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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화 〉주인활동 (43/153)



〈 43화 〉주인활동

"어라..눈이다."

물의 흐름에 민감한 레비아탄은 가장먼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느끼고 말했다.

"진짜네, 보통 숲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계절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숲인가 보구나?"

일반적으로 봤을 땐 벨페고르의 말이 맞았다.
그런데 아까 멈춰있던 바람이 신경 쓰였다.

"뭔가 걸리는  있으면 말해줘 꼬마주인 후후."
"어어?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처음 게이트 안으로 들어왔을 때 공기가 멈춰있었던 게 계속 생각이 나서 그래."

풍만한 가슴으로 내 오른 어깨를 덮쳐오는 벨페고르다. 상당히 부드러워서 당장이라도 그녀를 넘어뜨리고 싶은 욕망이 솟구쳐서 당황했다.

"공기가 멈췄다고?"
"지금 하늘에서 눈이 떨어지는 걸 의식하자마자 바람이 움직였어."
"기괴한 현상이구나."
"기분 탓이라면 좋겠지만.. 두 가지 상황이 있지. 일부러 공기를 잡아둔 장소이거나 아니면 내가 공기의 흐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이곳 기후가 거대하거나."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일이야? 귀족악마 둘이 있는데 까불면 없애버리면 되지."
"그게 된다면 좋겠지만.."

-뚝...뚝..뚝뚝뚝.

하늘에서 내리는 눈들이 점점 짙어지기 시작했다.
새하얀 눈들이 사방에서 내리기 시작했고 서서히 숲 안이 하얀 눈밭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와와~ 이렇게 많은 눈을 보는 건 오랜만이야."

물과 친한 레비아탄은 강아지마냥 숲속을 돌아다녔다. 반바지를 입어 가벼운 옷차림이라 추워보였는데 악마라 그런지 별 상관없어 했다. 문제가  만한 대상은 추위에 약한 나뿐이다.

"이러면 괜찮지?"
"고마워, 벨페고르."
"후후.. 이렇게 보니까 꼬마주인이 더 귀여워졌네. 푹신푹신한 아기 곰 같구나?"

토끼꼬리와 양의 뿔이 생긴 나태의 악마형태에서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벨페고르다.

그녀가 이 자리에서 직접 털옷 짜기를 선보였고 내게 딱 맞은 털 점퍼를 만들어줬다.

"그 SXT1 광고 봤어. 세밀하고, 정교하고 손재주가 엄청 뛰어난걸 보고 몇 번이고 감탄했었어."
"내가 처음 SXT1 입사했을 때 만들어진 광고? 후후. 그때 죽어버린 회장이 그걸 보고 내게 SXT1를 맡겼었지.. 물론 그것보다 사랑스러운 꼬마주인에게 인정도 받는  더 기분이 좋아~"

밀착해서 다가온 벨페고르는 부드럽게  입술을 약지손가락으로 매만졌다.
굳은살이 없는 그녀의 손길이 따스하면서도 아늑함을 선물해줬다.

"다 됐으면 좀 떨어지지? 여긴 게이트 안이라고!"

질투하는 레비아탄의 말에 벨페고르와 나는 서로 바라보며 웃었고 소녀에게로 함께 걸어갔다.

"몬스터들은 왜 코빼기도  보이는 거야? 빨리 싸우고 싶은데."
"그러게 최근 게이트 기록에 보면 10~15분 거리 내로 몬스터가 있다는 결과가 많이 보이는데 없는 걸보면 이상하네."

악마둘이 느끼는 것만큼 나도 느낌이 좋지 않았다.

"어라? 눈 내리는 거 멈췄다."
"지금?"
"응."

-삐이..삐이..

벨페고르의 홀로그램 폰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나는 눈이 멈춘 것과 동시에 바람 또한 멈추는 게 느껴졌다.

"주변에 보이는 아무 나무나 붙잡아!빨리! 온다!"

벨페고르와 레비아탄이 내 말을 듣고 멀쩡해 보이는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나서였다.

-스...스...다다다다!

"저것들 뭐야..!"

거대한 벌레때가 나무사이로 달려오는 게 보였다.
나무를 피해서 눈이 떨어진 곳을 청소기처럼 빨아먹으며 돌진하고 있었다.

"으으! 징그러워..!"

-와다다다!

8개의 다리를 가진 거대곤충들이 아프리카 소떼처럼 숲을 한번 휩쓸고 지나갔다.
나무를 붙잡고 올라간 우리들은 아무 탈 없었다. 벌레들은 나무를 건드리지 않았다.

"방금뭐가 지나간 거야?"
"벌레지 레비아탄."
"알거든! 근데 저건 너무 크잖아."
“우리가 인간에서 악마로 변해도 우리잖아? 후후.”
“알고 있다니까!”

벌레 떼가 오기 전부터 나무들을 유심히 봤었다.
나무들은 상처나 흉터가 없는 게 보였고 나무가 곧 안전지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눈이 다 사라졌잖아.."
"아까 드론으로 봤을 때 숲에 강이나 호수가 없었어. 눈을 물처럼 생각해서 찾아 돌아다니는 동물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동물이 아니라 벌레들이라면 이곳은 벌레들이 지배하는 숲인 게 확실해."

거대한 공기가 숲 안에 있다는 게 확실했다. 산소나 공기의 농도로 인해 가장먼저 영향을 주는 종은 다름 아닌 곤충들이다.

산소농도의 변화에 따라 벌레들의 몸 크기가 달라질 거란 논문도 있으니까.

"여기는 내가 알던 세계와는 달라.. 마치 다른 행성에  거 같은 느낌이야."
"게이트 안.. 맞다! 게이트 기록에서 한번 본적 있었지. 외계행성같은 환경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어. 나도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그게 오늘이었네~"
"기뻐할 때가 아니라고 벨페고르."
"후후, 재미있어 역시 꼬마주인이랑 같이 다니면 언제나 즐겁네."

셋은 벌레들만 사는 게이트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 특이한 기후와 함께 동물이 없는 숲에 말이다.

"아까 벌레. 거미와 개미랑 번식해서 나온 애들처럼 보였었지."
"으..! 그런 소리는 불쾌해!"

레비아탄은 바다와 물에 가까운 악마였다. 그러니 육지 생명에 대한 혐오가 있었다.
시간이 지난만큼 동물에 대한 거부감은 없어졌지만 딱딱한 갑피를 입은 곤충을 꽤나 싫어했다.

"바다에 사는 새우랑 사촌들인데 뭐 어때~"
"그..그런거야?  또 놀리는 거 아니겠지?"
"아니야 후후 레비아탄 왜 이렇게 귀여워졌을까?"
"으으..떨어져!"

풍만한 가슴이 이번엔 레비아탄을 짓눌렀다.
둘이 애정행각을 하는 동안 나는 눈이 사라진  바닥을 봤다. 한번 발로 차봤다.

-톡톡..

단단하다..

거대한 벌레들이 지나갔는데 발자국이 없었다. 지반이 바위만큼이나 단단했다 아니 그 이상이다.
그렇다면 그 벌레들은 땅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아니라는 걸 뜻했다. 동시에 이곳 전체가 갇혀있다는 감각이 계속해서 느껴졌다.

"벨페고르, 드론으로 어디 막다른 절벽이나 천장이 있을법한 장소를 찾아 볼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고말고."

벨페고르는 우리 주위가 아닌 시야를 다른 쪽으로 좀 더 확장시켰다.

"저기 있네, 엄청 큰 바위 협곡이 보여. 3km 걸어서 20분."
"지형이 숲이니까.. 가는데 약 30~40분정도.. 거대벌레들이 그쪽으로 향했을 거야. 일단 협곡으로 가보자."
“으우우.. 여기 게이트  별로야.”

모든 상황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벨페고르, 취향이 맞지 않아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레비아탄과 함께 협곡으로 향했다.

협곡 근처로 오자 숲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썩은 냄새와 함께 살아남은 식물들이 별로 없었다.

"여기는 다 죽은 식물들뿐이네. 식물 썩은 냄새도 장난 아니고.."
"아마도 그 벌레들 짓이겠지."

레비아탄은 코를 막으면서 모든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표정을 짓는다.

무수한 벌레들의 배설물들 때문에 식물들이 썩어버렸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여기에 수많은 벌레들이 머무르는 장소라고 생각이 들었다.

행동만 봐도 영역표시 같은역할을 하고있었으니깐 말이다. 역시 외계행성이든 지구든 최상위 포식자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건 비슷했다.

"이정도면 우두머리가 있을만한 장소인거 같아."
"그나마 좋은 소식이야. 만나면 당장 소금물로 씻어주겠어."

바다빛 눈동자로 물길을 일으키는 레비아탄이다.
짜증을  대상이 빨리 나오길 기대하고 있었다.

썩은 숲에서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서서히 보이는 양쪽 절벽이 보이는 협곡지대가 나타났다.

"디기딕..기디.."

"저기 나왔네."
"아주 잘 만났다!"

레비아탄은 자신에게 불쾌함을 줘서 그런가, 짜증이 오를 때로 오른 모습으로 먼저 달려 나갔다.

-빠각!

자신보다 두세 배 큰 8개의 다리를 가진 거대벌레를 주먹으로 치자 벌레는 어깨에 갑피가 터져나가며 녹색체액을 사방으로 뿌려냈다.

온몸에 녹색물이 뭍은 레비아탄은 슬쩍 혀를 굴렸다.

"보기와는 다르게 물맛은 괜찮네."

곤충의 체액은 마음에 들었는지 온몸에 뭍은 녹색 물을 흡수하는 레비아탄이다.
레비아탄은 나와 섹스하고 나서 정액을 흡수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왠지모르겠지만 즉사해버린 대형 곤충의 심정이 약간은 이해가 되는 느낌이다.

"그렇게 싫어하더니만 후후."
"아스모데우스의 음식보다는 이게 훨씬 나아."

레비아탄이 아스의 음식과 비교하고 괜찮다고 하자 왠지 모르게 나도 벌레의 녹색체액을 마실 수 있을 거 같아 보인다.

"그런데 왜 이놈 한 명뿐이야?"
"음...드론으로도 안보이네. 어디 눈을 싸들고 소풍이라도 갔을까~"
"그런 벌레가 어디 있어?"

레비아탄은 벨페고르가 소풍이라고 하자 말도  되는 소리라고 한다. 그러던 중 치명상을 입은 벌레가 큰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디기..디기..디기!"
"그렇지, 친구들을 불러야지."

-두두두두!! 우르르르!

절벽 어딘가에서 대형곤충들이 사방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녀석, 감시병이었어."
"보기 좋게 당해버렸네. 레비아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조심스럽지 못하다니까~"
"흥! 조심스러워 해야 한다는 건 약한 놈들이 하는 생각이야! 그리고 일부러 부르라고 시킨 거라고!"

레비아탄의 의도대로 거대벌레들에게 둘러싸이게 됐다.
어디로도망가거나 방어할  있는 수단이 없어보였다.
그렇지만  앞에 있는 두 악마는 누구보다도 여유로워 보였다.

"야, 나와."
"후우..퍼져나가거라."

악마의 힘을 일으키는 두 악마.
그들의 상징인 뿔이 나타나면서 본래의 힘을 이끌어냈다.

레비아탄은 자신의 바다를 만들어냈다.  속에 사는 거대한 오우거 샤크를 불러냈다.
벨페고르는 자신이 챙겨온 자동설치 의자 설치하고 그 의자 위에 앉았다. 그리고 다가오는 벌레들에게 검은 양털을 뿌려 보냈다.

-아그작!

한 번에 대량의 벌레들을 먹어치우는 오우거 샤크와 함께 무거운 물길로 거대벌레를 모두 짓밟아 버리는 레비아탄.

벨페고르를 봤다. 하품을 하고 있는 그녀.
다가오는 족족 힘없이 쓰러지는 벌레들이다.

아마 몸 안에 있는 중요기관중 하나를 멈추게 만들어 죽여 버린 게 분명했다.

그녀는 저걸 신경독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조금뿐이라면 좋은 진통제라는 약이 되지만 과다 복용된 힘은 독이 되었다. 그걸 버티지 못한 벌레들은 모조리 잠들어가며 죽어갔다.

"외계행성 출신들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생물학적으로는 우리들과 비슷하구나. 아니 조금 진화가 덜된 생명들일까?"
"연구는 돌아가서 하지 그래?"

두 악마가 힘을 발휘한 만큼 나도 내 힘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여기 온 목적은 내 힘을 시험받고 두 악마에게 조언을 듣기 위해서 온 것이다.
어느 정도 이 숲을 알아봤으니 이제 나를 알아볼 차례가 왔다.

레비아탄을 일격으로 살아남은 벌레들은 그만큼 단단하겠지. 물론 레비아탄이 약하게 때렸을 테지만..

"그롬 헬퍼."

-우드득..

온몸에 하이오크의 힘이 솟아올랐다.

"카임...단검."

-씨이잉..

단검을 만들어냈고 달려오는 8족보행 벌레를 봤다.

-쏴아악!

깔끔하게 머리가 절단 당한 벌레는 사방으로 체액을 뿌리다가 이내 움직임이 멈췄다.

"꼬마주인, 악마 힘을 좀 더 부드럽게 놔줘."
"내가 봤을 땐 그러면서 조금 더 묵직하게 잡아줘 봐. 그 힘의 여운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말이야. 악마힘은 버리는 게 아니거든."

이미 교전이 끝난  심사위원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으면서 다시 한 번 몸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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