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주인활동 (45/153)



〈 45화 〉주인활동

달려드는 두발로 서있는 기계괴물사자들이다.

"구륵..크어흥!"

사자의 함성소리와 기계음이 결합된 소리와 함께 나와 마주했다.
날카로운 기계손톱이 휘두르자 카임의 단검을 휘둘러 치면서 방어했다.

-치이잉! 퍼억!

살인괴물들은  톤에 해당되는 할퀴기를 연속적으로 휘둘렀다.
피하고 막고를 반복하며 벨페고르와 레비아탄이 했던 말을 생각해냈다.
악마힘은 버리는 게 아니라고 말이다.

내 몸속에 있는 힘들이 사방으로 뿜어나가는데 다루는 게 가능할까 생각해봤다.

'승부..'

아스모데우스가 섹스를 하면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녀는 나와 성관계를 맺는 것도 승부라고 했다.

서로의 힘을 공유하고 성장시킨다. 한쪽만이 필요한 관계가 되고, 다른 한쪽을 버림받는 관계가 아니었다.

나는 지금까지 카임이나 그롬 헬퍼, 제사장을 그저 사용만하고 있었다.

악마힘은 천사힘과 다르다.

깨달음을 얻고 카임이 원하는 걸 들어보기로 했다.

만들어 계속.

'무엇을?'

깃털.

왼손에 카임의 깃털을 만들어냈다. 그가 말해주자 이해가 되었다.
깃털의 경로가 보였고 방어만 하던 나는 녀석의 발을 보고 다수의 깃털을 한꺼번에 던졌다.

-타타타탁! 끼이이익!!

철심같이 단단한 카임의 깃털 날아가 거대한 사자괴물을 다리에 박힌다.

다리구조 어딘가가 어긋나 삐걱되기 시작했다. 그때 다시 깃털을 끌어당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돌아와.'

내 명령에 깊숙이 박혀있던 깃털들이 다시 튀어나오면서 녀석의 한쪽다리가 완전히 망가져버렸다.
하지만 사자괴물은 상관없는지 나의 머리통을 노리고 휘둘렀다.

'머리에 집중하라..크륵..'

대전사 하이오크 그롬 헬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말을 믿었다.

-콰아앙!!

"주인!"

시험장 밑바닥이 처참하게 터져나갔다.
하지만 그 자리에 멀쩡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오히려 망가진 건 녀석의 기계손톱이었다.

굳건하게 서있는 내 두 눈에 하이오크의 붉은 눈이 담겨있었다.

"뜯는다."

-으적! 콰라라락!

제자리에서 튀어나가 녀석의 목을 붙잡고 뜯어냈다. 기름인지 핏물인지 모를 액체가 사방으로 날렸다.

“크라라라!

그리고 사방에서 똑같은 사자괴물들이 달려든다.
밑으로 몸을 숙이며 달려드는 녀석들을 서로 충돌시켰다.
단검을 전보다 예리하게 휘두른다. 뿜어 나오는 근력을 좀  끌어안으며 휘둘렀다.

-사사삭!

-쾅! 쾅!

달려드는 기계를 보이지 않는 속도로 썰어버리자 여러 번 폭발이 일어난다.

"꽤..하잖아..?"

레비아탄은 방긋 웃으면서 기계사자의 척추를 꺾어버리고선 내 쪽으로 달려왔다.

"좀 더 악마들을 이해가 돼."
"악마 녀석들도 기본을 까먹고 퇴화는 놈들이 수두룩한데 방금  칭찬받을 만한 일이야."

악마들은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걸 인지하고 나서 부터였다.
내안에 수집된 것들은 마치 인터넷 망처럼 서로가 연결되어 있었다.

그랬다.
악마들은 달랐다.
악마들끼리는 서로를 죽이면서도 죽인 대상을 바라보고 그들의 본모습을 인정해주고 있었다.

왜냐하면 서로 연결되며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들은 변화하고 진화한다. 몸뿐이 아니라 내면까지도 말이다.

악마들은 이미  영역에 도달한 종족이었다. 이미 수천 년 전에 말이다.
그걸 알지 못한 천사는 두려워했고, 인간들은 악마들을 금기시했다. 타종족들은 악마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나도 과거엔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입술좀 줘봐."
"아..으응..싸움중인데.."
"상관없어."

악마가된 레비아탄을 보고 갈증이 생겼다. 전투하면서 성장한 레비아탄의 힘을 느끼고 싶었다.

-쪽..쪽..츄릅..

"크라라라!"

애정행각에 분노를 느낀 사자괴물들은 둘을 처리하고자 뛰어왔다.

"후우...괜찮네."
"후아아..주인.."

몽롱한 레비아탄의 시선을 보다가 고개를 돌리고 다가오는 괴물들을 봤다.

내 두 눈이 바다빛으로 물들었다. 나만의 바다가 생겼고 동시에 제사장이나타났다.

기존에 알고 있던 어인 제사장이 아니었다. 어인이 아닌 악마 인어의 모습이며 레비아탄과 흡사한 한 개의 뾰족한 뿔과 함께 등에 달린 지느러미가 활짝 펴졌다. 마치 악마의 날개처럼 말이다.

축축한 갯벌이 만들어지고 그곳에서 사체살점과 기계 몸이 합쳐진 어인들이 일어났다. 그들과 기계사자들 간에 대규모 교전이 발생했다.

키스로 인해 정신 못 차리는 레비아탄을 안아 들곤 앞으로 걸어갔다.

-칭! 꽈직!

싸움은 오우거 샤크를 올라탄 인어 제사장이 주변을 휩쓸었고, 나머지 몬스터들은 기계어인들이 일어나 마무리 지었다. 상황이 서서히 정리되자 내 힘도 레비아탄의 힘도 사라졌다.

"이제.. 내려줘도 돼."
"그럴까?"
"으..응.. 조금..아니야 내려줘.."

 품에 안겨있던 레비아탄이 살짝 아쉬워하는 눈치였지만 현재상황을 보고 침착함을 가졌다.
귀여운 모습에 작은 입맞춤을 해줬다.

"돌아가서 마저 해줄게."
"아..우우."

고개를  숙이는 레비아탄 머리위에서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다음으로 벨페고르를 찾으러 좀 더 안쪽으로 이동했다.
또 다른 방이 나타났다. 꽤나 중요한 것을 보관한 창고처럼 보였다.
그 문을 발로 차며 들어갔다.

"하암.. 꼬마주인, 이제 왔니?"
"보스는 어디 있지. 벨페고르."
"여기 관리인이라고 하던 아이가 있더라고."
"저기 게이트가 열린걸 보면 이 녀석이 보스가 맞나보네."

안으로 들어가자 벨페고르 옆에거대한 뇌가 터진 채로 흐느적거리는 괴물과 원래세계로돌아갈 수 있는 게이트 열려 있었다.

"괜찮아, 벨페고르?"
"오히려 하는 짓이 귀여워서 내 군단에 넣어줬어."

벨페고르도 조금 힘을 썼는지 찢어진 옷가지가 보였다.
위협적인 보스가 마음에 들었는지 사역마로 만들었다고 한다.

"군단에서 저런 게 튀어나온다고?"
"오우거 샤크보다는 훨씬 귀엽잖아?"
"정말로 이해 못하겠네."
"나야말로 레비아탄."

방금 전까지 걱정하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또 의견에 마찰이 생기는 두악마다.

"이제 돌아가자, 충분히 둘에게 많이 배웠으니까."
"뭘 알려준 게 있다고~"
"가식적이네, 벨페고르."
"뭐가암?"
"기계괴물들 풀어 논거 네가 한 짓이지! 내가 모를 줄 알고!?"
"쿡쿡.. 레비아탄 비밀이란 말이야~"
"아하..하..“

그랬구나..
역시나 악마인가 싶다.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는 꼬마주인을 위해 기계괴물들을 이용하다니 말이다.
어쨌거나 벨페고르의 방식은 성장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확실한 방법이었다.

예전 스승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길고양이가 귀여워서 한번 먹이를 줬다.
다음날도 달라고 찾아왔다.
내가 언제까지나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수 없다.
길고양이가 살려면 오히려 먹이를 주기보다는 스스로 먹이를 구하는 법을 터득해야했다.
야생 속에서 살아가야 할 길고양이를 위해서라면 나는 그곳에서 화를 내며 처내야 했다.
그래야만 고양이가 위기감을 가지고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인간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깨닫고 스스로를 보호하며 먹이를 찾으러 돌아다닐 것이다.

그런 방법을 좋아하는 벨페고르라고생각이 들었다.

"혹시 그랬다고 꼬마주인, 삐진 거 아니지?"
"아니아니, 어떻게 하면 이따가 처절하게 괴롭혀줄지 생각하고 있었어."
"하아~ 이제야 우리들의 방식을 알게 되었구나? 주인 앞에 있는 꼬마를 빼도 될까나?"
"벨페고르한테선 꼬마라는 말을 계속 듣고 싶네. 그래야.."

-덥썩.

그녀의 커다란 유방이 손가락사이로 튀어나올 정도로 움켜 잡았다.

"어머.."
"흥분되잖아.  그래요 사장님?"
"하응..왜 이럴까 꼬마야."

악마 같은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벨페고르는 웃는 표정이 아니라 몽롱한 얼굴이었다.
가볍게 느껴졌던 모습이 아닌 이제는 무언가에 매료된 모습으로 바뀐다.
처음 그녀의 사장실에서 즐겼던 모습과 흡사하게 말이다.

"그..그만! 그만해! 차례라고!"

레비아탄은  자신의 차례가 뺏길까봐 등 쪽에서 나를 붙잡았다.
어떻게든 벨페고르와 나 사이를 떼어 내려고 한다.

"아하.. 이건 거부하기 힘든 꼬마모드인데.. 기회를 놓칠  없는데."
"굳이 빨리 돌아가지 않아도 되잖아? 벨페고르."
"그럴까? 꼬마주인?"

벨페고르가 내 눈을 바라보며 가볍게 손짓하자.
주변 기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실험실에서 분위기가 호텔 분위기로 전환되었다. 침대와 샤워실이 나타났다. 정말로 호텔방이 되어 버렸다.

"고마워 아서."
"아서?"
"아까 봤던시체아이의 이름이야."
"흐음.. 나는 이름 안 불러줘?"
"쿡쿡.. 질투하는 거야 꼬마주인?"
"그럴지도 모르겠네."
"오늘 참.. 귀여워서 죽여 버리고 싶네."
"당신도 벨페고르.. 이 가슴만 보면 쥐어짜고 싶게 생겼어."
"그게  그럴까~?"
"아마도 내 본능이 그 안에 있는 걸 먹고 싶은 거겠지."
"꺄르르~ 좋아 좋아해 꼬마야~"

벨페고르는 내가 솔직하게 다가오자, 가슴속에 있는 애정이 불타오르며 내 머리를 꽉 끌어안았다.
그녀가 원하던 주인의 모습이기 때문인가 크게 기뻐하며 달려들었다.

"이..이것들이! 벨페고르! 주인!"
"레비아탄 미안해~ 지금은 너보다 귀여운 꼬마주인이 더 잘 보이거든."
"그런말이 아니잖아! 그리고 돌아가자면서 왜 갑자기 달아오른 거야! 변태년아!"

레비아탄은어떻게든 내 몸을 뺏기지 않으려고 등쪽에서 잡아끌었다.
벨페고르는 그러던가 말든가 내 몸을 물고 빨고 있었다.

엄청난 근력을 가진 두 악마로 인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내 몸이다.
순간 내가 둘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몸이 둘이라면 욕심 많은 두 악마의 욕망을 채워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팅..

안될게 있나?

머릿속에서 내 목소리와 똑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
나는 너.
‘나라고?’
굳이 말하자면 전생에 너일까?
‘내게 기억을 주던..’
이제는 없어져야 할 존재지.

전생에 내가 현재의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둘을 얻고 싶다라.. 이미알고 있잖아 두 악마를 동시에 맛보는 방법을 말이야.
‘그건.. 내가 아니라 가짜 나잖아.’
어리석긴.. 악마의 힘에 가짜는 없어. 그저 공유하고 성장하는 것뿐..

-부글부글..

"응? 꼬마야?"
"이 자식은.. 뭐야."

달아오른 레비아탄과 벨페고르 눈앞에 김보관과 흡사한 얼굴을 가진 인어가 나타났다.
거부감이 생기는 또 다른 종족의 모습에 약간의 쾌락이 가시는 둘이었다.

"크르르..크..아.. 이거 나인가.."

두 시야가 보인다.
인간인 김보관의 시선과 함께 인어 김보관의 시선이 말이다.
약간은 혼돈되지만 서도 감정이 공유되고 있었다.

"꼬마주인의 DNA를 가진 클론인건가? 종이 다르게 둘이 나눌 수도 있다니 놀라워라."
"설마.. 루시퍼님만이 가능한걸.. 어떻게.."

놀라는 두 악마는 이질적인 힘을 가진 존재를 보고 두렵기는커녕 오히려 복종하고 따르고 싶은 마음이 솟아났다.
두 악마는 악으로물든 주인을 보고 그분의 위대함을한번 지켜봤다.

"음..어쩌면 이쪽이 더 맛있을 수도."
"미..미친거야? 뇌기계를 보고 귀엽다고 하더니!"
"후후..사실 레비아탄도 인간보다는 미남인어를 좋아했잖아?"
"하..하지만 저건.. 인간주인이 아닌걸.."
"그래? 그럼 저쪽은 인어주인이 되는 걸까? 쿡쿡.. 내가 먼저 맛볼래. 난 저 기괴함이  마음에 들어."
"먼저.. 먼저는 내가 하고 싶은데.."

거부감과 본능이 싸우는 레비아탄.
벨페고르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인어주인에게로 향했다.
사람이 아닌 존재한테 자신의 풍만한 몸을 맡겼다.

"향기는 그대로네. 본래 꼬마의 것처럼 이건.. 아름다운 작품이야. 모팔모아저씨 작품보다 뛰어날지도.."

그녀의 애정이 느껴져서 일까.
내 등 쪽에 있는 뼈 지느러미들이 멋대로 움직였다. 그것들이우산처럼 커지더니. 그녀를 품어 안았다. 지느러미에서 그녀의 살결이 느껴졌다.

부드러웠고 오히려 인간이 모습보다도 더 자극적으로 느낌이 든다.

어인의 몸이 서서히 달아올라 러브젤과 같은 점액이 온몸에서 흘러나왔다.

어쩌면 인간의 몸보다도 더 잘 느끼는 몸이 생겨 버린 거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