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신성국 탄생일
"오늘도 많은 이들이 모였습니다. 일정이 진행되는 만큼 모두 집중해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신성국 탄생일의 일정이 진행되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중앙 무대를 주목했다.
"1부. 신에게 경배하며..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주교님 기도말씀 시간입니다."
-아아아~
뒤쪽 배경에서 수녀들과 아이들로 구성된 찬양 팀이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걸어 나오는 대주교가 보였다. 교황이나 추기경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다른 국가에서 탄생일을 보내고 있나보다.
많은 박수소리와 함께 대주교가 무대 위에 자리를 잡았다. 두 팔 들어 이야기한다.
"반갑습니다. 형제자매들이여..! 세계는 지금 제 2의 위기가 오고 있습니다. 첫 번째 마신력 이후로 수천 년이 지났고....!"
대주교는 감정이 들어간 언행을 보여줬다.
신성국의 대표자인데 마치 정치인같은 모습이 보였다.
그 정도로 시선이 집중되었고 모두가 공감할 말을 이어나갔다.
첫 번째 마신시대, 두 번째로 게이트 출현에 입을 모았고 신성국이 과거의 이뤄냈던 업적을 들먹이며 이번에도 승리하겠다는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에겐 많은 동맹종족분들과 헌터들이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 한다면 과거에 이뤄냈던 영광을 이번에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와아아!!!""
많은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들 역시 연극인들이였고 이곳은 훌륭한 연극무대였다.
신성국이라는 거대한 세력에 기생하기 위해 박수를 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2부. 신성국에 내려온 천사님이 진행되겠습니다."
"오..!"
드디어 기다리던 순서가 왔다.
"자..! 소개합니다. 저희를 이끌어주시는 천사 루시퍼님께 환호와 박수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화아아..!
화원 전체가 하얀 꽃으로 물들었다. 빛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그 자리에 하얀 날개를 가진 천사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천사님들..!"
"정..정말인가!“
“역시 신성국이다!"
다시 한 번 기적을 보여주며 신뢰와 명예를 가져가는 신성국이다.
모든 이들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니 따라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기적의 영광을 얻지 못하리라.
“봐봐!”
“아아!! 천사님!!”
신성국에 더 고개를 숙여라.
신성국에 더 많은 것을 건네라.
신성국만을 더 믿고 의지하라.
신성국을 국가와 가족처럼 생각하라.
지금 시대에 신을 가진 유일한 집단이리라!
천사들이 나타나자 모든 종족들이 고개를 숙였다.
대주교보다 수십 배 높은 직급을 가진 천사들을 보고 경배했다.
루시퍼..
"천사 루시퍼님 지상인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만나서 반갑다.. 지상인들아."
루시퍼는 하얀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 특유의 여왕님 같은 분위기, 하찮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대주교가 말을 부탁을 한다. 어이없게도 그걸 다 들어주고 있는 루시퍼였다.
거기서부터 나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슬슬 우리도 준비할까?"
"그러자."
자리를 옮겼다. 사람들이 없을 법한 구석으로 걸어 나왔다.
나와 아스는 소매 속에서 접혀진 종이를 꺼내들었다.
종이가 밖으로 노출되자, 서서히 부풀어 오르며 가면의 형태가 되었다.
신성국 탄생일 임무 중에 신상정보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벨페고르가 준비한 마스크 가면이었다.
카멜레온 가면이라 이름을 붙였다.
투시기술로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고도의 기술을 통해 만든 도구였다.
"주인.. 조금 문제가 생긴 거 같은데."
가면 쓴 아스는 당황하며 저 멀리 있는 무대를 봤다.
나도 그녀를 따라서 그곳을 바라봤다.
"레비아탄!"
가면 쓴 레비아탄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루시퍼 앞에 있는 모습이다.
레비아탄은 루시퍼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녀를 따르고, 그녀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유일한 악마였으니까.
"아스, 시작하자!"
"흐응.. 어쩔 수 없네. 벨페고르. 마몬."
레비아탄은 기다리지 못하고 나섰기에 일을 빠르게 진행 시킬 수밖에 없었다.
아스가 다른 귀족악마에게 신호를 보내자 환하던 화원이 서서히 조용해졌다.
"어어.. 졸리네.."
"피곤해.."
"일어나 있는 게 귀찮아.."
-픽..픽..픽..
하나둘씩 사람들과 종족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하늘에 미세한 먼지들이 흘러갔고 뿔과 날개를 드러낸 가면 쓴 마몬과 벨페고르가 나타난다.
"무슨 일이지!?"
아직 쓰러지지 않는 이들이 보였다.
빠르게 대응하는 대주교와 사제들이 있었고, 그 뒤로 우리를 보는 천사들이 보였다.
먼저레비아탄의 곁으로 다가간 벨페고르가 시무룩한 소녀와 어깨동무를하며 루시퍼를 바라본다.
"루시퍼님.."
"레비아탄, 상대는 우리가 알던 루시퍼가 아니란다."
귀족악마들은 천사들과 신성국 무리들을 보고 대치하고있었다.
나도 서서히 힘을 끌어올려 무대 위로 이동했다.
"게이트 너머에서 온 마신병들인가!"
"마신병.."
소리치는 대주교의 말에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마신은 용사에게 혼쭐이 나서 소멸된 이들이었다.
신성국측에서 게이트라는 곳을 먼저 언급하며, 악마보다도 마신병을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후후.. 그래 맞아 우리들은 마신들이지."
악랄한 악마 아스모데우스는 더많은 정보를 얻고자 신성국 이들의 말을 듣고 거짓 대응한다.
악마이면서 마신병들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모습이다.
"신성국과 천사들은 절대로 마신병에게 지지 않을 것이다!"
신성한 주문과 함께 사제들이 기도를 한다.
하지만 귀족악마들이 먼저 선수를 친다.
-쿵! 파아앗!
"커어억!!"
사제들은 눈앞에 있는 외뿔가면을 가진 마몬을 보며 피를 토한다. 또 다가오는 사제들 역시도 아스와 벨페고르에게 당한다.
자그마치 4명의 귀족악마다. 전성기에 비해 힘이 많이 부족하지만 전투경험이나 세월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또한 그녀들을 뒷받침해 줄 특수 장비까지 있는 악마들이라 천사의 무기를 사용하는 인간이 없는 한 사제무리들로는 한계가 있었다.
"흐읍! 천사들이여! 저희를 지켜주시고 적들을 섬멸해주십시오!"
사제들이 무너지자 대주교는 천사들에게 명령했다.
천사의 사명인 지상인들을 구하고, 지켜주려고 말했다.
대주교의 말에 천사들은 하늘을 날아오르고 지상으로 내려가 성스러운 창을 휘두른다.
-피이잉!!
"흐응..! 옛날에 한손이면 가능했을 텐데.!"
벨페고르가 일반천사에게 힘이 밀리는 걸 느끼며 버거워한다.
그걸 보고 나는 카임의 단검을 뽑아 들며 짐승처럼 튀어나갔다.
-휘잉!! 빠각!!
"...!! 내 창을 밀어내다니!"
천사는 자신의 성스러운 무기를 잡고 발로 쳐내는 수집가를 보고 당황한다.
"...운명을 담당하는 천사를 아나."
"알고 있다고 해도 알려줄 수 없다. 마신병!"
-우드득..
"그럼 목줄을 채워서 알아보는 수밖에.."
수집가는 하이오크의 힘이 끌어안으며 천사를 바라봤다.
전생엔 함께하던 이들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의 악마들보다 더 악한 이들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수웅..!
가면 쓴 수집가의 몸이 투명색으로 물들며 모습을 감춘다.
"사라졌다..! 크억! 비겁한..! "
투명해진 모습으로 천사의 발을 걸었다.
날개가 달려있어 넘어지지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정신을 흔드는데 효과적이다.
-휘이잉!!
그 잠깐의 무너짐을 노리고 카임의 단검을 휘둘렀다. 녀석은 빛의 창으로 막았지만 그마저도 절단되며 가슴팍에 핏물을 뿌리는 천사다.
"어..어떻게..!"
천사와 악마의 구도는 늘비등비등했다.
하지만 그 구도를 무너뜨리는 것이 바로 인간들이나 아인종들이었다.
인간이 천사의 무기, 제노사이드를 가지면 천사들보다 수십 배의 힘을 얻었고 악마를 잡는데 큰 힘이 되었다.
과거의 내가 악마수집가가라고 불리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반대로 악마의 무기를 가지고 천사를 사냥해도 비슷하게 적용됐다. 지금 내가 가진 무기는 악마 카임의 무기였다.
반대로 천사들을 사냥하기에 수월한 무기였다.
그러니 손쉽게 천사를 제압 할 수 있었다.
"천사의 무기를 잘라 내다니..! 네 녀석들 마신병이 아니구나!"
"이런 들켜버렸네~"
열심히 주인에게 응원하트를 보내던 아스가 거짓말이 들통났다는 걸 알아채고 입가에 손을 대고 비웃는다.
"최근에 마도서의 힘으로 풀려난 악마들이로군!"
무능한줄 알았는데 역시 대주교는 대주교였다.
하지만 그도 마도서에서 풀려난 악마정도만 알고 있었다.
"마도서에 알고 있다면.. 마도서도 너희가 한 일이구나?"
그 말만 들어도 신성국측에서 일을 벌였다는 말투로 들렸다.
그리고 대주교의 표정이 정답을 말하고 있었다.
"신성국에게 복수할 생각인가! 악마들아!"
"그럴지도 모르지.."
떠들어대는 대주교.
그 노인을 지키는 천사들과 사제들이다.
그런데 루시퍼는 지금까지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으으..! 루시퍼님! 저들을 심판해 주십시오! 마신병들과 같은 악입니다! 악!"
"...크윽..으..!"
루시퍼는 비틀거리며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루시퍼님!"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루시퍼를 보고 레비아탄도 소리쳤다.
레비아탄은 루시퍼를 걱정하고 있었다.
"하아..하아..으으..!"
대주교의 말에 성스러운 힘을 다시 끌어올리는 루시퍼다.
누군가 강제로 스위치를 누르는 듯이 말이다.
다시 냉혹한 표정으로 돌아간 루시퍼는 천사의 날개를 펼쳤다.
"온다!"
천사의 힘을 일으킨 루시퍼가 서서히 하얀 성검을 만들었고 그걸 붙잡아 들어올렸다.
태식이가 가진 미카엘의 성검과도 비슷했다.
-씨이이잉!!
빛줄기가 모인 검이 전방으로 날아갔다.
순수한 천사힘이 지상에 있는 악마들과 수집가를 노리고 떨어진다.
하지만 악마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수집가 곁으로 모인 귀족악마들이 저항하는데 힘을 보태줬다.
-쾅!!
폭음이 일어난 장소에서 먼지가 퍼졌다.
그 틈을 노리고 진입해 오는 루시퍼였다.
-팅..!
루시퍼의 성검의 날을 붙잡았다.
왼손과 연결된 팔 어깨에 벨페고르의 부분장갑이 뒤덮여있었다.
어떤 전투슈트보다도 단단한 장갑이다. 성검을 가진 루시퍼는 그걸 뚫지 못했다.
"알고 있었어. 루시퍼.. 당신은 이런 방법을 좋아했었지."
"나를 아나.."
"잘 알지. 수백년간 함께 했었으니까. 나도 루시퍼한테 많이 배웠고."
"끄윽..! 아니다.. 네 녀석은 적이다. 한 번도 네놈을 만난 적 없다!"
나와 악마들을 보고도 기억 못하는 걸로 봐서는 역시나 기억이 지워진 듯 했다.
과거에 레비아탄이 몇 번이고 찾아가서 살인을 당했다고 했었으니까.
루시퍼는 예전의 나처럼 기억을 조작 당한 게 확실했다.
기억을 조작한건.. 신성국. 아니 그보다 더 높은 힘을 가진 대천사의 짓이겠지.
전생에 운명이나 기억을 다루는 대천사를 만나보지 못했다.
나와 함께 있는 귀족악마들 역시도 어떤 대천사가 일을 꾸미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이 힘은 아마도 전생에 내가 죽고 나서부터, 아니 악마들이 힘을 잃고나서 부터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다시 말해 그때 천사에서 대천사까지치고 올라간 천사가 있다는 뜻이었다.
"악이 천사를 이기는 기록은 없다..!"
"천사가 됐었어도 거만한건 여전하구나."
-깡!!
손등으로 성검을 잡고 쳐냈다. 그리고 동시에 루시퍼의 복부에 무릎을 찼다.
"컥..! 아..악 주제에..!"
수집가는 루시퍼와 대립하며 경합을 다퉜다.
천사의 무기로 루시퍼를 잡을 때가 생각이 났다.
그러니 악마의 무기로도 천사가 된 루시퍼를 상대할 수 있었다.
루시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과거에 루시퍼는 오만의 귀족악마답게 지금보다도 더 오만했다.
아무리 천사가 되었어도 습관과 행동은 변하지 않았다.
루시퍼는 그때도 지금도 정교하지 못하고 대충대충 치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그 틈을 사냥꾼의 감으로 보고 공략했다.
오만했기에 수많은 악마들이 보는 앞에서 1대1을 신청하던 루시퍼가 떠올랐다.
그때에 비하면 약해진 루시퍼다. 보통천사들보다 조금 뛰어난 정도였다.
시간이지날수록 수집가가 승기를 잡는 듯한 모습으로 나아갔다.
그 틈에 대주교는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망치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