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신성국 탄생일
수집가와 천사 루시퍼와 전투를 보다가 서서히 루시퍼가 밀리는 모습을 보고 있던 대주교.
루시퍼를 미끼로 세우고 이틈에 도망치기로 한다.
-터벅! 터벅!
"루시퍼는 악마들 중에 왕이라 했다! 헌데 악마들이 어떻게 루시퍼를 이기는 거지..!"
대주교는 당황한다. 악마들의 제왕이라고 불렀던 타천사가 밀리는 모습을 보고 식은땀을 흘렸다.
"그렇게 신기하니?"
"어..엇! 오..오지마라 악마여!"
대주교는 양뿔가면을 쓴 벨페고르에게 십자가를 들이밀며 저항한다.
"아까 보니까.. 루시퍼가 당신의명령을 듣던 거 같았는데.."
"아..아니다! 천사는 가여운 우리들의 지켜주는 이들일 뿐이다!"
"흐응~ 수상한데..?"
-또각..
벨페고르는 대주교가 들어 올린 십자가를 손가락으로 밀어서 부러뜨리며 한발자국 더 다가갔다.
"어..어어!!"
그리고 두개골을손바닥으로만 붙잡아서 대주교의 입을 틀어막았다.
"흐으읍!!"
"아까.. 쓰러진 천사들의 얼굴을 봤어. 다들 타락한 천사들 즉 악마들이더라고.. 혹시 마도서를 이용해서 악마들을 부르고 타천사만 골라서 세뇌시킨 건 아니겠지~?"
"우우웁!"
"그렇다고 해야 할 거란다?"
"우..우우!!"
대주교는 목숨을 지키고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이뤄낸 것들이 있는데 죽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야했다. 살기만 한다면 헬레나 수녀를 이용해서 진짜 천사들에게 지원을 요청할 수 있을 테니까!
벨페고르는 이제야 대답할 상태가 된 대주교를 서서히 놔줬다.
"하..아..하.. 저..저는 시키는 대로만 했을 뿐입니다! 저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시킨 녀석이 누구니?"
"그..그건..말하면 저는 죽습니다! 제발..! 어..억..꺼어억!!"
대주교는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거품을 물면서 쓰러진다.
"심장이.. 멈춰버렸네. 이 대주교 죽음을 건든 건가요? 천사분?"
벨페고르는 재미난 장난을 방해했다는 것에 불쾌함을 느끼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서, 방금 전의 힘. 최대한 추적해."
"알겠습니다. Z41행성 서버.. 추적 들어갑니다."
벨페고르는 외계종 아서에게 일을 맡기고 느긋하게 걸어 나갔다.
-칭!! 칭!!
검은색과 하얀색이 사방으로 튀는 게 보인다.
천사와 악마의 싸움이었다.
서로 전력을 다해서 검을 휘두르고 있다.
"곧 승부가 나겠네."
비등해 보이지만 자신의 꼬마주인이 서서히 밀어붙이는 게 보였다.
루시퍼는 서서히 밀렸고 성검도 점차 빛을 잃기 시작한다.
-휘리릭!! 까아앙!!
루시퍼는 검은 흐름이 일렁이는 검의 길을 막았다.
그리고 자신의 턴이 왔다는 걸 알고 파고들어간다.
-획!
"아니..!"
하지만 루시퍼는 파고들기 좋은 방향을 방해받았다.
눈앞에 있는 녀석이 두세 개의 검은 깃털을 던진 것이다.
"정당하지 못하구나!"
"...말이 많아진 거보니까 힘든가보네. 루시퍼."
"윽..! 악마가 감히!"
자신이 의도하던 흐름을 방해받았다.
루시퍼는 화가 났다.
악마는 자신을 서서히 괴롭히고 약 올렸다.
마치 짜증나게 하기 위해서 자신을 상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녀석의 교묘한 방해에화가 난 루시퍼는 답답해서 억지로 힘을 폭발시켰다.
"반드시 그럴 줄 알았어. 루시퍼."
"뭐..라?"
무리하고 과한 힘을 보고 오히려 악마는 성검안쪽으로 파고들어 들어갔다.
"죽으려고 오는 거였구나!"
악마의 바보 같은 실수에 루시퍼는 웃으며 베어 버리려고 한다.
악마는 그런데도 성검 안으로 달렸다.
그리고 몸이 베어 질려는 그 미세한 틈을 유연하게 피했다.
"어..어떻게! 아.."
무엇이든 대충하고 섬세하지 못한 루시퍼는 그 작은 틈을 보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수집가를 베지 못했다.
오히려 기습당했다.
루시퍼의 입술에 훔치는 수집가였다.
"우우웁!!"
대천사 라구엘의 무기를 얻은 적이 있었다.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사슬형 제노사이드.
라구엘의 시험을 통과하고 제노사이드를 얻었다.
그 후 악마수집가로서 삶을 살아갔던 적이 있었다.
그때 기억이 있었다.
제노사이드를 얻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단순하게 말하면 천사와의 입맞춤을 통해 제노사이드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입맞춤을 한다고 무기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무기를 준다는 의미 자체가 타락천사가 된다는 의미가 컸다.
왜냐하면 천사는 마음이 움직여서는 안 되는 종족이니까.
세계를 보는 천사는 언제나 수호한다는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했다.
마음가짐이 다른 쪽에 신경을 쓴다는 것 자체가 타락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제노사이드를 준다는 의미는 한마디로 스스로 죄를 짊어지고 간다는 뜻이었다. 다른 종에게 세계의 힘을준 것이니까.
처음부터 의도했다.
계획했다.
첫 번째로 관심.
루시퍼를 나만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짜증을 유발시켜 마음을 크게 움직이게 만들었다. 본인 스스로 조절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루시퍼라면 꼭 나를 위해 폭주할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 마음이 흔들린 상태로 입맞춤하면 천사의 힘을 수집할 수 있었다.
-화아아!
루시퍼는 힘을 잃어 평범한 존재가 되어간다.
마치 모든 힘을 잃은 인간처럼 말이다.
"아..힘이.."
루시퍼는 입맞춤과 함께 폭발했던 감정이 급속도로 식어감을 느낀다.
하얀 날개가 사라지고 몸도 행성의 중력을 버티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진다.
그걸 본 레비아탄이 달려가서 금발머리를 휘날리는 루시퍼를 안아 든다.
"루시퍼님.."
힘과 함께 의식역시도 잃어버린 루시퍼와 함께 싸움이 종료 되었다.
-엔젤코드를 말하세요.
"데미안."
-영혼분석... 완료. 인증되었습니다. 코드 사용의 목적을 말하세요.
"제노사이드 보관."
-확인되었습니다. 데미안님.
성검형 제노사이드를 수집했다.
***
-휘리링..
루시퍼는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사슬을 둘둘 감은 남자인간을 말이다.
"혼자서 온 거냐! 인간 캬캬캬!!"
"키하하하!!"
"헥헥헥!!"
다양한 악마들에게 둘러 쌓여있는 남자인간.
당장이라도 악마들에게 잡혀 모든 살점이 뜯겨나갈 듯 보였다.
"복수."
"뭐? 커억!!"
심장이 뺏긴 데몬악마는 피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는다.
자신의 상체보다 큰 심장을 한손으로 들고 있는 남자인간이다.
루시퍼는 흥미로웠다. 망설임 없이 혼자서 자신의 구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다들! 달려들어! 먹어치워라! 캬랴랴!!"
"잠깐."
"억...제왕 루시퍼님!"
"내가 상대하지."
"그럴 필요까지는 없으십니다."
"내말이 우습나 단탈리안."
"윽..아닙니다..따르겠습니다."
여러 종족들의 머리들을 가진 71위 악마 단탈리안은 서서히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다른 악마들 역시도 물러섰다.
고개를 꼿꼿이 들고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인간이다.
"천사의 무기.. 제노사이드를 가지고 여기에 온 목적이 무엇이냐."
"너를 수집하러 왔다. 오만의귀족악마 루시퍼."
"꺄르르! 꺄르르!!"
다른 악마들은 남자인간을 보고 비웃었다. 하찮은 인간이 제왕을 수집하러 왔다는 말에서 말이다.
악마들의 입장에서는 그보다 웃긴 코미디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좋아. 나를 수집하겠더라.. 용맹함이 마음에 들어. 그래.. 어떻게 수집할거지?"
"전투에서 이기고.. 제노사이드에 묶어버리겠다."
"후후후.. 당돌하구나.. 좋다. 악마의 승부를 해보자구나."
악마의 승부.
악마들이 좋아하는 경쟁이었다. 싸우고 다투며 서로를 성장시키는 악마들이었다.
타락천사였던 루시퍼는 악마의 승부를 마음에 들어 했다.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날아올라간다는 말에 자신역시도 많은악마들을 키워냈다.
"이기면 내 모든 것들이 네 것이 될 거다. 하지만 진다면.. 너의 심장과 영혼을 내 노예로서 평생 사용 될 거다. 내 뒤에 있는 악마들처럼."
루시퍼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검은 벼락을 잡았다.
검은 천사의 날개를 접고 지상으로 내려갔다.
벼락 속에서 악마검을 들고 나타나는 루시퍼는 인간남자에게로 천천히 걸어갔다.
사방에서 루시퍼를 응원하는 소리만 울렸고 그렇게 인간남자는 조용히 울부짖기 시작했다.
***
"으으음..."
긴 꿈을 꾼 루시퍼는 정신이 들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자신은 푹신한 침대위에 누워있었다.
"여기는.."
이불을 밀어내고 일어난 루시퍼는 주변을 돌아봤다.
의자에 앉고 침대 끝에 엎드려 누워있는 푸른 소녀가 보였다.
"루시퍼님..루시퍼님..쩝..쩝.."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잠들어 있었다.
"나는.. 윽.. 천사다.."
루시퍼는 아직까지 자신이 천사라는 걸 의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몸 안에서 천사의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둡고 끈적거리는 힘이 느껴졌다.
-끼이이..
노크 소리와 함께 방안으로 누군가 들어왔다.
"깨어났네. 루시퍼?"
"네년은.."
"악마의 힘을 받고도 아직도 나를 기억 못하는 거야?"
긴 생머리를 가진 여인이 루시퍼를 보고 음흉하게 비웃는다.
"이해가 되긴 해, 수천 년 동안 신성국과 함께 했으니까. 악마의 기억이 돌아오려면 그 정도 시간이나 힘이 필요하겠지."
"나는 천사다. 악마가 아니다!"
"천사 맞아. 앞에 다른 게 붙는 타락천사. 우리들을 이끌어줬던 제왕이라고 불렸던 악마."
"거짓말하지마라.."
"쿡쿡.. 처음 진실을 알게 된 주인님과도 비슷하네. 루시퍼도."
"주인?"
"당신과 겨뤘던 인간. 그 남자가 지금 악마들의 주인이야."
"그 녀석 지금 어디 있지!?"
"왜?"
"당장 상대해야겠어! 데려와라!"
"지금 아카데미에서 있어 오후에나 돌아올 거야."
"당장 찾아가겠다!"
루시퍼는 치욕을 잊지 못하는 악마였다.
자신의 입술을 가져간 인간남자.
함께 힘을 가져가고...
-찰캉..
"이건.. 그때 이후.."
패배 후. 흐릿한 의식 속에서 기억나는 건 자신의 목에 족쇄를 채운남자였다.
"루시퍼, 당신도 악마수집가의 수집품일 뿐이야."
"아니야..! 나는! 읏..!"
"거부할 수 없어. 거부를 하면 할수록 흥분하고 좋아하는 감정만 생길 테니까. 그냥 받아들이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본인만 괴롭고 힘들뿐이니까."
루시퍼는 본인의 입술을 꽉 물었다.
흥분과 함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러러 나오는 쾌감이 계속해서 그 남자의 모습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악마수집가..악마수집가..읏..'
마음이 시키고있었다.
그래도 이성을 바로잡고 버티고 있는 루시퍼였다.
"훗.."
오줌 참는 듯한 루시퍼의 모습에 아스모데우스는 더 다가가 루시퍼에게 밀착했다.
"이런 모습의 루시퍼라.. 귀엽네?"
"무..무슨 짓이냐!"
"주인이 맛보기 전에 잠깐.. 즐기는 정도?"
음욕의 귀족악마 아스모데우스는 그 무섭고 오만한루시퍼가 달라진 모습에 흥분한다.
역시 반전을 좋아하는 아스모데우스였다. 암, 수를 가리지 않고선 말이다.
"어때? 한번.. 승부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전에도 그렇게 좋아했었잖아."
"승부.."
"이기면 작은 소원 하나씩.. 예전엔 내가 져서 1년동안 알몸에 네발로 기어 다녔었지."
"그런 거라면 좋다 상대하마!"
루시퍼와 아스모데우스는 바로 승부가 시작되려고 한다.
"안대에!!"
서로를 노려보다가 귀엽게 소리치는 악마가 있었다.
"레비아탄 깨어났구나?"
"힘의 차이만 봐도 불리한 상황이잖아! 아스모데우스! 루시퍼님을 이용하려고 하는 걸 내가 모를 줄 알고!"
루시퍼의 앞을 가로막으며 씩씩거리는 레비아탄이다.
"...넌 뭐냐."
"루..루시퍼님.. 레비아탄이에요."
"레비아탄, 주인을 대할 때랑은 완전 딴판인데?"
"시..시끄러워! 아스모데우스!"
루시퍼를 보호하려는 레비아탄과 골려먹을 생각을 하는 아스모데우스를 보고 루시퍼는 뭔가 익숙하면서도 동질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