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주인활동
부족했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멀린은 본능에 몸을 맡겼다.
눈앞에 있는 소년 때문에 그렇게나 관심 없던 성행위에 눈을 떴고 열렬하게 좋아하게 됐다.
"좋네, 불규칙적으로 조여 주는 게 재미있어."
"으응..으응..! 그 만큼 나도 좋다."
그를 위해 애쓰고 노력한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방안에서 연구실에서 남자를 즐겁게 하는 공부를 했다. 그 연습한 결과가 지금 나타났다.
그에게 인정받는 말을 들으니 성취감이 무한하게 차올랐고 행복감이나 사는 이유까지도 재충전됐다.
자신이 무서울 정도로 그를 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행동이 전혀 틀리지 않았다라고 굳건하게 믿었다.
"나는 완전히 타락했어.."
"신성국의 개나 악마의 개나 똑같지. 어쩌면 이게 너의 본모습일지도.."
"아아..그래. 차라리.. 행복한 마녀가 되겠어."
"위험한 발언이네."
-울컥..!
다시 한 번 음부에서 애액을 흘렸다. 눈앞에 있는 악마 같은 소년에게 정을 받기 위해서 말이다.
***
마녀에게 음욕을 채워주는 시간을 가진 뒤에 그녀는 다시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갔다.
내게 제복을 입혀주면서 주름하나하나 펴주고 매만지고 있는 그녀다.
그녀의 손길에 애정이 섞여있다는 게 느껴진다.
"맞다, 혹시 악마들의 정보나마도서를 가진 인간들을 알고 있어?"
"알고있어. 악마들로 의심되는 사건 리스트가 내 기숙사 방안에 있어."
"태식이만 감시하는게 아니라 다른 이들도 감시한다는 소리겠군."
"어머니의 역할을 물려받았으니까."
"어머니가 인퀴지터였나보네."
"맞어..."
인퀴지터.
이단 심판관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자들이다.
신성국에 몸담고 있을 때 나도 그 소속에 일원이었었다.
물론 천사의 시험을 통과하고 이후 제노사이드를 받고 나서 신성국에서 벗어나 독립된 형태로 악마를 처리하고 다니는 집행자로서 삶을 살아갔었다.
이단 심판관의 딸이라면 꽤나 유능할만했다.
관리, 감독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신성국에서는 이단 심판관은 꽤나 높은 위치를 가진 자들이었다.
대기업 임원급이라고 보면 좋을 정도로 엘리트로 선별된 이들이기에 실력만큼은 뛰어났다.
그런데 신성국은 자신의 신도들 중에서 이단 심판관을 뽑은 게 아니라 마법사를 포섭해있는걸 보면 과거의 용사팀이나 모험가들 모두가 신성국 손아귀로 흡수됐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세력이 어마어마하겠어.. 하지만 그걸 계속 두고 볼 내가 아니지.
그들 중에 있는 유일한 친구인 태식이를 그들의 손아귀에 놀아나게 둘 순 없었다.
더 나아가 신성국의 계획을 망쳐놓을 생각까지 했다.
신성국이 지키고 품고 있는 것들을 뺏고, 방해한다.
악마들을 내가 다시 수집하고, 영웅이라는 자들을 모두 자유롭게 풀어주기로 다짐했다.
"다 됐어. 악마들의 자료는 가서 줄게."
멀린은 내 어깨 위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떼어내며 말했다.
태식이 뿐만 아니라 눈앞에 있는 멀린도 마찬가지였다.
영웅들을 강제로 묶어서 조련하고 있는 신성국의 방식.
이제는 악마다음으로 부서질 차례다.
멀린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공간을 타고 공간을 넘어갔다.
-터벅..
나무집에서 신세대 건물로 돌아가자 마치 시간여행을 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숙사 입구가 아니라 멀린의 방이었다.
"방안은 위험하지 않을까?"
"괜찮다. 엘루나는 근처 공원을 갔다 온다고 했다."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내가 남자인데 여기숙사 안에 있다니. 들키기라도 한다면 퇴학이라고."
"걱정 마 퇴학도 내가 승인해야 하니까."
"너.. 내가 생각한 위치보다 더 위에 있구나."
"이제는 아니다. 나는 그대의 마법사가 되었으니."
"직설적이네."
고백해서 혼내준다는 말이 이런 건가 싶다.
"최근에 신성국이 발표한 의지와 목표가 있다. 확보, 격리, 보호."
"정신 나갔군. 그 대상들이 태식이 같은 용사나 악마들이겠지."
"게이트라는 외부의 적이 생긴 만큼 현 세상에서 위험한 것들을 모두 신성국이 지도하에 다룬다. 다른 종족들도 승인했어."
"협박과 억압으로 승인한 거겠지. 천사를 들먹이면서 말이야. 흔한 수법이군."
"그게 이번 신성국 탄생일의 주목적. 자세한건 나중에 건네주겠어. 일단은 이거 악마들의 정보 일단 두 군데."
"음.."
멀린의 정보를 읽어봤다.
정확한 악마내용은 아니었다. 국가 경찰들이 조사한 미기재 사건들이었다. 신기하고 기괴한 현상이 일어나는 정보들이었다. 몇몇 사건들을 보니까 내가 알던 악마들이 떠올랐다.
"복제된 마도서를 가져간 사람은 여기 리스크.“
"좋아.."
"이만큼 도와줬으니까 월요일 등교에도 나랑 키스해줘."
"물론. 받은 만큼 돌려줘야지."
유능한 만큼 예뻐 보이는 멀린의 얼굴을 데려와 가벼운 입맞춤을 해줬다.
"우우오.."
입맞춤을 하니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눈알을 돌리며 주변을 돌아봤다.
다름 아닌 엘루나씨가 두 눈이 커진 채로 우리 둘의 입맞춤을 보고 있었다.
"...엘루나."
"엘루나씨."
"어라..들켰네요."
엘루나씨 주위에 바람의 정령이 사라지면서 투명했던 모습이 다시 선명하게 보였다.
"언제부터 거기에 있던 거지?"
"방금 전 절대로 둘이 키스하는 건 못 봤으니까."
"봤구나."
멀린이 부끄러운 듯 엘루나를 상대한다.
상황이 안 좋았다.
엘루나씨가 내가 악마를 찾는 다는 걸 들었을 테니까.
용사의 팀이라면 주기적으로 신성국에서 관리를 받고 있을게 분명한데 엘루나씨가 그들에게 말이라도 꺼내면 작은 트러블이 생길게 분명했다.
"멀린씨, 엘루나씨를 붙잡아요."
"알겠어."
멀린도 내 의도를 알아서일까 엘루나씨를 잡으려고 움직였다.
"미안한 짓을 한건 맞지만 그렇다고쉽게 잡혀주지 않아요."
멀린의 마법을 정령을 이용해서 쉽게 방어해 냈다.
꽤나 까다로운 힘을 가진 엘루나씨였다.
정령들은 특히나 말이다. 경계가 심해진 정령사를 억지로 잡기란 힘들었다.
"못 본 척 해드릴게요. 걱정 마세요. 멀린도.. 후후 너무 그러지 말자고."
그렇게 말하고 방안을 떠나는 엘루나씨였다.
"큰일이네."
"미안.. 실수했어. 엘루나가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은 몰랐어."
"어쩔 수 없지. 엘루나씨도 너처럼 마녀로 만들던가.. 다른 방법을 찾던가.. 신성국한테 들키기라도 했다간 너나 나나 아이언 메이드형을 받게 될 테니까."
"내 잘못.. 엘루나를 붙잡을 기회를 만들어볼게. 심문일은 다음 주니까 그때까지.. 기회가 생길 거다."
엘루나씨라는 추가적인 숙제거리까지 만들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당연하게 여기숙사에서 벗어나 오피스텔로 향했다.
레비아탄과 약속한 게 있었고 오늘 할일도 대부분 끝이 났으니까.
엘루나씨의 일이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급하게 해결한다고 잘 될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조금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로 했다. 멀린도 최대한 손을 쓴다고 했으니까. 한번 일을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삐리릭.
"진짜 빨리 왔네."
"그럼, 또 밤에 올 줄 알았어?"
"그건 아니지만.. 약속했잖아! 약속! 네가 거짓말 제일 싫어하잖아. 흥!"
레비아탄이 나를 반겨줬다. 마치 고양이처럼 말이다.
내가 돌아오길 기대하는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은지 화가 났다는 듯 스스로 팔짱을 끼는 모습이다.
"주인꼬마 왔어?"
"벨페고르도 잘 잤고?"
"하아암.. 꼬마덕분에 아주 황홀해서 기분 좋은 꿈을 꿨어."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
"도움뿐이겠어~? 이제는 없어선 안 될핵심재료인데 말이야."
레비아탄과는 다르게 여유롭게 방안에서 나와 나를 반겨줬다.
"아.. 그리고 레비아탄 꼬마가 올 때까지 현관문 앞..웁웁!"
"이이..이게!"
"현관문 뭐..?"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바보 탱아!"
레비아탄의 행동을 알고 있던 벨페고르는 레비아탄을 놀리기 위해 내게 있는 사실을 말하려고 한다. 물론 빛보다 빠르게 반응한 레비아탄은 물로 벨페고르의 입을 막아버렸지만 말이다.
"후후, 오랜만에 본 레비아탄은 꽤나 귀여워져 있단 말이야~"
"어린애 취급하지 마! 내가 너보다 오래 살았다고!"
"지금 몸의 성장은 내가 더 유리하니까~"
"웃기시네, 내가 원래 몸으로 돌아가면.. 이 오피스텔보다크다고."
인간만큼이나 유치해 보이는 귀족악마들의 싸움이지만 왠지 모르게 따뜻해 보인다.
두 부모를 잃은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가족이 아니면 그토록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악마들로 인해 채워지는 느낌이다.
"우리 나갈까?"
"아아암..더 자고 싶은데 꼬마주인의 말이라면 들어야지~"
"꼭.. 들을 필요 없잖아. 자고 있어 벨페고르. 나는 이 녀석과 약속한 거라 둘만 가면되니까."
"후우? 둘이서만 재미 보는걸 그냥 놔둘 리가 없잖아."
"으으.. 방해돼 진짜루!"
"레비아탄은 너무 쉽다니까~"
레비아탄 자신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자 쀼루퉁해진 모습이 되었다.
단순하면서 일일이 늘 간파당하는 레비아탄.
벨페고르는 그런 단순한 레비아탄에게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레비아탄은 마이너스 호감정도로 벨페고르를 싫어하는 거 같았지만 말이다.
***
"흐음..간다는 곳이 게이트였어? 난 또 야한 영화나 보러가는 줄 알았는데."
"나를 아스모데우스처럼 보지 마."
"나랑같이 섹스할 땐 아스모데우스보다 더 심하게 주인의 몸 안으로 파고들던데?"
"우..웃기지마..! 그런 적 없어!"
"후후, 장난이야 장난."
셋이서 게이트 안으로 들어왔다. 레비아탄과 나 그리고 최근에 우리와 합류하게 된 벨페고르와 함께 말이다.
물론 짐꾼인 기믹이도 함께했다.
"그런데 꼬마야 게이트는 왜 들어온 거야?"
"봉인된 악마의 힘을 깨우기 위해서 강해져야할 필요가 있으니까. 강해질수록 기억이 계속해서 떠오르거든.. 그리고 언제든지 싸울 준비를 해야지."
"아아, 나를 위해 노력하는 꼬마구나.. 마음에 드는 부분이야."
"악마라고 말했어. 너만이 아니라고 벨페고르."
"그럼 저 용맹한 꼬마왕자님은 레비아탄을 위해서 힘쓰는 건가~?"
"노..놀리지 마! 이이!"
둘이 다투는 동안 주변을 바라봤다.
'바람이 없는 숲이라..'
2레벨로 측정된 게이트 안이었다.
그러니 게이트 내부는 3레벨이라고 볼 수 있었다.
게이트 조사팀이 조사한 결과.
게이트 내부의 레벨이 한 단계씩 상승했다는 뉴스를 발표 한 적이 있었다.
전부터 약간 의심이 들었던 게이트 레벨이 이제야 정확하게 측정되기 시작한 거다.
"벨페고르, 3레벨이라 조금 위험할 수도 있어."
"후후, 꼬마야 나는 걱정 안 해도 돼 기억을 잃었을 때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래 뵈도 귀족악마니까."
벨페고르는 웃으면서 자신의 풍만한 가슴속에서 홀로그램 폰을 꺼내서 이것저것 조작하는 게 보였다.
"초소형 게이트용 드론을 여기서 시험해보면 좋겠네."
"드론?"
"성능 테스트. 헌터가 처음 들어가는 게이트가 어떤 구조와 환경으로되어있는지 모르니까 드론을 이용해서 그 위험을 줄이고자 개발했지."
하늘로 날아가는 작은 드론들이 보인다.
"위성정도는 안되지만 우리 주위정도를 촬영해서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이거 봐봐."
"와..이게 우리들이야? 진짜 작네... 그에 비하면 숲은 엄청 넓구나."
레비아탄이 벨페고르의 홀로그램 폰을 보고 주위를 확인했다. 그만큼 편리하고 상당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물건이었다.
"진짜 좋다."
"물론 비싼 마석이많이 들어가긴 해. 그래도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안전한 게 좋지. 하암.. 인간들을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는 악마라니."
역시 SXT1의 기업이었다. 전투슈트부터 시작된 보호와 안전의 생각은 타 기업가는 달랐다.
게이트 안에서 어떻게 하면 안전한 상황을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확실하게 공략할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연구를 해왔나 보다.
벨페고르의 드론이 공중에서 촬영하자 마치 게임 속 지도처럼 우리들 주변을 모두 확인하며 나아갔다.
덕분에 답답함과 압박감이 많이 사라지게 됐다.
이것만으로도 체력소모가 많이 줄어들었고 또 숲속에서 민감하게 하나하나 반응하지 않아도 됐다.
"이것 말고도 많이 있지. 반영구적 특수 핫팩이나.. 자동 야영지 건설기기, 냇물용 온수샤워기구.."
벨페고르는 나태라는 이름과 맞지 않게 활발하게 움직였다.
기믹이한테서 여러 가지 도구를 꺼내며 흥분한다.
“벨페고르 얘.. 진짜 이상해졌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가끔씩 아스나 벨페고르 보면 놀라..”
현대문명의 발전과 함께 앞서나가는 악마는 위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