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4화 〉악마의 속사정 (74/153)



〈 74화 〉악마의 속사정

과거 천사의 기억이 있다면 루시퍼도 예전의 기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수집가였다.
하지만 레비아탄은 거기에서 의문점이 생겼다.

"천사가 우리들을 그냥 만나주지는 않을 거 아니야."
"그렇겠지?"
"뭐야..다른 방법은 없는 거야?"
"또 있다면... 제왕시절에 루시퍼가 가진 물건. 추억이 담긴 물건과 접촉하면 다시 기억이 날지도 몰라."
"정말로 그런 걸로 가능할까."
"뭐든 해봐야지. 그냥 저 상태로 둘 수는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걸 어디서 찾아.. 이미 다 사라져 버렸을 텐데."
"마몬한테도 부탁은 했는데.. 뭐.. 발견된다면 가져올 거야."
"그래..?"

레비아탄은 주인에게 고마웠다.
그러면서 자신의 잘못했던 것들이 생각이 났다.

"그..그러니까..그때.. 나 루시퍼님을 만났을 때 몸이 얼어버려서.. 아무것도 못했는데.. 루시퍼님을 구해주고.. 기억 찾는데도 도와주고.."
"고맙다는 거지?"
"아..으응.."

레비아탄은 고마움을 표시하는데 부끄러움이 많았다.
그래도 처음엔 그렇게 싫어하더니 많이 발전된 모습이다.

"고마우니까.. 피자먹으러 갈래? 내가 사줄게..!"
"그럴까?"
"아..응응!"

레비아탄은 두 눈을 감으면서 속에 있던 말을 꺼냈다.
오랜만에 레비아탄과 주인은 외출하게 된 것이다.

"나가야하니까.. 나 좀 씻겨줄래? 레비아탄?"
"아..알았어."

주인은 상의 탈의 한 체로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와 다른 모습이다. 뭔가 든든하면서 야생미가 가득한 수컷다움이 풍겨지고 있었다.

-꿀꺽..

레비아탄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이 말랐다.
그래도 애써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면서 다가가서 주인의 손을 잡아준다.
그러자 물이 바닥에서 부터 타고 올라갔다.

-쏴아아..

"언제 봐도 신기하네. 고마워."
"으..응..그.. 고마우면 키..키스해줘."

레비아탄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의 욕망을 말해버렸다.
하지만 주인놈은 오히려 이런 실수하는 모습이 더 귀엽다는 듯 바라본다.

주인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뭔가 잘못됐다.

스스로 입맞춤을 원하는 나라니.. 민망했지만 그만큼 기대하고 있었다.

레비아탄은 자신도 모르게 주인놈한테는 귀여운 악마가 되고 싶은 상상을 하게 된다.
아니 주인에게도 그렇게 보였으면 했다.


"레비아탄은 귀엽네."
“그걸 말하면 어떻게!”

다시 쀼루퉁한 표정이 된 소녀.
포니테일에 조금 불량해 보이는 짧은 반바지를 입은 소녀는 눈을 감고 보관에게 입을 쭉 내밀었다.

소녀의 마음대로 안 해주면 어떨까 생각도 해봤다. 분명 얼굴이 빨개지면서 삐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면 또 달래줘야 하니 그만큼 외출이 늦어질 거라고 생각했고 장난은 그만두기로 했다.

-쪽..

입맞춤과 함께 레비아탄의 맛이 흘러들어왔다.
기분 좋은 톡쏘임 그리고 달콤한 사이다 맛.

"우우..거기는.."
"아..나도 모르게 그만 만져버렸네. 미안미안."

분명기억에는 키스만 했는데 주인의 두 손은 어느새 레비아탄의 엉덩이와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레비아탄의 말에 정신차린 주인.
두 손을 때고 벗어둔 반팔티를 입었다.

"피자 먹으러가자."
"아.. 응.. 그래야지."

주인은 지하실의 문밖으로 나갔다.

"...조금 더해도 되는데."

레비아탄은 그냥 지하실을 나가는 주인을 보고 오히려 아쉬운 마음이었다.
키스만으로 하복부가 떨리면서 계속 안기고 싶었다. 끝까지 가고 싶었다.

"오..오늘은 피자를 먹고 나서도 시간은 있으니까."

레비아탄은 다시 기운을 내며 주인의 발자국을 따라갔다.
오늘하루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

레비아탄도 지하실 밖으로 나갔는데 주인이 누군가와 붙어 있었다.
검은 하이일과  생머리를 가진 녀석이다. 수집가의 팔을 커다란 가슴팍 안으로 붙잡고 있었다.

"오늘 쉬는 날인데~ 조금 어울려줘요~"

 모습을 보고 질투가 났다.
빠르게 달려가서 주인놈과 아스모데우스 사이를 갈라놨다.

"뭐야, 레비아탄?"
"나랑 먼저 피자먹기로 했다고!"
"안댕~ 오랜만에 나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한발 늦은 아스모데우스가 애교를 부리며 주인에게 붙는다.
음욕의 악마답게 내숭을 잘 떠는 악마였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부끄러움 없이 행동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둘  같이 가면 안 될까?"
"그게 싫은 거라고!"

한심한 주인놈이다. 이렇게나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다니 말이다.

"조금만 봐줘. 레비아탄~"
"그래, 나도 부탁할게 레비아탄."
"으으.. 그렇게 말하면 어쩔  없잖아."

마음에 안 들었지만 저렇게나 부탁하는데 안 들어줄 수도 없었다.
하는  없이 아스모데우스도 함께 해야 했다.

"손잡아줘."
"물론이지."

주인은 내말을 잘 들어줬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친절한 모습이다.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나면서도 그런 점이 좋았다.

"그럼 난.. 엉덩이좀 잡아도 될까?"
"그건 좀.. 보는 사람들이 많잖아."
"그럼 보는 사람들이 없을  괜찮다는 거지?"
"언제는 안 그랬냐. 아스모데우스. 변태악마주제에."
"쿡쿡."

아스모데우스는 여전히 변태였다.
주인놈이 변태가 된 것도 다 아스모데우스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루시퍼님처럼 멋지게.. 성장했을 텐데.. 으으.. 아니야,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상한 상상에 머리를 흔들었다.

"왜? 손잡아 달라는 거 아니었어?"
"아..아니야, 손 줘!"

아무것도 모르는 주인놈은 한심해.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났다.

"주인, 나는 말이지.. 계속계속 주인을 생각하고 있다구~"
"응, 그렇게 보여."
"힝.. 알면서도 그러다니, 너무 무심하다고."
"어제도... 안아줬잖아.."
"악마는 금방 회복되니까~ 체력도, 정신도, 성욕도 후훗. 악마들의 주인이 된 만큼 모든 걸 처리해줘야 하잖아~ 강아지들로 치면 밥이라든지, 똥오줌이라든지 말이야."

아스모데우스의 말이 민망하긴 하지만 맞는 말이었다. 최근에 온몸이 정액으로 물들였던 적도 있었는데도 지금 와서는  야한 짓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가깝게 지내고 싶었다. 뇌속에 뭐가 들었는지 심장은 어떻게 생겼는지 까지도 말이다. 물론 그러면 죽어버리기 때문에 자제는 하고 있지만 주인놈이 책임지고 우리들을 관리해줘야한다는 건 찬성이었다.

하지만 아스모데우스가 사실만 말하는  주인 놈한테 지는 느낌.
맞는 말만하는데 지다니 짜증이 난다.

"맞아, 그러니까 노력해달라고 주인."
"아하하..알았어. 레비아탄, 아스."

우리들의 응석을  받아준다. 예전의 악마수집가와는 딴 모습이다.
화를 낼법한 일도 그냥 넘어가고 자신의 임무마냥 악마들의 스트레스를 모두 받아줬다.

***

-딸랑딸랑~

"다 왔다."
"그랜드마스터 피자에 어서 오세요~"

주인놈이랑, 나, 아스모데우스와 함께 피자집에 왔다.
이번에 아스모데우스랑 같이 온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주인놈과 둘만의 시간을 방해받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피자를 실컷 먹을 수 있으니까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여기서부터..여기까지 다줘."
"세분이서 괜찮으세요?"
"혼자 먹을 거야. 나머지 둘에게 따로 주문받아."
"아..네..네.."

인간들은 항상 자신의 한계와 기준으로 판단했다. 방송을 할 때도 그렇고 말이다.
허접한 녀석들이 널려있어서 조금만 묘기를 보여줘도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10판 이상의 피자를 나 혼자 먹는 건 쉬운 일이었다. 인간들의 반응은 항상 같았다.
처음 보는 광경에 놀라거나 시기하거나 질투, 의심해서 욕하거나..
하여간 입만 살아있는 재미없는 녀석들뿐이고, 그만큼 약한 인간들이었다. 물론 주인은 저런 인간들과는 다르지만 말이다.

"그럼..저는 스파게티에 그리폰 치즈를 잔뜩 올려주세요. 포도 탄산까지요."
"저는 불고기피자 하나요."
"알겠습니다! 손님."

-딱딱.

구두를 신고 주방으로 가는 여자인간을 보다가 옆에서 나를 바라보는 아스모데우스의 기분이 느껴졌다.

"이런 기분을 레비아탄은 계속 즐기고 있었네? 치사하게 말이야."
"흥, 같이 가자고 말했는데 바쁘다며."
"정확하게 말해줬으면 언제든지 따라갔을 거라는 거지."
"말로 어떻게  표현해. 직접 경험해보고 선택은 본인의 몫이야."
"레비아탄은 역시 재미있는  잘 찾는단 말이지."

야한 몸에다가 어떤 악마보다도 남자를  알고 있어서 주인놈을 여유롭게 꼬신 주제에 아스모데우스는 나를 부러워하는 시선으로 봤다.

오히려 내 쪽에서 질투가 나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벨페고르도 레비아탄이랑 있으면 좋다고 하고 역시 뭔가 숨기고 있는 거지?"
"바보의 말을 믿는게 이상하네. 바보 아스모데우스."
"바보라니.. 주인~ 레비아탄이 나보고 바보래요..흑흑"
"연약한척하면서 주인한테 달라붙지 마!"
"아잉.. 레비아탄은 쉬우면서도 재미있다니까~"

예전에도 그렇고 귀족악마들은 나만 만나면 왜 놀려먹으려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나보다도 어린주제 말이다.

"주문하신 메뉴가 나왔습니다~"

그래도.. 피자가 있다면 조금 용서해  수도 있지. 주인놈과 함께 먹는 피자라면 더 더욱.

"냠냠.."

맛있다. 특히 치즈라는 음식이 이렇게 맛이 있는지 이번생에 처음 알게 됐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먹었던 재료들인데 이런 식으로 맛을 즐길 수 있게 알게 해준 인간들에게 약간은 고마움이 있었다. 그러니 주인놈 말을 조금 따르고 있는 거고 말이다.

"레비아탄, 입에 묻었어. 닦아줄게."
"어..어.."

'으으..  어린애 취급.'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나를 신경써준다는 마음이 피자를 먹는 것만큼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뭔가 챙겨준다는 느낌은 내가 어린애가 된 기분이다.

"우움.. 주인 나도 묻었는데?"
"일부러 묻힌 거잖아.."
"묻었어요~"
"알았어.. 일로와 봐."

입을 닦아준 기분을 느끼고 싶은지. 자작극을 펼친 아스모데우스다.

보기 좋게 넘어간 주인은 아스모데우스를 도와줬다.

아스모데우스는 자기 손이 있으면서도 부탁했다. 나는 어린애 취급 받는게 이상한데 녀석은 그게 좋은가보다.

작은 거라도 서로를 위해 도움을 주고 있었다. 나쁘지만은 않아보였다. 이런 걸 주인놈은 행복이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아직도 모르겠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을 도와주다니 말이다. 약하고 바보 같은짓이다.

세상이 불공평한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주인놈이면서..

그런데도 우리들에겐 한없이 봉사했다. 불리한 싸움을 받아줬다.

그래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
주인과 비슷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주인, 너는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나?"
"응, 나처럼 피자먹는 거 말이야."
"나는.. 할일이 많아서. 너희들도 케어 해줘야 하고.. 힘도 키워야하고..아카데미도 가야하고.. 수련도.."
"음..맞아요, 주인님. 뭔가 바라고 있는 꿈이라도 있잖아?"
"나는 지금이 이대로가 좋은걸."
"뭐야 그게.."
"욕심이 너무 없잖아~"
"가족들이 생겼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욕심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괜찮아. 지금도 둘이 나랑 함께 있어주고 있고."

다른 인간처럼 물욕도, 누굴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것도 없는 주인놈이다.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건데, 주인놈도 정상인과는 상당히  떨어진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우리들을 수집한  일수도 있겠고.. 바보주인이라는 말이 왠지 모르게 어울리는 주인이다.

"아, 하나 해보고 싶은 게 있긴 있어."
"뭔데?"
"바다? 난 바다 한번 가보고 싶어. 아니면 수영장라도..?"
"꽤 소박하시네요. 귀여운 주인님."

젠장.. 아스모데우스가 귀엽다고 하는 말을 왠지 모르게 이해가   같았다.
왠지 마구마구 부탁을 들어주고 싶었다.
이게 주인이 말하는 행복이라는 건가.. 왠지 이상했다.
그러면서도 좀 더 주인이 말한 걸 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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