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네번째 악마. 탐욕의 마몬
-파닥파닥
하늘에 전령새 다수가 날아들었다. 내게 편지와 종이를 무심하게 던지고 다시 날아갔다.
“엄청 많군..”
수백 개의 편지를 한자리에서 받았다.
모두 각기 다른 왕국과 귀족들이 보낸 것이었다.
많은 편지들 중 하나의 봉투를 찢어서 펼쳐 보았다.
[탐욕의 악마 마몬의 목 현상금 100000000000\]
기본적인 악마들의 현상수배부터 시작해, 귀부인들의 소중한 보석과 보물들이 뺏겼다는 내용이다.
여기 오기 전에도 비슷한 편지를 받았던 나다. 그러니 수많은 사람들의 부탁으로 마몬을 잡기 위해 엘프의 숲으로 향하고 있는 도중이다.
도착했나..
엘프의 숲에 도착하니, 여러 악마의 힘이 느껴졌다. 입구부터 미믹의 모습이 다수 보였고, 주변에 모험가의 시체로 보이는 해골과 썩은 살덩어리들, 숲 안쪽은 밤처럼 어두워져 있었다.
-처벅..처벅..
"던전화가 진행됐어."
엘프숲 전체가 던전화가 되어 있다. 부유한 귀족악마의 짓이었다.
"...제노사이드."
-씨리리링!
몸을 무장하고 숲 안쪽으로 들어섰다.
-끼끼끼.
-깔깔깔.
사방에서 악마들의 시선과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프숲에 들어오면 사람들을 농락과 능욕을 하고 벌거벗겨서 방치해둔다고 한다.
모험가들은 옷마저도 빼앗겼다. 모든 재산을 잃고 숲 안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굶어 죽는다고 한다. 탐욕의 악마답게 사람들의 귀중한 것들 모두 가져갔다.
스승으로 부터 많은 사냥꾼 기술을 배웠다. 숲길을 보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마몬이 있는 엘프의 왕국으로 향했다.
숲에서 일주일이 지났다.
셀 수 없는 전투와 교전이 끝나고 거대한 엘프의 성을 마주할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성이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찬란한 빛을 잃고 어둠에 물들어있는 모습을 말이다.
-휘리릭..! 치이잉!
"끄..으으!! 으으!!!"
타락한 다크엘프들에게도 수갑과 족쇄를 채우며 나아갔다.
그들의 전투능력은 날카로웠다. 암살과 활솜씨가 상당히 좋았고 검은 정령마저도 다루고 있었다.
그때였다.
-후르륵! 쩌억!
"크읏.."
제노사이드로 막았지만 뒤로 밀려나며 상대를 바라봤다.
"..."
"직접 나온 건가 마몬."
다크엘프 암살자처럼 그림자속에서 나타난 악마다.
맹수의 이빨들이 그려진 검은 복면과 오른쪽 등에서만 두개의 그림자 외날개를 가진 악마였다.
한쪽 이마에도 길게 뻗어 나온 두 개의 외뿔이 그가 마몬이라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그거 줘."
"...제노사이드를 원하나?"
"응."
마도서에 적혀있는 마몬은 감정을 모두 버리고 탐욕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악마라고 했다.
마몬은 사랑도, 기쁨도, 슬픔도 없는 무생물과도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무언가를 계속해서 얻기 위해 살아가는 만큼 생존력 하나만큼은 타귀족악마들 보다 뛰어났다.
감정이 없는 악마는 암살과 살인에 능통했다.
그림자속을 드나들며 사람들이 소중한 물건들 모조리 훔쳐갔다.
암살자의 이상적인 모습을 가진 악마였다. 그래서 우리들은 마몬을 한때 대괴도라고도 불렀다.
"주겠다.. 그렇게 할 테니 이 엘프숲과 사람들한테서 빼앗았던걸 모두 돌려줘."
잠시 고민하는 마몬은 서서히 입을 열었다.
"...좋아."
"천사의 무기가 그렇게나 갖고 싶었나. 마몬."
"그게 있으면 나도... 무언가 가득 채워질 거 같아."
마몬은 전혀 맞지 않는 교환법으로 제노사이드를 원했다.
무표정의 눈빛으로 내 천사무기를 원하고 있었다.
제노사이드를 바닥에 던졌다.
-철컹..
“..가져가라.”
던져진 제노사이드에게로 날아간 마몬.
그렇게 교환하던 찰나 나는 제노사이드의 힘으로 마몬을 묶었다.
-스르르르!! 치킹!!
"...그전에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약탈한 죗값을 치러야지. 마몬."
"윽..나를 속이다니.."
붙잡힌 마몬이 인상을 쓴다.
악마는 숲을 포기하는 순간이었다.
도둑질로 얻은 수많은 보물들과 보급품들을 포기하는 그 짧은 시간.
제노사이드로 만든 함정으로 귀족악마를 붙잡는데 성공한 거다.
"읏..이런 건 악마의 거래가 아니야.. 악마수집가. 언젠가 돌려받을 거다."
"...다른 이들의 것을 가져간 건 정당했나?"
"정당해. 내 눈에 보였으니까. 내 것이다."
"과연 탐욕이라 불릴만하다."
-철컹.
마몬은 기분 나쁜 한마디와 함께 내게 수집이 되었다.
이후 엘프숲이 다시 밝아졌다.
***
"졸린가 보지?"
"아.."
잠에서 깬 나는 긴 꿈을 꾸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붉은머리여인을 보고 꿈속의 이야기들이 모두 증발해버렸다. 그녀의 분노로 말이다.
"직접 깨워주마."
-후우욱!!
엄청난 위기감이 느껴지는 주먹이 내 쪽으로 날아왔다.
최대한 빠르게 반응하여 책상위에 있는 두 팔을 올려서 가드 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왜소한 가드였다.
-퍼억!! 콰쾅...드르르!
정면에서 맞은 일격에 나는 몸이 날았다.
천장 끝까지 말이다.
"컥..!"
그렇게 천장에 한번 부딪치고 나서 다시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허어.."
-씨익..
속이 풀리는지 붉은머리여인은 날카로운 송곳니를 보이며 내게 썩은 미소를 보인다.
"너 말이야. 아까 복도에서 부딪힌 자식이지. 내가 말하지 않았나? 집중 안하면 모가지 날아간다고 새끼야."
그게 A-1반 분화 선생과 세 번째 만남이었다.
***
"괜찮냐? 오늘 소문 다 났다고 A-1반에서 벼락소리가 들렸다고 말이야."
"...그럭저럭."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다. 내 옆에 있는 태식이가 걱정해준다.
첫 수업이 시작되는 시간에도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그걸 정면에서 본 분화 선생은 밥 말아먹은 예의라고 생각했고 친히 내게 진심펀치를 선물해줬다.
다행이도 몸이 아프지는 않았는데 나보다도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더 신경 쓰고 있었다.
"내일 수업은 어떻게 할 거냐? 게이트? 잠수?"
"수업은 당연히 들어가야지."
"너 찍혔잖아. 그러다가 입원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괜찮아 별로 안 아팠으니까."
"정말로?"
태식이를 살짝 흘겨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나.. 그렇게 소심했던 보관이가 이제 선생한테까지 개기다니. 참 별일이다."
기억이 돌아오기 전이라면 태식의 말처럼 입원하게 됐을 거다. 하지만 전생의 기억을 가진 나는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
팔도 날아가서 외팔이로 몇 년간 지낸 적도 있고 악마들의 노리개로 부려졌던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귀족악마들에게 주인이 아닌 노리개가 된 거 같지만..
어쨌든 그런 기억들이 있었기에 물리적인 공포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내게 주기 힘들었다.
오히려 성난 몬스터와 같은 매력을 가진 선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일은 아마 쌍욕 먹을지도 모르겠네."
"대단하다, 다들 울고불고 나간다고 했을 텐데 말이야."
"몬스터를 잡는 헌터들이 울어서 뭐하냐.. 한마리라도 더 잡아서 세계를 구해야지."
"쓸데없이 정의롭네."
"예비 용사가 그런 소리를 하냐.."
"아..! 몰라! 나는 용사 절대로 안 할거니까! 먼저 간다! 내일 살아서 또 보자고!"
"그래라."
저 멀리 걸어가는 태식이를 보고 있다가 이내 아스의 오피스텔로 향하기로 했다.
-스윽..
...악마.
감각이 느껴졌다.
날카롭고 차가웠다.
-씽..
카임의 단검을 꺼내고 주변을 탐색했다.
분명히 느껴졌어.
나를지켜보고 있었다.
엘루나씨인가라고 생각해 봤지만 멀린과 함께 신성국에 갔다고 했다.
그럴 가능성이 없었다. 그럼 악마밖에 없었다.
최대한 몸을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향했다.
녀석의 실체를 끌어내기 위해서 말이다.
-부릉! 부릉이이!
오토바이 엔진소리.
그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검은 모터사이클 타고 나타나는 사람이 보인다. 녀석이 내게로 오는 걸 느꼈다.
바로 저 녀석이 악마라고 생각이 들었다.
카임의 단검을 들어서 악마힘을 끌어냈다.
딱 봐도 박치기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모터사이클정도로 나를 날려 버릴 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악마들과 함께 강해졌기에 나 자신을 믿고 단검을 팔목에 딱 붙여서 팔과 몸으로 막아봤다.
-쿵! 끼이이익!!! 부르릉!!!
몸을 지탱하고 근력만으로 접근을 막았다.
그대로 모터사이클을 옆으로 밀어서 던져버렸다.
-콱! 드드륵!! 끼이이..
괴음소리와 함께 모터사이클이 날아갔고 그 위에 있던 헬멧을 쓰고 있던 사람은 모터사이클의 안장을 차며 하늘로 뛰어올랐다. 그 후 안전하게 바닥으로 착지했다.
"누구냐."
-딸칵..
내 말에 대답을 하려는 듯 헬멧을 벗었다.
검은 단발커트형태 머리칼이 사르르 나타나며 미모의 여인이 나를 주시했다.
"마몬."
"오랜만이라고 말해야겠지.."
자신의 이름만 말한다.
단답형의 목소리에서 그녀가 진짜 마몬이라는 걸 느꼈다.
감정이 없는 목소리와 표정.
그리고 차갑게 느껴지는 단순함이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악마의 힘을 얻은 건가?"
“나는 처음부터 이랬어."
아스처럼 처음부터 악마힘을 일부 유지하고 있던 악마라는 소리였다.
"왜 지금 나를 찾아온 거지?"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준비?"
"악마수집가를 훔칠 방법."
"뭐..? 윽..!"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엄청난 혼란과 함께 피곤함이 느껴졌다.
내 목에 따가운 감각이 있었다.
-딸그락..
"주..주사.. 설마 박치기하면서.."
"인간들은 똑똑해. 그래서 악마의 힘없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어."
나는 주사된 목을 부여잡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더 이상 몸을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으으으..!"
"베히모스를 잡을 때 쓰던 개량 진정제. 순순히 내게 잡혀."
-털썩..
잡히라는 말과 함께 나는 의식이 끊어졌다.
***
-치킹..철컹..
서서히 두 눈의 초점이 맞기 시작했다.
정신이 깨어나는 게 마치 눈을 감았다 뜬 기분이다.
"악마수집가."
"...큭..마몬."
몸을 움직여서 아무것도 못하게 하려고 먼저 움직였다.
하지만 그건 무리였다.
-칭! 칭!
"쇠사슬..족쇄.."
"이곳은 너를 위해 만든 감옥."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복수..그리고.. 본래 내 힘을 가져갈 거다."
탐욕의 악마는 과거에 자신을 속인 나를 감금시켰다.
또한 그의 육체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의 본래 힘을 원했다.
"풀어줘!"
"...아니 넌 내거야. 여기 보이는 보석들과 보물들처럼."
마몬은 무표정으로 뭐든 가지고 싶어 했다.
오로지 탐욕만이 남아있는 악마였다.
방 주변을 돌아보니까 널려있는 보석들과 금은보화들이 그녀의 성향을 대표했다.
"나는 보석이 아니야 마몬!"
"...악마 힘을 가진 보석. 평생 사용해주겠어."
"풀어! 풀어달라고 마몬!"
알몸 상태로 침대위에 누워 있는 나는 힘을 사용하며 온몸을 흔들었다.
하지만 족쇄와 수갑에 악마의 힘을 봉인하는 장치가 되어 있는지 힘이 나지 않았다.
"으윽.."
"2일 동안 굶었어. 자 생고기 먹어.. 먹고 힘을 뽑아내."
"날.. 사육 할 생각인가. 마몬."
"맞아. 넌 젖소랑 다름없어. 평생 내게 악마의 힘을 공급하는 인간이 되어야해."
어두컴컴한 방안보다 더 깊은 블랙홀을 가진 마몬의 두 눈.
자신의 마음에 허전한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끝없이 탐욕을 했고, 힘을 갈망했다.
나는 그런 귀족악마에게 잡혀버렸고 이제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덥썩..으적..쩝쩝.."
"그래, 살기 위해 먹어야지."
내 입 위에 대롱대롱 흔들리는 핏물이 가득한 생고기를 억지로 입에 물었다.
어떻게든 몸의 체력을 끌어올리려는 생각뿐이었다.
힘이 있어야 저항도 하고 빠져나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쩝..쩝.. 꿀꺽..더 줘.."
"안돼, 먹은 만큼 뽑아내야지. 내 고기를 줬는데 그 이상을 내놔."
"읏..!"
애정이나 야함도 없었다. 그렇다고귀엽지도 않은 마몬은 내 불알에 손을 가져다 됐다. 그리고 맹렬하게 움직였다. 전혀 좋은 느낌이 아니었고 오히려 아팠다.
"으으..! 아퍼!"
"아스모데우스와 레비아탄이 섹스하는걸 봤다. 정액을 통해서 힘을 얻는다. 효율적이다."
-꽉! 탁..꽉탁..찌이..!
마몬은 불알다음으로 내 성기를 우악스럽게 만졌다. 그리고 단순히 정액이라는 젖을 뽑아내기 위해 기계처럼 손을움직였다. 애무가아닌 그저 고문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