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7화 〉여섯번째 악마. 오만의 루시퍼 (97/153)



〈 97화 〉여섯번째 악마. 오만의 루시퍼

"맞다, 악마들에게도 왕이 있다고 들었지요. 혹시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꼭 만나보고 싶군요."

"응? 여기 있잖아요?"

"어디요. 어디.. 설마.. 저 인간..?"

벨페고르는 사오정의 의구심을확실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내 쪽으로 와서 팔짱을 낀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말과 행동을 하는 건지 머리가 아파왔다.


그녀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사오정은 3개의 눈이 모두 가장 크게 떠진  보였다.



정적이 흐르자 다시 사오정은 원래 표정으로 돌아왔다.



"벨페고르씨. 농담이 지나친 시군요. 후후후. 인간이 자신들의 왕이라면 먼저 전장에 내보낼 리 없습니다."

"어라,농담 아닌데."

"역시 악마들이 인정한 악마답습니다. 거짓말로 이 사오정을 놀래게 만들다니."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종족이 바로 악마다.

이미 세상에 널리 퍼진 소문이기에 사오정은 웃어넘긴다.


벨페고르는 위험한 장난이 성공했다고 나를 보며 윙크를 한다.



저건 칭찬해달라는 뜻이다.



그저 재미를 위해서  행동인지 아니면 당황한 사오정의 행동을 보고 무슨 수를 낸건지 잘모르겠다.

잠깐...



벨페고르는 악마.

진실을 말하는 존재가 아니다. 사오정의 말대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악마다.

눈앞에 적이 있는데 진실을  할리가 없었다.

즉 벨페고르는 농담과 행동을 사오정에게 보내는  아니라는 거다.

 자리에 사오정이 아니라면.. 저건 바로 내게 보내는 신호라는 거다.

나를 믿고 윙크까지 하면서 강한 신호를 보내고 있던 거다.

'잘 생각해보자.. 오늘 있었던 일들을.'

세상에 사건이 터졌고 벨페고르는 나를 찾아왔다.

밤이 되었기에 레비아탄과 루시퍼가 나를 찾아왔다.

루시퍼가 수상한 게이트로 진입했다.

다음으로 사오정이라는 존재가 나타났다.



'아, 벨페고르는 이걸 알려주고 싶은 거였나.'


방금  사오정의 말이 떠올랐다.

왕이라면 먼저 전장에 나올 리가 없다고 한말. 그건 사오정에게도 포함된다는 것을 말이다.

난 당연하게도 눈앞에 있는 사오정이라는 존재가 이곳의 왕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을 모두 해방시키는 걸 두 눈으로 봤으니까.

왕.

처음 이 수상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게 만든 존재가 누구인가.

다름 아닌 루시퍼다.


루시퍼가 게이트 안으로 먼저 들어섰기에 그녀를 따르는 레비아탄이 따라간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동떨어진 둘을 구하기 위해 게이트로 들어섰다.



루시퍼가 모든 일을 꾸몄다.

그렇게 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감각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왜 일까? 루시퍼가 왜 이런 짓을 벌었을까? 사오정이라는 존재와 함께 말이다.

의문점이 너무나도 많았다.

내가 죽고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루시퍼에겐 무슨 일이 있던 것인가.



아무리 그래도 현재 루시퍼는 내게 수집되어 있고, 족쇄가 걸려있는 상태인데 이런 상황을 어떻게 만든 것인가.


"먼저  손님들이 기다리니 서둘러 가시죠."

"그랬었지. 후후 기다리고 있는 레비아탄이 짜증내겠네요."

어떻게 감시를 피해 이런 계획을 세웠을까.

고민하고 고민했다.

루시퍼는 루시퍼가 아닌 건가?

아니 내가 신성국 습격때 잡은  확실히 루시퍼다. 지금 희미한 족쇄줄이 그녀에게로 향하고 있으니까.

그럼 누군가가 바꿔치기 했나?

족쇄의 영향을 받지 않게?

불가능하다.

나 말고도 귀족악마들이 항상 감시했다.

절대로 그럴 순 없었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건 진실.. 어떻게 한 거냐 루시퍼.


"아."

"갑자기 뭐냐. 인간."

"아무것도 아니다."

왜 잊고 있었을까.

루시퍼..


녀석은 둘인데.

***

좁은 방안에 있는 루시퍼는 의자위에 앉아 악마수집가를 바라봤다.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그가 재미있다는  바라봤다.

"그대는 나를 진정. 악마라고 생각하나?"

"무슨 뜻이지?"

"그 말대로다 악마로 보고 있냐는 거다."

"그렇게 보고 있다. 악마들을 모집해 군단을 만들고, 세상 사람들 모두가 당신을 악마의 제왕이라고 부르고 있으니까."

"그런가.."


루시퍼는 의미심장한 목소리를 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말에 대답해주던 수집가는 이내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보고 있었지.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 사람과 가깝다고 해야 할까? 악마가 자신의 죄를 뉘우치다니 이상하잖아. 다른 악마들 같았으면 지금도 날 씹어버리겠다고 말할테니까."

"아..."

"루시퍼. 당신과 백년을 함께 살아본  입장에서 말한 거다. 믿어도 좋아."

루시퍼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대에게 고마워해야겠군. 내가 달게 벌을 받고 있다는  알았으니."

"벌이라..그거 다행이군."


루시퍼는 과거에 했던 악행들을 인정했다.

지금도 조용한 감옥에서 살아갔다.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죗값을 치루고 있었다.


다른 악마들과 상반되는 모습에 의아했지만 이것 또한 그녀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저런 루시퍼보다도 세상에는 별의별 이상한 녀석들이 많으니까.

"루시퍼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뭐든지 대답해주지."

"그때 왜?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내게 순순히 붙잡힌 것이지?"

"단순해. 내 몸이 죄를 졌다. 잘못했으니까. 나 또한 책임져야겠지."

"몸이 잘못했다? 루시퍼.. 당신의 몸이잖아."

"몸과 마음이 하나라고 하지만.. 그건 인간 사이에서 말하는 것뿐이다."

"어렵군."

"세상엔 많아. 변질되고, 감염되고, 잘못 태어나고.. 이런걸 돌연변이라고 하지. 나 같이 저주받은 몸이있을 수도 있다. 한 개의 몸에 두 존재가 들어가는 것처럼.."

"그게 가능한 일인가?"

"신이라면.. 가능하지."

"뭐..?"

"아니다. 이쯤 하겠어."


-스르륵. 칭..


루시퍼는 갑작스럽게 수집가의 앞에서 몸을 돌렸다.

그리곤 벽을 바라봤다.


수집가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루시퍼의 거부의사를 보고 방문을 열고 나갔다.

-씨익..



수집가가 나간 방안에서 루시퍼는 벽을 보고 평소와 다른 미소를 지었다.

마치 다른 루시퍼처럼 말이다.


***



"하여간 인간들이란.."


기억 속에서 의미심장한 루시퍼의 말을 찾아냈다.

루시퍼는 그런 말을 했다.

자신은 혼자가 아니다.

둘이기에 다른 쪽에서 한 잘못도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했었다.



과거의 루시퍼가 나를 놀리는 게 아니라 진심이라면, 루시퍼의 내면에 또 하나의 인격이 있는거다.

루시퍼 안에 있는 악마.

두 번째 루시퍼가 모든 일을 꾸민 거다.



-처벅..

"다 왔군요. 다른 악마들은 여기에 있습니다."

사오정이 멈춘곳은 핏줄로 막힌 거대한 문이다.

불끈불끈 거리는 문은 귀중한 것을 지키고 있는 느낌이다.


'아마도 여기에 그녀들이 있겠지..'


"열어라."

-푸드득..끈적.끈적..

회색핏줄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내부가 들어났다.

그곳으로 사오정, 나, 벨페고르 순으로 들어섰다.

"왜 이제야  거야!"

"레비아탄. 무사했구나."

"흥! 늦었다고!"



넓은 공터중앙에 돌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가 보였다.

 의자에서 일어난 레비아탄이 인상을 쓰며 내게 다가왔다.

안심이 됐다.

그녀가 아무런  없이 틱틱거리는 것에 소중함을 느꼈다.

"왔나?"

"루시퍼.."


멀쩡한 모습의 루시퍼가 보였다.

이상한점이 없는 모습이다.

오만하고 거만하게 의자에 앉아있었다.

하지만  알고있었다.

나를 보고 크게 반응하지 않는 모습에 평소와 다르다.

지금쯤이면 감시하길 잘했다는 말과 나쁜 짓은 하지 않았는지 물어봤을거다.



지금은 오히려 관심보다는 나를 경계하는 느낌이 들었다.



범인이 루시퍼인가 의심될 때였다.

"초대된 악마 분들이 모두 모인 것 같군요."

사오정은 돌로 만든 테이블 가장자리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신의 목적인 악마들을 자신의 세력으로 데려가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사오정은 당신들의 힘을 원합니다. 이 사오정의 굴로 들어와 시험을 통과했고, 당신들의 분위기와 대화에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함께하시죠. 악마여러분들."

사오정은 정중하게 말했다.

자신의 편에 서달라고 말이다.



천상에 대적하는 이들을 모아 세계를 되찾고 우리들이 세상의 주인이 되자고 말이다.



거만하지만 여유롭게 마치 선신처럼 연설했다.

그렇게 우리들을 권유했다.


훌륭한 입담이 끝이 나고 고개를 숙인 사오정이 보였다.



"뭐야 그거 때문에 우리들을 부른 거야?"

"그렇습니다. 천상에 있는 천사들에게 들키기 싫으니까요."

은밀한 자리를 만들었고 함께 하길 원한다.

누가 봐도 사오정이라는 자가 만든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자신의 세력인데 죽을지도 모르는 자리에 단신으로 나오다니 모순이다.


"자신의 집단으로 와라? 음.. 싫은데?"

"레비아탄씨는 마음에 안 드신가요?"

"어, 너처럼 민물 비린내 나는 개구리는 싫어."

"개..개구리?  사오정을 개구리이..!?"


레비아탄답게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렇게 보니까 나한테 틱틱거리는건 애교수준이라는 느낌이다.



사오정이 어떤 존재든 신경 쓰지 않고 레비아탄답게 사오정을 불렀다.

질투의 자리를 가진 귀족악마 눈높이에서 말이다.



"하..하..하하하.. 다들 재미있는 농담들로 저를 놀리는군요."

"놀리는 거 아닌데?  개구리잖아. 좁은 도랑 굴에서 숨어 지내는 겁쟁이."

"선은... 지켜주시죠?"

"흥! 처음부터 함께 할 생각은 단 1도 없었어! 난 루시퍼님을 따라왔을 뿐이야!"

거절 의사를 밝힌 레비아탄은 오히려 더러운 것에 질렸는지 내가 있는 쪽으로 와서 덥석 내 손을 잡았다.

"벨페고르! 계속 주인놈과 함께 있었으니까 이번엔 내 차례야! 내놔!"

"후후, 레비아탄은 정말이지 미워할 수가 없네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음에  들어요."

"꺼..꺼져! 거기 만지지 말란 말이야!"



벨페고르는 레비아탄의 행동이 마음에 들었는지 레비아탄 앞에 쭈그려 앉아 투덜거리는 레비아탄의 볼살을 만진다.


"끄..끄으으으!!"


사오정은 자신의 의지를 화려하게 소개했다.

야망과 함께 신들도 놀랄 정도의 연설을 보여줬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이들이 누구인가.


악마였다.

그냥 짓밟고 개구리라 놀린 레비아탄이다.

사오정은 참을성이 끝에 다다른 듯 보였다.

허나 다시  번 화를 잠재웠다.

아직 기회가 많았다.

벨페고르나 루시퍼.

초인적인 참을성으로 끝까지 정중하게 말하기로 하는 사오정이다.


"다..다른 분들은 저와 함께 하지 않으실 겁니까..!?"

"응..? 아아. 말잘 들었고 우리들은 신경 쓰지 말아요."

"아씨..! 만지 말라고! 만져도 되는 건 주인놈과 루시퍼님뿐이라니까!"


금세 분위기가 악마들 쪽으로 기울어졌다.

갑자기 분위기 왕따가 되버린 사오정은 어이없다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이런 수모를 당하게 하다니..두고 보겠습니다.. 악마들이여."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뭐라?"

"사오정, 당신은 살아서 못나가니까."

"제 사오정의 굴은 여기입니다. 여기 두고 못나가다니 그럴 없습니다. 오히려 저의 놀이터라고요. 벨페고르."

"착각하시네. 여기는 이제 제꺼 랍니다."


-푸드드!!



벨페고르가 악마의 힘을 사용했다.

 누워 있는 두 뿔과 함께 그녀 특유의 힘이 사방으로 뿜어졌다.

이후 양털 같은 깃털이 회색 벽을 뚫고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이게 무슨 일이지!"

"내가 나태의 자리를 가지고 있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잖아요 사오정씨. 꼬마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말이죠."

"이..이건 거짓말이야!"



그녀가 처음 게이트로 들어오고 세워뒀던 은밀한 계획이 이제야 시작된다.

사오정의 굴이 서서히 점령당하기 시작한다.

회색 벽은 그녀의 SXT1의 사장실 통로처럼 양털 천지로 변하기 시작한다.

"이럴 수가..!"

"아직 놀라긴 이른데.."



벨페고르의 눈동자가 한 바퀴 돌다가 이내 루시퍼쪽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녀 시야 속 앞으로 수집가가 걸어 나왔다.



이제는  차례다.


"그만하지, 저런 가짜는 지우고 루시퍼. 아니 또 하나의 루시퍼라고 해야 하나."

".....크크."

루시퍼는 서서히 웃기 시작했다.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는지  꼬리가 올라가는 걸 억지로 참으면서 고개를 숙인채로 이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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