스모데우스의 능력이기는 했지만 나의 성향이나 욕망에 따라서 변질된 힘이 되었다.
그건 바로 수집하는 힘이었다.
이 힘을 쓴다면 반항하는 악마들을 묶어버리고 그들을 다룰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일단 이곳에서 싸우면 안돼.'
아직 성장하지 않은 학생들이 있는 교실이다.
나 때문에 이들이 모두 죽는 건 싫었다.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평범한 사람들은 끌어들이지 말자.
전생에 내 자신에게 약속했던 다짐이다.
-벌떡!
"선생님, 이만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자리에서 일어나서 선생님과 같은 눈높이에서 말을 했다.
"아직 내말이 끝나지 않았다만..? 교육생."
"실례인줄 알고 있습니다. 상당 급한 연락이 와서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웅성웅성.
"무슨 일이지 들어볼 수 있나?"
"그건.."
대놓고 악마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구실을 찾던 도중에 홀로그램 폰에서 연락이 왔다.
"수업 도중엔 홀로그램폰을 꺼두는 게 이곳의 규칙이다 교육생..."
-띠링!
선생은 상당히 불쾌한 듯 험악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그런데 화상통화가 열리면서 허공에 누군가 나타났다.
"언제 오는 거지?"
"저.. 저분은!"
화면에 뜨는 존재는 바로 아스모데우스였다.
시크하고 냉정한 매혹적인 분위기를 가진 미녀가 커리어 제복을 입고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 저 미녀 티비에서 봤어 KP그룹의 대표잖아!"
"아! 그러고 보니 진짜네. 제가 어떻게 KP대표님을 아는 거지!?"
-웅성웅성
이곳에 있는 헌터생들은 최근까지 취업이나 진로를 관심있게 바라보는 나이었다.
당연하게도 뉴스나 주요기업들의 정보를 미약하게나마 알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아스모데우스는 20대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었고, 국내에서도 엄청난 영향이 부르고 있는 거물급 여성이었다.
심지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건 결혼 적정기인 김성수 선생이다.
"C-3반 선생님이신가요?"
"그..그렇습니다.. 김성수라고 합니다."
"일정이 12시 30분에 끝나라고 되어 있습니다. 수업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 12시 33분입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건 선생님이 학생들을 붙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맞겠죠?"
"아..이..이제 막 마치려고 합니다. 대표님."
"서둘러 주세요. 중요한 약속이 있답니다. 김성수 선생님."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내려 보내겠습니다."
당장 일이 풀리자 아스모데우스는 살짝 입 꼬리를 올린다.
"억지 부탁인데, 흔쾌히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따로 사람을 보내죠. 김성수 선생님."
"아..아닙니다..."
김성수 선생은 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쩔쩔매면서 말이다.
"모두 내일보도록 하겠다! 바로 돌아가도록!"
“와와!”
그렇게 김성수 큰소리로 외쳤다.
허가가 떨어지자 나는 뒷문으로 달려 나갔고 최대한 사람이 없는 쪽으로 향했다.
바로 보이는 비상계단.
달려갔다. 이곳은 고층건물인 만큼 모두가 승강기를 사용했으니까.
"저 녀석.. 조심해야겠는데.."
"그러게 KP대표와 직접 연락하는 사이라니. 피하자. 찍히면 답없어."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가장먼저 빠져 나갔다.
-짹..짹짹..
건물 내부인데 새소리가 들렀다. 그리고 살기와 반복하면서 무언가 내게 접근하는 게 느껴졌다.
-씨잉!
무언가 날카로운 소리가 귓가에 들렀다.
"제사장!"
비상계단에서 내 목소리가 동굴안처럼 울렸다.
그리고 나타나는 제사장 어인. 날아오는 암기를 나대신 맞았다.
"아옳!!"
제사장은 크게 신음하며 사방에 피를 뿌린다.
암기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순간적으로 손목이 잘려나간 제사장이다.
전투계열이 아닌 주술사자리에 있는 제사장 어인은 당연하게도 기습공격을 방어하지 못했다. 대신해서 맞아줄 뿐 이었다.
동시에 이제는 녀석이 보였다.
"역시 네놈이었나.. 절도, 악행의 악마 카임."
"큭큭큭..오랜만...악마..수집가..."
그늘 속에서 나오는 붉은 눈을 가진 작은 검은 새.
검은 개똥지빠귀가 날카로운 단검을 들고 있었다.
"카임.. 어떻게 악마의 힘을 사용하는 거지?"
"큭큭..궁금해? 봉인..되어야할..악마..힘을.. 내가..쓰는게?"
-씨잉..!
"그건...죽어서..알아..봐아?"
카임은 대화를 거부하고 오로지 나를 죽이기 위해 움직였다.
공중에서 날아오는 카임.
나도 악마의 힘을 일으켰다.
-휘리릭! 씨잉!
허공에서 촉수와 단검이 만나 스파크가 튀었다.
"인간이이? 악마...힘을...?"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까딱거리며 나를 바라본다.
"서로 궁금한 게 있잖아 어때 카임? 하나씩 물어보자고 동등한 악마의 계약처럼 말이야."
"큭큭큭.."
악마들의 방식으로 말을 걸어오자 즐겁게 웃는 카임이다.
하지만 소용없다고 말하는지 크게 날갯짓을 한다.
"흥미..흥미..그것..죽여서...알아..보면..돼에!!"
협상을 거부하며 날아온다.
-휘리릭!
아까와는 달랐다.
날개를 쭉 폈다.
저것만은 안하길 빌었것만..
-투투툭!
작은 새에서 깃털이 암기처럼 내게 날아왔다.
나는 제사장 어인을 고기방패 삼아 뒤로 숨었다.
"오..옳..!"
제사장 어인은 수많은 깃털이 박히며 주저앉았다.
지금!
공격이 끝났다는 걸 알자마자 채찍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어인 뒤쪽에서 공기를 터트리는 소리와 함께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채찍.
-촤아!
공격하고 나서 약간의 숨고르기 시간에 내 일격이 정확하게 들어간다.
"키이!"
-쿵!
신음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카임 벽에 균열이 생길만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진다.
"...후우.."
고블린, 어인까지도 한번엔 꿰뚫었던 만큼 상당한 근력이 도움이 되었다.
반응속도나 컨트롤이 매우 부족하긴 했지만 방금전 일격이 악마 카임에게 효력이 있었다.
설마 헌터들이 있는 아카데미에까지 들어와서 나를 노릴 줄이야.
그렇게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할 때였다.
"학생, 여기서 뭐하는 거지?"
"네? 아!"
-파바박!
김성수 선생의 목소리가 나서 뒤를 돌아봤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아차!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옆구리에 검은 깃털이 박히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으윽! 카아아임!"
"...큭큭."
조류 중에서 말을 따라하는 앵무새가 있다.
그것보다 더한 악마새가 있는데 그게 바로 카임이었다. 모든 사물과 자연소리를 내며 악행을 일삼았다. 중요한 사람과 얼굴이 보이지 않는 밤에 부인이나 남편의 목소리로 정보나 중요한 암호를 알아가는 악마. 아기 울음소리 같은 걸로 구석진 곳으로 불러 암살하는 걸 좋아하는 새였다.
라구엘의 시험 중에 내가 가장처음으로 잡은 악마.
또한 가장 오랫동안 내 옆에 있던 악마였다.
그러니 어떤 악마보다도 나를 죽이고 싶어했을 거다.
"많이 준비했구나. 카임.."
핏물이 흐르는 옆구리를 잡으며 녀석을 노려봤다.
녀석 역시 다쳤지만 상관없이 날갯짓을 한다.
큰 타격을 입는 듯한 괴음도 카임이 일부러 목소리를 낸 건가싶다.
김성수 선생의 목소리까지..
일부러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서 이 아카데미를 들어온 순간부터 나를 관찰한거다.
마치 사냥꾼처럼 말이다.
수천 년을 살면서 인간들을 관찰한 티가났다.
저렇게 예상하기 힘든 방법을 내게 보여주기까지 말이다.
"정말로 죽겠군."
"큭큭.."
-뚝..뚝..
금방이라도 재생했어야 할 옆구리 상처가 느렸다.
아마 신경 독까지 사용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서서히 정신이 몽롱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
"하아..하아.."
"다음..생에...또..놀자..이번엔..내가..이겼어.."
단검을 들어 올려 내게로 날아든다.
최대한 방법을 생각했다. 그리고 이게 마지막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오른손에 채찍을 감았다.
"하아악!!"
-쿵쿵! 쾅!!
있는 힘껏 바닥을 쳤다.
계단이 거대한 힘을 받더니 충격파가 발생하면서 하늘로 콘크리트 잔해들이 올라갔다.
자갈, 모래들의 먼지가 뿌옇게 일어났다.
"보이지..않아도..된다."
-휙!휙휙!
날개를 쭉 뻗으며 무수히 많은 검은 깃털을 날렸다.
맞아줄 누군가나 제사장 어인이 없었다. 막아 줄 거라고 해봐야 그저 먼지 허공에 뜬 먼지연기 정도였다.
-툭! 툭툭! 툭!
당연하게도 배, 허벅지, 손등, 가슴 어깨.
수많은 깃털들이 내 몸에 박혔다.
아직 부모님들의 운명을 건든 천사를 만나보지도 못했는데..
이대로 죽어줄 순 없다.
눈앞이 흐려졌다.
하지만 아스모데우스의 힘인 음욕의 힘을 온 신경에 억지로 주입한다.
환각을 이겨내는 쾌락에 힘입어 몸이 앞으로 쏠렸다.
단시간이지만 몸이 폭발적으로 움직였다.
쓰러지려는 찰나 날카로운 감각이 생겨난다.
깃털이 박히면서도 오히려 정면을 달려들었다.
-수욱!! 덥썩!
"아니..! 읍!!"
"잡았다."
-주르륵..
먼지 속에서 나타난 건 무수한 깃털이 박혀, 마치 선인장 같아 보이는 나.
핏물을 온몸에서 흘리면서 카임의 목을 잡고 움켜줬다.
"커..커컥!"
-땡그랑..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며 단검을 떨어뜨리는 카임.
"내게 다시 잡혀라 53위 악마 카임."
"끄..끄..윽!"
신경 줄에서 뻗어 나온 촉수가 카임의 온 전신을 덮쳤다.
그리고 나는 강하게 움켜쥐고 그대로 터트렸다.
-파팍!...주르륵..
손에서 풍선 터지는 감각과 함께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넘어 질려 한다.
하지만 누군가 나를 껴안는 느낌이 들었다.
"아스.."
억지로 고개를 들어 올려보니 아스모데우스를 바라봤다.
"그를 잡았어.."
"주인님.. 고생했어요. 벽에서 조금 쉬고 있어요."
아스는 따스한 손길로 나의 얼굴에 박힌 깃털을 빼준다.
그러면서 바닥에 피떡이 된 악마 카임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