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7화 〉악마의 속사정 (77/153)



〈 77화 〉악마의 속사정

레전더리 팰리스 안에서화려한 조명 빛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또한 하늘에서 폭죽이 터지면서 축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그만큼 모든 사람들에게 기대감과 흥분을 주고 있는데 옆에 있는 수집가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무덤덤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때요?"
"볼게 많아보여."
"훗, 여전하다니까."

악마수집가였던 주인은놀라운 세상을 보고도 평상시와 같은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언제나 당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봤다.
아스모데우스가 수집가에게 붙잡혀 있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다.

다른 생명체들은 악마를 두려워했다.
악의 대상이며 대살육자들, 탐욕과 광기, 음란과 교활함의 종족이라 소문이 자자했다.

그래서 귀족악마들 이름 앞에 악한 호칭이 붙은 거고 말이다.
그런 악마들을 대하는 악마수집가는 다른 이들과는 달랐다. 악마들앞에 직접 나타나 상황을 마주하고 스스로 경험하는 주인이었다.

악마를 전부 묶어서 보지 않고 한명한명을 다른 이들처럼 대했다. 악마들을 그대로의 모습을 봤다.

수집가는 악마를 사람처럼 대했다.
대화를 하고, 요구를 들어주고, 화도 내고, 슬퍼도 해줬다.
악마수집가는 악마들을 서서히 알아갔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악마수집가는 신기한 남자였다.

수백 년간 붙잡혀 있었지만 한없이 자유로울 때보다 재미있던 적도 있었다. 약간의 소속감이랄까. 그에게 묶여있다는 감정 말이다.

악마수집가는 그런 존재였다.
악마라는 종족의 껍데기를 보지 않았다.
그대로인 악마 아니 나 아스모데우스를 봐줬다.

악마들의 힘을 취해 욕심 부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악마들의 힘을 이용해서 다른 계획을 세우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악마들의 힘에 당해서 마음이 변질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악마들이 더 이상 죄를 짓지 못하게만 만들고 지켜만 봤다. 악마들에게 다른걸 요구하지 않았다. 악마수집가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다른 녀석들과 달라보였다. 관심이 갔다. 알고 싶었다. 어떤 녀석인지 말이다.
전생에 감옥에 묶여 있었을 때 서서히 그를 알고 싶었고 알아갔다.
악마들을  잡는 것 이외에 특별한 게 없지만 그에게 흥미가 생겨버렸다.

"응? 왜  하고 싶어?"
"아니요. 그냥 주인님을 계속 보고 싶어서요."
"평소에도 나만 보자나.."

아스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귀엽게 돌아보는 주인이다.
한없이 냉정한 겉모습이지만 나는 그가 얼마나 따뜻한 남자인지 알고 있었다.
수백 년이 지났지만 그의 마음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오늘은 멋쟁이 모드잖아요. 계속 바라봐서 기억속에 저장해야죠."
"그런 거 금방 잊어 먹잖아.. 맞아! 사진이라도 찍을까?"
"사진이요?"
"별로일까?"
"아뇨 좋아요!"

아스모데우스는 이런 악마수집가에게 반해 버린 거 같다.

"사진 찍는 거. 어디가 좋을까?"
"저기 어때요?"
"저긴.."

공주와 왕자가 그려진 배경모형.
공주와 왕자 얼굴만 구멍이 뚫려있는 모습이다.
약간 어린애들이 좋아할법한 유치해 보이는 배경이었다.

"괜찮죠? 쿡쿡."
"하여간.. 날 놀리는  좋아한다니까."

싫을 표정을 지으면서도 천천히 걸어가는 수집가다.
아스모데우스는 그 모습이 정말 웃기면서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또각. 또각.

정해진 위치에 서서 구멍 속에 얼굴을 내밀었다.
초소형 카메라가 달린 드론을 날려서 둘의 모습을 봤다.

"셋에 찍을게요. 하나~ 둘~"

-찰칵!

"셋이라고 했잖아."
"쿡.. 둘에 재미있는 표정이 보여서요."

하품하는모습으로 찍힌 수집가의 모습이다.
따분해했지만 시선은 아스를 의식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인간들이라면  찍은 사진이라고 말하겠지만 귀족악마들끼리라면 부럽다고 생각할법한 사진일거다.

"너무 놀리지 말아줘."
"생각해보고요."
"그런데 아까 벨페고르한테 뭘 해준 거야?"
"아 그거요? 예전에 제가 가지고 놀던 기사를 넘겨준 거?"
"뭔지 모르겠지만 위험한건 아니지?"
"예전일이라 딱히 그 정도는 아닐걸요? 물론 벨페고르가 어떤 식으로 사용함에 따라서 위험해질지도 모르겠네요."
"과거에 봤던 것처럼만 행동 안했으면 좋겠어."
"그때는 저희도 혈기왕성한 시기라 쿡쿡."

수천 년 전에 대부분의 악마들의 정신연령이 낮았다는 느낌이었다.
보고 싶고, 듣고 싶고, 얻고 싶은 게 있으면 행동하고 빼앗았다.

악마도 그랬지만 다른 종족들, 몬스터 역시도 그런 시대를 살고 있었다. 당연했던 세상이었다.

힘이 있는 자들이 모든  차지하는 세계 말이다. 지금은 힘도 힘이지만 자본과 정보 쪽에 영향력이  높아진 상태라고 볼 수 있었다.

물론 게이트가 생기고 나서다시 힘쪽으로 서서히 넘어가는 세상이 되어가는 게 느껴지긴 했다.

"지금도 그래.."
"우리들을 너무 높게 생각하지마세요. 힘을 잃은악마들이라 지금은 다른 헌터들과 비슷한 수준이 랍니다~"
"힘이 아니라 생각이 위험해."
“아니요~ 저는 약해요~”

가끔 힘을 잃어버렸기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약하기에 수집가가 악마들을 안아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좀 더 저희를 지켜주세요."
"으응... 악마들을 지켜달라니."
"나 참~ 이럴 때는 ‘사랑하니까 지켜줄게라‘는 말을 하는 거라고요."
"그런건.. 언제나 생각하고 있다고."
"헤에? 정말로요?"
"평소에도 고마우니까. 그리고 나도 너희들 덕분에 외롭지 않아."
"쿡쿡. 그렇게 생각해주고 있는지 몰랐네요."

정작 고마운 건 악마인데 오히려 주인이 그런 말을 해왔다.
이런 걸 찍어야했다.

-찰칵!

"왜 찍는데?"
"쿡쿡, 막 사진을 찍다보면 그중에서 좋은 작품이 나타는 법이에요."
"이상한 말이야 그런 말을 누가했는데?"
"음.. 예전에 만났던 다빈치?"
"악마의 손을 가진 그가 그런 말을 했다고? 사진기도 없던 시절이잖아."
"정말이랍니다~"
"거짓말."
"그는 마법으로 사진을 남겼으니까요."

수집가는 악마들의 장난과 헛소리들을  들어줬다.
전혀 의미 없는 이야기들이었지만 무시하거나 피하지 않았다.
그의 장점이기도 했다.

다른 이들은 힘들거나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피하고 밀어냈다.

하지만 수집가는 자신이 원하지 않던 일들이 생겨도 그걸 마주하며 비극과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수집가는 피할  없는 일들을 잘 해결하는 재능이 있는 남자였다.

"자, 가자."

수집가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은 아스모데우스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손이었다.

"네, 주인님."

전생에도 지금도 말이다.
그가 좋았다.

***

그와 함께 레전더리팰리스 내부로 들어섰다.
내부에서도 가장 부유층이 머문다는 상층으로 말이다.

"여기 계셨군요. 피오라님."
"아인슈타인 그룹의 부사장님이시군요 호호."
"웨이터, 이쪽 여사분께 칵테일 한잔 주세요."
.
.
.

구경할 수 있는 다양한 묘기들과 파티장이 보인다.
특히나 파티장에 인간들 중에서 꽤나 이름이 있는 이들이 모여서 관계를 가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 아스는 옆에 있는 수집가가 더 눈에 띄었다.

"이런 장소도 오랜만이네."
"그렇죠?"
"그래서.. 나를 왜 이곳으로 오게 만든 거야?"

수집가는 아스를 보고 물었다.
궁금하다고 말이다.

"단순해요, 예전에 무도회장안에서 외톨이 취급당했다고 했었잖아요. 악마들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가까이 하지 않는다고요."
"그렇게 말했었나.."
"주인님의 안 좋았던 추억을 좋은 추억으로 바꿔주려고요. 그뿐이에요."
"그런 거였구나."

수집가의 고마워하는 마음과 표정이 느껴졌다.

"나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주다니 고마워."
"당연하죠, 당신은 저의 주인이니까요."

남에게 무언가를 선물해준다는 것.
그 즐거움을 알려준 게 눈앞에 있는 수집가였다.
그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악마들이었다. 그러니 선물하나를 해주고 싶었다.

욕심이 없는 그를 기쁘게 해주려면 물질적인 것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게 과거에 좋았던 기억들을 좋은 기억으로바꿔주자고 생각하게 됐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는 아니었다.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억지로 끌어들여서 죄송해요."
"아니아니, 나야말로 재대로 어울려주지 못했네."
"후후, 그럼 저와 춤춰 주실 거죠?"
"춤은쫌.. 아스, 처음부터 그걸 노리고 있었구나.“
"그럼요~"
"아스답네.."

수집가는 단번에 아스의 속마음을 알아버린다.
역시 악마들을 잘 아는 악마수집가 다웠다.

아스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자신의 주인에게 가면을 내밀었다.

"그전에 무도회장안에서 저를 찾아주세요."

그 말만 남기고 아스는 바로 앞에 보이는 커튼이 처져있는 무도회장안으로 들어갔다.
수집가역시도 가면을 착용하고 아스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딴딴~ 따라라단~ 따라라라~

규칙적인 리듬소리가 들리는 무대였다.
가면 쓴 남자와 여자가 만나 춤을 추고 있었다.
서로 알지도 못하는 이들이 만나 춤을 춘다.

-따땅!

한곡이 끝나니 파트너와 함께 무도회장 밖으로 나갔다.

-따라단~ 따라단~ 따라라라단~

그렇게 한 번의 무대가 끝이 나고.. 다시 무도회장이 열렸다.
반대쪽에서 드레스를 입은 가면 쓴 여인들이 걸어 나왔다.
수집가가 머무는 곳에서도 턱시도 차림의 남성들이 걸어 나갔다.

가면 쓴 이들이라 아무도 모르는 이들뿐이었다.
하지만 수집가는  수 있었다.
악마를 말이다.
그녀의 곁에 수많은 남자들이 손을 내밀고 있었다.

"저와 춤을 춰주시겠습니까?"
"미안해요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요."
"저는 어떻습니까?"
"싫어요."

거절당하는 남성들이 보며 그곳으로 당당하게 걸어갔다.
그리고 말을 했다.

"자, 가자."
"훗..네."

수집가는 아까처럼 손을 내밀었다.
다른 남자들은 오묘한 시선을 보내왔다.
전혀 정중하지도 예의 있는 권유가 아니었는데 수락하다니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들의 틈에서 나온 아스는 주인의 손을 잡고 가면 쓴 이들이 춤을 추는 무대 위로 나갔다.

"춤은 오랜만이야."
"저도요."

악마와 인간이 춤을 춘다.
시작이 이상했다. 삐걱거리고 서로 마주보고 있지 못했다.

"조금 어색하네요.."
"그럼 더 해보자."
"당신이 원한다면 언제든지요."

하지만 한 동작을  때마다 서서히 맞춰갔다.
그러면서 초단위로 성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시작은 어린애들 수준이었다면 무대가 끝날 때즈음엔 모두가 둘을 바라볼 정도로 성장한 모습이 되었다.

-척!

둘만의 춤속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실패와 어눌함, 이상함, 변화..

그렇게 시작된 춤이 마지막엔 하나가된 모습으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이 되었다.

-짝짝짝!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가면을 쓴 둘만을 위한 박수였다.
그렇게 둘은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며 무도회장 밖으로 나갔다.

***

무도회가 끝나고 고층빌딩의 테라스에 왔다.
유흥가 거리가 대부분 보일정도의 넓고 높은 테라스였다.
이곳은 VIP고객 중에 활발한 것보다 조용한 손님들을 위한 장소였다.
그런데 오늘은 레전더리 쇼 축제가 있는 날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장소보다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현장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니 지금 여기에는 넓은 빈 공간이었다.

-딸랑딸랑~

잔속에 얼음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집가는 분홍빛 야경을 바라보다 뒤를 돌아본다.

"기다리셨죠?"
"아니. 별로."

수집가는 정신적으로 피로한지 말투가 딱딱했다.

"오늘 어울려줘서 고마워요."
"나도 즐거웠어. 덕분에 안 좋게만 생각하던 축제장소도 좋아해져달까?"
"다행이네요."

수집가는 아스가 가져온 음료를 받아 마셨다.

"나도 선물을 주고 싶은데."
"쿡쿡.. 상을 주신다고요?"
"상이 아니라 선물. 일부로 이런 장소로 데려와 놓고선.."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벽이 없는 뻥 뚫린 테라스에서 서로를 지긋이 바라봤다.
서로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민망하고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를 더 보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게 수집가는 손을 들어 악마의 목과 턱을 쓸어 올리며 자신의 입술로 가져왔다.

"쪽.."

가벼운 입맞춤 한번.
바로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번 얼굴을 바라봤다.

서로서로 야릿하게 바라본다.

다시 두 입술이 붙었다.
어색한 키스로 시작했다.
아까전 어색하게 추던 춤처럼 말이다.

"쪽..추릅.."

하지만 이내 점점 서로를 받기 시작했다.
음미하고 맛보며 서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