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3화 〉신성국 탄생일 (63/153)



〈 63화 〉신성국 탄생일

"끄어어어..!"
"흐읍!!"

-씨이잉!! 서걱! 서걱!! 사각!

레벨6 게이트 안으로 들어오고 3일째.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미라들과 모래먼지 바람이 부는 사막필드는 사정없이 용사팀을 괴롭혔다.

"미라들.. 모조리 다 태워버리겠어."

멀린은 수백의 미라 무리들을 보고 광역주문을 영창했다.
사막바닥이 붉게 물들고 모래들이 녹으며 동시에 분수처럼 치솟는 두세 개의 불기둥이다.

-화르르르!!

정면에 보이는 미라무리 중 절반이 증발해버린다.
나머지 머리들을 향해 나와 태식이가 뛰어 들어가 상대한다.
미라들의 머리를 부셔버리며 사막전장을 휩쓸며 전진한다.

"그라라라!!"
"드디어 나왔나!"

게이트에 들어오고 3일 동안 미라들만을 잡았고, 드디어 게이트 보스가 나타났다.

황금왕관을 쓴 미라는 황금으로 된 뱀모양 지팡이를 들고 끊임없이 미라들을 만들어낸다.

"엘루나씨!"

보스의 모습을 보고 엘루나씨한테 소리쳤다.

엘루나씨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바람정령의 힘을 내게 보내줬다.

몸이 급속도로 가벼워졌다. 날아갈  같이 말이다. 대규모로 뭉친 미라들 사이를 뱀처럼 피하며 질주 했다.
그리고 미라 보스 앞에 섰다.

"내 눈앞에서 멋대로 소환 못해."

나는 카임의 단검으로 황금왕관과 함께 머리를 베어 갈랐다.

-쫘아아악!

보스의 머리가 절단되면서 행동을 멈춘다.

"해냈나.."

잘려나간 머리사이에서 두개의 머리를 가진 사막지네가 튀어 나왔다.

-딱딱딱딱!

"큿..!"
"보관아!"

잠깐 물러서나서 구도와 상황을 봤다.
미라 안에서 튀어나온 쌍두사막지네.
일격을 날리려고 하지만 방해받는 태식이를 보며 이내 하이오크의 힘을 끌어올렸다.

"부숴주겠어."

-쿵!!

발디딤으로 인해 사막의 모래들이 사방으로 휘날렸다.
그 힘으로튀어나가 보스 쌍두지네와 격돌했다.

-쾅!!!

"태식아! 지금이다! 정신 못 차리고 있어! 녀석의 지팡이를 노려!"
"기다리고 있었다고!"

모래먼지 속에서 나타난 하얀 후광.
주변에 성력을 뿌리는 성검이 사막의 더위 때문에 이글거리는 것처럼 성검도 비슷하게 꿈틀거렸다.
검을 잡고 달려 나가 뱀모양 지팡이와 지네를 함께 갈라버린다.

"끄아아아아!!!"

깔끔한 일격.
지네와 사람의 비명이 겹쳐서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보스는 서서히 잿더미로 변하며 모래바람에 사라진다.

-지지지..직..

동시에 게이트 문이 열리는 모습이 보였다.
다 함께 게이트 입구로 모이고 나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지지직..

"고생하셨습니다. 레벨6 게이트 클리어입니다."

게이트 입구를 지키던 군인이 바로 보였다.
중위 계급장을 가지고 있는 군인을 보고 여유 있게 웃는 태식이다.

"이 정도야 뭐, 하하하. 악!“

-땅콩.

"자만하지 마."
"으으.. 하지만 레벨6을 3일 만에 끝냈잖아. 조금 자부심을 가져도.. 악! 그만 때리라고! 누나 나죽어!"

태식이는 오늘도 멀린한테  소리를 듣고 혼나는 중이다.

난 A반으로 올라서 이제 눈치 볼 필요 없이 태식이 팀과 함께 게이트를 돌아다녔다.
그렇게 함께 게이트를 클리어 하는데 성공했다.

"고생하셨어요. 보관씨."
"엘루나씨도요. 아까 바람의 정령 타이밍이 아주 좋았습니다."
"네.. 훗..훗.. 모두 보관씨 덕분이죠."

엘루나씨는 자신의 녹색머리칼을 매만지면서  칭찬을 듣고 살짝 웃는다.
약간은 야한 눈빛까지 보내면서 말이다.

"이번에도 제가 할 일은 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것뿐이었네요."

수녀 복을 입은 헬레나씨는 이번에도 할일이 없었다고 말을 하며 풀이 죽는 모습이다.

"아니요, 다쳐도 다시 싸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감 있게 행동 했습니다."
"정말.. 그런가요?"
"그러지 않고선 보스한테 바로 달려 나가는 미친 행동은 하지 못했을 겁니다. 다쳐도 헬레나 수녀님이 치료를 해줄 거라고 믿고 한 행동이죠. 수녀님이 없다면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겁니다. 다치는 걸  염려해둬야 했을 테니까요."
"그렇게 말해주시니 조금 부끄럽네요. 보관님."

헬레나 수녀는 이해가 됐는지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거렸다.

"보관씨는 마음씨도 착하시네요. 후후."
"사실을 말한 겁니다."
"알고 있어요.  깊은 사실을 말하면.. 어제 아침도.."
"그건 좀.."
"장난이에요. 보관씨~"

엘루나씨는 위험한 발언을 하며 웃고 있었다.
역시나 엘루나씨에게 족쇄를 잘 걸어뒀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랬으면 벌써 큰일이 났을 거라고 확신  수 있다.

"보관, 엘루나... 가자. 돌아가서 정비해야지."
"그러네요."

멀린이 다가와서 엘루나씨와 나를 불렀다.

"또 셋이서 함께 가시나요? 어디 가시는지 궁금해요."
"마석, 장비, 재료 처분. 다음으로 게이트 관련 스케줄까지 할일이 많이 있어."
"그렇군요. 그렇다면 태식님은.."
"저는 뭐.. 할 일이 없네요. 하하. 악!"
"아카데미에 가서 게이트 클리어 보고하고 수련하고 있어 태식."
"아..알았다고..멀린 누나. 쩝.. 어쩔  보면 아빠보다 엄하다니까."

태식이는 게이트를 갔다 왔어도 쉬지 못했고 훈련이 있었다.
엘루나씨와 멀린은 나로 인해 점차 강해졌지만 태식이는 스스로 훈련하고 수련해야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한 단계 늦는 태식이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확실히 하고 있어. 일 끝나고 찾아가서 확인할거니까."
"눼에눼에..."

태식이는 불만 있는 대답을 하면서 아카데미로 향했다. 보고할  훈련하기 위해서 말이다.

"헬레나 수녀님은 오늘도 신성국에 가시나요?"
"오늘은 별다른 일이 없어서요. 방안에서 성서를 읽는 정도랍니다."
"그럼 잘됐네요. 같이 돌아다니실래요?"
"저도요?"
"사람은 많으면 좋잖아요."
"아..그럼 조금만 실례하겠습니다."
"실례라뇨. 우리는 팀이잖아요."

엘루나씨가 갑자기 헬레나 수녀까지도 함께 움직이려고 했다.
멀린은 조용히 엘루나에게 귓속말을 한다.

"엘루나.. 무슨 생각이야.."
"좋잖아? 같은 팀이니까."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나는 함께 하고 싶은걸~"

엘루나씨는 사교적인 관계를 좋아했다.
사람들을 불러 모으려고 하는  좋아하고 그만큼 인기도 많았다.
아카데미에서도 유명하기도 했다.
반대로 엄중하고, 조용하고, 숨기는 걸 좋아하는 멀린은 엘루나씨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어쩌면 좋은 기회일지도 모르고 말이지."
"기회? 무슨 기회?"
"같은 여자로서 거리낌 없이 지낼 수 있는 기회."

역시 멀린은 엘루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방금 전에도 위험한 발언도 하고 말이다.

"뭘 하든 좋은데 조금 주의해줘."
"음.. 생각해보고 멀린."

역시 낮에 이기는 엘루나는 평소같이 멀린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모습이다.

"보관씨도 동의 하신 거죠?"
"같이 돌아다니는 거라면.. 저는 상관없습니다. 엘루나씨."
"그러실 줄 알고 있었답니다."
"여자들끼리라면서 보관이는 왜 끼는데."
"하아.. 멀린은 정말 답답하다니까."
“...엘루나 잠깐 말좀해.”

엘루나씨는 자신이 하는 말이 주위사람들도 모두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보통 멀린이 혼자 있다면 엘루나씨가 지금같은 상황을 만들어도 그러려니 하고 그냥 넘어갈 일이었다.

하지만 나와 헬레나 수녀가 같이 있으니 그냥 넘어가기보다 한마디를 더하고 말았다.

왠지.. 불안한데..

연애하는 남녀처럼 보이는 멀린과 엘루나씨..가 아니라 친구끼리의 작은 트러블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내가 답답해. 보관이가 불안해서 어떻게 같이 다니겠어?"
"아니야 멀린, 오히려 함께 있는 게 더 안전할거야.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사는 건 끔찍한 일이니까. 적어도 주위사람에게 말하는 게 옳다고 생각이 들어. 내가 엘프라고 밝힌 것처럼 말이야. 그전에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데."

헬레나 수녀와 나는 멍하니 말다툼하는 걸 바라보고 있었다.

"안되겠어. 엘루나 우리 둘이서 해결해야  문제가 많아 보여."
"나도 그렇게 생각해. 멀린."

오랜만에 멀린과 엘루나씨의 의견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서로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갑자기 둘이서 손을 맞잡더니 나를 바라봤다.

"보관씨와 헬레나 수녀님 잠깐만 둘이 있어주세요. 어디 좀 갔다  테니까요."
"네?"
"그럼.."

그렇게 멀린과 엘루나씨가 공간을 열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

그렇게 갑작스럽게 나와 헬레나 수녀만 남게 되었다.

"정말 오랫동안 봐왔지만 여전히 화목한 팀이네요."
"제가 오기 전에도 저랬었나요?"
"더 심했어요. 초기에는 게이트에 들어가서도 의견충돌이 많아서 멀린님이 자주 삐지곤 했거든요."
"아하.."
"아마 일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여기에 오시지 않을 것 같아요."
"저도 그런 느낌이 드네요."

왠지 둘과 섹스할 때 보면 서로의 성향이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 보였다.
낮에 멀린을 괴롭히던 엘루나씨가 밤이 되면 혼이 나거나 그걸 즐기는 엘루나와 멀린의 그림도 있었고 어느 날은 서로 꿍해서 따로따로 나를 만날 때도 있었다.

왠지 싫어하면서도 균형이 맞아 보이는 관계였다.

악마와 천사도 저런 관계였으면 어땠을까..

서로 견제하고 욕하지만 친하게 지내는 관계 말이다.
어느 하나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공생하는 관계로서 말이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은.. 무리겠지."
"무리요?"
"아..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조용히 흘리는 혼잣말까지도 듣고 있던 헬레나 수녀다.

"그보다 저희 뭐하고 있을까요?  분이 안 오실 경우가  많지만.. 금방 돌아 올수도 있으니까요."
"시간 때우기가 필요하겠군요."

멀린과 엘루나씨에게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했다.
둘이 올 때까지 나는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헬레나 수녀한테 시선이 갔다.

"혹시 신성국 밖으로 나가서 하고 싶은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니요.."
"어렸을 때부터 신성국 소속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많은 걸 억제하고 있을 거 같은데.."
"아..그게..그.. 하나 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보고 싶은 거요?"
"영..영화를 한번 보고 싶어서요."
"영화라.."

최근 들어서 영화를 본적이 없었다.
한동안 바쁘기도 했고 마몬한테 납치당한 일도 있어서 수습하기 바빴으니까.
오늘이 오고 나서야 어느 정도 유지되고 여유가 생긴 거다.

"그럼 둘이 올 때까지 영화 한편 볼까요?"
"정말요!?"
"굉장히 기뻐하시네요."
"아..죄송합니다.."
"죄송한 짓 하셔도 됩니다. 여기는 신성국이 아니니까요. 헬레나 수녀님."
"그..그런..일은.."

그렇게 부끄러움이 생긴 수녀와 함께 영화관에 갔다.

당장 볼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하고 관람하기로 했다.
약 100분짜리 영화를 선택하고 영화관안으로 들어갔다.
팝콘 씹는 소리와 함께 영화는 시작됐다.

영화 제목은 작은 희생자였다.
과거에 있던 베히모스 시대를 영화로 담은 이야기였다.

평범한 주인공은 갑작스럽게 헌터가 되고, 베히모스 전투에 참전하게 되는 헌터였다.

주인공 헌터의 시선으로 제작되었고, 순간순간 위기를 넘기며 베히모스의 심장부로 향했다. 결국 주인공은 죽었지만 헛된 희생이 아니었다. 자신과 함께 베히모스의 심장을 정지시키는데 성공한다.

전체적인 내용은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재앙과도 같은 영화였다.

그래도 결국 같은 인류와 천사, 엘프, 수인.. 끼리 뭉쳐서 다시 지구를 유지하는데 성공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가족에 대한 슬픈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아버지..어머니..세상을 지켜냈습니다..

라는 헌터의 마지막 편지글로 영화가 끝이 났다.

"흑..흑.. 감동적이네요."
"그러게요. 여기 손수건 쓰세요."
"흑..흑..감사합니다..흥..!"

눈물까지 보이며 몰입한 헬레나 수녀였다.
한동안 눈물 흘리는 수녀를 지켜보면서 곁에 있어줬다.

"보관님은 마음이 단단하시군요."
"제가요?"
"감동적인데 눈물하나 흘리지 않네요."
"아.. 사실 저는 대단한 울보였습니다."
"정말로요?"
"하지만 슬퍼하는 만큼 마음도 약해지니까 울지 않기로 했죠."
"그렇군요.."

헬레나 수녀는 손수건을 주면서 내 손을 꼭 잡아준다.

"... 보관님은 간절함이 있으시네요."
"간절함이라.."

예전에도 들어본 적 있는 말이었다.
간절함을 가졌다고 말한 대천사가 떠올랐다.

-띵.

"아.."

그러면서 헬레나 수녀를 통해서 무언가 깊은 슬픔과 좌절이 느껴졌다.
헬레나 수녀의 과거의 감정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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