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화 〉여섯번째 악마. 오만의 루시퍼
루시퍼는 몸이 슬금슬금달아오르며 자동적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의 말에 믿음이 갔다.
"그러면 어디 안아볼까?"
"아..! 아니다 저절로 고개를 끄덕 인거다! 잠시 시간을..! 으읏!"
루시퍼는 남자의 향기에 취해버려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인큐버스라는 악마에게 매혹에 걸린 것처럼 잠깐 홀려 버린 거다.
다시금 정신을 차린 루시퍼는 좌우로 머리를 흔들며 거부한다. 그를 거부한다.
"싫다고?"
"그..그렇다."
"근데 왜 아쉬워하는 표정을.."
"전..전혀 아니다!"
"흐음.."
루시퍼는 본능과 이성이 열심히 싸우는 듯 했다.
천사는 기본적으로 본능에 취하면 안 되는 종족이다.
늘 경계선에서 문지기처럼 지키고 굳건하게 살아가야하는 책임감 있는 종족이다.
악마라는 힘에 중독되지 않으려 했다.
그 끝이 파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나는 그저 맹세의 입맞춤으로 그대에게 의지를 보여주고자.."
"알겠어. 루시퍼가 그 정도까지만 원한다면 그렇게 할게."
루시퍼는 다행이다 생각하며 움직였다.
어서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저기 쓰러져있는 마몬처럼 될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두 손을 마주잡은 수집가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검은 날개의 부탁.
그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부탁이었다.
악마들 편에 서서 함께 자유롭게 날자고 말이다.
입맞춤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검은 날개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였다.
과거에 잘못도 있으니까.
이번 걸로.. 검은 날개에게 잘못한 죄는 사라지는 것이다... 생각하며..
-쪽.
느끼한 수집가에게 먼저 다가가 작은 입맞춤을 했다.
그렇게 멀어지는 루시퍼.
-덥썩!
"읏?"
"좋아, 루시퍼. 환영해."
수집가는 멀어져가는 루시퍼의 허리를 팔로 감싸 안았다.
그리고 더 이상 멀어지지 못하게 안아버렸다.
루시퍼는 당황해서 두 눈이 커진 채로 수집가를 바라봤다.
"그대의 팔좀... 풀어주면 안되겠는가?"
"음..그게 말이지. 루시퍼, 당신의 인격 말고도 몇 시간 전에 다른 루시퍼가 여기 왔다갔거든."
"그게 무슨 소리인가?"
"다른 루시퍼가 그러던데 너를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안아주라고 하더라고."
"검은 날개가! 말인가!"
그 말을 들은 루시퍼는 수집가의 품속에서 벗어나려고 저항한다.
어떻게든 지금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주사를 맞기 싫어서 떼쓰는 꼬마처럼 도망가고 싶어 한다.
"그..그대는 속고 있는 거다! 그건 단순히 나를 놀리려고 그러는 것이다!"
"미안해, 조금만 어울려줘."
꼼짝 못하게 묶인 루시퍼를 보고 방금 전에 그녀가 먼저 한 작은 뽀뽀를 기억했다.
약하지만 입술주름 사이사이로 퍼지는 성스러워지는 느낌이었다.
단순히 가벼운 뽀뽀가 아니었다.
어느 정도 각오와 의지가 있는 천사들의 의지다.
맹세의키스는 악마의 계약처럼 절대적이었다.
천사가 먼저 절대 신뢰하는 관계로 인정하며, 한평생을 대상을지켜야하는 존재로 생각하는 거다.
신이 아닌 다른 대상을 지키는 발키리가 되는 것이었다.
"맹세의 키스를 받았으니 보답을 해야겠지."
"자..잠깐..! 으으읍!!"
맹세의 키스가 아닌 천사와 다른 수컷의 저돌적인 키스.
입술주름만 잠깐 터치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서로의 숨과 함께 타액과 혀가 자연스럽게 교환된다.
루시퍼는 두 눈을 꼭 감고 숨을 참는 모습이 보인다.
마치 첫 키스를 한 것처럼 어색해보였다.
루시퍼가 산소고갈로 죽지 않게 하기 위해 찐한 키스를 이쯤하고 멀어졌다.
"하아..하아..하아.."
키스가 끝나고도 계속해서 가쁜 숨을 내 쉬는 루시퍼가 왠지 모르게 예뻐 보였다.
흥분에 물드는 모습도 악마와는 전혀 달랐다.
천사만이 보여주는 고귀함이 있었다.
-슥..
정신이 몽롱할 때 옷을 서서히 벗겨냈다.
하나하나 벗겨 낼 때 보이는 천사의 몸은 악마처럼 풍만하고 남자들을 유혹하기 위한 몸이 아니었다.
성스럽고, 여자가 봐도 아름답다고 말할 정도의 몸이었다.
예술품이나 조각품 몸을 가진 루시퍼의 육체다.
"아..!"
키스의 여운에서 벗어나 정신차린 루시퍼가 자신이 알몸이 된 걸 느꼈다.
두팔로 전부 가릴수 없는 몸을 가리며 쭈그려 앉았다.
"루시퍼는 부끄럼쟁이구나?"
"그대는..그대는..! 너무하다!"
루시퍼는 울먹이며 나를 바라봤다.
상황이 많이 억울한 모양이다.
"루시퍼는.. 내가 싫어?"
"그대는.. 으으.. 싫지는 않다.. 그대는 내가 인정한 유일한 인간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나도 루시퍼가 마음에 들어."
"아..그래도..안된다."
"루시퍼. 지금은 나를 믿어줘."
"그대를 믿으라니. 억지다."
"당신이 믿을 신이 필요하다면 지금만큼은 당신의 신이 되어 줄 테니까."
"신.."
신이라는 단어에 눈앞에 있는 수집가라는 인간이 오만해 보인다.
신을 자처하다니 당장이라도 욕지거리를 해야한다고, 신의 자리를 더럽히고 있다고 말해야하지만..
자신역시도 신의 사랑을 위해 노력했었지.
결과는 비극이었기에 기대감은 오히려 배신감으로 바뀌고 복수만을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은 그저 사랑받고 싶어서 한 거라고 깨닫게 되었다.
수천 년간 고통에서 몸부림치면서 신에게 매달려도 봤고, 감옥에 갇혀 죄를 뉘우치기도 해봤지만 성과가 없었다. 신은 자신을 봐주지 않았다.
잃어버렸던 신의 사랑을 다른 누군가가 채워주지 않을까.
늘 생각해왔었다.
"오만하다.. 악마수집가.. 신을 자처하다니. 심판을 받아야 할 정도다."
"당신이 지금당장 자유로워진다면 그 죄 또한 내가 감당하겠어."
"왜 그렇게 까지 하는 건가."
"루시퍼가 먼저 나를 믿어주고 맹세의 키스를 해줬으니까. 나도 도와주고 싶어."
"그런.. 보여주기 식은.. 잊어버려도 된다."
"아니, 보여주기가 아니었어. 그쪽이 진심이라는 걸 감정을 통해 알았거든."
"내가 말인가..?"
"작은 입맞춤이지만 먼저 용기를 내서 다가온 루시퍼였으니까."
눈앞에 있는 인간이 사랑을 줘도 돌려받을 수 있는 존재인가?
신에비해 불안전한 존재다.
늘 부족한 존재다.
하지만 그의 신념만큼은 그 무엇보다도 굳건해 보였다.
과거에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런가..어쩌면 나는 이미 그대에게 기대고 싶은걸 지도 모르겠구나."
쭈그려 앉아있는 루시퍼의 턱을 검지와 중지로 올려서 나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방금처럼 도망치지 않았다. 위대한 신을 지키는 대천사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루시퍼, 당신은 그 어떤 대천사들보다도 아름다워. 당신의 눈은 예쁘고, 날개는 찬란해."
"아.."
진심어린 말이다.
죽어있던 하얀 루시퍼의 심장이 빛나기 시작했다.
말 한 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고 했었나.
작지만 그녀가 신에게 진심으로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수집가는 단순한 칭찬과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는 존재였다.
자신의 필요성을 느끼고 고마워하는 존재였다.
작은 것인데 몰랐다.
마음의 정답을 알지 못했던 루시퍼는 늘 지옥 속에 있었다.
그 정답을 찾았다.
가벼운 애정이 장작이 되어 타올랐고 그녀의 육체를 일으켜세웠다.
-화아아!
루시퍼의 머리위에 진정한 천사라 증명하는 링인 헤일로(halo)가 나타나며 하얀빛을 뿜어낸다.
"저..저..신이시여.. 지금껏 아팠습니다.. 당신이 나를 거부하고... 나의 고통을 알아주지 않아 슬펐습니다. 그대를 위해 모든 걸 해왔는데.. 왜 저를 지옥으로 밀어냈습니까."
턱을 들어 올린 천사는 눈물을 흘리며 눈앞에 있는 수집가를 보고 원망한다.
수천 년간 쌓여있던 원한이 터져 나와 그를 욕한다.
추락한 천사는 울분을 터트리며 소리쳤다.
차오르던 감정을 못 이기고 말이다.
"미안하다. 루시퍼."
"흑흑..! 나빴습니다! 정말로!"
지금만큼은 수집가가 아닌 그녀의 기억 속에 있는 신을 모방한 수집가다.
그녀의 착각 속에서 응어리들을 풀어주기로 했다.
쭈그려있는 루시퍼를 안아주며, 그동안 쌓여있던 고통들을 함께하기로 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한을 풀릴 때까지 말이다.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원한이 풀어지는지. 먼저 감동하고 내게 안겨왔다.
"...그대에게 미안하구나. 괜한 어리광을 부리고 말이다."
"아니야, 나도 가끔 스트레스가 쌓이면 악마들에게 지독한 장난을 치곤하거든 서로서로 풀면서 살아가는 거지. 안 그러면 화병으로 빨리 죽는다?"
"후후, 그런가?"
나와 함께하면서처음으로 웃는 모습을 보이는 루시퍼다.
"그대를 도와주고 싶다."
"이미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듬직해."
"그것 말고도.."
루시퍼는 서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장기인 용기를 내서 알몸을 만져왔다.
밀착해 와서 부드러운 천사의 손으로 가슴과 복근을 만지는데 불알이 떨릴 정도로 몸이 기뻐한다.
"그대를 기쁘게 해주고 싶구나."
"얼마든지. 쪽.."
난 민감해진 몸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그녀를 바라보며 키스했다.
아까와 다른 키스였다.
불안정한 둘이었다.
어긋나고 맞질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틀어진 퍼즐 조각을 맞춰갔다.
보담아주고, 위로를 했다.
서로의 감정을 치유하며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쪽...쪽....쪽.."
악마의키스는 달콤했다.
중독성 있는 음식 같았다.
천사의 키스는 달랐다.
즐겁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왔다. 정신을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빛이 몸 전체에 맴도는 느낌이 가득했다.
그녀가 살짝 혀를 내 쪽으로 밀어 넣었다.
용감하게 시도했다.
혀로 반겼다.
부드럽고 민감한 혀를 움직이며 반겨줬다.
혀 장난에 몰입되었다.
우리는 즐겁게 놀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달아올라.
루시퍼는 나를 밀고 올라탔다.
더 적극적인 키스를 하기 위해서 말이다.
내 가슴에 올라가 내 얼굴을 부여잡고 키스에 진지해졌다.
"쩝..쫍.. 핥짝.."
장시간키스하고 나서 침이 실을 만들며 떨어졌다.
"하아.. 좋았어. 루시퍼."
"그대와 키스는 황홀하구나..."
감탄 섞인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야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여기였지."
루시퍼가 살짝 고개를 돌리고 자신의 엉덩이 골에 튀어나온 남자성기를 부드러운 손으로 잡았다.
"거기는.."
"악마들이 하는 걸 나도 듣고 봤다. 걱정 말아라."
올라탄 루시퍼는 완전하게 발기된 성기를 만지며 자극을 줬다.
성기는 악마에게만 흥분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보다.
"아.. 정말로 아스모데우스의 말대로 빨고 싶게 생겼구나.."
"그럼, 한 번 빨아줘 루시퍼."
"알겠다..아아..우움.."
흥분한 루시퍼는 말을 잘 들어줬고 거부감 없이 발기된 성기를 입안으로 받았다.
"아윽..좋아 너무 잘해. 루시퍼."
"츄릅..쪽..쪽.."
천사에게 펠라치오를 받는다는 게 이상하면서도 자극적이다.
악마와 확연히 달랐다.
색다른 쾌감이다.
빨 때마다 전격이 찌릿하고 쾌감을 편안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쌀것 같아! 루시퍼!"
"우우.."
-꿀럭!! 꿀럭!!
그녀를 머리를 빼지 않고 끝까지 자지를 물어왔다.
그끈질기게 자극을 주자 결국 정액을 토해 냈다.
"우움..꿀꺽..꿀꺽.."
비릿하고 특유의 질감을 가진 정액을 즉시 마셔버리는 루시퍼였다.
자신감 있는 행동에 더욱 흥분해버려 그녀의 머리를 잡고 허리를 들어 올려 그녀의 입안 깊숙이 집어넣어 버렸다.
-뚝..뚝..
"후우.. 성스러운 신성액이었다."
"신성액이라니.. 난 신이 아니야."
"아니.. 지금만큼은 나만의 신이라 했다. 그대는 그러니.. 기뻐해라."
아스모데우스도 그렇고.. 다른 악마들도 그렇고..
컨셉을 잡으면 과몰입이되는 건 천사나 악마다 비슷한 것 같다.
손에 묻은 흘린 정액을 혀로 빨아 먹는 그녀다.
신이 왜 도망갔는지 알 수 있을지도.