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3화 〉여섯번째 악마. 오만의 루시퍼 (93/153)



〈 93화 〉여섯번째 악마. 오만의 루시퍼

"네 놈은 위험하니까."

오피스텔 거실에서 하얀 날개를 가진 천사 루시퍼가 나를 보고 통보하듯이 말한다.


"내가?"
"악마들을 수하로 부리다니. 그만큼 위험한건 이 세상에 없지."

루시퍼는 지금 천사였다.
천사들의 입장으로 나를 보고 있었기에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천사는 세계를 지키는 수호자들이라 지상에 있는 특이하고 별난 것들을 지켜보고 감시  관리를 했다.

악마힘이 봉인되면서 기억까지도 사라진 상태였기에 나를 알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위험한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수하가 아니야 약속을 지키는 것뿐이야."
"악마들이 주인이라고 하는걸 들었지. 악마와 계약을 하다니 어리석은 인간이구나."
"계약이아니라 약속이래도?"
"역시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게 좋겠군. 네놈이 세계를 멸망시킬 계획을 사전에 막을 수 있을 테니까."


루시퍼는 하얀색으로 물든 두 눈으로 나를 날카롭게 쏘아본다.


책임감 있는 모습이다.
천사인 그녀가 나를 끝까지 마주할 생각 같았다.

과거에 루시퍼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었다. 그녀는 피하지 않았다. 직접 지옥검을 뽑아서 나를 보며 내려왔었다.

'흥미를 느끼고 나를 관심 있게 보고 승부를 신청했었지.'

"세상을 지키는 게 나의 임무. 네놈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사실 그녀가 내게 잡혀있는 상태였다.
족쇄가 채워져서 못 도망가는 걸 감시 때문이라고 자존심을 지키는 모습이 역시나 루시퍼였다.

그런 성향이었지.

자신이 약하다고, 못한다고 말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정말 오만의 악마라는 말이 알맞았다. 그리곤 자신보다 강한 존재를 계속 관심 있게 보며 끝까지 따라다녔다.


뭐랄까 스스로 2인자가 되어서 1위 탈환의 기회를 엿보는 그런 느낌이었다.
앞잡이나 간신들처럼 말이다.


"그럼.. 나를 잘 지켜보고 있어줘."
"그래, 도망칠 생각을 하지마라."


루시퍼는 당당하게 말하며 거실 소파위에 앉았다.
그리고 하는 일은 홀로그램 티비를 시청하는 거다.

여러 방송이 한 번에 보였는데 기분이 좋은지 하얀 날개가 파닥거렸다.

티비에 보이는건 뉴스, 예능, 헌터사냥, 스포츠, 홈쇼핑 등등..

워낙에  화면이라 두세 개의 방송화면은 기본이었다.


그중에서 우측 모서리 쪽에 내가 보였다.

내가 방송을 하는 게 아니라 벨페고르가 만든 나노형 CCTV 때문에 내가 어디로 가든 보였다.


 속에 나노형 CCTV를 넣어놔서 나를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만든 거다.

사생활이 모두 공개되는 게 조금 찝찝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안 그러면 루시퍼는 나를 따라오니까.

저번에 아카데미 입구까지 따라와서 발람의 힘으로 투명하게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바람피운 대상에겐 죗값을 치르게 해야죠!"
"오호라.. 당돌하구나."


근데 나를 감시하기 보다는 드라마에  관심 있어 보였다.
하긴 지금 세상은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졌으니 그녀가 천사임에도 불구하고 임무에 소홀한 모습이다.

그렇게 당근을 주고 나는 현관문으로 향했다.

신발을 신으면서 불편함이 느껴졌다.

"...마몬.  신발은 왜 가져가니."


변한  없어 보였지만 변한 게 있었다.
내가 신는 운동화가 새것이었다.


내 발에 길들여지지 않은 신발.
마몬의 짓이었다. 내가 사용하던 물건들을 가져가고, 똑같은 물건을 사서 가져다 놨다.


특이한 취향을 가진 악마들의 집인 만큼 이런 일들은 흔한 일이었다.


악마들과 함께 사는 만큼 감수해야할 일들이 많았다.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악마들은 취향이나 성격이 모두 달랐고, 그 기준이 극과 극이었다.


상상하기 힘든 일로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지금처럼 말이다.

-철컥.. 끼이익.

어쩔 수 없이 새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갔다.
악마들 모두가 출근하고 나도 아카데미로 향했다.


***

-웅성웅성.

오늘은 왠지 아카데미 분위기가 달랐다.

마치 내가 악마수집가 시절에 외딴 시골마을 안쪽으로 들어선 느낌이었다.

시골마을에서 외부인이 오는 일은 꽤나 큰 사건이 있었으니까.

아마도 아카데미 내부에서 사건이 터진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일 테니. 천천히 A반으로 향했다.

"보관씨!"
"사냥꾼님!"


A반으로 향하려고 했지만 내 쪽으로 다가오는 엘루나씨와 헬레나다.

"엘루나씨, 헬레나 무슨 일인가요?"


얼굴엔 근심걱정이 있다가 나를 보자 안심하는 표정이다.


"무사하셨군요."
"무사하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요?"
"헌터생이 사라지고 있대요."
"헌터생들이요?"
"네, 하루하루 출석률이 떨어지던 B반이 있었는데 오늘 보니까  이상이 출석을 안했다 하더라고요."
"그정도입니까?"
"얼마나 심하면 헌터생 지인 분들이 아침부터 항의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침부터 아카데미가 떠들썩했나보다.


"집이 아니면 단체로 게이트를 가서 일이 생긴 게 아닐까요?"
"멀린이 알아봤는데 게이트 출입내역도 없다고 하네요."
"그럼, 그냥 넘기면 안되겠네요."
"그래서 악마의 장난일수도 있어서 보관씨를 찾아왔어요. 악마의 장난이 아니겠죠?"
"그건 아닐 겁니다. 이 구역에 귀족악마들이 상당히 많아서 그럴 일은 없을 텐데.."

납치하는걸 좋아하는 악마가 있었던가.
슬쩍 사람들이 모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들 흥분하고 있었다.


"우리아들 데려오라고!"
"지금 당장 찾으라니까!"
"그게.. 저희도 알아보고 있으니 조금만 진정해주세요. 여러분."
"벌써 일주일째라고요. 경찰과 연락은 해봤습니까?"
"네네..! 저희 고구려 길드도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헌터생들의 부모나 가족들이었다.
냉정하게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기다린다는 사람이 몇이 있을까.
당연하게 언성을 높이고 불만을 토할게 뻔했는데 역시나였다.

고구려 아카데미는 대부분 부유층으로 구성된 이들이었다.


참지 않아도 얻을  있는건 대부분 얻을수 있는 이들이었다.

참을성이 키워지지 않았던 부유층들이 갑자기 소중한 것을 잃었으니 그 여파가 엄청났다.

사탄이 있다면 좋아할법한 장소였다.
그런데 그녀가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는 아마도 사라진 헌터생들을 찾으러간게 분명해보였다.

"그.. 레비씨도 괜찮나요?"
"아, 새벽부터 촬영 때문에 오늘은 아카데미에  왔어요.."
"휴..다행이에요."


엘루나씨가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언지고 한숨을 쉰다.
역시 엘프의 피가 흐르는 만큼 자신과 연관 있는 이들을 아끼고 사랑했다.
비록 그 대상이 악마라고 해도 말이다. 저게 바로 모든 정령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들으셨나요? 오늘부터 헌터생들을 찾을 때까지 수업은 없다고 해요."
"마침 잘됐네요."

헬레나가 말하길 아카데미는 당분간 수업이 없다고 한다.
시간이 생긴 만큼 한 번 납치악마를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였다.


"한  찾아보러 가봐야겠네요."
"그럼, 멀린이 있는 집무실로 일단가요.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봤다고 하니까요."
"좋아요."

그녀들과 함께 멀린의 집무실로 향했다.


***

집무실안에서 우리들은 현재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들을  있었다.

"헌터생만 첫날엔 2명, 다음날에 4명, 그다음날에는 5명... 오늘로 23명이 사라졌어."
"23명이나.. 그런데도 흔적이 없다라. CCTV도 마찬가지고."
"처음엔 악마가 한 줄 알았지만 아닌  같아."
"왜죠?"
"지금 세계의 악마들은 대부분 자신의 구역을 지키고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였지.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해야 할까. 이곳저곳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있어. 헌터생뿐만 아니라 전문헌터나 평범한 사람들까지도 납치당했으니까."

멀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아스모데우스나 사탄만 봐도 자신의 구역에서 꽤나 오랫동안 머물렀고 그 지역에서 자리 잡고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사건은 한주사이에 일어난 갑작스러운 사건.


그리고 한 지점에만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었다. 여러 장소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정도면 한명이 한 짓이 아닌데."
"동일범이라 보고 있어. 실종되는 방법이 비슷해. 흔적이 남지 않는 방식이 모두 동일한 수법이니까."
"현장에 한  가봐야겠어."
"가봐야 헛수고 일거야. 전문 수사관들도 흔적하나  찾고 한숨만 쉬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더 더욱 내가 가야지. 들키지 않고 범행을 저지를 정도라면 비슷한 수준의 실력자가 아니면 안보이니까."
"그렇다면 국가가 담당하는 이들이 1000위 안에 드는 헌터일텐데 그보다  강할  있다는 건가?"


멀린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엔 지금 랭커에 드는 헌터보다 강한 몬스터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용사들이 적으로 보던 마족들이라던지 아니면 지상계 최고라 불리던 드래곤들이나 전설적인 성물들이 존재했었다.

악마가 아니라면 상당한 실력자가 범행을 저지르고 다닐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전문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악질헌터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

헌터생들이 사라졌다는 골목길로 도착한 우리들은 주변을 돌아봤다.

"이쯤이야."
"진짜 아무것도 없네요."
"부정한 느낌도 없고요."

수녀 헬레나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고, 엘루나씨의 정령들도 모두 평소와 비슷하다고 한다.

멀린의 말대로였다.
다른 골목길과 별다를 게 없어보였다.


"응? 잠깐만.."

그렇게 골목길을 방황하던 중 평범한 느낌이 드는 남자가 지나가는 게 보였다.
나는  사람을 멈춰 세웠다.

"저기 잠시 만요."
"뭐죠?"
"여기골목길 자주 이용하시나해서요."
"자주 다니긴 하죠.  집과 가까운 편의점이 이쪽 골목 너머에 있으니까요."
"그렇군요..혹시 여기 골목에서 무슨 특이한일을 본적 있나요?"
"특이한일이요?"
"네, 예를 들면 처음 보는 사람이 지나다닌다던지.. 없던 물건이 생겼다는 지."
"몰라요."
"아 네.. 알겠습니다."


남자는 시간낭비를 했다는 듯 자리를 옮기려한다.
그러다가 문뜩 생각이 났는지 내 쪽으로 돌아본다.


"아아..맞다. 얼마 전에 크게 웃는 미친놈한명 봤는데."
"웃는 사람?"
"그쪽이랑 똑같은 옷을 입은 헌터생이었나. 자신의 머리를 만지면서 크게 웃더라고. 또라인줄 알았어요. 모든 헌터생이 그런건가 생각했었죠."
"헌터생.."

헌터생이라는 말을 듣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남자는 골목길을 따라서 걸어 나갔다.

"헌터생이라.."
"말이 안돼요. 교육중인 헌터생이 모든 사람을 납치하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힘을 지원받는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나처럼."
"설마..악마의 힘을 빌렸다?"
"그럴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엘루나씨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헬레나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악마들의 힘은 모조리 봉인 당했잖아요."
"내 힘과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는 책도 있고..  말고도 사냥꾼들에서 수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흔하니까."
"그렇군요."
"마도서 레메게톤은 북부 신성국에 안치되어 있어서 불가능해요."
"불가능하다면.. 천사일수도 있고."
"아..설마.. 아니에요. 천사들이 그럴 리가 없어요."
"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게이트가 열리는 세상에서 절대로 라는  없다.

'천사는 절대로 인간들을 배신하지 않는다.' 라는 말은 이미 과거이야기.

 시대의 악마들이 이제는 절대악이 아닌 것처럼 과거가 바뀌고 있었다.

"천사님들이 어떻게.. 아니에요."
"아직까지 증거가 없으니까. 의심하는 단계일 뿐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헬레나."
"네.."

쓸쓸한 표정의 헬레나를 잡아주며 안심시켜줬다.
그러면서 남자의 말이 떠올랐다.


고구려 아카데미 헌터생의 옷을 입은 사람이 미친놈처럼 웃었다는 말만 듣고선 고구려 아카데미와 가까운 골목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하루 종일 찾아다녔지만 결과는 허탕뿐이었다.

흔적이 없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다른 세상으로 데려간 듯이 말이다.

의문투성이로 하루일과가 지나고 일행들과 저녁을 먹기로 했다.

간단한 분식집으로 말이다. 3명의 여인들은 맵고 쫄깃한 것이 먹고 싶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 그렇게 배를 채우는 중이었다.


-띠리링~ 띠리링~


"냠냠.. 전화 왔네요? 누구에요?"
"김세원."
"아~ 세원씨군요."
"이 시간에 무슨 일일까요?"
"김세원이라면 아마도 게이트를 같이 돌아달라고 하는 거겠지."
"난 몰랐는데 멀린은 잘 알고 있네?"
"보관이한테 접근하는 애들은 웬만하면 다 알고 있으니까."
"뭐야~ 보디가드 같은 거야? 나도 하고 싶은데~"

엘루나씨는 떡볶이를 먹으면서 장난을 친다.
멀린은 짜증을 낸다.
헬레나는 화장실을 갔다가 나오는 게 보였다.

그렇게 전화를 받았다.

"야, 김보관."
"김세원. 무슨 일이야."
"게이트 가자."
"게이트..? 아.. 지금은   것 같아. 다음에 안 될까?"
"...역시 내가 아직도 약해서 그런 거냐."
"뭐? 아니, 헌터생들이 실종되고 있어서 그래. 나중에 조금 상황이 안정되면 내가 불러줄게."
"...이제 니 도움 없이도  혼자서도 가능해."
"어? 그게 무슨 소리야."
"끊어."
"야..! 김세원."

-뚜..뚜..

연락이 끊긴 통화음만이 들렸다.
그리고 다시 통화 버튼을 눌러도 연결되지 않았다.

"보관님 표정을 보니까 큰일난건가요?"
"아니... 아니지. 큰일이   같기도 해."
"그 김세원씨가 뭔가 하려고 하는 건가?"
"모르겠어. 그래도 찾아가 봐야 할거 같아."
"그런 녀석 신경 쓰지 않아도.."
"아니 가봐야겠어. 사냥꾼의 감이랄까."
"저희도 따라갈게요!"
"아니야 늦었으니까 내일보자."
"힝..오늘은 끝까지 같이 있고 싶었는데."
"미안해."
"어쩔 수 없죠. 그럼 내일은 하루 종일 저희들과 있어야 해요?"
"아응.."
"약속했어요. 헤헤."


헬레나는 분홍빛 눈동자로 나를 보며 악마처럼 웃었다.
계획대로라는 듯이 말이다.

"하여간..내일보자."
"네~"
"넹~"
"응."

그렇게 떡볶이 집에서  명의 그녀들과 떨어져서 김세원을 만나러 움직였다.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했고 어둠이 다가왔다.
주변이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다.


김세원의 집은 알고 있었다.
저번에 같이 게이트를 진입할 때 녀석의 집에 모여서 준비하고 갔던 적이 있었으니까.


다 왔군..

떡볶이 집에서 가까운 김세원의 집이었다.
주변을 둘러보고 빨리 접근했다.
녀석 위험한 짓을 하기 전에 말이다.
초인종을 누르고.

-띵동~


대답을 기다렸다.


"누구세요."
"나야 김보관."


-끼익..

누군가 집밖으로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쩐 일이야."

김세원은 지금시간에도 아카데미 제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표정을 보니까.


"너 얼굴 뭐야."
"내가 뭐."
"이마에 그 눈 뭐지?"
"...이 눈이 보이나."
"보이냐고? 당연하지. 달려있는데."
"너도 그 분을 알고 있나?"
"그..분? 김세원. 알아듣기 쉽게 말해."
"흐흐흐.."


김세원은 내말을 반만 듣고 나머지는 흘려버렸다.
그리곤 천천히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온몸이 저린 듯이 꿈틀되면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서서히 눈이 회색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아아..아.. 그래서 강했구나. 김보관 그래서 강한 거였어. 너도 나랑 똑같아. 누군가에게 힘을 지원받아서 본인의 힘처럼 휘두르고 다니는 거 말이야."
"김세원.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녀석과 만나서 내일 게이트를 가지고 말하려고 하는데 갑작스럽게 이상해진 김세원과 마주했다.


"강해질 수 있어.. 더 강해질 수 있어. 김보관.. 너를 제물로 바친다면..!"
"어이! 김세원!"


-...치익!!

회색 눈으로 변한 김세원이 몸을 비틀며 움직였다.
내 쪽으로 전광석화처럼 다가왔다. 평소의 녀석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몸을 돌려 녀석의 행동하는 걸 피하며 입을 열었다.

"김세원! 정신 차려! 나 김보관이야!"
"아..아..! 힘..힘! 강해질 거야! 강해질 거라고!!"


녀석에게서 끝없는 욕심이 느껴졌다.
힘을 맛보고 더욱 힘을 갈구하는 악마처럼 보였다.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다른 존재 같았다. 본능에 취해 제어가 안 되는 들짐승처럼 말이다.


'젠장.'


-퍽!


피하기만 하다가 김세원의 빠른 움직임에 몸을 돌려 녀석의 복부를 걷어찼다.

-쓰으윽..


"버텨냈다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고통을 느끼면서 기침을 해야 할 테지만 지금의 김세원은 아니었다.
그저 바닥에서 울부짖고 있었다.


"그분이라는 녀석 누구야. 당장말해 김세원."
"흐흐흐흐! 흐흐흐! 힘!   원해 아아!! 제게 힘을 주세요! 더욱 많은 정보와 제물들을 가져가겠습니다! 끄끄끄!"


김세원은 바닥에서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달빛의 하늘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렸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녀석을 구해주는 방법을 모른다.
나는 사냥꾼.
사냥하고 죽이는 것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분이라는 미지의 존재에게 정신이 지배당한 듯한 김세원을 멀쩡하게 구할 자신이 없었다.


"끄에에액!!"

몸을 비틀던 김세원이 입을 열고 회색빛 액체를 토해냈다.

"대체 어떤 녀석을 만난 거지.. 김세원."

토해낸 회색빛 액체를 몸에 두르고 몸을 일으킨다. 이마에 있던 하나의 눈만 빼고선 말이다.

"끼르르.. 끄어어!"


외눈을 가진 이형의 존재가 된 녀석을 마주했다.
녀석은 짐승처럼 내게 달려들었다.


-빠각!

녀석의 힘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악마의 힘을 품은 나의 손을 밀어낼 정도였다.


"끄어어!!"

-쾅! 파르르!

자신의 저택인 앞마당을 담을 맨손으로 부셔버리곤 나를 계속해서 추적한다.
빠르고 날렵했다. 힘과 능력을 얻은 김세원이었다. 하지만..

"머리 쓰는 너랑은 너무나  어울려."


-빠각!

단순무식하고 힘이다.
유체적으로만 나를 압살하려는 건 실력차이가 월등하게 나는 대상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다.

녀석의 움직임이 눈에 읽혀갔고 서서히 공격을 흘려나갔다.

"끄아아! 끄아어!"

마구잡이 공격을 해왔지만 고개를 틀거나 숙이는 걸로 회피가 가능했다.
단순무식한 공격패턴은 과거 수백  동안 당해왔던 나다.

-퍽!


회색외눈괴물이  김세원의 턱이 위로 올라갔다.


"끄어아!"

-빠각!


"끼이아!"


-퍽!

몇 번을 때리고 상황을 지켜봤다.
정신지배계열의 힘은 잘 모르지만 일단 최대한 정신을 차릴 정도로 때려주기로 했다.


"정신 차려."


-빠각!


"흐에!"


그리고 가장 의심이 가는 쪽을 본다.


눈이 약점일까. 하며 내지른다.
마지막으로 가장 의심이 가는 외눈을 손가락으로 꿰뚫는다.
다섯 손가락이 마치 송곳과도 같이 파고들었다.

-푸슉!

"끄키이!!"


눈이 터져 나가자 힘의 균형이 무너졌는지 몸을 잡아주던 회색액체가 흘러내렸다.
그리고 서서히 인간 김세원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손에 묻은  수 없는 액체를 바라봤다.
봉투에 대충 챙기기로 하며 기절한 김세원을 잡아들었다. 그리고 근처 병원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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