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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화 〉첫번째 용사. 대마법사 멀린 (30/153)



〈 30화 〉첫번째 용사. 대마법사 멀린

"그럼 계획대로 가죠."

지옥웜의 곁으로 걸어갔다.
태식이, 멀린, 엘루나씨와 함께 은밀하게 움직였다.

-쏴아아..

폭포소리가 들리는 중이라 아직까지 우리들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지옥웜이다.
자세히 보니 시원한 폭포소리와 함께 잠깐 잠이든 모양이다.

"뿌리."

멀린이 마도서와 함께완드를 높게 들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계곡의 땅에서 무언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바위와 자갈 속에서 튀어나온 나무뿌리들이 지옥웜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코와왁!"

자신이 공격받았다는 걸 알자 고막을 찢는 괴음을 냈다. 모두 인상을 찌푸렸지만 다들 버텨낼만한지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정령들이여!”

이어서 엘루나씨의 정령들 지원으로 뿌리속박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냈다.

아무리 희귀하고 위험한 지옥웜도 혼자서 용사 팀의 힘을 버텨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좋아, 내가 끝장내겠어."

태식이가 성스러운 하얀 대검은 들어올렸다.
정확하게 지옥웜의 머리를 노리고 말이다. 이내 태식이는 달려갔고 정확하게 지옥웜의 머리를 노렸다.

그때였다.

-치잉!

"홉오크."
"크륵..크륵.."

홉오크가 나타나서 태식이의 하얀대검을 막아섰다. 양날도끼를 가진 홉오크가 말이다.

마치 지옥웜과같은 팀이라는 듯이 속박된 지옥웜을 지키려고 했다.

"지옥웜은 수하인가보군.."
"지키려고 하는걸 보니까 맞는 거 같아."

홉오크와 지옥웜의 조합이라..
상당히 특이한 몬스터 조합이었다. 어떤 식으로 저런 인연을 가지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존보다 위험도가 훨씬  높아졌다는 건 확실했다.

"절대로 지옥웜을 풀려나게 해선 안 됩니다!"

엘루나씨도 그걸 아는지 소리쳤다. 태식이도 고개를 끄덕이고 중간보스로 보이는 홉오크에게 최대한 붙어서 속박된지옥웜을 구하지 못하게 방해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전투가 시작됐다.

멀린과 엘루나씨는 지옥웜을 막고 있어서 발과 손이 묶인 상황.

태식이는 홉오크를 막고 있었다.

그럼 내가 할일은?

-휘휘익..

나는 손가락을 돌리면 카임의 단검을 빼들었다.
그리고 바닥을 차며 홉오크에게로 달려갔다.

균형 있게 싸우는 아니 태식이가 조금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홉오크의 뒤쪽을 파고들었다.

일격.

-휘익! 까아앙!!

태식이의 공격에 맞춰서 녀석의 등 쪽에서 기습을 했다.
하지만 녀석은 유연했다. 태식이의 강력한 대검을 막아내면서 나를 노려보고 팔꿈치로 막아섰다.

태식이와 내가 동시에 날아갔다.
자갈 바닥을 긁으며 몸을 지탱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크를 자세하게 바라봤다.

이마에서 보이는 붉은 문양들 그리고 두꺼운 두 개의 어금니가  밖으로 돌출되어있었다.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저 오크녀석.."

지옥웜이 본채라고생각했다. 거대한 몸과 80~100살사이면 어떤몬스터들보다 한수 위에 있었다.

악마가 사역마를 가지는 것처럼 보스급 몬스터들도 자신의 하수인들을 다루는 능력이 있었다.

그러니 지옥웜이 당연하게 오크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홉오크를 상대해보니 이제야 알게 됐다. 아니 이제는 홉오크를 하이오크라고 말하는 게 맞았다.

"이 하이오크가 보스다!"

 목소리에 멀린과 엘루나씨가 놀랐다는 듯 바라본다.
태식이는 이미 낌새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는지.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자신의 대검을 더욱 굳건하게 잡았다.

하이오크는 자신의 윗도리를 한손으로 잡고 찢어버렸다.
안쪽에 있는 핏물로 그려진 무수히 많은 문양들이 보였다.

"역시 하이오크 대전사였나."

대초원에서 살아가는 하이오크가 지옥웜과 함께  안에 있었다.
약간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물러설 수는 없었다.

"크르륵.. 하아아!!"

문양이 이글거렸다.
두 송곳니가 크게 보일정도로 입을 벌려 소리쳤다.
지옥웜보다도 더욱 위협적인 괴음이었다.

"으으으..!"

태식이가 하이오크의 위협에 당했는지 조금 주춤거리고 한발자국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다.

아까 전엔 지옥웜의괴음은 버텨냈으면서 말이다. 이걸로 확신해졌다. 이 하이오크가 보스라는  말이다.

"태식아 네가  강해! 자신을 믿어!"

위급한 만큼 태식이에게 최대한 기댈 수밖에 없었다. 엘루나씨와 멀린은 지옥웜을 막고 있기에  이상의 지원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유일하게 태식의제노사이드만이 하이오크를 베어 버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내 목소리가 전달 됐어도 그가 흔들리는 게 보였다.
저러다간 어디하나 잘려나가야 정신을 차릴게분명했다.

어쩔 수 없나..

들킬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카임의 깃털을 만들어냈다. 태식이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했다. 비밀을 지키려다 소중한 친구를 잃을 수는 없으니까.

왼손에 들린 깃털을 하이오크에게 던졌다.

-획획!!

하이오크는 전투의지가 사라진 태식이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내가 끈질기게 괴롭혔다.
이내  쪽으로 시선이 왔다.

크게 들어 올린 양날도끼.
나를 겨냥했다.

던지려고 하는구나.

하이오크 조준을 힘들게 하려고 주변을 전력으로 뛰어다녔다.
녀석은 몸을 돌리다가 이내 한 지점에 멈춰 섰다.

“젠장!”

나는 뛰다가 멈춰섰다.

엘루나씨와 멀린을 보고 양날도끼를 조준했다.
둘이 저 양날도끼를 맞는다면  동강이 날게 분명했다.

둘을 지키고자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달려갔다.

2분.

단검을 붙잡고 악마힘을 끓어 올렸다.  악마힘을 느낀 것인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으드득!

온몸의 근육이 단단하게 조여지면서 녀석을 보고 가로로 휘둘렀다.
녀석 역시도 양날도끼를 내려찍었다.

-치이잉!! 쾅!

양날도끼와 카임 단검이 마찰하며 불똥이 튀었다.
녀석을 베어버리면서 앞으로 통과하려고 했지만 하이오크 역시도 상당히 경험이 많은 녀석이었다. 교전경험만큼은 나와 동등하거나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암살자와 흡사한 공격.. 악마힘이 집중된걸 보고 막았다.

녀석 역시도 암살을 당했던 경험이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이 있던 게 확실했다.

-우드득..

위험한 보스였다. 단순히 몸집이 크고 강력한 괴음을 내는 몬스터와는 달랐다.
고작 레벨 3~4 게이트에서 이런 노련한 하이오크를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크르륵.. 넌 인간전사다."

녀석이 처음으로 말을 했다.
하이오크가 어느 정도의 정신과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크륵, 나 그롬 헬퍼. 인간전사의 머리를 가져가겠다."

양날도끼를 한손으로 잡고 대각선 아래로 휘둘렀다.

-후웅! 콰르르!!

계곡물과 자갈밭지대가 공기압만으로 물결이 치며 땅이 움푹 파였다.
엄청난 근력이었다. 작은 휘두름 하나로 포클레인 3~4대의 힘을 발휘했다.

그러지 않아도 방금 전 양날도끼와의 격돌해 손이 욱신거렸다.
나는 사실 힘싸움, 무력전을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사냥꾼, 도적, 암살자, 길잡이 역할을 하는 악마수집가였다.

대놓고 교전을 하는 이들은 따로 있었다.
바로 저기 덜덜 떨고 있는 용사 태식이 말이다.

하지만 안 되는걸 억지로 데려다 놓고 상대하라는 건 그저 총알받이일 뿐이다. 이곳에서는 내가 모든 힘을 써서라도 녀석을 제압해야했다.

안 그럼 모두가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덤벼."
"크르라라!"

빠르다.

기합과 함께 녀석이 직접 움직였다.
나를 전사라고 인정했기에 자신역시 봐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것이 명예를 중요시하는 하이오크 대전사의 전투방식이었다.

하이오크는 달려오다 하늘 높게 점프했다.

-휘이이익! 쿵! 콰왕!

두 손으로 잡은 양날도끼가 바닥을 찍자 수백 미터까지 물이 튀어 올랐다.
그리고 주변에 물이 쏟아지며 물안개가 생기기 시작했다.

-스스..스스..

"흐으윽!"

스치지도 않았다. 그저 옆에 있는 돌이 튀었을 뿐인데 마치 총알처럼 내 옆구리를 뜯어갔다.
엄청난 힘에 나는 바닥을 굴렀고 뒤늦게 날아오는 잔해들을 맞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윽..흐으으.."

숨 쉬는  괴로웠지만 조금씩 회복되는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하이오크는 내게 시간을 줄 생각이없어보였다.

"약하다. 인간전사. 크륵."
"하아..하아.."

어느새 높게 치솟은 양날도끼가 내 머리 위에 있었다.

나의 머리를 정확하게 바라보고 내려찍는다.

"안 돼!"

-우웅! 쾅!

"태식아..!"

머리가 박살나기 직전 태식이가 하얀 대검을 일으키며 내 앞을 막아섰다.
그리곤 엄청난 근력을 가진 하이오크를 막아섰다.

"인간.. 너는 인간전사가 아니다. 그 무기만으로 싸우는 어린애일 뿐이다."

태식이를 보고 어린애라고 말하는 하이오크였다. 자신의 공격을 막았지만 여유 있어 보였다.

"피해! 태식아!"

-슈웅 퍼억!

"커억...!"

양날도끼로 대검을 막았지만 노련한 하이오크는 태식이의 복부에다가 주먹을 내찔러 넣었다.

태식이가 작게 침을 토한다. 속이 뒤틀렸는지대검을 놔버리며 주저앉았다.

그리고 늘어지는 태식이를 보고 하이오크는 태식이의 머리를 악력만으로 붙잡았다.

"으으아아아악!"
"전사의 싸움에 방해다. 애송아."

태식이의 머리를 붙잡고선 저 멀리 던져 버리는 하이오크였다.

-휙! 콰과과쾅!

"태식아!! 이 새끼가!"

태식이나 무너지는 걸 봤다. 또 나를 위해 자신의 몸을 움직였다. 그런데도 나는  아무것도 못한다니.

유일하게 나를 봐줬던 한사람이었다. 가족처럼 생각했던 친구였다.

그가 죽어 가는걸 보고서 참을 수 없었다.

내 앞에 박혀있는 대검을 봤다.

하얀 오라를 뿜어내는 대검 제노사이드.

망설임 없이 대검 손잡이를 잡았다.

-화르르!

"크륵..!"

양날도끼를 들고 있던 하이오크가 하얀 기운에 뒤로 주춤하며 물러섰다.
신성한 기운이 내 주변에서 뿜어졌다.

제노사이드를 잡자 은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엔젤코드를 말하세요.

"데미안."

-영혼분석..중 완료. 인증되었습니다. 코드사용의 목적을 말하세요.

"눈앞에 있는 하이오크 섬멸."

-확인되었습니다. 제노사이드 가동률 최대 58%까지 사용가능합니다.

"최대로."

-허가되었습니다.

대검을 들고 양날도끼를 가진 하이오크에게 튀어나갔다.

"흐으으..!"

엄청난 화력과 함께 공간을 베어 버릴 듯이 내질렀다.

-지지직..

내 주위에서 하얀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나는 멈춰 섰다. 하얀 대검을 두 손에서 놔 버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옆구리에서 대량의 혈흔 터져서 억지로  손으로 막았다.

"크르륵.."

뒤쪽에서 하이오크의 목소리가 들린다.

제노사이드로도 안되는 거였나..

"인간.."

-처벅..처벅.

내게로 걸어왔다. 한발자국 두발자국..

-스르륵..철푸덕..

걷는 소리가 멈추고 엎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나는 고개를 돌리고 바라봤다.

하이오크의 하체만이 멀쩡하게 서있고 잘려나간 상체가 바닥에 눕혀져 있는 게 보였다.

"흐으음...! 하아..! 하아..!"

그리고 서서히 물안개가 사라지려고 하는 게 보였다.

재빨리 손을 들어서 채찍을 만들어냈다.
죽어가는 하이오크의 시체 붙잡았다. 녀석의 힘이 느껴졌다.
떠나가는 힘을 최대한 붙잡아두고 수집하려노력했다.

"이렇게 만든 만큼 미친 듯이 부려먹을 거다. 그롬 헬퍼."

목에 족쇄가 생기는 하이오크.
녀석이 잘려나간 몸이 서서히 결합되고 일어나서  명령을 알아들었다는  고개를 숙였다.
이후 작은 채찍이 되어  쪽으로 다가와 흡수됐다.

"하아..하아.."

물안개가 완전히 사라졌다.

멀리서 달려오는 엘루나씨와 멀린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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