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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화 〉첫번째 용사. 대마법사 멀린 (24/153)



〈 24화 〉첫번째 용사. 대마법사 멀린

"재미있는 소리를 하네. 태식아."
"아하하.. 멀린누나 왔어?"

-땅콩.


"아얏!"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충분히 준비해둬야 한다고 내가 여러  말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리고 아버지가 있다고 하나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마. 아직도 세계에 숨어서 힘을 키우는 세력들이 많다고."

멀린이라는 여인이 태식이에게 말을 하며 동시에 나를 바라봤다.
마치 숨어있는 세력이 나라는  가리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쪽은 누구지?"
"안녕하세요, 저는 김보관이라고 합니다. 태식이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멀린이다... 태식이한테 자주 들었어. 두 부모님을 잃었다고 들었다."
"아..네.."


거리낌 없이 나의 아픈 곳을 말하는 여인이었다.
상당히 노골적인 느낌을 받았다.

"멀린누나 그러지마, 보관이는 내 친구라고 아무리 누나라고 해도 지켜줄건 지켜줘."


태식이도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인상이 바뀌면서 나를 지키려고 했다.
용사라고 하지만 역시 태식이는 태식이었다.


"친구? 용사와 평범한 사람은 절대로 친구가 될 수가 없어.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태식이가 불만을 말했지만 무표정으로 답변하는 여인이었다.
마치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이 말이다.


"둘  그만해주세요. 싸우려고 온  아니니까요."


결국 녹색머리 엘루나가 상황을 막아 세웠다.
태식이랑 로브를 쓴 여인은 그제야 서로 떨어졌다.

"난 괜찮아 태식아."
"그래도 할말, 안 할 말이 있지. 이럴 줄 알고 멀린누나를 안 부르려고 했는데. 후.. 사람의 마음을 좀 생각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멀린이라는 여성은 아무래도 마법사가 분명했다.

방금  공간을 이동하는 것처럼 게이트를 만들어서 나타난 것도 그렇고, 상황을 냉정하게 보는 것도 보면 마법사의 특징이 여럿 보였다.

"미안해, 보관아. 둘이서만 만나려고 했는데 이렇게 됐네."
"아니야, 나도 예쁜 누님들을 보고 좋지."
"하하. 그래 너도 남자였지!"

태식이는 언제나 유쾌한 친구였다. 항상 자신감이 가득 차있고 상황을 정의롭게 볼 줄 알았다.

"너에게 늘 고마워하고 있어, 힘들어도 꿋꿋이 나아가려고 하잖아 용사 같은 것 보다 훨씬 대단한 놈이라고 넌."

멀린이라는 여성에게 받은 기분 나쁜 말을 본인이 치유하고 싶은지 자신의 본심을 보이는 태식이었다.

역시 용사라는 존재가 그냥 있는 게 아니었다.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사람을 구하는데 진심을 보이고 있었다.

 모습을 자랑스럽다는 듯 엘프가 지켜보고 있었다.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멀린은 고지식한 사람이거든요."
"괜찮습니다. 말하신 게 사실이니까요."


엘프가 내 손을 잡고 위로를 해줬다.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나는 어린애가 된 기분이었다.

"좋아! 보관아 신나게 마시자고!"
"그래, 그래.“
"용사, 뭐든지 적당히 해주세요."


상황이 끝나고 분위기가 원래대로 돌아오자 모두 자리에 앉아서 식사하기 시작했다.

-꿀꺽..쓰읍..
-냠냠..쩝쩝.


"그런데 태식아 나한테 용사라는 거 말해도 돼?"
"그럼! 네가 나를 믿고 있으니까 나도 믿고 있어."
"아닐 수도 있잖아 세상에는 유혹적인 것들이 많으니까."
"그런 말하니까 더 믿음이가."

태식이는 나를 꽤나 신뢰하고 있었다. 태식이한테 딱히 잘해준 것도 없는데 말이다.

있다면 그저 고등학교에서 같이 다니면서 태식이의 말을 많이 들어준 정도일까.
그 이상 뭔가를 선물해 준적도, 숙제를 도와준 적도 없었는데 말이다.

정말로 아까 말한 대로 내가 꿋꿋이 세상을 살아서 나간다는 것에 많은걸 느끼고 있나싶었다.

용사도 결국 사람이라는 건가..
나도 그렇고..

그렇게 삼겹살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카데미에 관한 행사나, 반에는 누가 있고 이상한 친구들이 많다고 이야기를 했다.


두 여성도 아직 학생인지. 그런 이야기에 흥미가 있었고 꽤 친해질  있었다. 물론 그 이상 진실  이야기는 오고가지 않았다.


유일하게 태식이와  사이에서만 그런 교감이 오고갈 뿐이었다.

-쉬..또르르르..

거의 막바지가 되어서 나와 태식이는 남자화장실로 들어왔다.


"오늘 많이 먹었어."
"그러게..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고.. 아쉬워라. 하아.. 용사라 그런지 술에 취하지도 않아. 취하더라도 잠깐이면 풀리고.."
"답답한  있나봐?"
"응, 뭔가 개운하지가 않거든 약간 느슨해지고 싶기도 한데.. 그러질 못하니까."

용사로 선택되어 태어난 이들은 독에 대한 저항이 어느 정도 있다고 들은바가 있었다.
역시나 술에 대한 면역도 있었고, 면역이 있는 만큼 복잡한 심정을 풀고 싶을 때 풀 때가 없었다.

무언가를 의지하는 자리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 직접 세상을 구해야 하는 리더자리기에 여러 가지 부담이 오는 태식이었다. 그런 부담감에 오늘은 취하고 싶은가 싶다.


 부모님들이 반드시 죽는 운명.
용사로 태어나 세상을 구해야 하는 운명.
어쩌면 그 비슷한 상황 때문에 태식이는 나와 친해지고 싶나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선택할  없는 운명에 불만과 답답함을 나도 알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태식이한테서 동질감이 느껴졌다. 아마 태식이도 그런 감정을 내게서 끼고 있지 않을까.


-위잉! 위잉!


그때였다.
화장실 밖에서 비상음이 울렸다.

"주위에 게이트가 열렸나봐."
"서둘러야겠어."

태식이는 이 상황이 익숙한지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한쪽 시선을 따라서 쭉 이동하는 모습이다. 나도 태식이를 따라 나섰다.

"저기다."


-찌지직..

"꺄아악!!"
"게이트다! 게이트야!"
"이놈에 나라 놈들은 그만큼 세금을 처먹고도!"

차도 사거리 중앙에 열린 게이트가 보였다. 사람들은 게이트가 열린 곳으로 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멀리서 보이는 게이트는 1레벨 게이트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크기부터가  크고 노란빛이 나는 게이트 문이었다. 누가 봐도 위험한 레벨의 게이트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여기에요!"
“왔군.”

멀린과 엘루나씨가 우리 둘을 불렀다.
긴급한 상황인 만큼  역시도 꽤나 진지해보였다.

"마력수치 3700즈음..3~4레벨 게이트. "
"그럼, 헬레나 수녀님이 없어도 충분하겠어."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알고 있어. 멀린누나."

-콰직..


태식이가 허공에 손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잡고 꺼내는 모습이다.

하얀빛이 흘러나오며 하얀 연기가 흐르는 대검이었다.
그건 천사의 무기 제노사이드였다.


내가 가졌던 사슬형 제노사이드가 아닌 대검형태의 제노사이드.
대검이라면 아마도 대천사 미카엘 쪽에서 건네준 게 틀림없었다.

나처럼 천사의 시험을 통과해서 얻은 무기라고 생각이 들었다.

사슬형 제노사이드를 가졌을 때가 30살 초중반 때즈음이었다.
지금 태식이는 이제 20살이었다.
역시 용사였다. 나와는 수준차이가 확실히 있었다.


아니 대검을 뽑고 다루는  최근이 아닌듯했다. 그 말은 즉 태식이가 20살 이전에 가졌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는  같았다.

'역시 용사의 핏줄인가'

"진입하자 엘루나누나, 멀린누나."

슬슬 준비가 되었는지 3명은 게이트 안으로 향하려고 했다.

"태식아."
"어."
"나도 함께 함께하고 싶어."
"뭐? 안 돼. 위험하다고."
"나도 이제 헌터가 돼야 하니까 한번 보고 느끼고 싶어 어떻게 안 될까?"


진지하게 태식이를 바라봤다. 태식이라면 나의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좋아 이번만이야. 멀린누나 가능하지?"

불쾌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태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빨리 들어가죠. 피해가 더 지속되기 전에."

그렇게 4명이 모여서 레벨 3이상의 게이트 안으로 들어섰다.

무언가에 흡수되는 듯 빨려 들어간 뒤, 눈을 떴다.

-짹짹..짹짹..


숲이었다.
내가 익숙하고 그나마 마음이 편해지는 장소였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나와 그리고 멀린만이 여기에 있었다.


"다들 어디로 간 거죠?"
"차원굴절이 있었다. 둘둘 떨어진 거지."

차원굴절..
게이트 내부로 들어갈 때 자신의 팀원들과 떨어져서 서로 다른 장소에 나타나는 현상을 말했다.
그 차원굴절현상 때문에 태식이와 떨어진 듯했다.

"이동해. 태식이를 찾아야해."
"알겠어요."

운이 나쁘다고 해야 할까 가장 나를 안 좋게 보는 이와 함께 떨어지다니 말이다.


거기에 내 마도서를 가지고 있다고 의심이 드는 여인이었다.

어쩌면.. 이번이 기회일지도 몰라.

 멀린이라는 여성과 단둘이 있을 상황이 몇 없었다.
아카데미에서나 길가에서 봐도 보는 눈이 많았고 둘이 있다면 태식이나 엘루나씨가 어떻게든 의심할게 분명했다.


그러니 이번 게이트는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따라온 것인데 굴절현상까지 일어났다.

하늘아래서 이런 확률이 있을까 싶다.
어떻게든 활용해야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손가락만 빨고 있다면 대체 어떤 상황을 기다릴 것인가.


지금을 위해서 하루하루 악마의 힘을 꾸준히 늘려 놓은 거고 사용법도 알아둔 것이니까.
각오를 다졌다.

나는 은밀하게 힘을 사용했다.
내 발목 아킬레스건에서 채찍형태의 뱀을 만들어 흘러 보냈다. 그리고 조용히 숲으로 들어갔다.

뱀은 조금씩 나를 따라올 테고 기회가 된다면 눈앞에 있는 여성에게 족쇄를 씌워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발각될 수도 있겠지만 자신 있었다.
엘루나씨나 멀린, 태식이를 보면 잠재된 힘이 무척이나 크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처럼 과거의 기억을 가진 게 아니었으니 경험이 부족하다고 봤다.


 점을 잘 이용한다면 능력이나 기습 통해서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전생의 기억을 가진 나라면 충분히 이 기회를 살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스스스..

바람이 부는 숲을 한동안 걸어갔다.


"둘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죠?"
"이제 보여, 마력이 상당히 멀다. 아직도 한참 가야하지."
"그럴 수가."


안타깝다는 표정을 보이면서 속으로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니 조용히 처리   있겠지.."
"..네?"


-휘익!

빠르게 날아오는 바람칼날이 내 볼을 베고 지나갔다.

'벌써 알아챈 건가..!'

나는 볼에 흐르는 핏물을 닦으면 멀린을 바라봤다.

"다시 생각해봐도 용사한텐 넌 필요 없어. 오히려 마음을 흔드는 존재야 사라져야해."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위협적인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더욱 게이트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도록 만들어줘야겠지."
"저를 죽이고 몬스터에게 눈이 먼 태식이를 만들 속셈인건가요."
"잘 아네. 그러니 세상을 위해 죽어줘야겠어."

내가 그녀에 대해서 알고 싶었던 것처럼 그녀역시도 나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게이트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 서로가 설계를 하고 있던 거다.

그녀의 결론은 나를 효율적으로 제거해서 용사가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주려고 하는 거였다.

-스스스...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서 각오를 다진 상태.

이 자리에서 둘중 하나는 죽어야만 끝이 나는 싸움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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