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네번째 악마. 탐욕의 마몬
"네가 보기엔 어때? 나 B반으로 승급하겠지?"
"나야 모르지. 근데 그게 맞는다면.. 오늘 승급발표를 하고 나서 이제는 같은 반이되긴 힘들 거야."
"그건 조금 아쉽다 좀 더 함께할 수 있었는데 말이야."
"좀 더 뽑아먹을 수 있던 거겠지."
"우하하, 그 대신 내가 여러 가지 정보를 주잖아 이번에도 준비했다고."
"뭔데.."
"황금지갑알지?"
"레전더리팰리스의 주인?"
"응, 그가 해외에 있다가 이번 쇼가 국내에서 있다고 해서 국내 레전더리팰리스 관리 차원 겸, 쇼 진행 겸 당분간 이 나라에 머문다던데?"
"그렇구나.."
"뭐야..별로인가 봐?"
"아냐, 그냥 비밀에 감춰진 인물의 동선을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할 뿐이지."
"그렇지? 아.. 내가 알아낸 게 아니지만.. 어머니가 여러 유명인들 스케줄을 다 알고 있어서 말이야."
"이 소식 우리만 아는 게 아니잖아."
"물론 그런 거물급은 금방 소문이 퍼져. 그것도 어머니쪽 일에 관련된 사람이면 더 빨리 접할걸?"
승급기간이 끝나고 자신의 등급이 재평가 되는 날.
마지막 C-3반에서 김세원과 함께 수다를 떨었다.
이야기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소식은 역시나 황금지갑이 분기별로 진행되는 쇼를 위해서 당분간 그 던전같은 레전더리팰리스 안에서 지낸다는 것이었다.
-드르륵.
"자! 모두 자리에 앉아라! 승급된 헌터생들을 발표 하겠다!"
반배정이 끝이 난 것인지 김성수 교사가 C-3반으로 들어왔다.
내 뒤를 살짝 바라봤다. 헌터생들의 포기한 표정도 보이기도 하고 무리해서 다친 이들의 자리도 비워져 있는 게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헌터생들은 기대감과 긴장감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다들 목표가 있는 만큼 많은 노력을 했을 테니까.
"이번 승급기간에 게이트 레벨 상승 변화가 있어서 힘들었을 거다. 모두 고생 많았고 고맙다. 이 반에서 떠나는 이들은 자신에게 맞는 자리에 가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도록."
""예..!""
"물론 승급에 실패해서 남는 이들은 또 한 달간 나를 보게 될 거다."
D, C, B반에 있는 이들은 모두 A반으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A반에 있는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서로 치열한 경쟁 시스템을 가진 고구려 아카데미였다.
"자 발표하겠다. 이민아! 나와서 받아가라!"
"옙!"
-처벅..처벅..
"열심히 했군..B반으로 승급이다."
""오오오!""
"아..! 고맙습니다! 선생님!"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결과다 B반에 가서도 그 마음 끝까지 유지하거라."
"옙!"
-짝짝짝짝!
학교에서 성적표를 받는 것처럼 한명한명에게 새로운 반의 증명서와 뱃지를 건네주고 있었다.
"하이언.. D반. 힘내라.. 아직 적응하지 못한 이들도 있으니까. 금방 다시 오를 수 있을 거다."
"역시나.."
.
.
.
반면에 절망하는 헌터생도 있었다.
"김세원! B반이다."
"그..그러차아!!"
"와..김세원이 B반이라니.."
.
.
.
김세원은 주먹을 움켜쥐고선 ‘네이스‘하며 기뻐한다.
김성수 선생은 그렇게 모든 헌터생들을 지목하면서 하나둘씩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때부터 이었을까 이상함이 느껴졌다.
.
.
"이상으로 끝이다."
"어?"
마지막까지 나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김세원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저기요 김성수 선생님. 보관이는 승급하지 못했나요?"
"...지금까지는 B반이하만 말한 거다. 이번에 두 단계 승급한 일은 처음 있는 일이니까."
"그..그럼..!?"
"그래, 김보관 나와라. 너는 2단계 승급이다. A-1반으로 가게 될 거다."
""애애액!!?""
모든 헌터생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당히 많은 시선들이 느껴졌다.
"알겠습니다."
"역시 KP사장님의 보는 눈이 확실했다. 5레벨 게이트 1회 클리어, 3레벨 9회 클리어, 2레벨 15번클리어, 1레벨 각성 후 생존 1회 클리어."
"미..미친..스펙이다..!"
“우오오!”
다들 놀라는 눈치다.
"B반은 게이트 4레벨까지 허용되는 임시 허가증을 받을 거다. 그리고 A반은 전문 레벨인 6레벨까지 임시 허가증을 받게 될 거다. 앞으로 세상을 위해 노력해주길 바란다. 이상! 각자 배정된 반으로 향하고 승급하지 못한 이들은 다시 이곳에서 함께 파이팅 해보자."
-드르륵.
김성수 선생은 반을 떠났다.
모든 애들이 내 주변으로 왔다.
한 순간에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게 A반 증명서인가..'
김성수 선생이 건네준 증명서에 A-1반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B반이나 C반 증명서와는 다르게 금색 빛이 나는 파일이었고 그 속에 A반의 뱃지가 있었다.
"여..역시 너도 나처럼.. 여신님들의 팀에서 꿀을 빨았구나!"
"..뭐 그런 거지."
김세원도 많이 놀란 눈치였다.
"대단한 녀석.. 역시 남자는 여자를 잘 만나야 하는 것 인가..!"
"태식이도 있거든? 후.. 마음대로 생각해라.. 나중에 중요한 정보나 보내줘 그럼 한 번씩 게이트 가줄테니까."
"아..고맙습니다!"
"그렇게 쉬우면 여자애들이 금방 싫증 날 텐데."
"싫증나라고 하죠! 저는 당신만을 따르겠습니다!"
부담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김세원에게 밥이나 먹자고 일어났다.
오늘부로 C반을 벗어나 A반으로 향해야했다.
이후 점심을 먹고 각자 승급된 반으로 향해야했다.
***
새롭게 배정된 A-1반이 있는 곳.
34층 복도 길을 걸어가는 중이다.
이제 새로운 임시 허가증을 받게 됐다. 내가 목표를 잡고 있던 전문단계의 허가증이었다. 6레벨까지이지만 게이트 레벨 상승으로 7레벨 게이트까지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생긴 것이다.
더 강한 몬스터를 잡을 수 있었고 나와 함께 지내는 악마들 역시 더욱 강해지게 될 거라고 봤다.
아직 아스모데우스는 꼬리가 없었고, 레비아탄도 꼬리가 없었다.
벨페고르역시 토끼같은 꼬리털만 가지고 있을 뿐 다들 전생에 봤던 위협적인 뿔이 아니었다.
다들 지금은 귀엽고 작은 정도에 속해 있었다. 현재와 전생의 힘을 비교한다면 아직 몇 만분에 일도 발휘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과거 벨페고르는 나태하게 만드는 털로 강대한 왕국을 지배했을 만큼 강했으며, 레비아탄은 넓은 바다 지역 중에 한 대서양를 점령했던 존재였다.
귀족악마들은 다른 국가에서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위험한 이들이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어린애들 장난수준이었다.
귀족악마들을 막았던 대천사들 역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적어도 명인 허가증으로 10레벨 이상의 게이트에서 힘을 쌓아야했다.
그래야 네 분의 부모님 복수도 할수 있고, 악마들과 천사들의 균형도 맞출 수 있을 것이라 봤다.
적어도 귀족까지는 못해도 다음 달에 신성국 탄생일까지. 그때까지 7레벨 게이트를 쉽게 통과할 정도로 강해져야했다.
"루시퍼.."
무엇보다 천사로 다시 나타난 루시퍼.
천사들과 신성국 사이에 부정적인 냄새가 났다.
기억을 잃은 악마들도 있으며, 최근에 들어서 마도서를 이용해 악마들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사건까지.
사냥꾼의 감으로 볼 때 기분 나쁜 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어 보였다.
그러니 그때를 위해 준비해야했다. 아직 A반에서 만족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쿵..! 물컹..
복잡한 마음과 고민으로 복도길을 걸어가다가 누구랑 부딪쳤다.
두개의 탄력 있는 무언가에 머리를 박고 멈춰 섰다.
"...뭐냐."
"아.."
눈에 있는 붉은 머리 여전사.
구릿빛피부를 가진 여인은 누구보다 단단해 보였다.
"왜 불만이라도 있냐?"
"아닙니다.. 부길드장님."
"똑바로 보고 다녀라. 게이트 안에서도 그따위로 다니면 금세 대가리 날아갈 테니까."
-또각! 또각!
알고 있는 사람이다. 고구려 길드의 부길드장 분화 선생이다.
제복을 맞추러 갔을 때 헌터생들 모두에게 위압감을 심어준 카리스마 넘치는 체육교사.
"아..그때 분명 A-1반 선생이.."
이거 느낌이 싸한데..
방금 부딪친 분화 선생.
C-3반 김성수 선생 때처럼 처음 만남이 삐걱거렸다.
A-1반 근처로 향했다.
그 A-1반문에서 다들 얼굴이 썩은 채로 걸어 나오는 헌터생들이 보였다.
"A-1반 애들 분화선생님이 다들 쫓아냈다하더라.."
"미친.. 정말로 수업에 못 따라왔다고 전부 떨어뜨렸다고?"
"저 반은 지옥이다 지옥이야.. 어유.. 나는 A-2반이라 정말로 다행이야."
복도는 수다 떨기가 좋았다. 그만큼 여러 가지 소식을 들을 수가 있었다.
부길드장은 현프로헌터.
그것도 탑 10순위권 안에 드는 헌터였고 그녀의 별명인 붉은 코뿔소를 모르는 헌터는 아무도 없었다.
미노타우르스를 맨손으로 때려잡고, 오우거의 거시기를 걷어찼다고 전해지는 과격한 여전사.
베히모스가 현대에 나타난다면 1대1로 맞짱떠서 이길 헌터라고 모두가 입을 모으고 있었다.
칭찬의 말도 많은 만큼 문제도 많이 있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다혈질에다가 입버릇이 험악했다.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거나 일단 마음에 안 들면 폭력을 선사하는 선생이었다. 당연히 헌터생들은 프로의 기운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얼마나 자존감이나 마음에 상처를 받았으면 A-1반에 있었던 한규연이 C반으로 떨어졌겠냐..“
"와.. 그건 지도하는 게 아니라 애 하나 죽이는 수준 아니냐?"
"그런데도.. 졸업한 이들을 보면 다들 잘됐잖아. 지금 랭킹 1위 스마트맨도 그렇고 5위 아이언걸도 그렇고 말이야."
최고의 좌절을 만들어주고 극복하게 만드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나 보다.
아마도 스파르타식으로 교육을 하는 성향.
-스르륵..
A-1반에 도착했다. 왠지 모르게 곳곳에 핏물자국이 뿌려져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반이다.
"이번에도 나 홀로 1등인가.."
남아 있는 헌터생은 없었다. 다들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진 것이다. 다시 새로운 이들과 함께 할 듯 했다. 물론 소수학생들로 말이다.
늘 피할 수 없겠지.. 그렇게 숨어 지낸다는 건 패배를 인정하는 꼴이니까. 피할 수 없다면..
정면으로 분화선생의 기본과 방식을 골라서 흡수하고 배우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앉고 정면승부하기로 했다.
정중앙에 있는 책상이 가장 낡아보였다. 아니 몇 번이나 고쳤는지 여기저기 상처가 많았다.
"맞기.. 좋은 자리네."
과감하게 그 자리에 앉았다.
교탁에서 바로 보이는 자리였다.
'어떻게 될까..'
그렇게 나는 자리에 앉고 두 팔을 포겠다.
왠지 고요해서.. 또 잠이 오네.
아무도 없는 교실이 왜 이리도 잠이 오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승급에 성공한 날 서서히 잠에 빠졌다.
***
때는 과거.
비늘왕국과 피부왕국이 전쟁하던 시기다.
"보급품들을 모두 탈취 당했다고!?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비늘왕국의 짓일 겁니다."
"그런 건 나도 알고 있다! 콜백작! 알고 있다면 해결책도 내놔야 하는 거 아닌가!?"
왕관을 콜백작에게 집어 던지면서 화를 내는 피부왕국의 왕이다.
"죄송합니다..왕이시어."
"으으..! 어쩔 수 없다 항복하고 후퇴하도록 한다!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할 것이다!"
"예.."
-스르륵!
"왕이시어! 소식입니다! 비늘왕국 측에서 보급품들을 모두 약탈당해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항복하겠다고 합니다!"
"뭐..뭐라? 그게 무슨 소리냐!"
"아..아마도.. 탐욕의 귀족악마짓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현자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탐욕의 귀족악마 마몬을 말하는 것이냐!"
"예!"
"으으! 비열하게 전쟁 중에 그 엄청난 물자를 가로채다니! 그런 정신 나간 악마가 다 있나! 그 악마를 잡아! 잡는 사람에게 영웅의 칭호와 함께 보급품의 절반을 건네주겠다고 해라!"
"왕이시여.. 악마수집가라고 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악마들만을 잡는 집행자가 있다고 합니다. 한번 연락해 보겠습니다."
"좋다, 그 악마수집가라는 필이 불러라! 무슨일이 있어도 물자는 돌려받아야 한다. 안 그러면 이 비늘왕국은 완전 끝이다!"
"알겠습니다. 왕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