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5화 〉세번째 악마. 나태의 벨페고르 (35/153)



〈 35화 〉세번째 악마. 나태의 벨페고르

-쉬이이..스윽.


찝찝했던 감각이 레비아탄의 손짓에 사라졌다.
고마움의 표시로 레비아탄의 머리를 다시 한 번 쓰다듬어줬다.
부끄러워하면서 좋아하는 표정이다. 그러면서 레비아탄이 입을 열었다.


"뭐..먹고 갈래?"
"그럴까나.. 배고파?"
"조금.. 그리고 집에 가면 음식이 맛없잖아. 아스모데우스의 요리솜씨는 최악이니까."

레비아탄은 오피스텔의 음식들을 매일 먹고 매번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도 굶고 살순 없으니 꾸역꾸역 세끼를 먹고 있었다.
물론 맛이 없는 만큼 영양분이 풍부하고 건강에 도움이 되었지만 이러다간 미각을 잃어버릴게 분명했다.


"그럼 맛있는 거 먹고 들어가자.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스모데우스가  요리가 아니라면.. 아! 나 피자먹고 싶어 피자!"
"피자?"
"아까 촬영하면서 남은 한 조각 피자를 먹어봤는데 엄청 맛있었어."

언제나 몸에 좋은 음식만 먹어와서 그런가. 약간은 불량스러운 음식을 원하고 있었다.

피자는 왠지 모르게 틱틱거리는 레비아탄과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 생각이 든다.


"그래, 피자 먹자."
"응! 응!"

자신이 원하는  들어주자 다시 초롱초롱해진 눈동자였다.


이곳에서 산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니 어떤 피자집이 유명한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냥 사람들이 꽤나 북적거리는 피자집을 찾기로 했다. 대부분 그곳이 맛집일 가능성이 높으니깐 말이다.

골목에서 빠져나와 도심 속을 레비아탄과 걷고 있었다.
시간 때가 오후로 넘어가자 사람들이 몰리는  보였다.

"사람들이 많아지네.. 아까는 없었는데."
"불금이잖아, 불타는 금요일. 사람들이 밖으로 노는 날이고, 내일 주말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것도 몰랐어?"
"그렇지 참.."
"저기  죄다 커플들만 있잖아 하여간 인간들이란."

길가에 남녀 한 쌍끼리 몰려다니는 게 많이 보였다.
물론 남남남남들끼리 어울리는 이들도, 여여여여끼리 모여 있는 이들도 많이 있었지만 대부분이 이성둘이서 함께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도.. 저렇게 보일까.."
"응?"
"아..아니야! 빨리 가자!"


혼자만의 상상을 하며 고개를 숙이는 레비아탄이다.
레비아탄도 저들처럼 한 쌍이길 원하는  같았다.


"분명 그렇게 보일거야."
"흐..흥..! 너..너무 착각하지마! 나는 루시퍼님과 함께 하고 싶으니까!"

민망한지 한발자국 먼저 나가는 레비아탄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숨기려고 하는 모습이다.
그렇게 웃으면서 레비아탄을 보고 있자 레비아탄의 옆에서 무언가 달려드는 게 느껴졌다.

"레비아탄!"
"...알고 있어."

-쉬이익.. 쿵! 뿌드득..


레비아탄을 암살하기 위해 달려드는 존재가 있었다. 하지만 귀족악마출신인 레비아탄에게는 그저 달려드는  마리의 모기일 뿐이었다.


"악마야."
"젠장.. 우리를 노리고 있어! 여기 사람들이 너무 많아! 레비아탄 최대한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응!”

레비아탄의 손에 잡혀 목이 부러진 최하급 악마가  아래로 사라지는 게 보였다.


이 녀석 말고도 접근하는 악마들이 느껴졌다. 작은 뿔과 기괴한 몸을 가진 녀석들은 우리를 노리고 있었다.

““키키..”“

역시나 단독으로 온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최대한 인적이 드문 곳으로 움직였다.

도심가운데 그나마 사람이 없는 장소. 아직 완공되지 않은 건물이 보였다. 레비아탄과 함께 공사장안으로 들어섰다. 오늘일과가 끝난 것인가 근무 중인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배고픈데! 어떤 놈이야!"

레비아탄은 공사장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화를 내며 빈 공사장을 보고 소리쳤다.

"끼끼끼.."
"히히히.."

다수의 하급악마들이 나타났다.

"이 녀석들.. 명령받고 있어. 시체가 남지 않는 걸로 봐서는.. 분명 본체가 있을 거야."
"그게 누구인데."
“악마를 소환하는 악마. 그 녀석을 찾아야해."
“좋아, 일단 조무래기들부터 처리하고!”


양팔에 물길을 붙잡고 건틀릿처럼 두 팔을 보호했다. 마치 무투가와 비슷해 보이는 레비아탄이었다.

"멋있네."
"그러니까, 장사 잘되는 거야."


말 한마디와 함께 튀어나가는 레비아탄이다.


작은 날개를 움직여서 날아오는 악마들의 머리통과 심장을 뚫어버리고 혼자서 수십의 악마들을 뭉개 버렸다. 하지만 계속해서 나타나는 악마의 무리들이었다.

악마 중에 누가 있었지..?


레비아탄이 전투하는 동안 악마들 중에서 생각해봤다.

악마들은 자신의 구역에 자리잡고 사람들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악마들도 사람들 처럼 개별 활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마도서를 통해서 본래 악마의 힘을 돌려받고 목적을 얻게 되었다.
대부분 목적은 나를 죽이기 위해서였다. 전생에 나는 악마수집가라 별명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만큼 악마들의 원한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지금까지도 복수를 하기위해 나를 신경 쓰는 이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니 분명 내가 붙잡은 악마들 중에 한명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53위 악마 카임처럼 말이다.


마도서안에 그들 중 악마를 소환하고.. 자신의 몸은 숨기는 녀석..

주변을 돌아봤지만 여전히 하급악마들뿐이었고 찾기가 힘들었다.


여기가 아니라 도심 속 인간들의 틈에 숨어있다는 건가..


무척이나 까다로웠다. 카임처럼 대놓고 내 앞에 나타나는  아니라 숨어서 나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악마의 힘을 끌어올렸다.
촉수 줄을 뽑아내 카임을 만들어내고 허공으로 그를 날려 보냈다.


"소환하는 악마. 찾아."


-푸드득!


카임은 목소리를 잘 따라했다. 그런 만큼 미세한 목소리를 잘 구별했다.
분명 미세한 악마의 주문도 잘들을 거라고 믿었다.


전에도 인간들 틈에 숨어있던 나를 가장먼저 찾아온 게 바로 이 녀석이었으니까.
그만큼 어떤 대상을 찾는 건 카임을 따라올 악마는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찾았다... 광장쪽. 레비아탄! 조금만 버텨줘!"

-팍! 콰직!

"해결하고와! 내가 시선을 끌고 있을게!"

레비아탄의 자신감에 차있는 목소리를 듣고 공사장을 빠져나갔다.
나는 최대한 악마의 힘을 숨기고 은밀하고 조용하게 움직였다.

하급악마를 소환하는 녀석은 나와 레비아탄을 정확하게 구별하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 레비아탄에게 달려든 것도 그렇고 감각기관이 없는 악마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저 적은 정보량을 얻어서 활동하는 녀석이었다.
내가 자신의 구역 근처에 보이고 느껴지니까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거다.


이런 짓을 하는 악마는 그 녀석  이겠지.


-와와와!!

"건널목 족발집으로 오세요!"
"여기 치킨집이 끝내줍니다!"
"자기야! 우리 떡볶이 먹자~"
"야 얼굴보기 힘들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광장으로 나왔다. 나는 사람들을 신경쓰지 않고 요리조리 사람들을 피해서 앞으로 달려갔다.

"예쁜 애인분께~ 사랑스러운 아들딸에게 작은 선물을~ 단돈 3000원!"

그리고 액세서리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
그곳을 보고 무섭게 달려 들어갔다.
아름다운 인공보석들 가운데 오망성 형태의 별모양 배지를 덥석 붙잡았다.

"찾았다.. 69위 악마 데카라비아"
"어어! 악마라니! 중2병 손님! 그거 만지면 3000원입니다!"
"....아..네.. 여기요.."


홀로그램 계좌를 열어 장사꾼에게 3000원을 지불했다.
이것으로 3000원주고 악마를 샀다. 이렇게 또 한명의 악마를 수집했다.


***

꽤 사람들이 모여 있는 피자집.


"우움..우움..냠냠냠.. 그래서 이 녀석 장신구인척 하고 있던 거였어?"
"나도 실제로 잡고 보니까 어이가 없더라고.."
"하여간 악마들은 다들 별나다니까. 설마 그런 식으로 인간들 속에서 녹아 있을 줄이야."

내 손바닥에 꾸물꾸물 움직이는 오망성. 바다 속 불가사리 같은 모양의 69위 악마 데카라비아가 있었다.
이 악마를 붙잡고 피자집에 도착해서 피자를 먹고 있었다.

레비아탄은 벌써 3판재 혼자서 먹어치우고 있었고 69위 악마 데카라비아에게는 큰 관심이 없어보였다. 그저 눈앞에 있는 베스트 콰트로 피자만 집중하고 있었다.

"냠냠..누가 이 녀석한테 악마힘을 보낸 건지 알겠어?"
"아니, 잘 모르겠어. 그저 마녀 때처럼.. 복사된 마도서를 이용 했겠지라는 생각뿐이야. 미치광이 마법사들이 한둘이 아닐 테니까."
"악마를 상대로 장난을 치면 후회 할 텐데 멍청이들이야."
"그러게.. 한때 어떤 몬스터들보다도 두려웠던 존재들인데.."
"너무 안일하단 말이지 인간들은... 쩝쩝.. 이 치즈 맛있네. 더 시켜줘."


레비아탄은 앞으로 어떻게 되든 말든 눈앞에 있는 피자에게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우물우물거리며 먹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맛을 음미하고 작은 미소를 지을 때도 그렇고 누구보다도 인간소녀와 똑같이 보였다. 레비아탄은 실제론 조금 틱틱거리긴 해도 마음씨 착한 악마였다. 물론 악마들 중에서 말이다.

"알았어. 또 필요한건 없고?"
"음.. 사이다도 더 줘. 콜라는 싫어."


역시 취향이 분명한 레비아탄이다.
잠시 기다리자 추가로 시켰던 피자와 사이다가 나왔다.

"추가로 주문하신 피자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아! 왔다! 히히."

김이 모락모락 나는 피자조각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맨손으로 들어 올려 덥석 씹는 레비아탄이었다. 그 모습을 보다가 내 손에 들린 악마를 봤다.


이 녀석을 어떻게 쓸까나..


손에 들린 69위 악마 데카라비아를 보면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악마를 소환하는 악마이고 동시에 물건이며, 오망성이었다.


같은 소환계열인데.. 제사장한테  볼까나..


눈을 살포시 감고 69위 악마 데카라비아를 흡수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들어가 제사장의 손에  악마를 쥐어 주었다.
제사장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악마처럼 머리위에 세모뿔이 생겨났고, 몸에 점차 근육이 붙기 시작했다.


어인도 악마화가 되는 건가.. 나처럼..

그렇게 녀석에게 악마를 건네주고 눈을 떴다.

-후르르릅!


빨대를 이용해서 사이다를 원샷하는 레비아탄이 보였다. 입가에 여러 가지 양념과 찌꺼기들이 묻어 있는 게 보였다.

"응? 무슨 짓.."

나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에 손을 움직였고 그것들을 닦아줬다. 그리고 손에 뭍은 양념들을 내가 다시 빨아먹었다.

"..이야.."
"양념이 묻어있어서 닦아줬어."
"으.. 그런거.. 비겁해."
"응? 뭐가?"
"이이..왜! 안먹고 있어! 나 돼지 아니란 말이야! 너도 먹으라고!"
"아아.. 알았어 알았어."

괜히 부끄러움에 화를 내는 레비아탄이었다.
역시 톡톡 튀는 건 레비아탄이 짱이었다.

강제로 피자를 들이미는 레비아탄의 행동에 나도 입을 크게 열어 한입 베어 물었다.

"쩝..쩝..이 피자 진짜 맛있네."
"그렇지?"
"그러게 다음엔 아스랑도 같이 오자."
"...그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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